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22회 앤서니
그리고 윤재영의 실력은 3회에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힘이 떨어졌는지 강시리의 공이 밋밋해지기 시작했고, 주자가 2루인 상황에서 윤재영의 적시타가 터져 나왔다.
적시타를 친 윤재영은 끊임없이 움직임을 주며 강시리의 신경을 건드렸고, 결국 강시리는 3회까지만 던지고 교체되었다.
교체된 배영심과의 대결에서도 타점을 올리며 오늘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을 한 윤재영이었다.
반면에 이번에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돼버린 강시리와 그로 인해 계속 올라오는 배영심은 한주 팀 감독의 시름을 깊어지게 만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지아를 데리러 가면서 조수석에 앉은 앤은 오늘 경기 내용을 생각해보는지 가는 내내 진지한 표정이었다.
"앤, 경기 내용 생각해 보는거야?"
"응? 아, 그것도 있고~ 그보다 지아라는 얘가 어떤 얘일지 궁금해서~"
하긴 걱정이 될 수도 있다. 평생 할머니와 둘이서 살아온 그녀기에 새로운 사람과 같이 산다는 거가 낯설을 수 있다.
근데 이런 모습을 보면 생각보다 동국과는 빠르게 가까워진 것 같아 의아하다.
'지아도 아마 놀라겠지...'
물론 가기 전에 미리 얘기를 해놓긴 했지만, 통화에서도 이렇게 빨리, 그리고 우연히 투수를 구한 것에 대해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같이 살아야 하기에 지아도 걱정이 될것이다.
한편 지아는 집 앞에서 그녀의 엄마와 동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아는 집에서 싸 준 반찬거리와 동국에게 선물로 줄 한우 세트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아, 진짜 새로 구해온 투수가 이상하며 어떡하지...? 엄청 천재라던데..."
고교 시절 상당한 재능을 지닌 이들의 멸시와 따돌림을 견딘 지아이기에 새로 온 투수가 엄청난 천재라는 동국의 떠벌림에 걱정부터 앞서고 있었다.
"설마 그러겠니... 감독님도 다 고려하셨겠지"
지아가 계속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덩달아 지아의 엄마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나 딸아이와 그 투수가 서로 사이가 안 좋아지면 어떻하나, 과연 동국 감독이 어떻게 행동할까 등등...
그때, 저 멀리 동국의 렌터카가 다가 왔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 가장자리에 멈춘 차에서 동국과 미모의 여성이 내렸다.
약간 고양이 상의 앙칼져 보이는 인상에 빨간 머리결.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가슴.
그 외모에 순간 긴장감이 든 지아였다.
'아이씨, 인상 엄청 쎄 보이는데... 그리고 가슴은 왜 이렇게 큰거야...?'
"아이고~ 어머님~! 나와 계셨어요~? 이것 참, 제가 너무 늦게 와서 기다리셨나요?"
"하하, 아뇨. 방금 전에 나와서 얼마 안 기달렸어요~ 그보다, 옆에 있는 분이 이번에 새로 입단했다는....?"
지아의 어머님의 물음에 동국은 앤서니를 소개했다.
"아, 예. 이번에 새로 입단하게 된 앤서니라고 합니다. 자, 앤서니. 옆에 있는 키 작은 얘가 내가 말한 지아고, 여기는 지아 어머님"
"안녕~! 안녕하세요~! 앤서니라고 해요~"
차에서 긴장하던 것과는 다르게 밝게 인사하는 앤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최지아 라고 합니다."
앤서니의 밝은 인사에 얼떨떨하게 대답하는 지아였다.
"그래, 만나서 반가워~ 나랑 동갑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잘 지내자~"
앤이 동갑이라고 하자, 지아가 약간 놀랬다. 음? 말 안했었나...?
동국에게 동갑이란 소리는 못 들은 지아였기에,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놀랐다.
'생긴건 20대 중후반처럼 보이는데, 나랑 동갑이라니... 몸매가 좋아서 그런가...'
하여튼 긴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둘은 그럭저럭 친해진 것 같았다.
앤서니가 상당히 순수를 빙자한 모자란 아이란 걸 알아서 편안해진 지아와 성격 좋은 지아 덕에 마음이 편해진 앤서니.
둘은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고, 동국은 지아의 어머님에게 지아를 잘 부탁한다는 부탁을 듣고 있었다.
"아무쪼록, 저희 지아, 잘 부탁드립니다."
"아예, 물론이죠. 지아가 오구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 그리고 한우 세트 딸려 보내니 맛있게 드세요"
"하하, 뭘 이런걸 다... 그럼 오늘 저녁으로 다함께 맛있게 먹겠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앤서니와 지아는 나란히 뒷자리에 앉자 수다를 떨었다.
"그럼 진짜 내가 앤의 첫 친구인거야~?"
"그래~ 난 집 밖으론 별로 나가질 않았으니깐~ 학교 다닐 때도 반 친구들이랑 데면데면 했어~"
앤서니가 약간 고양이상이라서 말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이다. 물론 말하는 순간 그런 이미지가 날라가고 순수한 바보만 남지만 말이다.
어릴 땐 말수가 적어서 주변 아이들이 별로 다가오지 않은 것 같다.
참.. 그러고 보면 둘 다 그렇게 순탄하지 않은 생활을 보냈다.
저녁으로 지아의 어머님이 선물한 한우 고기를 마당에서 구어 먹으며 화기애애 하게 웃고 떠들었다.
"근데 지아도 동국이랑 섹스 했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앤서니가 갑자기 섹스를 했냐고 지아에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기를 굽던 동국이 얼었고, 지아 역시 먹으려던 고기를 접시에 떨궜다.
"뭐, 뭐라고??"
지아는 급 당황해서 허둥지둥 거렸다.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얼굴은 빨개졌으며, 눈동자는 정처 없이 방황한다.
"섹스 했냐고~ 지아와 동국은 가족이니까 당연히 한거 아니야~?"
뭔가 논리가 심히 비약됬지만, 어쨌거나 그 말에 지아가 무슨 대답을 할지 동국 역시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한편 지아의 머릿속은 심히 복잡했다. 앤서니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지, 사실대로 대답해야 하는건지, 도대체 가족이랑 섹스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등...
그러다 고기를 구우며 이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동국이 눈에 띄었다.
앤서니의 돌발 질문에도 여유롭게 고기를 굽는 모습이 뭔가 얄밉다. 저 얼굴이 당혹해하는 표정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응, 동국이랑 했어"
지아는 말하고 나서 둘의 반응을 살폈다.
앤서니는 그저 싱글벙글이고, 동국은 계속해서 고기를 굽고 있다.
동국이 당황해하는 표정을 보고 싶었던 지아로서는 둘 다 반응이 없자 아쉬웠다.
"그래~? 잘됬다~ 나도 동국이랑 섹스 했거든~ 이제 같이 하면 되겠다~"
오히려 앤서니가 한 말에 지아가 다시 한번 당황했다.
동국이랑 섹스를 했다니?! 둘이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아는 변태를 바라보듯 동국을 째려봤고, 그제야 동국이 당황했다.
"뭐, 왜~! 뭘 그렇게 째려봐~!"
"씨이~ 변태~!! 어떻게 만난지 며칠만에!"
"허허, 왜 그래~ 우리도 며칠만에 서로 뜨거운 관계가 됬잖아~"
생각해보니 그렇다. 지아도 동국과 며칠만에 섹스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아는 그것보단 자신이 없는 사이에 앤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됐다는 게 기분이 나쁘다.
"밥 먹고 우리 섹스하자, 섹스~!"
그러나 그 기분 나쁨도 앤서니가 섹스를 외치자 사라지고 당혹감만 남는다.
"애, 앤! 같이 섹스를 하자니... 그건 좀.."
"왜~? 우린 가족이잖아. 가족끼리 그럴 수 있지~"
다시 나온 가족과 섹스의 상관관계에 지아는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앤, 도대체 섹스와 가족 간의 상관 관계가 뭐야?"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거고,"
"응, 그리고?"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이지. 그러니 가족끼리 섹스를 하는거지~"
지아는 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 떨떠름하게 물었다.
"그럼 부모 자식간엔...? 부모 자식도 가족이잖아?"
"어, 그렇네~"
지아와 앤서니가 섹스와 가족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해 떠들고 있을동안, 동국은 남아 있는 고기를 다 먹고 상을 치우고 있었다.
'흠... 이제 진짜 셋이서 섹스를 할까?'
어차피 집도 작아서 1명이랑 섹스를 하면 다 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나머지 1명이 신경 쓰여 제대로 잘 수도 없을터.
차라리 다같이 하면 소외감도 덜 들고 좋지 않을까?
동국은 상을 치우며 다같이 섹스할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이 되는 걸 느꼈다.
저녁 고기 파티를 다 정리하고, 씻고 나오자 안방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침대가 좁네...?"
"어... 그렇네...?"
생각해보니 침대가 1인용이였다. 그동안은 그냥 약간 불편해도 같이 잘 수 있었는데, 3명이서 자기에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그럼 우리 둘이 침대에서 잘테니깐, 오빠는 작은 방에 가서 자"
"엉~? 내가~?"
지아의 말에 동국이 황당해 하며 자신을 가리키자, 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자 둘이서 침대에서 잘게. 안 그러면 서로 잠 못자"
"웅~ 난 셋이서 섹스하고 싶은데...?"
"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오늘은 그냥 자자~ 응~?"
"알았어..."
살짝 아쉬워 하는 앤서니를 달랜 지아는 동국에게 눈짓을 했고, 결국 동국은 쓸쓸히 서재 방에 가서 잘 수밖에 없었다.
'아... 3P를 하나 했는데...'
빨리 침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동국은 잠이 들었다.
*
*
*
다음날, 평소 연습과는 다르게 연습이 진행되었다.
투수인 앤이 던지는 공을 지아가 치고, 동국이 포수 역할을 하는 연습이다.
사전에 구종 사인을 정한 앤과 동국.
동국이 앤에게 직구를 요구했다. 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공을 던졌다. 그에 따라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연습이라 그런지 불편하다며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아서 더욱 움직임이 눈에 잘 띈다.
동국은 앤의 슴부먼트에 순간적으로 공을 놓쳤으나, 다행이도 지아가 공을 쳐내서 맞지 않았다.
딱!
너무 한 가운데로 들어와서 그런지 지아는 앤의 강속구를 제대로 받아쳤고, 공은 외야에 떨어졌다. 아마 실제 경기에서는 장타가 되었으리라.
장타를 허용하자 앤서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동국~! 지아가 내 공을 저 멀리로 보냈어~! 동국이 저번에 가운데로 던져도 타자들이 못 친다고 하지 않았어~?"
앤의 항의에 동국이 포수 마스크를 벗고 일어났다.
"앤~! 그렇긴 한데, 지아는 잘 치는 타자잖아~! 잘 치는 타자에게는 가운데는 좀 위험할 수 있어~! 그러니 이번엔 존 구석에 한번 던져보자! 알겠지~!"
"알았어~!"
앤서니가 다시 던질 준비를 하자, 동국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선 미트를 벌렸다.
방금 전과 같은 구종인 직구를 던졌지만, 이번엔 지아가 헛스윙을 했다. 아래쪽 낮게 제구가 잘 되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