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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2회 첫번째 선수, 지아 (2/297)



〈 2화 〉2회 첫번째 선수, 지아

그 말에 동국은 웃으며 준비해둔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걸 받아본 지아는 눈으로 내용을 훑었다.
계약서의 내용은 최저 연봉 수준. 2군 리그 평균 수준이거나 계약 기간이나 팀 이적이 더 제한적이란걸 생각해보면  안 좋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계약금이 있다는 점에 지아는 다른 내용들은 충분히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자신이 프로 팀으로 갈  있다고 생각도 못했기에 계약 내용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지아였다.  그래도 어제까지 부모님과 장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던가.

 자리에서 바로 계약한 지아. 그러자 동국이 웃으며 말했다.

"좋은 선택 했어요, 지아 선수. 이제 말 놓아도 괜찮겠죠?"


"네, 넷! 감독님.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

밝은 얼굴로 힘차게 고개를 숙이는 지아를 보며 동국이 흐뭇하게 웃었다.
동국은 지아에게 경기장과 숙소의 위치를 알려주고는 내일 짐을 정리해 숙소로 오라고 말했다.


"네? 흠... 그렇게 집이랑 먼 거 같진 않은데..."

"경기장이랑 숙소가 산골 깊숙한 곳에 위치해서 교통이 안 좋아. 그리고 이제 2군 리그가  앞인데 연습을 많이 해야지 않겠니?"

동국의 말에  말이 없어진 지아. 자신의 실력은 자신이 잘 안다. 성적이 좋지 않은 고교 팀에서도 백업 선수.
여기서 훈련을 많이 안 하겠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같이 살아야 섹스할 기회라도 생기겠지. 출퇴근 하면 그럴 기회가 생기겠어...?'

그러나 동국은 지아의 훈련에 대해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이 오구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그냥 기초적인 것 밖에 해줄  없고, 지아의 능력이나 잠재력도 보통 이하였으니 훈련한다고 나아질  같지도 않았다.
얼굴만 보고 뽑았으니, 빨리 몸을 섞는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동국은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온 지아는 부모님께 계약 사실을 알렸다. 그 소식에 자식 걱정이 태산이던 부모님은 크게 기뻐하셨다.


"아이고, 다행이다. 지아야. 앞으로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는데, 정말 다행이야."

"헤에, 그러게 말이야. 나보다 잘하는 애들도 프로 팀에 입단하지 못 했는데 말이야."

한창 기쁨을 나누던  문뜩 지아의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지아에게 물어봤다.


"그나저나 지아야, 계약 내용은 어떻게 되냐?"

그 말에 지아는 가지고 온 계약서를 보여드렸다.


지아의 부모님은 지아가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흠... 계약 기간이나 팀 이적 부분이 좀  좋긴 하다만 계약금이 있으니 나쁘지만은 않구나. 그런데 지아야, 감독님은 너의 무슨 부분이 좋았다고 하더냐?"


 말에 지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혹시, 헷갈린 건 아니겠지...?"

엄마의 조심스러운 말에 지아의 아버지가 엄마의 어깨를 때렸다.

"예끼, 그런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어!"


아버지의 호통에 엄마는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두 분의 모습에 지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한편으론 혹시나 하는 마음을 지우지 못했다.


"아참, 나 짐 싸야돼."


지아의 말에 지아의 엄마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물어봤다.

"아니, 짐을 왜 싸니? 그렇게 먼 거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감독님 말로는 길이 험하고 워낙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리그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지아의 설명에   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긴 하다만... 그럼 헷갈린 건 아니겠구만."

"아니,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말라니깐, 이 여편네야."

*
*
*


다음날, 지아는 캐리어를 끌고 오르막 길을 오르고 있었다.


"헥, 헥... 여기가 맞겠지....?"

도로를 걸으며 문득 드는 생각은 바로 여기에 경기장이 있냐는 것이다. 주위는 온통 산으로 둘려 쌓여 있어서 의구심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그 의구심을 없애듯이 저 멀리서 경기장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낡아 보이는 경기장과  옆에 작은 집이 있었다.


"집이.... 내가 살 공간이 있을까...?"


한편 동국은 서재에 있던 가구들을 안방으로 옮기고 있었다.


"여휴.. 힘들다. 그나마 가구가 별로 없어서 다행이지... 그나저나 지아는 도착했나?"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해보니 저 멀리 어디선가 벨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보니 벌써 지아는 도착해 있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상당히 잘 어울렸다.


"어, 왔어?"

"아, 네. 감독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래. 어서 들어와. 일단 짐부터 놓자고."


지아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자 지아는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면 집 안을 구경했다.


"자, 앞으로 너가 지낼 곳은 이 방이야. 원래 서재 방이었는데 오전에 가구를 다 옮겼지."

지아의 짐을 다 정리했을 때 동국은 미리 준비해둔 유니폼을 건냈다.


유니폼은 얇으면서 실용적으로 보였는데 발키리 팀의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지아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방을 나오자 동국은 한번 훑어보았다.

'흠... 상당히  어울리는군... 의외로 볼륨감도 어느 정도 있고...'

"자, 나가자고."


둘은 숙소를 나와 경기장으로 향했다.


"일단 너의 포지션부터 정해야 겠지. 너의 고교 시절 자료를 보니 내,외야 가리지 않고 수비를 봤더구나. 심지어 포수도 보고 말이지.
너는 어느 포지션이 마음에 드니?"

동국의 말에 지아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제 주 포지션은 외야수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외야수로 하자구나. 자, 외야로  봐라. 수비 연습부터 하자"


그  둘은 점심 때가 지나서 까지 연습을 했다.

'흠... 생각보다 심각하구만...'

지아의 수비력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아니, 안 좋은 편에 속했다. 포구도 미숙했고, 공의 낙하 지점도 잘 찾지 못했다.
수비 범위도 넓지 않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다만 간간히 몸을 점프해 공을 잡긴 하고, 워낙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그나마 나았다.

"자, 지아야. 이제 그만 하고 점심먹자!"

동국의 외침에 지아는 헥헥거리며 뛰어왔다.


지아는 고된 훈련 탓인지, 아니면 한 낮의 온도 때문인지 땀과 흙 범벅 이었다.

"우선 씻을래? 점심 먹고 타격 훈련 하긴 해야 하는데..."

엉망이 된 지아의 꼴을 보며 동국이 묻자 지아는 잠깐 고민하다가 씻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안에 이 꼴로 돌아다니는건 아닌 듯 싶은 것 같았다.


"그래, 그럼 씻고 있어. 그 사이 점심 할게. 화장실이 어딘진 알지?"

동국의 말에 지아가 죄송스럽단 표정을 짓는다.

"점심을 감독님께서요...?"

"그래, 나는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이런 선수를 케어하는 일을 해야지. 자 어서 씻어"


동국의 대답에 지아는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동국은 그 사이에 부엌으로  늦은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부엌에는 기본적인 식재료가 있어서 간단하게 점심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시내로 나가 장을 봐야 될 것 같았다.

점심이 거의 다 완성됐을 무렵 화장실에서 자그마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동국이 가까이 가 보니 지아가 화장실 문을 살짝 열고는 동국을 부르고 있었다.
머리를 감아 젖은 머릿결이 지아의 얼굴과 목 부위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에 동국이 살짝 흠칫 했으나 곧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음? 무슨 일이야?"

"저, 감독님.  유니폼 좀..."


그 말에 여분의 유니폼을 준다는 걸 까먹었다는 걸 기억한 동국이 서둘러  유니폼을 가져다 주었다.

"미안하다. 내가 깜빡했네. 더 필요한  있니?"

동국의 물음에 지아가 얼굴을 붉히며 자그마하게 대답했다.

"그, 속옷도..."


"아, 알았다."


동국이 지아의 방에 들어가 방 한쪽에 자리한 서랍장을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지아의 옷들과 속옷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가슴이 B컵은 되는거 같네.."


동국은 속옷을 챙겨 다시 화장실로 갔다.

"속옷 여기에 놔둘게."


"네, 감사합니다."


동국이 속옷을 문 앞에다가 두고 가자 잠시 후 지아가 살짝 문을 열어서 속옷을 챙겼다.


'하... 이렇게 칠칠치 못하다니...'

원래 지아는 밝고 명랑한 성격이었다. 귀엽고 예쁜 외모 덕분인지 학창 시절에 인기도 많았다.
그러나 오구 실력이 형편없어서 그런지 오구팀에서는 무시만 당하기 일수였다. 실수를 할 때마다 잔소리를 들었고, 그로 인해 자신감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이제는 본래의 성격은 어디 가고 소심한 모습만 남았다.

'분명 감독님도 방금 전의 수비 연습 때 내 실력을 보고선 실망했겠지...?'

감독님은 지금은 이렇게 점심까지 해주면서 자신을 보살펴 주지만 나중에도 이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리그 때에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다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꺼라고 지아는 생각했다.


'앞으로 열심히 하자!'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는 지아였다.


*
*
*


점심을 먹으며 동국은 앞에 앉은 지아를 흘끔거렸다.


'예쁘다, 예뻐'

동국의 머릿속엔 오전의 연습 내용은 이미 사라지고 온통 지아의 외모에 대한 내용밖에 없었다.
동국은 빨리 지아에게 특성을 사용할 그날을 기대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선 동국과 지아는 이번엔 타격 연습을 했다. 동국의 형편없이 밋밋한 공에도 지아는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존 밖의 공에도 배트가 나가기 일수. 그나마 타격을 해도 멀리 뻗지도, 타구 속도가 빠르지도 않았다.


훈련이 끝나고 나서 동국은 우울해 하는 지아를 달랬다.


"괜찮아, 지아야. 점점 괜찮아 지겠지."

"아니에요, 감독님... 전 소질이 없는거 같아요. 지금이라도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시는게..."

지아의 말에 동국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다. 지아야. 넌 충분히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훈련도 하고, 의지도 있잖니. 난 분명 너가 충분히 리그에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단다"

아니다. 동국은 지아가 리그에서 활약하지 못  거라 생각했다. 동국이 봤을 때 지아의 현재 실력은 AI로봇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동국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특성만 있다면 실력은 늘테니 말이다. 다만 그 실력이 한번에 어느 정도 느는지는 잘 몰랐다.


이는 특성의 설명이 불충분해서 그런데, 특성 창에 나와있는 설명은 단순히 섹스를 하면 실력이 는다는 문구 뿐이었다.


이게 한번에 어느 정도 실력이 느는지, 또 특성이 적용되는 범위는 어느정도인지, 이런 것들은 특성을 사용해봐야 알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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