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23회.
"좋아~! 앤~! 한번만 더!"
"알았어~!"
앤은 다시 한번 낮게 제구가 잘 된 공을 던졌고, 지아는 가까스로 커트해냈다.
하지만 방금 전과는 반대로 높은 하이 패스트볼에 지아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예~에~!!"
지아의 삼진에 앤은 폴짝 거리며 기뻐했다. 그에 따라 슴부먼트 역시 격렬해졌고, 동국은 포수 마스크를 벗고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동국의 흐뭇해 하는 미소에 지아는 짜증이 나 들고 있던 방망이로 동국을 찔렀다.
"뭘 그렇게 흐뭇하게 봐? 내가 삼진 당한 게 그렇게 좋아~?!"
지아가 짜증을 내자, 동국은 미소를 지우고는 헛기침을 했다.
"큼큼, 그럴리가... 그나저나 앤의 공은 어때?"
동국의 물음에 지아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상당히 좋네. 리그의 강속구 투수랑 비교했을 때 더 좋아. 구위나 무브먼트는 비슷한데, 앤은 제구가 되잖아. 비교할 수가 없지"
지아의 칭찬에 동국이 흐흐 웃으며 말했다.
"앤의 장점은 강속구 만이 아니지. 변화구도 잘 던지고, 무엇보다 필살 마구가 있으니깐 말이야"
"필살 마구~?"
동국의 호언장담에 지아는 흥미가 생기는 듯 바로 타격 자세를 취했다. 동국이 그 모습에 다시 포구 할 준비를 했고, 동국의 사인을 보고서 앤이 공을 던졌다.
"우왔~!"
지아는 앤의 슬라이더에 시원하게 헛스윙을 했다. 어떻게든 꺾이는 공을 맞추려고 스윙 궤적을 움직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우와~! 이 공은 뭐야~? 이게 마구야~?"
지아가 놀라 동국에게 묻자 동국은 공을 앤에게 던지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이건 슬러브 성 슬라이더야. 일반적인 슬라이더보다 꺾이는 각이 더 크지?"
"응, 리그의 밋밋한 슬라이더랑은 차원이 다른걸..."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동국은 앤에게 같은 슬라이더를 몸쪽으로 요구했고, 앤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바로 공을 뿌렸다.
"으악~!"
지아는 순간적으로 맞는 줄 알고 몸을 뒤로 빼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나 동국이 포구한 글러브의 위치는 몸쪽 스트라이크 존 근처였다.
각이 너무 커 순간적으로 맞는 줄 알았던 것이다.
"너무 쪼는 거 아니야~?"
동국의 놀림에 지아는 방망이로 동국을 찔렀다.
"어후... 진짜 맞는 줄 알았다니깐... 오빠도 한번 타석에 서봐~! 얼마나 안 쪼나 보자"
아무튼 좌타 상대로 이 슬라이더는 엄청난 위력을 보일게 분명했다.
동국은 이번엔 높은 직구를 요구했다. 앤이 공을 던지자, 지아가 커트해냈다.
그러자 동국은 커브를 요구했다. 앤의 커브가 높게 날라오자 지아는 방금 전과 같은 높은 직구인 줄 알고 배트를 휘둘렀으나, 공은 아래로 뚝 떨어졌다.
"어우야~ 선풍기 돌리니~?"
"씨~! 이 오빠가~!"
동국의 놀림에 지아가 방망이로 동국의 다리 사이를 찔렀다.
"엌~!!"
동국이 고통스러워 하며 이리저리 뒹굴자 앤서니가 뛰어왔다.
"지아~! 왜 그랬어~! 나 섹스 해야 된단 말이야~!"
"아니, 앤~!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마~! 나까지 부끄러워지잖아"
앤의 외침에 지아는 나중에 밖에서도 이럴까 봐 걱정이 됬다. 지아는 동국이 뒹굴거리는걸 거들떠도 보지 않고선, 앤서니에게 언행의 주의를 주었다.
"알았지?"
"알았어~ 근데 동국이 괜찮을까~?"
앤서니가 동국을 걱정하며 말하자,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멀쩡한데 저러는거야. 내가 그냥 툭 찔렀는데, 오버 액션을 하는거지"
지아의 말대로 둘 다 별로 반응을 해주지 않자 동국은 머쓱해하며 슬쩍 일어났다.
"지아야, 어떻게 걱정 한번 안해주냐"
동국이 서운해 하며 말하자, 지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내가 걱정할 만큼 세게 찔러 줄까요~?"
"아니, 그러진 말고..."
동국은 몇 번 더 커브를 던지게 하고선, 마지막으로 필살 마구, 너클볼을 던지게 했다.
앤이 공을 던지자 공은 느리게, 두둥실 떠오르며 날라왔고, 지아는 배트를 낼 생각도 하지 못한체, 멍하니 공을 바라보았다.
동국이 공을 잡지 못해 떨구었지만, 지아의 머릿속엔 그런 동국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담겨 있지 않았다.
"오빠, 이 공... 너클볼이야...?"
"그래, 좌완 파이어볼러에 너클볼러이기까지 하지"
그 강력한, 심지어 해괴하기까지 한 조합에 지아의 입이 다물어지지 못했다.
"오빠... 이 정도면 리그를 씹어먹겠는데...?"
"지금 당장 너클볼은 못 던지게 할꺼야"
동국의 말에 지아가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왜~? 설마 전력 분석 될까봐~?"
"그건 아니고, 포수가 공을 못 잡을까봐"
지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했다. 동국의 대답에 지아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하긴... AI포수는 공을 못 잡겠네..."
"그렇지. 하여튼 앤서니는 너클볼을 빼도 지역 리그에서도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실력이야. 이런 선수가 넝쿨 채 들어왔는데, 당연히 우승을 해야지"
동국의 장담에 지아 역시 동의했다.
"2부 리그 우승 가즈아~!"
월요일. 석현과의 홈경기.
아침부터 앤서니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앤, 긴장하지 마. 뭘 그렇게 긴장해?"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떨리는걸~"
"앤, 그렇다면, 내가 긴장 풀라고 섹스해줄까~?"
"섹스~?"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남았다. 요 며칠 지아가 아직 3P를 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드는지, 계속 섹스를 못하게 해서, 동국의 불알에는 이미 정액이 만땅이었다.
뇌까지 정액으로 가득 찼는지, 헛소리를 하는 동국. 그러나 앤 역시 섹스가 하고 싶은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국은 황급히 주위를 둘러 지아를 찾았다. 다행히 지아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앤의 손을 잡고서 조심스레 숙소를 벗어나, 경기장 한쪽에 있는 창고로 향했다.
창고에는 예비 분의 기본 장비들만이 있었다.
문을 잠그고서 동국은 앤의 가슴을 더듬었다.
"빨리 하고서 경기 준비 하자"
"응~ 하읏...!"
*
*
*
섹스를 한판 하고 나서, 앤은 긴장이 많이 풀렸는지 밝은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관중 수가 다른 경기와는 다르게 거의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무래도 나중에 교통을 어떡하든 좋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국과 앤이 중간에 사라진 것에 대해 지아가 뭔가 의심스럽단 표정을 지었지만, 동국은 모른 척 했다.
1회 초. 석현 팀의 공격.
동국은 앤에게 빠른 직구만 던지도록 사인을 보냈다.
앤은 동국의 사인에 맞춰 강속구를 존 가장자리 위주로 던졌고, 손쉽게 1번 AI 타자를 땅볼로 처리했다.
한편, 석현 팀의 더그아웃은 처음 보는 투수인 앤의 강속구에 상당히 당황했다.
"아니, 어디서 저런 투수를 구해왔대"
감독의 투덜거림에 대기 타석에 있던 이영애가 고개를 자신도 모르게 끄덕였다.
2번 타자인 유현예가 앤의 빠른 직구에 밀려 땅볼로 물러나자, 더욱 더 표정을 굳히는 영애.
"어땠어?"
"제구 되는 배영심이야. 어휴, 저걸 어떻게 쳐..."
아웃 되고 나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유현예에게 영애가 묻자 그녀는 한주 팀의 배영심에 비교해 대답했다.
'제구 되는 배영심이라...'
타석에 들어서서 살펴보니, 과연 공이 묵직하면서도 존 구석에 꽂힌다.
다음 공도 낮은 존에 들어온다.
카운트가 몰리자 이영애는 이번엔 배트를 휘둘렀지만, 빗맞았고, 포수 팝 플라이로 아웃 되고 말았다.
1회 초가 끝나고, 동국은 덕 아웃으로 들어오는 앤을 안아주었다.
"잘했어~ 타자들이 제대로 치지도 못하지~?"
"응~ 이게 다 동국이 경기 전에...읍!"
앤이 딴소리를 하려 하자 동국은 지아가 듣기 전에 뽀뽀를 해 앤서니의 입을 막았다.
"헤헤~"
"아주 좋아 죽네, 좋아 죽어~!"
지아는 앤서니에게 뽀뽀를 해주는 모습을 보고선, 큰소리를 냈고, 동국은 그런 지아에게 다가가 지아에게도 뽀뽀를 해주었다.
"자, 내 뽀뽀를 받았으니, 타석에서 안타를 치는거야"
"치~ 알았어"
지아는 새침한 표정으로 방망이를 들고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앤이 말했다.
"동국, 나도 타자 할까~?"
"음~? 아니, 투수를 하면서 타자는 아쉽지만 못해"
"나도 방망이 잘 휘두를 수 있는데..."
앤이 아쉬워 하자, 동국은 다리를 벌리고선 다리 사이 공간을 손으로 쳤다.
"자자, 앤~ 여기에 앉자"
"알았어~"
앤이 동국의 다리 사이에 앉자 동국은 앤을 끌어 안고선 턱을 앤의 어깨에 기댔다.
"히히~ 좋다~"
"그렇지~? 이대로 우리 팀이 공격을 할 때 쉬면 돼"
1회 말, 발키리의 공격.
석현 팀의 선발 투수는 루밍이다.
제구력이 좋은 이 선발 투수는 초구에 유인구를 던졌지만, 지아가 꼼짝도 않자, 이번엔 몸쪽 직구를 던졌다.
틱~
지아가 배트를 휘둘렀지만, 코스가 워낙 좋아 파울 타구가 되고 말았다.
지아는 유인구에는 꿈쩍을 안 하고, 존에 들어오는 직구만 공략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파울이 되고 말았다.
흘러가는 변화구에 반응 하지 않으면서, 풀 카운트가 되었다.
'어디, 이 공을 노린다고 칠 수 있을까...!'
루밍은 회심의 일구를 던졌다. 지아가 노리던 직구가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왔다. 지아 역시 방망이를 휘둘러 봤지만, 공은 떼굴떼굴 1루수 앞으로 굴러갔다.
아쉽게 아웃 당하고 덕 아웃으로 들어오던 지아는 동국과 앤이 다정하게 착 달라붙어 있는 모습에 아웃 당한 것 보다 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둘이 지금 남사스럽게 뭐하는 거야~!!"
지아가 화를 내자, 앤서니가 웃으며 말했다.
"미안~ 지아가 질투 났나 보네~ 자, 지아는 오른쪽에 앉자. 난 왼쪽에 앉을게"
앤이 동국의 왼쪽에 앉자 동국의 팔에 팔짱을 끼자, 지아가 황당하게 쳐다보았다.
"뭐해~? 빨리 와서 앉자"
동국이 지아를 향해 손짓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옆에 앉는 지아.
그런 지아의 모습에 동국은 오른 손으로 지아의 허리를 감싸 끌어 당겼다.
"뽀뽀로 안타를 못 만들어 내면,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하나~"
"씨... 뭐래~"
"키스해, 키스~"
앤서니의 말에 지아가 얼굴을 붉혔다.
"야, 앤서니~!"
셋이서 꽁냥거리는 사이, 석현 선발 루밍이 이닝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