〈 24화 〉24회.
"자, 이번에도 깔끔하게 막자고~"
동국은 수비 하러 나가야 하는 둘에게 짧은 키스를 해주었다.
2회 초. 앤서니는 카운트를 잘 잡아 놓고, 몸쪽으로 던진다는게 그만 타자의 몸에 맞추고 말았다.
앤서니가 미안해 하며 어쩔줄 몰라하자 동국은 바로 마운드를 방문했다.
"앤, 왜 그렇게 미안해 해~! 어차피 AI 홀로그램이잖아~? 그러니 마음 가라앉히고 낮게 낮게 던져, 알겠지?"
"알았어, 동국..."
동국은 외야수들을 전진배치 시켜 병살에 대비하도록 하고선 벤치로 돌아갔다.
동국의 방문이 주효했는지, 앤은 다음 타자를 병살로 이끌어 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좋았어~!"
원한대로 이루어지자, 동국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라운드 내에서는 지아와 앤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멋있었어, 지아~!"
"너도 좋았어~!"
지아는 빠른 속도로 공을 잡아 2루수에게 던졌고, 2루수는 주자가 아직 도착도 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상황에서 1루로 던져 더블 플레이를 완성시켰다.
위기가 해결되자 앤은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타자를 삼진 처리하고선 마운드를 내려왔다.
2회 말.
동국과 지아, 앤은 1회때와 같이 나란히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선두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5번 타자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찬스 상황에서 지아가 타석에 나갈려고 할때, 동국이 그녀를 불렀다.
"지아야, 일로 와봐"
"왜~"
동국은 다가온 지아에게 재빨리 키스해주었다.
"츄릅~ 장타 날려버려"
"우째 요구가 더 세졌는데...?"
지아는 피식 웃고선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 상황을 루밍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지켜 보았다.
'저 놈들은 뭔 짓을 하는거야...!'
동국의 염장질에 화가 난 루밍은 공을 던지고 나서 아차했다.
원하던대로 제구가 되질 않은것!
몸쪽 낮을 코스를 원했지만, 공은 낮긴 했지만 가운데로 몰렸고, 그대로 전진배치 되어 있던 좌익수 키를 넘겼다.
"와아아~!! 달려, 달려~!!"
좌익수가 황급히 뒤로 달려가 공을 2루로 던졌지만, 이미 1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오고 난 뒤였다.
선취 득점을 얻는 적시타에 지아는 동국을 향해 손키스를 날리는 세레머니를 하였고, 동국도 손키스로 화답했다.
"우와~! 뽀뽀 말고 키스를 해주니, 바로 안타를 치내~! 이제 앞으로 키스 해줘야 겠다~"
"흐흐, 그러게~"
앤의 말에 동국이 웃으며 1루에 있는 지아를 바라보았다.
그 뒤 지아는 도루를 할것처럼 깔짝거렸고, 루밍은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점수를 내 줘서 그런건지, 다음 타자에게도 안타를 허용했다.
1사 만루 상황.
2-2 카운트에서 타자가 루밍의 하이 패스트볼을 쳤다.
딱~!
"어어~!"
공은 높게 떴으나, 외야수가 잡을 수 있어 보였다. 2루 주자인 지아는 태그업 준비를 하였고, 좌익수가 잡자 마자 바로 홈을 향해 뛰었다.
"뛰어, 뛰어~!!"
좌익수 역시 공을 잡자 마자 바로 홈으로 송구하였고, 비교적 홈과의 거리가 가까웠기에 공이 약간 더 빨라 보였다.
"이얏~!"
촤아악~!
그러나 지아는 포수의 태그를 살짝 피하며 슬라이딩. 홈 베이스를 터치하는데 성공했다.
"세잎~!"
"우와아~!! 지아야~!!"
득점에 성공하자, 동국과 앤은 덕아웃에서 뛰져 나와 지아를 얼싸 안았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
덕아웃으로 들어오며 앤이 지아에게 소리치자, 지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야, 이게 무슨 사랑의 힘이야~! 그냥 내가 잘 한거지~!"
지아의 항의에도 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지아는 동국이 뽀뽀를 해줬을땐, 별로 활약을 못했다가, 키스를 해주니 이렇게 크게 활약하잖아~ 이게 다 사랑의 힘이지~"
앤의 말에 동국도 거들었다.
"그럼 그럼. 이제 앞으로 키스하는걸 루틴으로 삼아야 겠어"
"오, 제발 그러지 마~! 나 쪽팔려 죽어~!"
지아는 둘의 대화가 부끄러워 혹시 듣는 사람이 없나 두리번 거렸다.
3회 초, 키스의 힘으로 3-1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2번 타자 유현예를 2루 땅볼로 아웃시킨 앤.
"파울~"
"파울~!"
3번 타자 이영애는 존에 들어오는 공을 때려내기는 하였으나 구위에 밀려 둘 다 파울이 되고 말았다.
결국 낮게 들어오는 공을 쳤으나 빗맞아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상대 팀의 에이스들을 넘기자 앤은 다음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빠르게 끝냈다.
"오우~! 엄청 잘하는데~"
"히히~ 이게 다 사랑의 힘이지~"
동국이 앤서니를 칭찬하는 사이 발키리의 5번 타자가 루밍의 슬라이더를 받아 쳐 우익수 앞 안타를 뽑아냈다.
"또 지아의 차례군. 지아야, 일로 와~"
"하~ 정말~"
지아는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동국에게로 다가왔고, 동국은 이번엔 찐하게 키스를 해줬다. 왼손으로 지아의 뒷통수를 부여 잡고선 혀를 놀렸고, 오른 손으론 지아의 둔부를 주물렀다.
짧지만 농도 짙은 키스에 지아의 얼굴이 상기됬다.
"우와~ 대단해~"
"지아야, 가서 홈런 날리고 와~!"
"아 진짜~ 누가 보면 어쩔려고 그래~"
지아는 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은 좋은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타석으로 향했다.
타석에 들어선 지아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 보았다. 제구가 잘 되긴 했지만, 마운드에 선 투수의 표정을 보면 반대투구가 된것 같았다.
'계속 지켜볼까...?'
왠지모르게 마음에 여유가 생긴 지아는 계속해서 공을 골라냈고, 연속해서 3개의 볼을 참아냈다.
마운드에 선 투수는 잘 안풀리는지 땀을 뻘뻘 흘렸고, 결국 덕아웃에서 감독이 올라오자, 모자를 벗고선 땀을 딲았다.
"루밍, 왜 그렇게 너 답지 않게 흔들려~!"
"아니, 상대 편 덕아웃을 보세요! 진짜 짜증나고 거슬려 죽겠어요!"
감독이 루밍의 말에 슬쩍 상대편 덕아웃을 보니 감독과 선수가 서로 팔짱을 끼고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감독이 루밍에게 슬쩍 물었다.
"왜, 우리도 저럴까?"
"예에~? 그건 또 무슨 헛소리..."
루밍이 기겁을 하자 감독음 큼큼 헛기침을 하고선 말했다.
"그냥 신경끄고 던져! 상대편 덕아웃 분위기가 좋은걸 니가 왜 신경써. 그러고 보면 넌 우완이잖아. 왜 굳이 고개를 돌려서 상대편 덕아웃을 봐? 그냥 신경 끄고 니 공만 던져, 알겠지?"
"네..."
하긴 굳이 굳이 고개를 돌려 상대편 덕아웃을 바라보는것도 웃긴 일이다. 그러나 1루 주자를 바라보다 보면 어쩔수 없이 슬쩍 보게 된다.
루밍은 마음을 가라앉치고 1루 주자를 힐끔 바라보고 난 뒤 타자를 바라보려고 고개를 돌리다가 봐 버리고 말았다.
바로 상대 투수가 옆에 앉아 있는 상대 편 감독에게 볼에 뽀뽀를 하는 장면을!
순간 열이 받힌 루밍은 자신도 모르게 온 힘을 다해 패스트볼을 날렸고, 그 공은 루밍 치고는 빠르게 날라갔지만, 한 가운데로 몰린 공이었다!
'왔다~!!!'
상대 투수의 어이없는 실투에 지아는 의아해하면서도 그대로 풀스윙을 했다.
따~악~!!!!
공은 그대로 쏜살같이 날라갔고, 그대로 담장 밖 수풀 어디가에 떨어졌다.
"우와아아아아악~!!!!"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동국과 앤, 그리고 얼마 없는 관중들은 벌떡 일어나 괴성을 질러댔고, 생전 처음 처본 홈런에 지아는 얼떨떨해 하면서도 흥분된 얼굴로 오른 손을 치겨 들고선 베이스를 돌았다.
홈 베이스를 밟고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흥분한 동국과 앤이 지아의 등과 머리를 마구 두들겼다.
"우와아아아~!! 어떻게 진짜로 홈런을 쳤어~!!"
"사랑의 힘, 대단해~!!"
동국과 앤이 흥분해 계속해서 지아를 때리자, 이제 슬슬 아파진 지아가 그만하라며 소리쳤다.
"악, 아퍼~! 그만 해~!"
지아의 외침에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힌 둘.
"대단하다, 최지아! 장하다, 정말! 진짜 홈런을 칠줄이야~!"
"이제 앞으로 지아는 경기 직전에 나처럼 섹스를 하면 맨날 홈런 치겠다~"
앤의 쓸데없는 말을 듣고선 지아가 크게 소리쳤다.
"뭐야! 그럼 내가 티비 볼 동안 조용히 사라진게, 둘이 섹스 할려고 사라진거였어~?!!"
이번엔 지아가 흥분해 옆에 있던 글러브를 들고선 동국의 등을 마구 때려댔다.
"아, 악~! 아퍼, 이년아~!"
"어쩜 그렇게 머리속에 섹스만 들어있어, 이 변태야~!!"
"아이, 왜 화를 내고 그래~ 지아도 동국의 찐한 키스 덕에 홈런도 쳤잖아~"
앤이 말리자 그제야 진정한 지아. 앤의 말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진짜로 동국 덕분에 홈런을 쳤나 싶기도 했다.
'아이씨... 설마... 근데 진짜 그러면 어떡하지...'
진짜 사랑의 힘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지아의 표정에 동국은 슬그머니 지아를 끌어 안고선 옆에 앉쳤다.
"허허, 지아야~? 진짜 사랑의 힘이 있나 보다. 앞으로 찐하게 키스를 하는걸 루틴으로 하자"
동국의 은근한 제의에 결국 고개를 작게 끄덕이는 지아였다.
셋이서 투탁거리던 사이, 석현 팀에서는 결국 투수를 교체했다.
그리고 지아의 홈런으로 과열된 분위기를 3명의 타자들을 범퇴처리 시키며 겨우 진정시키는데 성공했다.
4회 초.
선두타자를 1루 땅볼로 아웃시키며 이번에도 깔끔하게 처리하나 싶었으나, 앤서니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1번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음 타자는 유현예. 비록 오늘 석현의 두 타자들이 안타를 치지 못하고 있으나, 그 실력만큼은 확실한 선수들인 만큼 동국은 마운드에 올라가 앤에게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라고 지시했다.
"알겠지? 내가 신호를 주면 슬라이더를 던져?"
"알았어~"
"그래, 화이팅~!"
동국이 앤의 입술에 짧게 입맞춤을 하고 내려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타석에 들어선 유현예가 짜증나는 표정으로 지켜 보았다.
'진짜 짜증나는군... 루밍이 말한게 이런건가...?'
2이닝 4실점한 루밍은 덕아웃 구석에 앉아서 생수만 벌컥거리며 마시고 있었다.
초구. 빠른 직구가 바깥쪽 낮게 잘 들어왔다.
제구가 잘 된 공에 현예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까딱하다간 병살타를 치겠는데... 차라리 삼진을 당하더라도 확실한걸 노리자'
2구째에 높은 직구가 들어왔으나 약간 빠졌는지, 볼이 되었다. 현예는 언젠가 가운데 공이 들어온다며 기달렸고, 다시 한번 높은 코스로 공이 들어와도 반응하지 않았다.
1-2 상황에서 4구째.
바깥쪽으로 많이 빠진것 같은 공에 현예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손에서 빠졌나...? 손에서 빠질꺼면 가운데로 들어오지....어?!'
현예가 바깥쪽으로 빠졌다고 생각한 공은 급격히 휘더니 스트라이크 가운데로 들어왔다.
"스트~라잌~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