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8회 시군 2부 리그
새벽에 폭풍 섹스를 한 둘은 결국 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숙소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모텔 방에서 빌빌대던 둘은 결국 그 다음날이 돼서야 모텔을 나올 수 있었다.
"으... 아직도 몸이 으슬으슬한거 같네"
"빨리 구단 차 사러 가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벌써 토요일이네"
"아, 머리 아퍼... 알았어 가자고"
지아의 재촉에 동국은 근처에 있는 차량 매장에 방문 했다.
"어서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매장 문을 열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마중나왔다.
"아, 네. 구단 차량을 알아보러 왔거든요"
"구단 차량 말씀이십니까? 어떤 스포츠 인가요?"
"여자 오구팀입니다"
그럼 버스 종류를 알아보셔야 되겠네요. 자, 이쪽으로 오시죠"
직원의 안내에 따라 한쪽에 비치된 테이블 의자에 앉으니 직원이 여러 모델들의 카탈로그를 가지고 왔다.
"일단 생각하고 계시는 인원수는 몇 명이십니까?"
직원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현재는 동국과 지아 둘 뿐이지만 앞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일단 선수들만 해도 투수 2명, 타자들 5명에 백업 타자 1명 해서 8명. 거기에 코치들이 생길 것을 생각해보면 주루/수비코치, 타격코치, 투수코치, 그리고 감독으로 4명이 추가가 될것이다.
거기에 나중에 치어리더들이나 경기를 중계해 주는 팀 리포터, 심지어 팀 심판까지 생각을 해보면 생각보다 인원이 상당히 많아지게 된다.
지금 생각나는 인원들만 해도 다 합해서 선수 8명, 코치진 4명, 기타 인원 최소 6명, 총 18명에 플러스 알파이다.
이 정도면 진짜 대형 버스를 사야 된다. 직원에게 인원수를 말하니 카탈로그 뒤쪽 페이지를 펼쳐 보인다.
거기에는 대형 버스들이 나와 있는데, 가격이 어마무시하다. 이 정도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을 다 털어도 사지 못하는 수준이다.
"흠... 너무 비싸네..."
지아 역시 가격표를 보고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 일단은 먼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 미래부터 생각하자. 아니면 중고차는 어때? 중고차는 좀 더 쌀 거 아니야"
"하긴, 그렇긴 하지. 내가 너무 먼 미래를 생각했네. 그럼 일단 선수 8명에 나까지 해서 9명인가"
"9명이면 승합차로도 충분히 가능하겠네요. 승합차 카탈로그를 보여드릴까요?"
직원의 말에 부탁을 하자 잠시 후 카탈로그를 가지고 왔다.
"한번 천천히 확인해 보시고 불러주십시오"
직원이 눈치껏 빠져주자 둘은 카탈로그를 뒤지며 마음에 드는 차량을 고르기 시작했다.
"오빠, 이거 어때? 내부도 괜찮고, 가격도 나쁘지 않아?"
"근데 좀 좁지 않아? 그것보단 이건 어때? 상당히 내부가 넓은데?"
"그건 너무 넓다. 차 안에서 뭐 할게 있다고 이렇게 넓은 걸 원해, 오빠?"
지아의 말에 동국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뭐하긴, 특훈해야지"
"아니, 이 변태가 뭐라는거야"
지아가 어이 없다는 듯 동국의 어깨를 찰싹 하고 때렸다.
그러나 동국은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지아야, 우리의 팀 컬러가 뭐냐, 바로 내 특훈을 이용해 실력을 높이는 거잖아. 그러니 열심히 특훈을 할 생각을 해야지"
"아이고,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특훈을 해서 몸살에 걸린거야~?"
"큼큼... 너도 좋았으면서.."
지아의 비꼼에 대꾸할 말이 없어진 동국은 헛기침만 해댔다.
"하여튼...어쨌든 굳이 버스에서 카섹스를 해야 된다 이거지?"
"야, 뭐 그렇게 큰소리로 말하냐? 어휴, 여자애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뭐래, 이 변태가"
지아의 약간 큰 말소리에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동국. 다행인지 주위에선 아무도 둘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러면, 중고차를 사서 개조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버스 안에서 특훈을 하고 싶다면"
"오, 좋은 생각~!"
결국 우리는 중고 버스를 사서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버스의 뒷부분을 개조해 특훈실을 만든것. 특훈실은 문으로 가려져 있고, 안에는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아 특훈이라 불리는 섹스를 하기 편하도록 하였다.
비록 중고 버스 가격과 차량 개조비로 가지고 있던 재산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게 되었지만 동국은 크게 마음에 들었다.
"버스는 한달 후에 나온다는군. 아, 기대된다~"
매장을 나서며 동국이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그런 동국을 약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아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동국의 등짝을 한대 때렸다.
"아, 왜 때려?"
"야 이 바보야! 그럼 우린 한달 동안 어떻게 움직여! 당장 월요일이 원정 경긴데!"
"어, 그렇네..."
"뭐가, 그렇네야! 머리 속에 온통 음란한 생각밖에 없는 변태야!"
결국 지아의 등쌀에 못 이겨 한달 동안 승용차를 렌탈 하기로 한 동국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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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원정 경기 날이다. 원정 경기의 상대는 작년 리그에서 2위를 한 강팀, [한주 오구단]이다. 저번에 경기한 마우리 팀과는 질적으로 다른 팀으로 실제 선수가 무려 3명이나 된다.
각각 투수 2명에 타자 1명으로 투수들은 100KM의 강속구를 기반으로 하는 파워피쳐들이고 타자는 1루 수비를 하는 거포다.
투수들은 구속은 빠르지만 제구가 안되 볼넷이나 사구가 많은데 오히려 제구가 안된다는 점 때문에 타자들이 더 무서워한다.
그 빠른 공에 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 그래서 그런지 일부러 몸쪽 승부를 즐긴다고.
타자 역시 거포지만 마우리 후덕한 아줌마와는 차원이 다르다. 근육량이 장난이 아니라고. 인상도 상당히 강렬해 투수들의 기를 죽인다고 한다.
물론 우리 팀은 AI선수라서 그런거 못 느끼지만...
경기장을 향해 차를 몰려 동국은 옆에 앉은 지아에게 오늘의 상대팀 선발 투수에 대해 설명했다.
"오늘 선발 투수는 강시리라는 투수야. 100KM 초반의 강속구를 뿌리는데 대신 제구가 안돼"
"헐~ 제구가 안되면 뭔 민폐래~"
"타자들이 강속구를 보고 쫀다는거지. 맞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동국의 말에 지아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맞으면 엄청 아프겠다. 최소한 뼈 뿌러지는거 아냐?"
"그럴수도.. 강속구 맞아서 부상 입는 선수들도 있으니깐"
골치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는 지아.
"그럼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그냥 몸으로 날라오면 최대한 피해야지"
"씨이.. 그게 말이야 방귀야?"
"아, 몰라. 하여튼 특훈 열심히 했으니깐 특훈의 힘을 믿으라고"
계속된 특훈 타령에 지아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놈의 특훈 타령.."
"정액 파워 가즈아~"
"그만 하고 운전이나 해!"
결국 한대 맞은 동국이었다.
경기장에 도착해 보니 시설부터가 다르다. 규모는 작지만 어느 정도 제대로 된 관중석이 있는데, 관중들이 꽤 많이 와있었다.
경기장에 들어가 경기 준비를 마치고 상대 팀과 인사를 하고 나서 곧 있어 경기가 시작됬다.
상대팀 선발 투수는 말했다시피 강시리. 큰 키에 마른 몸매를 지닌 이 선수는 모자 아래에 보이는 눈매가 상당히 날카롭다.
와인드업을 하고 던지는 초구는 의외로 강속구가 아니라 떨어지는 변화구였다. 아마 포크처럼 보였는데, 강속구에 대비하고 있는 타자의 허를 찔러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겠다는 의도였을터.
그러나 달라진 1번 타자, 지아는 바로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2루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속도가 느려 2루수가 대시해 맨손으로 공을 캐치, 1루로 송구하였으나 지아의 발이 더 빨랐다.
"나이스 플레이~!"
지아를 향해 소리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자 지아 역시 한 손을 들어 올리며 화답했다.
강시리는 짜증 나는지 모자를 한번 벗었다 쓰더니 힐끗 지아를 째려보았다.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이번엔 전력으로 강속구를 던져 타자를 꼼짝 못하게 했다. 다만 존에서 한참 벗어난 볼이라서 좀 그랬지만....
포크 볼과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은 강시리는 1-2 상황에서 자신의 전매특허인 강속구를 던졌고, 공은 존에서 살짝 높게 날라갔다.
"딱!"
타자는 이 공을 맞추어 외야까지 보내는 대는 성공했지만 좌익수에게 잡혀 아웃되었다. 그 사이 1루 주자인 지아는 2루로 뛰지 못했다.
좌익수 방면으로 공이 날라가 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3번 타자에게도 변화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아무래도 강속구의 제구가 안되니 직구는 보여 주기로 사용하고,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 같았다.
그러나 변화구의 제구가 잘 안되는지 포크볼이 한 가운데로 몰렸고, 이걸 타자가 놓치지 않았다.
"따악~"
공은 그대로 2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가 되었고, 지아는 2루까지 진출했다. 지아가 느린 편은 아니지만 좌익수가 곧바로 잡아 홈으로 던졌기에 홈까지 달리진 못했다.
하여튼 1사 만루의 찬스가 되었고, 타석에는 4번 타자가 들어섰다.
동국은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할까 하다가 이내 말았다. 선발인 강시리가 흔들리고 있기도 하고, 아직 1회 초이기 때문이다.
동국이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상대 팀에서는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강시리를 다독이고 있었다.
"시리야, 이제부터 강속구로 윽박지르자"
"제구가 안되는데요"
감독의 말에 시리가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감독이 인상을 썼다.
"야, 그걸 누가 몰라~! 니 공 제구 안되는 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상대 팀도 알고, 심지어 이 동네 주민들도 알아. 그냥 괜히 직구 제구 신경 쓰지 말고 한 가운데에 꽂아 넣어!"
"아니, 언제는 몸쪽 승부 하라면서요"
시리가 항의하자 감독의 짜증이 배가 됬다.
"그건 니 컨디션이 좋을 때 얘기고오~ 오늘 니 컨디션이 좋아? 어?"
감독의 목소리가 커지자 그제야 시리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니요..."
"근데?! 그럼, 알겠제? 한가운데다 쑤셔 넣는거다?"
"네.."
감독이 거친 발걸음으로 벤치로 가자 시리는 괜히 마운드를 박박 밟으며 화풀이를 했다.
이윽고 심판이 플레이 선언을 하자 시리는 크게 와인드업을 하고선 공을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