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17회 (17/297)



〈 17화 〉17회

"오늘 진짜! 재밌었어~! 너도 그랬지~?"

앤서니가 신이 나 동국에게 물었지만, 동국은 떨떠름해 하며 대답했다.


"어? 어, 선수들이 대단하네"


과연 작년 1위팀, 그리고 지금 2위팀 답게 강한 전력이였다. 투수는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어 갈 줄 알았고, 타자들은 2명인만큼 적재적소에 타점을 생산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런 팀을 꺾고 우승, 더 나아가 승격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력 만으론 부족하다.
최소한 투수 1명은 필요했다.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투수가 필요한데, 그 투수를 얻기 위해서는 우승을 해야 한다니...  무슨 딜레마란 말인가...'

한창 동국이 딜레마에 고민에 빠져있자 앤서니가 그런 동국의 어깨를 잡고선 흔들었다.

"뭐해, 동국~? 빨리 우리 집에 갔다가 공 던지러 너네 오구장으로 가야지~ 빨리 가자~"


"어? 어, 알았어. 일단 너네 집부터 가자고"

그녀의 집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니 그녀가 신나 했다.

"우와~! 동국~! 혹시,  타고 가는거야~?"

그녀의 질문에 동국이 자신의 차를 가르켰다.

"어, 저 차가 내 차야. 차 타고 가야지"

"우와~! 나, 차 처음 타봐~!"

'차를 처음 타본다니... 하긴 차가 없을 수도 있지...'

차에 올라  앤서니는 신기해 하며 이리 저리 두리번 거렸다.


"앤서니, 안전 벨트 매야지"

"안전벨트? 그게 뭐야~?"

"음? 안전벨트는 사고가 났을 때 사람이 다치지 말라고 매는 벨트를 말해. 이렇게 말이지"


동국이 직접 시범을 보였지만, 앤서니는 낑낑대며 안전 벨트를 잘 매지 못했다.

"어쩔 수 없군. 앤서니, 가만히 있어. 내가 해줄게"

동국은 자신의 안전벨트를 푸르고 그녀의 안전 벨트를 맸다. 벨트를 매주며 마주한 그녀의 얼굴과 가슴.
동국의 가슴은 저도 모르게 두근 거렸고, 앤서니의 표정은 그저 차를 탔다는 거에 신나하는 표정이었으며, 벨트로 인해 그녀의 가슴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하... 천연의 파괴력이 이렇게 강하다니...'


이러다 동국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양을 덮칠 것만 같았다.

앤서니의 안내에 따라 이리저리 길을 따라 가보니 동국의 눈 앞에 상당히 오래된 아파트가 보였다.


"앤서니, 저기야?"


"응~! 저기가 우리 집이야~"


주변 환경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곳곳이 폐가인  다 쓰러진 집들이 여러 채가 있었고, 골목 곳곳엔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차에 내려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냥 문으로만 되어 있는 아파트 1층을 지나 작동하는지 의문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가 사는 11층으로 올라갔다.


11층에는  4채의 집이 있었는데, 그녀가 살고 있는 1104호를 제외하면, 아무도  사는 것 같았다.

"앤서니, 11층에는  혼자 사는거야?"


"응~! 몇 년 전에 다들 이사하거나 사라지면서 이젠 나 혼자 살아~ 근데 그건 아래층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할머니가 이제 실컷 뛰어도 된다 그랬어~! 예전에는 마음껏 못 뛰게 했거든~"


차라리 다행인걸까? 동국은 이런  좋은 환경에서 앤서니가 이렇게 무탈 없이 밝게 자란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앤서니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세게 발로 차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문고리에 열쇠를 끼워 넣어 돌리자 문이 열렸다.


 안은 단촐했다. 작은 거실에 부엌, 화장실 1개에 방 1개였다.
거실에는 낡아빠진 소파가 있었고, 맞은편에는 언제 적 브라운관인지, 하여튼 작은 브라운관 tv가 서랍 위에 있었다.


"흠... 앤? 저 티비 작동하는거야?"

동국이 차를 타고 가며 그녀가 알려준 별칭으로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응? 당연히 작동하지~"


그러면서 티비의 전원을 켜보였다. 티비는 지지직 거리며 방송을 보여줬는데, 관리를  한 것 같았으나, 세월의 무게를 견지진 못했는지 화면이 자주 깨졌다.
앤서니는 어느새 티비에서 나오는 방송에 빠져들었고, 동국은 이번엔 부엌을 살펴보았다.


"우와! 시발!"


갑자기 부엌 구석에서 튀어나온 바퀴벌레에 동국이 깜짝 놀라 소리치자 앤서니가 그를 쳐다보았다.


"동국~  그래~?"

"하아, 갑자기 바퀴벌레가 튀어나와서 놀랬어"


"히히, 동국은 바퀴벌레 처음 보는구나~ 그래도 할머니가 욕은 하면 안된다고 그랬어~"

"어, 미안해"

동국은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부엌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벌레가 제  마냥 돌아다니는 환경, 구석에는 곰팡이가 껴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반찬 몇 개만 있을   비어 있다.

"앤~! 너 요리 할 줄 알아?"


"응? 요리~? 나 못하는데~"

그녀의 말에 동국은 황당해 하며 물었다.


"그럼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 다 먹으면 어떻게 할려고 했어?"

"음~? 그럼 그땐 배달 시켜 먹지 뭐~"

앤서니는 별로 깊게 생각을 안 해본  그냥 티비를 보는 채로 대답했다.
전 재산이 만원밖에 없다는 녀석이 무슨 배달을 시켜 먹는다는건지…


동국은 골치가 아팠다. 진짜 앤서니를 만난게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안방에 들어서니 오래된 장롱 하나와 책상과 서랍이 있었다. 장롱에는 낡은 옷가지들이 있었고, 책상에는 앤서니의 책인듯, 중학교 교과서가 있었다.
서랍을 열어보니 통장이 있어 살펴보았다. 통장에는 매달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찍혀 있었지만, 생활비로 대부분을 사용해 현재 남아 있는 돈은 5만원 정도였다.
집문서도 있었는데, 읽어보니 이 집은 나라에 임대해 사는 집이었다. 그래서 어디다가  수도 없었다.

동국은 그냥 앤서니를 숙소에서 지내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대로 있다간 아마 앤서니는 굶어 죽고야 말겠지...
동국은 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티비를 보고 있는 앤서니에게 말했다.


"앤서니! 나랑 같이 살래~?"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앤서니, 나랑 같이 숙소에서 살자. 내가 매일 공 던지게 해줄게"

"우와~! 진짜~? 나 같이 살래~!!"

앤서니는 공을 매일 던지게 해준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 소리쳤고, 동국은 그런 그녀에게 짐을 싸라고 말했다.
앤서니는 신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고, 동국은 쇼파에 앉자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 보았다.

대충 아무거나 막 가방에 집어 넣은 앤서니를 보고선, 동국은 짐을 정리하는 걸 도왔고, 결국 짐을  정리했다.

챙길게 더 없나 집 안을 둘러본 동국은 쇼파에 앉자 다리를 흔들고 있는 앤서니에게 확인했다.


"이제 더 챙길 거 없지?"


"응!"

"그럼 이제 가자"

짐을 넣은 가방을 매고서 동국과 앤서니는 그녀가 태어나서 살아온 집을 벗어났다.
동국은 일단  사무소에 가서 앤서니가 이사를 간다는 걸 알렸다. 앤서니의 주소 역시 발키리의 숙소로 옮겼다.

그 다음으로  곳은 앤서니의 할머니의 장례식이 치뤄진 병원. 병원에 가서 앤서니 대신 장례식 비용과 병원비를 지급한 동국은  사실을 알고 고마워하는 앤서니에게 부탁 1개를 더 얻어냈다.

할 일들을  끝내자 시간이 벌써 늦은 오후가 되었다. 점심밥을 안 먹은 둘은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다.

고깃집 역시 처음 와 본다는 앤서니의 말에 동국은 웃으며 많이 먹으라고 말했고, 얼마  있어서 그 말을 후회했다.

앤서니는 먹은게 다 가슴으로 가서 가슴이 그렇게 풍만한지, 엄청나게 먹어댔다. 혼자서 4인분 정도를 먹어 치우고 나서야 배가 부른  배에 손을 얹고선 골골댔다.
계산서를 보고 한숨을 내쉰 동국은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우와~! 여기가 동국이네 경기장이야~? 엄청나다~!"


앤서니는  볼일 없는 경기장인데도 크게 감탄했다.

"앤서니, 일단 숙소에 가서 짐부터 내려 놓자. 그러고  다음에 공을 던지자, 알겠지?"

"응! 알겠어~!"


동국은 이제는 지아가 동국과 한 방에서 지내 비어버린 서재 방에 그녀의 짐을 풀렀다. 짐을 어느 정도 풀렀을때, 앤서니는 이미 경기장으로 뛰어나갔고, 동국은 그런 앤서니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자, 여기 글러브랑 공이야"

"우와~! 이거 이제 내꺼야~?"

"응? 그래 이제부터 니꺼야"

"우와!! 진짜~! 신난다~!!"


어차피 기본적인 장비들은 많이 있으니깐 그냥 시원하게 앤서니에게 주기로 하였다. 앤서니는 기뻐하며 글러브와 공을 하늘 높이 들고선 방방 뛰었다.
음... 저 슴부먼트... 대단해.


본격적으로 캐치볼을 하기로 하였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선 동국이 소리쳤다.

"자, 앤서니! 한번 던져봐!"

"알았어~ 이얏~!"


"슈우욱~!"

"억!"

앤서니는 어설픈 와인드업 자세를 취하더니 공을 왼손으로 던졌다. 공은 앤서니가 왼손으로 던졌다는 걸 생각할 틈도 없이 빠르게 날라왔고, 당황한 동국은 제대로 공을 잡지 못하고 뒤로 흘려버렸다.


"에이~ 동국!  이렇게 못해~!"

공을 주우러 뒤로 뛰어가는 동국에게 앤서니가 소리쳤다.
그런 말을 들었으나 동국은 대꾸조차 못했는데, 의외로 앤서니가 공을 엄청 빠르게 던졌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었다.

동국은 앤서니로부터 좌완 파이어볼러의 느낌을 받았다.


 후 동국은 저녁이 다 될 때까지 앤서니에게 이것저것 시켜 보았고, 결과적으로 앤서니는 훌륭한 좌완 투수가 될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캐치볼을 끝내며 동국은 앤서니에게 제안했다.


"앤서니, 혹시 우리 팀의 선발 투수를 하지 않을래?"


"투수~? 진짜~? 하지만 난 오늘 처음 공을 던졌는걸~? 오구 선수는 훌륭하고 멋진 사람만 하는거 아니야?"

"앤서니 넌 충분히 투수가 될 자격이 있어. 그러니 우리 팀에서 오구 선수 하자. 좋지?"

"진짜~? 진짜 나 오구 선수 할 수 있는거야~? 고마워~!"


앤서니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동국을  끌어 안았다. 동국 역시 헤벌쭉 해 하며 앤서니를 마주 안아 주었다.


집으로 들어와서 동국은 앤서니에게 먼저 씻으라고 했다. 앤서니가 화장실에 들어가 씻는 사이 동국은 저녁밥을 준비했다.

"나 다 씻었어~! 동국, 얼른 와서 씻어~!"


앤서니는 알몸인 상태로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