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19회 (19/297)



〈 19화 〉19회

"진짜로요? 헐~ 대박!"

"야, 최지아! 바른대로 말해! 너 약했지? 그치?"

강종연은 믿기지 않는  지아에게 약했냐며 큰소리를 쳤고 지아는 헛소리 하지 말라며 일축했다.


"그래, 그래도 같은 동기가 잘 하는걸 보면 축하해 주질 못할망정 그게 무슨 막말이냐!"

감독의 호통에 둘은 억울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건성으로 감독님께 인사하고서 사라졌다.

"하여간, 저 성질 머리 하고는... 쯧쯧, 내가 잘못 가르쳤어"


원수 같던  년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 지아는 이내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고서 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교문 앞에 간줄 알았던 두 년들이 벽에 기대 기다리고 있었다.


"야, 최지아! 너 많이 컸다~?"

"그러게~ 솔직히 말해봐~ 좋은거 있으면 같이 나눠 쓰자고~ 같은 동기끼리~"

그녀들의 헛소리에 지아는 코웃음쳤다.


"야, 니들이나 잘해~ 니들은 지금 죽 쓰고 있다며? 어이구, 잘하는 짓이다"

발끈한 그녀들이 소리쳤다.

"야! 최지아, 말 다했어!"


"얼굴만 예쁘면 다야!!"

"뭐래~  얼굴도 예쁘고, 실력도 좋거든~! 니들이랑 달라! 이것들아!"

지아의 팩트폭력에 둘은 씩씩대다가 소리쳤다.

"야! 우리 팀은 지금 리그 1위거든!"

"맞아! 우리 팀도 리그 1위야! 니네 팀은 신생팀이라며! 신생 팀 주제에 1위는 언제 하겠냐~ 만년 2부 리그에서 썩어라! 우리는 곧 있으면 1부리그로 승격한다~"


그녀들의 유치한 도발에 지아 역시 맞받아쳤다.

"어머나~ 우리 팀도 지금 리그 단독 1윈데~ 나중에 승격전에서 만나겠네~"


지아의 팀도 1위라는 사실에 둘은 결국 승격전에서 두고보자며 자리를 떴다.
지아는 말빨에서 밀려 꽁무니를 내빼는 두 년들을 비웃어 주고는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인 한 카페에 도착하자 이미 그녀의 친구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 최지아! 여기야, 여기~!"

지아의 친구들은 반 친구이거나 아니면 오구부에서 지아와 마찬가지로 백업 선수였던 얘들이다.


"어머~ 다들 먼저 와 있었네~"

"그래, 이 기지배야, 니가 가장 늦었어"

"미안, 미안~ 그런 의미로 니들 커피는 내가 다 쏠게~"

"어머, 진짜? 뭔일이래~? 너, 잘나가나 보구나~"

지아가 프로 팀에 스카우트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친구들은 그녀의 밝은 모습에 그녀가 잘 적응한  같아 마음이 놓였다.

자신의 커피도 주문해 받아온 지아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2부 리그 정복기를 떠들기 시작했고, 그녀의 친구들은 지아가 떠드는 자신의 자랑에 놀라는 한편 축하해 주었다.

"우와~ 우리 지아, 완전 용됬네~!"


"그러게~ 기지배, 평상시에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더니 결국 이렇게 터지는구나~!"


"야, 어떻게 나 소개 좀 시켜 줄 수 없냐?"


프로 팀에 입단 제의를 받지 못해 결국 일반 전문대에 들어간 오구부 친구가 은근히 묻자 지아는 은근히 거절했다.

"하하, 글쎄~? 근데 감독님이 투수를 뽑는다고 해서 말이지... 넌 투수라서 좀 그렇긴 한데, 내가 나중에 한번 여쭤는 볼께"


"그래,   잘 소개해줘"

"하하..."

그러나 동국의 평상시의 행태로 봤을 때 그녀의 친구는 아마 못생겼다는 이유로 입단하지 못할 것 같았다.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그냥 두리뭉실하게 대답하는 지아였다.


*
*
*


화요일 아침.
아침밥을 먹고 있는 앤서니와 동국, 둘의 표정이 상반된다. 앤서니는 꿀잠을 잔 듯 표정도 밝고, 밥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마  모습을 찍어서 먹방을 한다면 크게 인기가 있을 정도였다. 반면에 동국은 퀭한 표정이었다. 새벽에 발생한 몽정 덕분에 많이 민망했기 때문.

'내 나이가 몇 살인데 몽정이라니...하..'

나 자신이 부끄러워 참담한 심정인 동국은 밥을 께작께작 먹었고,  모습에 앤서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동국, 왜 그래~? 밥이 맛이 없어~?"


"응? 아니야 그런거"


"그럼 왜~? 설마 나랑 같이 자서 그런거야~?"

앤서니의 말에 순간 그렇다고 대답할뻔한 동국. 그러나 혹시나 정말 자신과 자서 불편해 한걸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앤서니에게 차마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니야, 그런거. 그냥 앞으로 어떻게 해야 앤이 좋은 투수가 될까 고민해서 그래"

"그래~? 그럼 다행이고~"

동국의 대답에 걱정을 덜은 앤서니는 다시 우걱우걱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둘은 경기장으로 나와 본격적으로 투수 연습을 시작했다. 동국은 휴대폰에 다운 받아 둔 구종 영상들을 보여주며 앤서니를 어설프게나마 가르쳤고, 앤서니는 어찌  영문인지 동국이 개똥같이 알려줘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알고보니 앤서니는 천재였던 것인가!!'

신이 난 동국은 앤서니에게 이것 저것 여러 구종을 가르쳐보기 시작했다. 앤서니는 어느 구종은 한번만 보고 아주 손쉽게 잘 던졌지만, 어떤 구종은 어려워했다.
굳이 굳이 던지게 해도 패대기 치기 일수.


결국 앤서니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은 포심, 커브, 그리고 슬러브  슬라이더였다. 다른 구종들은 동국이 봤을  형편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서 본격적으로 포심과 커브, 슬라이더를 연습 시키기 시작했다.
동국은 앤서니가 던지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잡기 위해 열심히 몸을 굴렸으며, 이런 동국의 쩔쩔매는 모습에 앤서니는 크게 웃으며 좋아했다.


'혹시 일부러 내가 잡기 어렵게 던지는 건 아니겠지?'

왠지 앤서니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신빙성이 가는 생각이었다.


계속된 연습으로 인해 동국의 왼손에 멍이 들고 무릎 관절이 아파질 무렵, 앤서니는 킹왕짱 마구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킹왕짱 마구?"

"응, 응! 킹왕짱 마구! 뭔가, 지금 던진 공들은 다른 선수들도 던지는거잖아~ 난, 나만이 던질 수 있는 킹왕짱 마구를 가지고 싶어~"


음... 킹왕짱 마구라... 보통 오구나 야구에서 농담 삼아 3대 마구라 불리는 구종이 있다. 스크류 볼, 너클볼, 그리고 자이로볼. 스크류볼은 벨리나가 던지는 구종이고, 자이로 볼은 설명을 들어도 뭔 소린지 모르겠는, 던지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인 구종이고, 그나마 너클볼을 던지는 사람은 몇  있다.

동국은 혹시나, 아니면 재미로 앤서니에게 3대 구종의 그립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스크류 볼은 벨리나처럼 각이 안 나오고, 자이로 볼은 이해를 하지 못해 패스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너클볼.

"이얏~!"


"오, 오!"


앤서니가 던진 너클볼이 두둥실 떠올라 이리저리 흩날린다.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이상한 곳에 떨어지는 공.
앤서니는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해서 너클볼을 던졌다.

강속구에 너클볼이라니. 엄청난 조합이다.
동국은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쓰고선 앤서니의 너클볼을 받았다. 확실히 포수 입장에서는 최악이었다.

왼쪽으로 글러브를 옮기면 오른쪽으로 공이 움직여 가슴팍을 때리고, 아래로 떨어지는 줄 알고 글러브를 움직이면 위로 움직여 머리를 때린다.

'흠... 과연 이 너클볼을 AI포수가 잡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포수를 구할 때까지는 너클볼을 많이 던지면 안될  같다.

그날 저녁까지 앤서니는 직구, 커브, 너클볼, 슬라이더를 던지며 열심히 연습을 했고, 그 결과 동국의 손과 가슴, 무릎에는 멍과 상처가 여럿 생겼다.

샤워를 하며 동국은 전신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몰골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 팔자에도 없는 포수 노릇을 계속 해야 되는 건가?   좀 봐... 아윽! 아파라.."

동국의 왼 손은 아직도 얼얼해 뭘 잡을 수가 없었다. 오른 손으로 샤워기를 붙잡고  구석구석에 물을 뿌릴 때마다 멍든 부위가 아려왔다.


그럴 때마다 동국은 으어어~ 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신음 소리를 내며 몸 구석구석을 씻으니 어느 순간 존슨이 서버렸다.

"며칠 안 빼줬다고 이렇게 팔팔하다니..."

그때,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렸다!


"동국~! 괜찮아~?"


*
*
*


동국 보다 먼저 씻고서 거실 쇼파에 앉자 티비를 보던 앤서니.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동국의 신음 소리에 앤서니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공을 던질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동국이 많이 힘들어 했었다.

뭔가 동국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으나, 잘 할  아는 게 없는 앤서니였다. 마음 같아선 저녁밥이라도 차려주고 싶었으나, 앤서니가 할 줄 아는 메뉴라고는 조미 김에 밥을 싸는 것 밖에 몰랐다.


결국 앤서니는 동국에게 마사지를 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예전에 할머니가 자신의 안마가 최고라고 했기에, 어느 정도 안마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동국이 화장실에서 나오면 거실에서 안마를 해줄까? 아니야, 그러면 동국이 멍든 부위를 세게 누를 수도 있어. 그럼 동국이 아파할꺼야~ 그럼 화장실에서 해 줘야 겠다~'


화장실에서 안마를 해주기로 마음 먹고선 화장실에 가까이 가니, 과연 동국의 신음 소리가 더욱 잘 들렸다.
물에 젖을까 봐 옷을 다 벗은 앤서니는 화장실 문고리를 돌리려 했으나, 잠겨 있었다.


"으흥~?"

그러나 몇  문고리를 돌리니 결국 열려 버렸고, 앤서니는 화장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동국~! 괜찮아~?"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동국이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며 씻고 있었다.
과연 힘든게 사실이었는지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동국의 꼬추도 커져 있었다.

앤서니는 동국의 꼬추가 커진게 아파서 부풀어 오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  좀 봐.. 미안해, 동국. 내가 살살 던졌어야 됬는데... 너무 신이 나서 동국을 생각하지 못했어"

"어, 어? 그, 그래. 난 괜찮아"

한편 갑작스러운 앤서니의 난입에 동국의 머리 속은 새하얘 졌다.
분명 화장실 문을 잠갔는데, 어떻게 화장실에 들어왔는지. 그리고 왜 알몸으로 들어왔는지. 왜 하필 지금 내 존슨은 성이 나 있었는지. 앤서니의 가슴은 왜 이렇게 탐스럽게 보이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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