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1회 처음, 시작
1회
가상현실 게임, '파이브 베이스볼', 일명 '파베'는 5명의 야수가 있는 야구의 축소판인 스포츠를 의미한다. 다른 말로는 '오구'. 이 '파베'에서는 게임 유저가 자신만의 구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상위 리그로 진출시키는 목적을 가지게 된다. 기존 야구게임들과는 다른 규칙, 게임 유저가 선수의 입장이 아닌 감독이나 프런트의 입장이 되서 행동한다는 점에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여기 동국 역시도 한번 새로운 야구를 해보기 위해 이 게임을 하기로 했다.
게임을 실행시키자 나타나는 화면에서는 여러 야구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인트로 장면이 나타났다. 그걸 잠깐 보고는 바로 스킵하는 동국.
곧이어 메인 화면이 뜨고, 동국은 '새게임 시작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뜨는 화면.
[선수들의 성별을 선택해주세요]
"당연히 남성이ㅈ... 잠깐, 선수들?"
지금까지 게임에서 남캐만 해왔던 동국은 습관적으로 남성을 하려다가 이상함을 느끼고선 선택을 멈췄다. 화면에는 여전히 선택을 기다리는 문구가 띄어져 있었고, 동국은 다시 한번 그 문구를 읽어 보았다.
"선수들의 성별...? 잠깐만.. 그러고 보니 소개 글에도 이런 내용이 있었지..."
'파베'의 특이한 점은 선수들의 성별에 따라 남자오구와 여자오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별 생각 없이 남자오구를 선택하지만 일부 유저들은 색다름을 추구하기 위해 여자오구를 선택하기도 했다.
"그렇지... 땀내나는 남정네들은 티비에서도 많이 보니깐 한번 여자오구를 해볼까?"
약간의 두근거림을 안고 성별을 여자로 선택하는 동국.
그러자 캐릭터의 이름을 적으라는 문구가 뜨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적는 동국은 이어지는 성별에서도 남성을 선택했다. 캐릭터의 외모에서는 대충 잘생기게 만든 동국은 이어지는 캐릭터 특성을 선택하라는 문구에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특성을 선택해주세요]
[1. 잠재력 감별사]
[2. 플레잉 코치]
...
[15. 양기보충]
...
캐릭터의 특성으로 여러가지 특성들이 보였다. 하나하나 읽어가던 중 눈에 띄는 특성이 있었다.
"양기보충이라..."
양기보충. 이것은 말 그대로 선수들에게 양기를 보충해 선수들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 한마디로 섹스를 하면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래, 이거다"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 선수들의 잠재력을 알거나, 현재 능력치를 아는것, 혹은 직접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특성들 역시 좋으나 동국은 색다르게 게임을 플레이 해보기로 했다.
모든 기본 설정을 얼추 마치자 마지막으로 팀 이름을 지정하라는 창이 떴다.
"여자 선수들이니 팀 이름은 발키리로 하자"
북유럽 신화 속 전쟁의 처녀들을 뜻하는 발키리. 다만 동국은 속으로 '색을 밝힌다'는 의미도 있다고 조용히 생각했다....
모든 설정을 끝내자 잠시 후 게임 설정 창이 사라지면서 가상현실로 들어왔다. 푸른 하늘 아래 낡은 오구장이 나타났다. 오구는 5명이 하기 때문에 야구장이나, 소프트볼 경기장 보다 작고 폭도 좁다.
베이스는 1루와 2루가 양 라인 쪽에 있고, 3루가 없다. 수비 구성은 포수, 1루수, 2루수, 좌익수, 우익수로 구성되어 있다.
오구장을 둘러보며 상태를 점검하니 낡긴 해도 기본적인건 다 있었다.
"마운드 상태도 괜찮고, 베이스들도 다 있고... 양쪽에 벤치도 있네"
오구장 주위는 온통 산이고 오구장과 연결된 도로 하나가 산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옆에는 작고 낡아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숙소인 것 같다.
자그마한 숙소에 들어가 보니 거실과 부엌, 화장실, 안방, 그리고 서재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기본적인 가구들도 다 배치되어 있었다.
거실 쇼파에 앉아 동국은 게임 상태 창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이 가상현실 게임인 '파베'는 게임 요소보다는 현실적인 요소를 중시해 선수를 직접 찾아서 뽑아야 했다.
거기에 선수들의 능력치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각 선수마다 하나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역시도 알 수 없었고, 그저 평서 선수가 펼치는 경기 능력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상점에 선수 능력치랑 잠재력을 볼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고 했는데..."
동국은 어디 커뮤니티에서 들었던 정보를 떠올리며 게임 인터페이스 하단에 위치한 상점 버튼을 클릭했다.
"으음..? 없는데..?"
하지만 상점 창에는 동국이 생각한 아이템이 없었다. 그저 선수의 컨디션을 올려 준다는 에너지 드링크가 1개당 100만원 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고, 선수의 체력을 올려 준다는 체력 포션이 200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템들이 모두 1회용에 불과했다.
처음 시작 시 받은 금액이 1억원이고, 2부 리그 선수들의 최저 연봉이 2천만원이라는걸 생각하면 1회용 아이템 1개가 선수의 한달 월급과 맞먹었다.
도움말을 자세히 살펴보니 구단의 리그 등급에 따라 1년마다 상품 목록이 업그레이드 된다고...
하여튼 나중에 돈이 많거나 아주 중요한 경기 때 사용할게 아니라면 지금은 쓸모가 없었으므로 동국은 상점에 대한걸 당분간 잊기로 했다.
"자, 이제 선수를 뽑아야 되는데..."
신생 팀은 선수가 부족함으로 선수를 대신할 AI로봇을 지원해 준다. 이 AI로봇은 선수를 대신해 경기에 참여하는데, 어디까지나 선수의 대체 품이므로 성능은 그렇게 좋지 않다.
하여튼 AI로봇을 지원해 주니 서둘러 선수를 스카우트 할 필요는 없었다. 동국은 우선 오구 경기를 먼저 보고 난 다음에 선수를 스카우트 하기로 마음 먹고선,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여자 오구 경기를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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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2부 리그는 별거 없구만..."
신생 팀인 발키리는 제일 하위 리그인 시군 2부 리그에 참여해야 한다. 시군 2부 리그는 각 시군 내에 위치한 팀들끼리 경기를 하는 리그로 5개 팀이 참가를 한다.
동국이 봤을 때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지만 적어도 2부리그에서는 오구는 타자 놀음이었다. 투수들의 능력이 별 볼일 없으니 타자들이 계속 공을 때린다.
그래서 삼진이 거의 없었다. 다만 타자들이 때린 공들 역시 별로 빠르지도, 멀리 나가지도 않아서 다 내야 땅볼이었다.
그나마 내야수를 빠져 나가도 외야수들이 외야를 비우고 내야에 있어서 거의 다 땅볼 처리 되었다.
그래서 점수들도 거의 다 1,2점 밖에 얻질 못했다.
"일단 투수는 제구 신경 안 쓰고 구위로 윽박질러야 되겠고, 타자는 무조건 장타를 칠 수 있는 거포여야 되겠군.."
몇 시간을 계속 모니터를 바라봐서 그런가 허리가 아팠다. 기지개를 쭉 펴며 창 밖을 바라보니 벌써 주위가 어두워져 있었다.
시골이라 그런지 불빛 하나 없는 암흑 천지.. 순간 무서워진 동국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갔다.
다행이도 기본적인 식재료들이 있어 대충 저녁밥을 지었다. 식탁에 앉아 티비를 켜니 스포츠 뉴스가 나왔다.
[이번 오구의 스토브 리그에서는 여러 이적 건수와 함께 기대되는 유망주들이 여럿 나타나....]
스포츠 뉴스에서는 여자 오구에 관한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거기서는 전국 리그 팀들이 이번에 졸업한 고등학교 선수들 중 어디 유망주를 뽑았고, 앞으로 장래가 기대되고, 같은 내용들을 보여줬다.
"흠.. 다들 예쁘지는 않구만.."
동국이 가진 능력을 사용하려면 필수적으로 선수와 섹스를 해야 한다. 동국은 이왕이면 실력보다는 외모를 우선시해 선수를 뽑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내 능력이면 천천히 실력이 상승할 수밖에 없지..."
동국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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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동국은 올해 졸업생들의 프로필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며칠 후면 시군 2부 리그가 개막되기 때문에 빨리 전력을 보강해야 됬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AI로봇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러야 될터, 동네 북 신세를 면치 못할것이었다.
졸업생들 중에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은 이미 상위 리그 팀들이 뽑아갔고, 그나마 남아있는 선수들은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선수들밖에 없었다.
이런 선수들은 오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거나, 동네 야구 수준인 2부리그에서 뛰는 수밖에 없다.
동국은 상위 리그에서 뽑아 가지 않은 남은 선수들을 살펴보던 중 눈에 띄는 선수를 발견했다.
상당한 외모의 선수였는데, 어떨 때는 외야수로, 어떨 때는 내야수로, 심지어 포수까지 보는 선수였다. 아마 감독이 땜빵용으로 자주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선수였다.
"한번 연락을 해 봐야 겠군... 어디보자, 학교 전화번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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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고, 최지아. 그녀는 오구부의 백업 선수다. 항상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지만, 능력은 그렇게 좋지 않은, 그저 그런 선수.
예쁘고 귀여운 얼굴로 남학생들의 인기는 많았으나, 오히려 그 때문인지 오구부 내에서는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실력이라도 출중하면 모르겠으나 실력도 좋지 않아서, 중용 받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 아픈 선수가 나타날 때 대체 선수로 뛸 때가 더 많은 선수.
그런 선수였기에 최지아는 프로 팀들의 연락을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을뿐.
그러던 중 오구부 감독으로부터의 전화는 상당히 뜻 밖의 상황이었다.
"네? 면담 요청요?"
그녀의 놀람에 감독 역시 떨떠름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 그래..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2부리그 팀이라고 한다. 2부 리그라곤 하지만 그게 어디냐. 2시에 학교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어서 오거라."
"네, 넷!"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지아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선 학교로 향했다.
한편 학교에서는 동국이 오구부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희 지아에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독의 감사 인사에 동국은 손을 내져었다.
"아휴, 아닙니다. 지아 선수는 충분히 실력이 있는 선숩니다. 오히려 신생팀인 저희가 데려갈 수 있는게 다행인 선수죠"
그 말에 감독은 속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좋은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한미고 오구부는 고교 리그에서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내지도 못 했고, 특출나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던 몇몇 선수들이 같은 시군 2군 팀에서 스카웃을 해간것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백업 선수가 스카우트 된다면 감독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좋은 일인 것이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돼가던 시점에서 최지아가 헐레벌떡 학교에 도착했다.
과연 그 미모가 상당히 뛰어나 동국의 마음에 쏙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지아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동국도 인사를 했다.
"그래요. 어서 와요"
"자, 그럼 서로 좋은 얘기 나누세요"
감독이 자리를 벗어나자 동국은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자, 이번에 새로 팀을 만들게 된 동국이라고 합니다. 일단 감독님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
"네, 감독님..."
"비록 저희 팀이 신생 팀이긴 하지만 앞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최지아 선수를 영입하는거죠"
"저, 저를요...?"
아직까지 얼떨떨한 최지아가 자신을 가리키며 작게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혹시 다른 팀에서 제안이 왔었나요?"
"아, 아뇨. 그렇진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