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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11회 새로운 투수 영입 준비 (11/297)



〈 11화 〉11회 새로운 투수 영입 준비

그리고 이러한 동국의 의지에 화답하듯,

"따악!!"


타구는 이번엔 우측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공은 그대로 펜스까지 굴러갔고, 우익수가 공을 잡아 1루수에게 던졌을 때 이미 타자는 2루에서 벤치를 향해 세레머니를 하고 있었다.
점수가 단번에 7-6,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시발....! 아직도 무사 2루인데... 투수를 바꿀 수도 없고... 이걸 지나?"

이미 3회때 투수를 교체했기 때문에 남은 투수가 없었다. 동국의 속 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운드에 서 있는 AI 선수 홀로그램의 표정은 시종 여유로웠다.

불안감과 짜증으로 이성을 잃은 동국이  상황을 만든 투수의 상판대기만을 계속 노려보고 있을 때 타석에 선 타자가 기습 번트를 댔다.
그에 깜짝 놀란 동국이 소리쳤다.

"어, 어?!"

투수는 여유롭게 1루로 공을 던져 아웃시켰고,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저, 시발새끼, 저거, 아휴~! 홈으로 던졌어야지!!"

동국은 분을 참지 못하고 방방 뛰었으나 상대편 벤치에서는 극적인 동점 상황에 환호성을 질렀다.
내친김에 역전까지 노렸으나 2번 타자는 포수  땅볼로 허무하게 아웃됬다.

그리고,
경기 마지막 남은 상황에서 타석에 3번 타자 이호련이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5회 말 시작하자마자 2루타를 치며 첫 안타를 신고한 이호련이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초구,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의 AI투수는 커브 공을 던졌고, 이호련은 배트를  보았으나 공은 뒤로 갔다.


2구째, 다시 한번 커브. 이번엔 반응하지 않았다.

3구째,  다시 커브. 이번에도 이호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4구째, 또, 또 커브. 이호련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상황을 지켜보던 동국은 속이 터져 죽었다.


"저, 시발 새끼, 계속 커브만 던지네. 지가 커브 장인이야! 어!"

동국이 답답한 가슴을 두들기며 볼질만 하는 투수를 바라보며 소리쳤지만 투수는 그런 동국을 신경도 쓰지 않고 포수만을 바라보았다.

5구, 변함없이 커브. 그러나 상황이 달랐다. 계속해서 던진 커브로 인해 궤적이 눈에 익었는지 이호련은 배트를 휘둘렀다.


"탁~"

공은

데굴데굴 굴러

2루수로 향했고, 2루수는 빠르게 1루로 던져 경기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이호련은 뛸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광경을 지켜 보았고,

동국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최종 스코어 7-7, 무승부. 초반 발키리가 치고 나갔으나 곧바로 한주가 추격하였고, 다시 발키리가 멀찌감치 도망갔으나, 결국 5회 말에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어내는 한주 오구단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피곤한 얼굴로 서로를 향해 인사하는 두 감독. 그러나 동국은 다 이긴 경기를 비겨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고, 반대로 상대팀 감독의 얼굴엔 안도감이 가득했다.

동국은 상대팀 감독과 인사를 하고 나서 다가오는 지아를 향해 칭찬하였다.

"그래도 점점 잘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


"치, 그래도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하구만"


지아의 대꾸에 동국은 비어있는 마운드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말이야.... 지난 시즌 2등팀을 이렇게 잡나 싶었는데, 오구는 모르는 거시여.."

"아, 됬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나 홈런 볼 잡아서 피곤해~"


지아의 농담에 동국은 지아의 허리를 휘감았다.


"그래? 우리 수훈 선수가 피곤하다는데 빨리 가야지. 가자 빨리"


이번 경기에서 말이 통하는 투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동국. 비록 상대팀 실제 선수가 AI선수에게 털리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실력에는 의문 부호가 그려지지만 어차피 실력은 특훈을 통해 향상 시키면 되는 일이었다.
지아를 봐라. 지아는 실력이 AI선수보다 못했지만 이렇게 특훈을 통해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지 않나. 물론 2부리그 수준에서의 활약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선수를 빨리 구하긴 구해야 되는 상황. 동국은 차를 몰며 옆에 앉은 지아에게 물어보려다 지아가 조는 모습을 보고선 말았다.

'오늘 피곤하긴 한가보군... 그럼 오늘 특훈은 하지 말아야 되나?'

언제나 머리 속에 특훈 생각밖에 없는 참된 감독이 동국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지아를 일찍 재운 동국은 영입할만한 투수를 찾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대학 리그에서 눈에 띄는 외모의 투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금발에 머리를 땋은 아주 아름답게 생긴 여성이었는데, 차가운 인상이었다. 경기 영상을 보니 떨어지는 변화구들을 구사하는데, 한 구종은 커브로 보이지만 다른 구종은 커브와 반대되는 궤적으로 떨어졌다.

"음..? 이건 말로만 듣던 스크류 볼인가?"


스크류 볼. 커브와 반대되는 궤적으로 떨어지는 공으로 손바닥을 뒤집어서 던진다나? 하여튼 그래서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부상의 위험이 커 던지질 않는다고 들었다.
심지어 어떤 선수는 말년에 손바닥의 위치가 뒤바뀌었다고...

그 때문인지 이 금발 미녀도 결정적일 때만 던지는  같았다. 그러나 이런 스크류 볼을 던진다는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좋지 못했다.
애초에 스크류 볼은 부상의 위험 때문에 자주 던지지 못하고, 프로에 데뷔를 하면 아예 버려야 되는 구종이다.

그럼 남은건 직구와 커브인데 둘 다 구종 가치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았다. 직구는 밋밋하게 느리고, 커브는 제구가 안돼 엉망이고.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동국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동국이 볼 때 이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외모였기에 말이다.


'더군다나 몸매도  좋아 보이고...'


지아도 나쁘지 않지만, 애초에 지아는 키가 작아 귀여운 상이다. 귀요미에게 굴곡진 몸매를 요구하는  다소 무리인 것이다. 물론 안 그런 아주 축복 받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지아는 아니다.

다만 스크류 볼 말고는 별 볼일 없는 오구 실력과는 다르게 학점을 비롯한 성적은 탑클래스라고. 외모도 뛰어나 학교의 퀸카라고 한다.
더군다나 집도 잘 사는 것 같아, 이런 사람이 과연 재능도 별로 없는 오구를 할지는 의문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오구 게임관인데 오구 선수가 오구에 열정이 없을까?'

어쨌거나 한번 만나봐야 이러한 추측이 사실인지 확인할  있기 때문에, 동국은 내일 한번 그녀가 다니는 대학을 방문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날, 동국은 아침밥을 먹으며 지아에게 오늘 일정을 말했다.

"오늘은 새로운 투수감을 찾아보려고 어디 대학에 가야되. 그래서 오늘은 혼자 연습해야 겠다"


"오, 진짜? 이제 우리 팀에 새로운 선수가 합류하는거야?"

동국의 말에 놀라 밥을 먹다 말고 눈을 크게 뜬 지아. 숟가락을 물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숟가락 말고 다른  물고 있으면 더 좋겠지만...


"어, 아직 잘 모르지. 가서 확인도 해 봐야 되고, 그 선수가 우리 팀에 합류하도록 설득도 해야지"

"오홍, 그래~? 그럼 나도 갈래~!"


"어? 너도 간다고?"

지아의 말에 한번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녀를 설득할 때 도움이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녀 혼자 있으면, 연습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다.
기껏 해봐야 공치는 연습만 할터. 기왕에 갈거 같이 가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해서 둘은 그녀가 다니는 대학에 방문하기로 했다.


차를 몰고 가며 지아는 기대가 되는지 연신 떠들기 바빴다.


"그러고보면  대학도 못나온 고졸인거잖아! 아, 내가 고졸이라니.... 요즘은 다 대졸인데.... 막,  언니가 날 무시하면 어떡하지?"


"그럴리가 있겠어? 그리고 오구선수가 고졸인건  좋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데뷔했다는거잖아"

"아, 그렇네? 히히, 그럼 나도 꿀리지 않는군!"

아무래도 지아는 자신이 고졸이란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특히나 지금 가고 있는 대학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간다는 명문대라서 학벌 콤플렉스가 좀 생겼나보다.
보니깐 지아는 고등학교 때 별로 공부를 잘하는 타입은 아니었던 거 같다.

"지아,  고등학교 때 공부 못했어?"

내 말에 지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오구선수에게 공부는 사치야! 연습하기 바빴다고!"


"미래를 생각하면 그래도 좀 했어야 되는거 아니야?"


"지금 내 고교  실력이 떨어졌다고 무시하는거야? 혼 좀 나볼테야?"

동국의 말에 발끈한 지아가 손을 동국의 가랑이로 뻗고서 무언갈 꽉 쥐었다.

"악! 지아야, 나 지금 운전중이잖아~! 너 때메 방금 전에 차가 휘청거렸다. 사고날뻔 했다고"

"흥, 그러게 누가 날 무시하래?"


손을 회수한 지아가 팔짱을 끼고선 고개를 돌렸다.
창밖을 바라보며 지아가 작게 말했다.


"흥, 그래도 날 영입한  고마워하고 있어"

부끄러워하는 지아의 모습에 동국은 피식 웃었다.

"지아야, 그렇게 고마우면 여기 내 작은 다리 좀 안마해줄래? 누구 덕에 근육이 뭉친 거 같아"

"뭐라는거야, 이 변태!"

*
*
*


그녀가 다니는 대학에 도착을 해서 보니, 건물들이 상당히 좋았다. 명문대 다운 분위기가 엿보였다.
지아와 동국은 감탄을 하며 주위를 구경하다가 오구장으로 향했다.
대학교 내에 오구장이 있었는데, 한창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둘은 근처 벤치에 앉자 경기를 지켜보았다.

"근데, 오빠. 우리가 볼 언니가 누구야?"

지아의 물음에 동국이 덕 아웃에 앉아있는 한 선수를 가리켰다. 그녀는 군계일학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주변에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우와~! 진짜 예뻐!"


지아 역시 그녀의 외모를 보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다가 표정이 짜게 식더니 동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감독님~? 혹시 저 언니의 가장 큰 장점이 뭔가요~? 혹시 외모는 아니겠죠~?"

지아가 째려보자 동국은 헛기침을 하였다.

"큼큼, 그것보다 저 선수가 스크류볼을 던진대"

"스크류볼?! 그거 던질  있는거야?"

지아의 놀란 표정을 보고선 다시 고개를 경기장으로 돌린 동국. 투수가 바뀌고 그녀가 마운드로 올라오는 걸 보며 말했다.


"그래, 스크류볼을 던진다는군. 물론 부상 위험이 커서 많이 던지지는 않지만 말이야"

포수와 몇 번 공을 주고 받던 그녀는 심판의 플레이 선언과 함께 초구를 던졌다.

"그녀의 이름은 벨리나. 나이는 23살로 지금 졸업반이야. 우완 투수로 지금 공부를 상당히 잘하는 퀸카래"


"우와~ 예쁘고 공부도  한다니! 완전 멋져~!"

지아가 동국의 설명에 벨리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모습에 동국은 약간의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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