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막장의 그녀
처음으로 내 눈동자가 파리하게 떨렸다. 현실감각이 아득해질 정도로 그녀의 모습이 낯설었다. 아니, 가면을 벗은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곳에 내가 있었다는걸 안다는건 미행원이 있었다는 소리.
설마 시스템 능력을 보기라도 한 걸까?
아냐, 검은 속내가 있었다면 시스템 능력을 보고도 이제껏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어.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녀에겐 첫만남에 걸었던 [부탁을 들어줘야한다]는 암시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언제든 그녀는 나를 배신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이라도 배신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면 그녀는 내 곁에서 꼬리를 흔들어댈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다.
눈을 치켜뜨며 인아를 노려보았다. 떨림은 사라지고,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설마… 애초부터 날 이용한 거냐?"
"풋. 이제 안 거야? 순진하긴."
이야, 브라보.
충격과 공포네, 이 그지깽깽이야.
피식, 실소로 시작한 웃음은 점점 커져 호쾌하게 터져나왔다. 황당함을 넘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실성한 것처럼 웃어젖히자 인아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뭐, 뭐야. 뭐가 그렇게 웃긴 거야."
"푸흐흡… 웃겨. 너무 웃겨.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랬지. 딱 맞는 말이야, 하하하!"
나의 충직한 육노예인 주제에 제 분수를 모르고 꼴깝을 떠는 그녀가 정말 웃겼다. 그렇게 한동안 어리둥절해하는 그녀를 앞에 두고 웃어젖혔다.
"후아ㅡ 눈물이 다 나네. 니가 날 이용했다고? 풉, 착각은 자유니까 뭐, 그렇게 생각해."
"무, 무슨 소리야!"
"하여튼.. 여자란 족속들은 스스로 일어설 생각은 안 하고 꼭, 남자들을 이용하려들지. 약자의 생존본능따위 같은 건가? 스스로 무능한 걸 증명하려 아주 발악을 한다, 발악을 해.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에도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을지 볼까?"
"뭐, 뭐야?!"
정신력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겠지만, 여기서 그녀와 담판을 지어야겠다. 무력으로도 충분하지만 이곳은 룸 카페다. 얇은 벽은 그녀의 비명을 완전히 차단시키지 못할 것이다. 고로.
-딱.
마인드컨트롤을 시전했다.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인아의 눈빛이 탁해졌다. 여성들의 최대 큰 약점이 무엇이겠는가. 거기다 얼굴이 팔린 여성이라면 더더욱이 두려워해야하는 것.
"옷 다 벗어."
"네."
이미 음료도 모두 나왔기에 별도의 호출이 없으면 점원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창가가 조금 트여있긴하지만 풍경이 조금 보이는 정도기에 외부시선에서도 자유롭다. 그러니 최적의 장소가 아니겠는가? 능욕하기에, 큭큭.
인아가 옷을 모두 벗었다. 탐했지만 역시나 탐스런 젖가슴과 탄력있는 몸매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리고 이제껏 탐한 여성들 중, 압도적 원탑인 각선미와 발까지.
"발이 진짜 이쁜데 말이야. 다시 찾으려면 귀찮게 됐어. 큭큭."
-꿀꺽.
침이 절로 넘어간다. 더욱이 인아를 마컨 상태에서 능욕하는 것은 처음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시각만으로도 하물이 불끈, 솟아올랐다. 마음 같아선 피폐해질 때까지 가둬놓고 강간해버리고 싶었다. 주인을 능멸했으니 그 죗값은 충분히 몸으로 떼워야할 테지만 그녀의 위치상 그럴 수 없음에 아쉬운 입맛만 다셔본다.
"건방진 년이 어디 분수도 모르고 까불어."
불과 몇분 전만 해도 그녀는 나의 유일한 순애용 노예였는데, 지금은 타락시킬 흔한 암캐에 불과해졌다. 그 사실이 씁쓸하긴했다. 전생에서도여성에게 이용 당하다 끝이 났는데, 지금도 같은꼴이라니. 울컥 치솟는 분노에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휘두른 팔에 그녀의 고개가 크게 젖히고 볼이 부풀어 올랐다.
휴대폰을 켜, 그녀의 나신을 사진으로 담았다.
"자,이제 소파 등받이를 걸터 앉아서 다리벌려. 보지 잘 보이게."
"네."
여신과도 같은 자태의 여성이 내 명령에 따라 다리를 벌리고 음부를 드러냈다. 하물이 바지를 뚫을듯 솟아오른다. 하지만 촬영이 먼저다. 그녀에게 자위를 명했다.
"지금부터 야동배우가 된 듯이 자위를 시작해. 흥분감이 평소보다 10배는 뛸 거야. 손가락만 쑤셔도 절정에 이르고 애액은 평소보다 5배는 많은 양을 분출할 거야."
"네엣.. 흐으응.. 하읏…♡"
농익은 신음을 흘려대며 인아가 자위를 시작했다. 고운 백옥 손이 음핵을 빠르게 문질러댄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고, 흥분감이 달아올랐다. 난,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담은 다음, 다시 전신을 담았다.
"하아아앙ㅡ.. 하읍..."
틈틈히 정신력을 점검했는데, 수치상으로 표시되지않아 판단은 힘들었지만 아직은 크게 어질한 느낌은 없었다. 인아는 실제 자위를 하듯, 젖가슴을 움켜잡고 솟아오른 유두를 꾹꾹 누르고 비벼대며 음핵을 간질인다.
오르가즘이 느껴지는듯, 몇번 하부가 들썩였다. 가녀린 손가락 두개가 보짓살 사이를 파고 들었다. 응축된 애액이 만개한 소음순 사이로 질질 흐르며 야릇한 소리를 낸다.
-찌걱..찔걱..
"흐읏..♡ 흐으응…"
검은색 음모에 애액이 치덕대며 윤광이 감돈다. 끈적한 애액에 물풀을 바른듯, 서로 들러붙고 엉켜갔다. 인아는 몽롱한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제 음부를 손가락으로 거칠게 쑤셔박기 시작했다.
-찌걱찌걱찌걱찌걱.
수도꼭지가 열린듯 애액이 줄줄 세어나와 소파를 물들였다. 만족스런 미소가 지어졌다. 당장 그녀의 음부에다 하물을 박아넣고 그녀의 아름다운 발과 종아리를 사정없이 빨며 핥아대고 싶지만, 오늘 컨셉은 자위다.
마치 누군가에게 보내는 듯한 것이 컨셉의 키포인트. 그녀는 희대의 음탕한 정치인이 될 것이다.
"하윽! 흐윽! 흐으윽!"
인아의 신음이 격해졌다. 비명 비슷한 신음은 교성으로 바껴갔다. 깨문 밑입술 사이로 침마저 질질흘리고 있다. 암시 덕에 흥분감이 몇배로 뛰어 아예 쾌락의 늪에 온 몸을 담궈버린 듯했다.
-찌걱찌걱찌걱찹찹찹!
그녀의 젖은 손바닥과 음부 둔덕이 부딪히며 야시시한 소리가 동영상 속에서 울려퍼졌다. 손이 빨라졌다. 조수 분사 시간이 된 것이다. 측면으로 자리를 옮기고 풀샷으로 그녀를 잡았다. 젖가슴을 출렁거리며 한 손을 빠르게 피스팅한다.
"하악! 하으윽! 흐으으으윽!"
-푸슈슈슛! 찌이이이익ㅡ!
마지막 교성이 터져나왔고, 동시에 그녀의 보지에서 길다란 조수가 뿜어져나왔다. 가늘고 긴 물줄기는 반대편 벽을 적신다. 그녀가 감전이라도 된 듯 하부를 격렬하게 떨어댔다. 흥분감 조작에 절정이 오래간다. 분사압이 약해진 조수가 소변마냥 포물선을 그리며 룸 바닥을 적신다.
"하아.. 하아.. 하앗…"
절정의 오르가즘에 인아는 머리카락을 흐트린 채,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은 난, 촬영을 마쳤다. 옷을 입힌 후, 이제 암시를 걸 차례다.
"자, 이제 당신은 제게 어떤 보복도 상해도 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동영상 대응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지만, 거기서 동영상은 자신이 맞다는걸 인정하고 스스로 촬영해 유포한 것을 말하곤 자위를 합니다."
"보복.. 상해.. 못합니다.. 기자회견.. 자위.."
-딱.
"흐응.. 뭐, 뭐야."
마컨을 해제하자 정신을 차린 인아가 달뜬 표정으로 끈적대는 제 손을 쳐다보며 당황해했다. 난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비릿하게 미소지었다.
"푸훗. 그렇게 자위를 하면 어떡합니까? 이렇게 음탕한 암캐일 줄이야."
"뭐, 뭐?! 무슨 헛소리야!"
난 동영상을 재생시켜 그녀의 면전 앞에다 보여주었다. 야한 소리와 영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잠시 영상을 주시하던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휴대폰을 뺏으려했지만 난 잽싸게 회수해 품 속에다 넣었다.
"풋. 가지고 싶나요?"
"이, 이 새끼가! 무슨 짓이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제가 뭘요? 방금 동영상 속 여자는 스스로 즐기며 자위를 하고 있었잖아요? 조수도 얼마나 길게 뿜던지, 꼬부기인줄?"
익살스레 웃으며 몸을 돌렸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지 인아는 얼빠진 채 정신을 반쯤 놓고 있었다.
"나를 이용했다고요? 그럼, 이용값을 내야겠죠? 값은 제가 알아서 매기겠습니다."
"야, 야아…?"
탁, 문을닫고 가차없이 카페를 빠져나왔다. 그리곤 곧장 방송국으로 향했다.
* *
인터뷰는 순조로웠다. 생방으로 진행된 인터뷰는 30분정도 걸렸는데, 마지막에 준비해둔 초상화를 꺼냈다. 물론 피디와 사전에 협의된 내용이었다. 초상화에 그려진 보스년은 나의 생명의 '은인'으로 둔갑했다. 시나리오 쓰던 버릇으로 대강 스토리텔링도 해주었다.
어릴 적, 뺑소니 교통사고로 생명이 위급할 때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준 은인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말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려해 참느라 곤욕을 치뤄야했다.
나를 죽인 년이, 나를 살린 년이 된 아이러니한 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것말고는 딱히 그녀와 나의 접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방송에 나와 찾을 정도면 대단한 사연이 있어야했으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가 모두 끝이 났다. 전국 어딘가에 있을 보스년, 아니면 그년의 지인이 봐주길 고이 바래본다. 만약 이 방송이 전해지기만 한다면 기필코 내게 연락이 올 것이다. 막대한 사례금을 드리고 싶다는 커다란 미끼를 던져놓았으니까.
남의 인생을 이용한 년이기에 분명히 돈에도 환장할 것이다. 고로,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될 터.
세트장을 빠져나온 난, 곧바로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방송국의 가장 높은 층, 바로 레이나의 방이었다. 방송국장실이란 휘황찬란한 명패가 달린 문을 대뜸 열고 들어갔다. 무례함의 극치지만 상관없다. 그녀 역시 나의 육노예니까.
"뭐, 뭐죠?"
집무를 보고 있던 레이나가 당황해하며 다가왔다.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상의 포켓 주머니에 걸었다.
"아, 국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뭔데요?"
레이나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불편한 기색을 비췄지만 그뿐이었다. 내가 하는 건 늘 곤란한 부탁뿐이었기에 그런 듯했다.
"박인아 시장이 공공장소에서 음란하게 자위행위하는 동영상이 지금쯤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을 겁니다. 뉴스특보로 보내시죠."
일전에 그녀의 방송국은 국회의원의 집단게이씬을 송출했다는 이유로 방통위에 징계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대뜸 겁부터 먹은 것이다. 뭐, 그때에 비하면약하긴하지만 그래도 인아의 유명세라면 이번에도 징계를 피하긴 어려울 터.
하지만 주인이 육노예의 사정을 봐줄 필요는 없다. 아니, 앞으로 여자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난 지독하게 이용할 것이다.
"네.. 네? 아니, 잠깐만요. 작가님하고 시장님은 같은 편이 아니던가요?"
"뭐, 예전에는 그랬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젠 아니네요."
"아니, 그렇다고해도 그런 걸 내보내면 작가님한테도 타격이 클 텐데요? 사생활을 촬영해서 유포하는 거잖아요?"
"풋, 저는 전달만 했을 뿐입니다. 제가 유포한 것도 아니고요."
이곳에 들리기 전, 길거리를 배회하는 놈들 중에 양아치 새끼를 선별해, 놈에게 유에스비를 주며 피시방에서 동영상 유포를 지시했다. 마컨이란 능력이 있는데, 굳이 더러운 일에 손 대서 먼지 묻힐 필요가 있겠는가, 큭큭.
지금쯤 업로드된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을 것이다. 상후돔 시장에다 집권당이 배후에 있으니 언론에는 침묵을 강요하고, 인터넷에서는 무차별 삭제로 그녀의 자위를 덮으려 하겠지만 여기, 내 눈 앞에 서있는 육노예는 오로지 나의 지시로 뉴스특보를 띄울 것이다.
"네…? 무슨.."
"그리고 내가 지시했다는 말은 목에 칼이 드리워도 하지 않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나의 살기어린 말에 레이나가 주춤했다. 뭐, 사실 그녀의 목에 칼이 드리울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방통위에 또 징계나 먹고 말테지. 심하면 집권당에서 보복을 할지도 모르고.
"아, 알겠어요.."
"그럼, 당장띄우세요. 나중에 또 연락드리죠."
말을 끝으로 문을 열고 나섰다.
레이나킴은 여러모로 참, 쓸모가 많은 여자다. 절대복종이란 암시도 걸어두었으니 내 뒤를 케거나 뒤를 습격하려는 짓도 못할 것이다.
이제, 곧 수아를 만나러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