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4회 시군 2부 리그 (4/297)



〈 4화 〉4회 시군 2부 리그


1사 2루 상황에서 타석에 지아가 들어섰다.
초구는 바깥쪽 어림없는 볼. 지아 역시 이런 공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2구째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밋밋한 슬라이더를 건들였다.


"앗, 빨리 빨리!!"


공은 떼굴떼굴 1루수 앞으로 굴러갔고, 지아는 필사적으로 1루를 향해 뛰었다. 1루수는 공을 잡고선 홈을 한번 힐끗거리곤 1루를 밟아 타자 주자만 아웃시켰다.
그 사이 2루수는 홈을 밟아 4-1, 만회 점을 올렸다.

"잘 했다, 지아야!"


동국이 벤치로 들어오는 지아를 향해 박수를 쳐 주며 얘기하자 지아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죄송해요, 감독님께서  소리로 응원해 주셨는데... 빨리 뛰려고 그랬는데 공이 더 빠르네요.."

지아가 벤치에 앉으며 대답하자 동국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 타점도 올렸잖아"


'뭔 소리지..? 지아가 오해를 했구나... '


사실 지아 말고 홈으로 쇄도하는 2루 주자에게 하는 소리였지만 지아는 자신에게 하는 소리 인줄 오해한 것이었다.
그래도 좋은게 좋은 거라고 대충 넘기는 동국. 동국에 대한 지아의 호감도는 이렇게 동국도 모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2아웃 상황에서 2번 타자가 풀 카운트 승부 끝에 85KM 직구를 받아 쳐 좌익수  안타를 쳤다.
첫 안타에 동국과 지아 모두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실점에 안타까지 내주자 투수가 흔들리는지 연속해서 볼을 던졌다.
다시 한번 출루를 기대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쳐다보던 순간 타자가 헛스윙 하였다.


"아, 아쉽다"


"그러게요.."


노리던 공이었는지 헛스윙 하고선 아쉬워 하는 타자. 이에 다시 한번 투수가 같은 구종인 직구를 던지자 타자는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깡~"


힘차게 잡아 당긴 공은 그대로 2루수 앞으로 빠르게 굴러갔으나, 2루수는 공을 몸으로 막아내고는 2루 베이스를 밟아 이닝을 끝냈다.


3회  상대팀 2번 타자는 8구째까지 가는 승부 끝에 투수의 느린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3번 타자 역시 빠른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며 기세를 이어갔다. 4번 타자를 1루수 앞 땅볼로 아웃 시키며 2회와는 다르게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3회  1사 상황에서 5번 타자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다음 타자는 1번 타자 지아.


"지아야! 긴장하지 말고, 화이팅!!"

동국의 외침에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투수가 공을 던졌다. 공은 한 가운데로 몰리는 것처럼 보였고, 지아는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둘렀다.

'이 정도 공은 나도 치ㄴ... 어, 어?!'

한 가운데로 오던 공은 슬금슬금 좌타자 몸쪽으로 휘기 시작했다. 결국 공은 배트 안쪽 부분에 맞았고, 힘없이 2루수 방면으로 흘러갔다.

"아웃!"

"아~웃~!"


2루수는 그 공을 잡아 2루 베이스를 밟아 주자를 아웃 시키고 1루로 송구, 타자 주자인 지아까지 아웃 시키며 병살타를 완성 시켰다.

"....."

동국은 이러한 상황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확실히 못하긴 못하구나...'

동국의 이러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론 낙담한 지아를 다독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4회 초, 5번 타자를 루킹 삼진으로 잡은 투수는 1번 타자에게 내야 안타를, 2번 타자에게 번트를 허용해 2사 2루를 만들었다.
이에 동국은 투수를 교체하였다. 오구에서 투수는 2명이 있을 수 있다.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가 그것인데, 각각의 선수가 일주일에 2번 있는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된다.
따라서 선발이 최대한 경기를 끌어 주는게 중요하다. 자칫 불펜 투수가 이른 시간에 올라오게 된다면 다음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
참고로 타자는 부상 등을 위한 대기 타자가 1명이 있다.


2사 2루 상황에서 타석에는 상대팀 에이스, 거포 아줌마가 들어섰다.
현재까지 결과는 3번의 타석에서 실책 출루 1번에 2번의 헛스윙이 전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동국은 그다지 긴장이 되질 않았다.

'내가 봤을 땐  아줌만 그냥 구단 관계자인 거 같애..'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리라는 격언처럼 아줌마는 초구에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직구를 노린듯한 스윙이었지만 구종은 느린 변화구였다.
느린 변화구를 보여줘서 그런지 2구 빠른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다시 헛스윙.
투수는 다시 느린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아줌마는 간신히 커트 해 내며 기회를 살려 나갔다.
하지만 결국 빠른 직구를 그냥 바라보며 루킹 삼진을 당했다.

'확실하네, 우리 팀이 지아가 구멍이면, 저쪽 팀은 아줌마가 구멍이네'

삼진 당하는 순간 상대팀 감독과 눈이 마주쳤고,  사람 사이엔 서로를 이해한다는 눈빛이 오고갔다.


4회 말, 선두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찬스가 왔으나, 다음 타자가 좌익수 앞 땅볼을 치며 주자가 사라졌다. 다행이 병살타는 안돼서 1사 1루 상황.

동국은 이대로는 그대로 진다고 판단,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했으나 어림 없이 아웃 당했다.

'... 시발....'

4번 타자 역시 허무하게 투수 앞 땅볼로 아웃 당하며 이닝이 끝이 났다.


5회 초를 삼자 범퇴로 끝낸 발키리 팀은 5회 말 선두 타자가 플라이 아웃 되고 1번 타자 지아가 타석에 들어섰다.


동국은 지아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불러 슬라이더를 노리라고 주문했다.

"내가 봤을 때 상대팀 투수가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 너도 알지?"

"네, 감독님"


"그래, 그러니깐 슬라이더를 노리는거야. 직구처럼 보여도 무조건 슬라이더라고 생각해, 알겠지?"

지아는 동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던지는  순간까지 지아의 머리 속엔 온통 슬라이더 생각밖에 없었다.

'슬라이더, 슬라이더, 슬라이더... 왔다!'

공은 바깥쪽으로 가는 듯 했으나 이내 천천히 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했고, 지아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까~앙~!!"

"처, 첬다!!"

쭉쭉 뻗은 공은 쏜살같이 날라가 그대로 펜스를 직격했다. 지아는 1루를 지나 2루로 향했고, 내친 김에 홈까지 노릴까 했으나 중계 플레이를 보고선 2루에서 멈췄다.

"나이스, 지아야!!"

동국은 벤치를 나와서 지아를 향해  팔을 벌려 환호했고, 지아 역시 동국을 바라보며 한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좋아, 나도 한 건 했어!'

지아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장타를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감독님이 말하신 대로 슬라이더를 노려 쳐 이렇게 좋은 결과가 생기자 동국을 향한 지아의 믿음이 더욱 단단해 졌다.
 멀리 벤치에서 좋아하는 감독님과 경기장 밖에서 환호하는 부모님을 보며 지아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어진 다음 타석  타자가 내야 안타를 치며 점수 4-2로 한  따라 붙었다.

동국은 벤치로 들어오는 지아를 두 팔 벌려 안아주었다.


"아주 잘했다, 지아야. 아주 멋졌어"

"감사해요, 감독님. 이게 다 감독님 덕분이에요"


"거 봐. 너도 할 수 있잖아"

동국은 다시 한번 지아를  안았다.

동국이 지아를 끌어 안으며 사심을 채우고 있을 동안 상황은 3볼 1 스트라이크로 타자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동국과 지아가 기대감을 가지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때,

"깡~"


힘차게 돌린 배트에 공이 빗 맞았고 공은 1루 쪽 파울 라인 밖으로 높이 떴다.


"어, 어?!"

이대로 아웃 되면  나가던 흐름이 끊길  있는 상황!
다행히 1루수가 뛰어가 공을 포구 하려고 했으나 다행이도 잡지 못하며 파울이 선언되었다.

풀 카운트 상황. 1아웃에 주자는 1루에 있고, 타자는 다시 한번 배트를 힘차게 돌렸다.

"까앙~!"

타자가 친 공을 따라 동국과 지아의 고개가 따라갔고, 공은 공은 1루수와 우익수의 키를 넘어가 우측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와! 장타다, 장타!!"

동국과 지아가 다시 서로를 얼싸안았고, 그 사이 1루 주자는 홈으로, 타자 주자는 2루까지 서서 들어갔다.
점수는 벌써 1점차까지 따라 붙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동국은 타자에게 번트 사인을 보냈다.


'일단 이렇게 된 이상 무승부라도 노린다. 첫 경기가 승리가 아닌 건 아쉽지만 무승부가 어니야...'

4번 타자는 번트 모션을 취했고, 1루수와 2루수가 압박 수비를 펼쳤다. 상대 팀 입장에서도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틱~!"

그러나 타자는 번트의 정석을 보여 주었다. 1루수와 투수 사이로 절묘하게 흘러가는 공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굴러갔고 1루수가 공을 잡았을 땐 이미
2루 주자는 무사히 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결국 1루수는 타자 주자만 아웃시켰다.

 후 5번 타자가 아웃 되며 최종 스코어 4-4로 동점으로 경기가 끝이 났다.
지아는 4타수 1안타에 2루타 1개, 1타점을 올리며 어느 정도 활약을 했지만 수비에서 아쉬운 수비와 실책을 기록하며 수비에서의 불안함을 드러냈다.

경기를 정리하며 동국이 지아에게 소감을 물어보았다.


"어땠어, 오늘?"


"실책이 아쉬워요... 제가 2회때 수비에서 좀 더 집중력을 보여줬으면 이기는 경기인데 말이죠..."


그녀의 자책하는 말에 동국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아니야, 자책하지마. 너의 활약이 없었으면 지는 경기였어. 넌 오늘 충분히 활약했다고"


"네, 감독님"


지아가 감동한 표정을 짓자 동국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오늘 수고했다."


그 말을 하고선 상대팀 감독과 악수하러 가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빛이 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지아의 부모님을 배웅하고 나서 둘은 숙소 앞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기로 했다.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기였기에 고기 맛이 더욱 달게 느껴졌다.


"지아야, 오늘 고생 했으니 많이 먹어"


"감독님도 많이 드세요"


치이익~ 거리며 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삼겹살의 모습은 보는 이의 침샘을 자극하게 만들었다.
어두운 밤에 밤하늘엔 별 빛이 가득 하고, 불판의 불빛만이 잔잔하게 주위를 붉게 밝혀서 그런지 분위기가 고기와 함께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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