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3회 시군 2부 리그 (3/297)



〈 3화 〉3회 시군 2부 리그

'빨리 섹스하고 싶다...'

그러나 지아는 이런 동국의  마음도 모르고 동국의 위로에 감동을 받았다.


"감독님..."


마침 노을이 져서 주변이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안 그래도 잘생기게 설정한 동국의 외모가 한층  돋보였다.
여기에 동국은 모르지만 동국의 특성인 [양기 보충]에는 또 다른 능력이 있는데, 바로 사용자에 대한 호감도가 쉽게 오른다는 것이다.
동국의 외모, 주위 분위기, 특성의 능력, 거기에 동국의 위로와 지아의 낮은 자신감 때문에 한순간에 동국에 대한 호감도가 확 올랐다.

'이대론 안돼... 이러다 감독님이 팀을 떠나라고 그러면 어떡하지... 뭔가 방법을 찾아야돼...'

물론 지아가 동국의 음란한 속마음을 모르듯, 동국 역시 지아의 이런 마음을 몰랐다.


저녁 먹을 때가 되자 동국은 지아에게 장을 보고 오겠다고 말했다. 이런 동국의 말에 지아는 자신도 따라 가겠다고 해 둘은 같이 장을 보러 시내로 나가게 되었다.


어두운 밤길. 간간히 서있는 가로등의 주황색 빛만이 고요하게 도로를 비추고 있었다.  옆 풀숲에서 나는 벌레들의 울음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동국은 지아의 학창 시절에 대한 내용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더라구요...."


"그래, 그랬구나..."

뛰어나지 않은 실력과 팀원들의 시기와 무시로 인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아. 그런 지아의 얘기를 듣던 동국은 문득 궁금해진 부분을 물어보았다.

"근데 왜 계속 오구를 한거니? 그렇게 힘들다면 그만 둘 생각도 해보았을텐데"


동국의 말에 지아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그렇긴 하죠. 부모님도 그렇게 힘들면 그만 두라고 계속 말씀하시고, 저 스스로도 그만 둘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했는데, 계속 하게 되더라구요"


그녀의 말에 동국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내가 장담하마. 넌 앞으로 충분히 잘 하게 될꺼야"


"감독님..."

"아, 저기 마트에  왔다. 빨리 장 보고 밥 먹자"


먼저 앞서나가는 동국을 바라보는 지아의 표정이 풀어져 있었다.


마트에서 직원 아줌마에게 둘이 신혼부부냐는 물음에 당황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어찌저찌 장을 다 봐서 숙소로 되돌아간 둘.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갔다.


*
*
*

며칠후, 시군 2부 리그 개막일.
2부 리그는 오구 리그의 최하위 리그로 어떻게 말하자면 그냥 동네 리그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선수들도 그렇게 많지 않고 주전 대부분이 AI선수들이다.
5개 팀이 리그 경기를 진행해 1위 팀이 1부 리그 승강전에 진출할  있다. 상금은 1등이 5000만원, 2등이 3000만원, 나머지 팀들은 1000만원이다.
각 팀들은  경기 16경기, 원정 경기 16경기, 총 32경기를 하며,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시합을 치른다.
경기는 3아웃제에 5이닝 동안 진행된다. 연장전은 없어 무승부가 자주 있다.

첫 경기는 홈 경기로 상대 팀이 발키리 경기장으로 오게 되었는데, 상대 감독 말로는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상대 팀은 지역 이름을 딴 [마우리] 팀. 지난 시즌 4위를 한 팀으로 그렇게 강한 전력은 아니다. 실제 선수가 1명 있는데, 1루수로 거포를 표방하고 있으나 동국이 봤을  그냥 후덕한 아줌마일 뿐이었다.

관중으로는 구단이나 선수 관계자들, 몇몇 동네 주민들만이 찾아 왔다. 물론 애초에 경기장에 관중석이 없기 때문에 동국이 미리 준비해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관중들 중에는 지아의 부모님도 참석하셔서 동국에게 지아를  부탁 드린다고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지아야, 긴장하지말고. 잘 할  있어, 알겠지?"

"네, 감독님"


둘은 며칠 동안 하루 종일 오구 연습을  왔다. 비록 지아의 실력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지만, 동국은 개의치 않고 지아의 자존감을 높이는데 주력해 왔다.
끊임없이 지아를 응원한 덕인지, 아니면 하루 종일 붙어서 같이 생활을 해서 그런지 둘은 빠르게 가까워 졌다.
지아의 눈치를 보니 자신을 싫어하는게 아닌, 오히려 따르고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동국은 조만간 진도를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심판의 경기 개시 선언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 개시와 함께 경기장에 AI선수들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다.
1회 초 상대 팀의 공격은 다행이도 삼자 범퇴로 끝이 났다. 특히 상대 팀의 중심 타자인 3번 거포 아줌마는 장타를 노리는지 연신 풍차만 돌리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1회 말 지아는 1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사실 지아의 타격 실력을 보면 하위 타선인 5번이 바람직하겠으나 타석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동국이 일부러 1번 타자에 배치한 것이다.

"지아 화이팅!"

동국과 그녀의 가족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지아는 긴장감 때문인지 루킹 삼진을 당하고선 내려왔다.
아쉬워 하는 지아를 동국이 다독이는 동안 2, 3번 타자들 역시 아웃 당하며 삼자범퇴로 1회가 마무리 됬다.

2회 초 선두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좌익수로 출전한 지아의 앞에 떨어지는 공이었는데, 비록 외야수지만 내야에 가깝게 붙어 있어 그런지, 지아는 타자를 아웃 시키려고 서두르다 공을 몇 번 더듬었다.
 사이 타자는 1루 베이스를 밟아 세이프 되었다.

"지아야, 괜찮아! 실책 아니고 안타니까 신경쓰지마!"

동국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지아의 찡그린 표정은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교 시절 실책들이 계속 떠오르는 것 같았다.
설상가상 5번 타자를 투수가 맞춰서 사구로 출루하자 지아의 표정은 더더욱 안 좋아졌다.


동국은 사인을 보내 외야수들을 더더욱 전진 배치 시켜 내야 끝에 위치하도록  실점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근데 무사 1,2루라서 내야 땅볼 때도 점수를 내주게 생겼구만...'


결국 1번 타자가 1루수 앞 땅볼을 쳐 선제 점을 내주고 말았다.
상황은 1-0에 1사 2루. 아직까지 위기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파울~"

"파울~~"

"파울~~~"

2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상대팀 2번 타자는 계속해서 공을 컨트롤하며 타석에서 버텨 나갔다.
그러나 결국 8구째에 루킹 삼진을 당하며 한숨을 돌렸다.


"좋았어!"

동국은 저도 모르게 어퍼컷 자세를 취하며 소리를 쳤다.
하지만 득점권 위기는 계속 되었고, 타석에는 상대팀 에이스인 거포 아줌마가 들어섰다.

외야수들의 전진 배치를 의식한건지, 아니면 원래 성향이 그런건지, 큰 거 1방을 의식한듯한  스윙을 이어간 아줌마는 1, 2구 모두 헛스윙 하였다.


"깡~!"


제 3구, 바깥쪽 볼에 배트가 나간 아줌마는 고개를 떨구고 1루로 향했고, 공은 두둥실 높게 떠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보였다.


"어, 어~!!"


하지만 지아는 낙구 지점을 제대로 찾지 못했는지 어리버리 하다가 결국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고 공은 글러브에 맞고서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사이 2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 왔고, 플라이 아웃인 줄 알았던 아줌마는 1루에서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반대로 동국과 관중들은 아쉬워 하였다.


동국이 지아의 표정을 살피니 이미 지아의 표정은 울먹이고 있었다. 서둘러 타임을 외친 동국이 헐레벌떡 지아에게로 달려갔다.

"지아야, 괜찮아. 그럴 수 있지"

"하, 하지만... 제, 제가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훌쩍.."

"괜찮다. 괜찮아. 다음부터  하면 돼"


동국이 훌쩍거리는 지아를 안아주며 다독였다. 꼭 안아서 그런지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뭉클함에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 하지 않고 지아를 달래주고는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지아의 실책으로 인해 2-0, 2사 1루 상황에서 투수가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가 되었다.

'설마 AI로봇도 실책에 흔들리는 건가...? 에이, 설마...'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이 지아는 끊임없이 자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선두 타자에게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아니면 플라이 공을 제대로 잡기만 했으면....'

2아웃에서 2회 초가 끝나면 그나마 자책이 덜 했을 텐데 투수가 타자를 출루 시키며 이러한 자책은 더욱 심해졌다.
비록 동국이 중간에 다독이긴 했으나, 이러한 생각이 안 들 수는 없는 법. 지아의 자존감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었다.

2회 초 점수는 2-0, 2사 만루 상황에서 하위 타자인 5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동국은 하위 타자임을 감안해 외야수가 전진 배치 되어있는 상황을 이어갔고, 노 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자가 투수의 80km 때 직구를 그대로 당겨쳤다.

"까~앙~!!"


"어, 어~!!"

공은 그대로 쭉쭉 뻗어서 좌익수를 넘기는 장타 코스로 연결되었고, 1루 주자와 2루 주자 모두 홈으로 들어오고, 타자 주자는 2루까지 내달렸다.


2루 베이스를 밟고선 세레머니를 하는 타자와 환호하는 관중 및 상대팀 선수들.
이를 동국은 허탈하게 바라보았다.

"하, 씨.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는데...?"


점수가 벌써 4-0까지 벌어졌다. 보통 경기가 1, 2점에서 끝나는  보면 뒤집기는 힘든 상황.
다행이 다음 타자를 투수 앞 땅볼로 아웃 시키며 기나긴 2회 초가 마무리 되었다.

"괜찮다. 실수 할 수도 있지. 앞으로 잘 하면 된다."


동국은 훌쩍이는 지아의 옆에 앉자 어깨동무를 하고선 지아를 달랬다.
연신 괜찮다고 달래 겨우 지아를 진정시키는 사이 4번 타자가 3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헛 스윙 하며 풀 카운트가 되었다.


'제발 출루하자...'


"깡.."

"파울~"

"휴.. 다행이다"


타자가 투수의 어림없는 공에 배트가 나왔지만 다행이도 가까스로 커트 해내 기회를 이어갔고, 결국 투수가 몸쪽 깊숙한 볼을 던지며 볼넷으로 출루하였다.
팀의 첫 출루였다.

"좋았어~! 자, 지아야. 준비해야지"


5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섬에 따라 1번 타자인 지아가 다음 타석 준비를 해야 했다.
지아가 대기 타석에서 열심히 배트를 돌리고 있는 동안 타자는 우익수 앞 땅볼로 아웃되었다.  사이 주자는 2루까지 진루.

상대 팀 역시 외야수들을 전진 배치 시켜서 이런 우익수 앞 땅볼이란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그나마 더블 플레이가 나오지 않은게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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