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10회 시군 2부 리그
"영심아"
"네, 감독님"
"니까지 이러면 우짜노? 목요일 날 경기 안할끼가?"
"아닙니다"
"짐 아직도 2회 초다. 아직도 2회 초! 근데 지금 상황을 봐라, 선발 년은 자책점이 6점이나 내고 강판됬고, 구원 투수인 니도 계속 안타를 얻어 맞아서 1점 내주고"
감독은 말하다가 울화통이 터지는지 가슴을 두들기다 이내 한숨은 내쉬었다.
"후~ 그래, 니 들이 뭔 잘못이 있겠노, 그냥 잘 안 되는거지... 이대로 가단 목요일 날 다시 시리를 올리게 생겼네. 최대한 빠르게 경기 끝내자, 알겠제?"
"예, 감독님"
감독이 벤치로 향하자 영심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2회 초. 7-2의 스코어, 2사 2루의 상황에서 영심은 우익수 뜬공으로 타자를 돌려 세우며 길었던 2회 초를 끝맞쳤다.
처음 타격 소리와 타구에 또 다시 장타인가 싶어 절망했던 영심이지만 이내 펜스 가까이에서 우익수에게 잡히는 모습을 보고선 크게 안도했다.
2회 초에 4점이라는 큰 점수를 얻어내자 동국은 일단 한숨 돌렸다. 1회 말에 상대팀이 2점을 내며 1점차이로 바짝 뒤쫓아 왔을 때는 긴장감이 넘쳤으나 이제 5점차이까지 벌어졌으니 한결 여유로워 진것이다.
2회 말.
발키리 팀은 삼자범퇴로 이닝을 빠르게 마감 지었다. 1, 2번 타자들을 투수 앞, 2루수 땅볼로 아웃시켰고, 3번 이호련은 초구를 노려 타구를 외야까지 보냈으나 지아의 정면으로 향해 아웃 되고 말았다.
3회 초.
영심 역시 힘을 내 깔끔하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 냈다. 지아가 큰 타구를 만들어 냈으나 좌익수가 잡아내며 뜬공으로 물러났고, 나머지 타자들 역시 땅볼로 아웃되었다.
3회 말.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 왔다. 선두 타자에게 패스트볼을 꽂아 넣어 엉덩이를 맞춘 선발 투수는 그 다음 타자에게 우측 펜스를 직격 하는 장타를 허용했다.
1루 주자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타자 주자 역시 2루까지 서서 들어갔다. 점수는 7-3으로 4점차이긴 하지만 무사 2루인만큼 1점 내준다고 생각해야 했다.
투수가 연달아서 직구를 던졌으나 모두 볼이 되면서 2볼 노 스트라이크 상황.
다시 한번 직구를 던졌다.
"틱~"
타석에 선 1번 타자는 크게 한번 배트를 휘둘러 보았으나 빗 맞아 뒤로 가는 파울이 되었다.
"볼~"
또 다시 직구를 던졌으나 존에서 벗어난 볼이 되었다.
동국은 투수에게 승부를 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AI투수에게 소리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만 동국의 이런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존을 통과하는 직구를 던진 투수였다.
풀카운트 상황.
계속해서 직구만 던지던 투수는 이번엔 변화구를 뎐졌고,
그 공이
"따~악~!"
소리와 함께 외야 구석에 떨어졌다. 점수는 7-4, 3점차까지 좁혀졌고, 상황은 여전히 무사 2루였다.
결국 동국은 투수를 교체했다. 이번에 올라온 투수는 저번 목요일 경기에서 팀의 첫 승리를 안겨 준 투수이다.
비록 그 경기에서 아줌마를 2번이나 맞추면서 제구 불안을 보이긴 했으나 어쨌거나 분위기를 환기 시켜 주길 희망했다.
그 바램대로 초구에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좋아, 이대로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동국의 외침에 화답하듯 이번엔 빠른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은 투수. 3구와 4구가 모두 낮게 들어와 볼이 되긴 했으나 5구째에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 세웠다.
그리고,
타석엔 괴물, 이호련이 들어섰다.
초구, 투수가 커브를 던졌다. 이호련은 배트를 내다 말았으나 심판은 스윙 판정을 내렸다.
"씁.. 아쉽군"
아쉬움을 살짝 토로한 이호련은 이내 마음을 다 잡고 마운드에 선 투수 홀로그램을 노려봤다.
현재까지 오늘 성적은 2개의 플라이뿐. 비록 타점을 하나 올리긴 했으나 호련에겐 아쉬운 성적이었다.
투수들이 죽을 쑤고 있으니 자신이 이 경기를 이끌어나가야 됬다.
'하나만 걸려라... 그대로 넘겨주마'
이번에 걸리면 저번처럼 좌익수가 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보내겠다는 각오를 마음속으로 다졌다.
2구째에 패스트볼이 존 가장자리에 꽂혔다. 어쩌다 잘 제구가 된 공을 힐끗 쳐다본 호련은 방망이를 꽉 쥐었고, 투수가 던진 커브를 커트해냈다.
"볼~"
"파울!"
1볼 2스트라이크의 카운트에서 호련이 공을 쳐냈다.
"아아..."
"예쓰~!"
한쪽에선 탄식이, 다른 쪽에선 환호성이 들렸다.
탄식은 호련이 낸것이고, 환호성은 동국이 지른 것이다.
공은 적당히 굴러 1루수 글러브 안에 들어갔고, 그대로 아웃됬다. 2루에 있던 주자 역시 움직이지 못하면서 그대로 묶이면서 2아웃이 되었다.
무사 2루가 그대로 2사 2루가 되었다. 이대로 다음 타자를 잘 처리하면 그래도 어찌 이 위기를 넘기게 되는 것이다.
타석에 들어선 4번 타자는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커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사구와 연속 2루타로 점수를 2점 내주긴 했지만 삼진 2개와 땅볼로 추가 위기를 막아냈다. 특히 3번 이호련과의 승부가 압권이었다.
'이거 그냥 AI선수만 강화 시키면 되는거 아냐?'
오늘 경기에서 악명 높은 강속구 투수 2명이 모두 안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걸 보니 괜한 생각만 들게된다.
4회 초.
선두 타자는 영심이 직구 3개를 모두 볼로 던지며 제구력 난조를 보이는 가운데 떨어지는 커브를 건드려 투수 땅볼로 물러났다.
'시발, 답답해서 AI선수는 아닌거 같다... 거기서 가만히 있으면 볼넷인데, 그걸 건드려 아웃되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상황이었다.
다음 타자는 패스트볼, 포크볼, 패스트볼로 삼구삼진 당하고선 사라졌다.
그 다음 타자까지 2루 땅볼로 물러나며 빠르게 이닝이 교체됬다.
4회 말.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루가 되었다. 커브를 연달아 던지다 패스트볼을 연달아 던졌는데, 풀카운트 승부 끝에 직구가 높게 들어가며 결국 타자는 1루로 걸어갔다.
3회 말과 비슷한 진행이 이어지자 불안해진 동국은 의자에 앉아있지 못하고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3점차인데 따라붙진 않겠지?"
그런 동국의 걱정을 없애듯 다음 타자는 1루수 쪽으로 공을 날렸다. 공을 잡은 1루수는 빠르게 2루로 던졌고, 1루 주자를 아웃시켰다.
비록 타자 주자는 잡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주자를 아웃시켰다.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 다음 타자가 비록 오늘 부진하긴 하지만 어쨌든 괴물인 호련인만큼 아웃 시켜야 되는 상황이다.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투수. 다음 구종으로 직구를 던졌다.
"픽~"
공은 빠르게 지아에게로 굴러갔다. 지아는 빠르게 대시해 공을 잡고선 바로 2루로 뿌렸다. 향상된 수비 능력 때문인지 공이 주자보다 먼저 2루수 글러브에 꽂혔고, 2루수는 바로 1루로 던져 더블 플레이를 완성했다.
"좋았어~!"
동국은 또 한번의 좋은 플레이에 기뻐 방방뛰었고, 벤치로 뛰어오는 지아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대기 타석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던 호련은 침을 한번 뱉고서 글러브를 가지러 벤치로 향했다.
"이야~ 너무 멋있다 진짜~ 어쩜 그렇게 빠르게 2루로 송구를 하냐?"
동국의 호들갑에 지아가 다시 한번 콧대를 높혔다.
"에헴, 이게 다..."
"이게 다 특훈 덕분이지. 자, 수비에서 좋은 모습 보여 줬으니,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라고"
동국이 말을 끊고 지아에게 방망이를 건냈다. 4타수 1안타인 지아는 인상을 한번 쓰고선 타석으로 향했다.
5회 초, 발키리의 마지막 공격 기회.
지아는 동국의 비꼼에 화답하듯 영심의 포크볼을 받아쳐 좌익수 앞 안타를 뽑아냈다.
동국에게 보란 듯 벤치를 가리키는 지아에게 동국은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무사 1루의 찬스에서 그 다음 타자는 영심의 강속구에 밀려 1루 뜬공으로 물러났다. 지아가 빠르게 귀루해서 다행이었지, 까딱 잘못했으면 더블 플레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1사 1루 상황에서 3번 타자 역시 영심의 직구를 쳤다가 2루 땅볼을 쳤다. 2루수가 더블 플레이까지 노려보았으나 타자의 발이 더 빨라 병살타는 면했다.
"오우, 공수에서 활약한 선수, 왔어?"
마중 나온 동국이 2루에서 아웃 되어 벤치로 오는 지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흥, 이정도 쯤이야~"
마주 주먹을 내밀어 주먹 인사를 나누는 지아. 둘이 사이좋게 벤치에 앉으려고 하던 사이 타자가 1루 파울 플라이로 아웃 되고 말았다.
또다시 영심의 강속구에 밀려 공이 뜨고 만것이다.
둘은 이 상황에 서로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나 수비하러 갈께"
"그래, 화이팅~ 또 이호련 홈런을 잡아버려"
동국의 말에 벤치에서 나가던 지아는 인상을 찌푸리고서 돌아봤다.
"내가 그거 잡고서 구를 때 얼마나 아팠는데 그런 소리를 해? 그리고 애초에 홈런을 안 맞으면 되잖아?"
지아의 항의에 동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서 수비하러 가"
5회 말.
선두 타자로 오늘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는 이호련이 타석에 들어섰다.
비록 안타가 없긴 하지만 홈런 1개를 빼앗긴 만큼 절대 무안타라고 무시하면 안되는 타자다.
그 말을 증명하듯,
"따~악~!"
투수의 2구째를 받아쳐 좌측 라인 선상 쪽으로 쏜살같이 날라갔다. 지아가 몸을 날려봤으나 잡지 못했고 타구는 펜스 끝까지 굴러갔다.
이호련은 1루와 2루를 돌아 홈까지 달리려고 했으나 지아가 홈으로 강하게 송구하는 걸 보고서 2루로 돌아갔다.
"이야, 역시 이호련은 이호련이다. 타구 속도가 장난이 아니네. 레이져야, 레이져~"
동국은 호련의 타구 속도에 감탄하긴 했지만, 지아의 홈 송구 역시 마음에 들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그라운드 홈런을 내줄 뻔 했지만 지아의 강해진 어깨가 그걸 막은것이다.
"오늘 아주 맹 활약 하는군. 저녁에 찐하게 칭찬해 줘야 겠어"
흐흐 웃으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상황은 동국이 웃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다음 타자에게 투수가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것이다.
직구의 제구가 안 되는지 3볼 상황에서 커브를 던져 보았지만 타자가 반응하지 않으면서 결국 볼넷으로 내보냈다.
무사 만루 상황. 한주 팀은 절호의 찬스를, 발키리 팀은 마지막 위기를 맞이하였다.
타석에 한주 팀의 5번 타자가 들어섰다. 5번 타자인 만큼 동국은 수비수들을 전진 배치 시켰다. 어떻게든 점수를 막아보겠다는 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