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남을 타락시키려다 자신도 타락한다.
비탈길을 오르다 수아가 철조망을 부여잡은 채 격하게 숨을 내쉬고 있다. 숨결마다 출렁거리는 그녀의 우윳빛 폭유에 하물이 움찔댄다.
"이제 알겠어? 넌 여기서 절대 벗어나지 못해. 세나를 봐. 문을 열어놓아도 도망치질 않잖아? 그곳이 얼마나 평안한 곳인지를 깨달은 거야."
"개새끼야ㅡ!! 주둥이 닥쳐!"
수아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역시, 한 사람을 조교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
"그럼 어디 도망쳐봐. 아무도 오지 못할 이곳에서 돌아다니다 산짐승한테 잡아먹히겠네. 여긴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던데. 아, 뷔페미즘년들하고 동족이라 헤치지 않으려나? 혹시 만나거든 물어봐. 혜화역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안내해줄지 알아?"
수아가 선뜻 소리치지 못하고 나를 노려보았다. 한겨울은 지났다고하나 아직 늦겨울이다. 봄이 오기 직전, 그리고 꽃샘추위가 오는 날엔 동사하기 딱 좋은 곳이기에 그녀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훌쩍.."
그리고 그 절망스런 생각에 수아의 콧날이 벌겋게 시큰해졌다. 추위 탓인지 콧물도 훌쩍인다. 그러다 이내 울먹대기 시작했다.
"풋. 왜, 서러워?"
난 그녀의 울먹이는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녀가 울먹대기만할 뿐인데도 등어리에 전율이 소소하게 솟아났다.
그래, 어서 울어서 내게 성취감을 맛보여달라고. 어디도 도망가지 못하는 절망에 빠져 실컷 울어서 내게 희열감을 안겨달란 말이야.
"개새끼..씹새끼.. 흐으으윽… 제발! 제발 나 좀 놔줘!!"
결국 수아가 눈물, 콧물을 쏟아낸다. 어깨가 흐느낄 때마다 아름답게 일렁이는 그녀의 젖가슴을 쳐다보았다. 추위탓에 젖꼭지가 발딱 서있다.
아녀자가 흘리는 눈물은 남정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법지만 난 오히려 웃으며 다가갔다.
"큭큭. 놔주긴. 이렇게 재미난데 널 어떻게 놔줘?"
"미, 미쳤어! 넌 미친 거라고! 이 변태싸이코새끼야!!"
미쳤다라.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 마음을 후비는 것 같아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거칠게 고개를 젖혔다. 미쳤다기엔 이리 제정신인데 누굴 보고 미쳤다는 거야.
"꺄흑!"
"큭큭, 미치긴 누가 미쳐. 그저 난 재밌게 살고 싶을 뿐이라고."
"넌 제정신이 아냐! 이거 놔!!"
수아가 몸을 비틀어대며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거세게 움켜쥐었다. 근력증강으로 그녀의 가녀린 팔뚝은 나의 굳건한 팔뚝을 절대 이길리 없었다.
"미친 새끼야! 이거 놓으라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수아가 목 놓아 부르짖지만 그 절규는 옅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뿐이었다. 문득 그녀를 이곳에서 바로 강간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전생의 목숨을 앗아간 년인데, 그정돈 괜찮잖아? 겸사겸사 쾌락을, 아니지. 강간의 묘미는 모름지기 피해자의 절규와 발버둥에 있으니 쾌락으로 바꿔줄 수는 없지.
"백날 그렇게 외쳐봐. 누가 도우러 오는지, 큭큭."
"정신나간 새끼야!! 놔!"
뿌득, 지속적으로 나를 정신적으로 힐난하는 그녀에 이가 갈렸다. 그렇잖아도 심란해 죽겠는데, 계속 아픈 곳을 건드는 것 같아 분노가 일었다. 눈을 부라리고 수아를 노려보자 그녀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살기 섞인 눈빛은 그 어떤 산짐승의 것보다 무서울테지.
"제, 제발.. 그만.. 흐흑.. 흐으으흑…"
겁에 질린 수아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치욕스레 젖힌 고개의 볼살을 따라 그녀의 눈물이 젖가슴, 복부를 흘러내렸다.
"그러게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야. 어서 돌아가자. 순순히 돌아가면 속박대에 묶진 않을게. 어때, 괜찮은 조건이지 않아?"
"흐으윽…흐흑.."
나체의 여성, 그것도 상당히 수려한 외모와 몸매를 가진 여성이 울고 있는 모습은 육욕을 들끓게 만든다. 정상적이라면 위로를 해주는 것이 맞을 테지만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자기위로 밖에 없다.
줄여서 자위라고도 하지.
"계속 그렇게 울면 덮쳐버릴지도 몰라. 벌써 이렇게나 부풀었다고."
바지지퍼를 열어 핏대를 세우고있는 하물을 보여주자 수아가 기겁하며 양발과 손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하, 하지마! 깨물어버릴 거야!!"
아아, 확실히 나도 타락하긴했어.
이 산속에서 수아를 강간하는 상상을 하다니 말이야. 으음, 하지만.. 강간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한번 해보고 싶긴 하군.
난 입맛을 다시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실상, 이제껏 내가 마컨으로 저지른 일들도 모두 '강간'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다. 여성들에게 자아가 있냐 없냐만 다를 뿐이지, 시스템을 이용해 여성들을 강간한 것과 똑같은 것이다.
기억만 지워준 것일 뿐.
따지고 보면 강간하고 퍽치기로 기절시켜 뇌손상을 입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같잖은 도덕심을 지킨다는 것은 이제 내겐 더 이상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흐음ㅡ 왜 이렇게 예쁜 거야. 덮쳐버리고 싶게."
음흉한 웃음과 말에 수아가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내게서 멀어지려했다. 하지만 비탈길에 잔뜩 깔린 낙엽은 그녀를 미끄러지게해 나와의 간격을 다시 좁혀준다.
"세나에게도 했던 말인데,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게 나을 거야. 어차피 넌 이곳에선 내가 허락하는 것들만 할 수 있으니까."
"흐, 흐읍.. 흐으읍.."
수아가 입술을 꾹 다문 채 울음을 삼킨다. 공포스럽긴할 것이다. 철조망으로 둘러쌓인 아무도 없는 공간에 한 남자가 발기시킨 성기를 드러낸 채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새 그녀에게 다가간 난 자애로이 그녀의 볼에 자국난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녀의 몸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받아들여. 도망치려할수록 너만 힘들어지니까. 너가 나를 잘 따라준다면 세나와 동등한 대우를 해주지. 적어도 이 공간에서의 넌 자유란 말이야."
수아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훌쩍였다. 조교할 때에 대상자를 다루는 방법은 딱 두가지다. 설득과 회유, 그리고 공포와 피폐. 뭐, 그외에도 저도 모르게 조교 당하는 자연스러운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롭고 조심스러운 방법이었다.
시간도 상당히 걸리고 말이다.
그렇기에 내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설득과 회유, 공포와 피폐.
지금 내가 여기서 그녀의 육체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강간한다면 그녀는 공포로 인한 피폐심으로 주저앉아버릴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고 따스히 손길을 내밀어 다시 안전감옥으로 돌아가 자유를 선사해준다면 그녀는 겉으로나마 나를 따르려할 것이다.
그러다 그것이 습관이 되고 생활패턴이 되어 옛추억이 무감각해지면 그녀는 어느새 내게 귀속된, 아름다운 육노예가 되겠지.
고로, 지금 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그녀가 충격과 공포로 피폐해질 때까지 구멍이란 구멍은 모조리 쑤셔대며 강간할지, 아니면 그냥 넘어갈지의 갈림길이다.
"흐음.. 어떡할까."
"제, 제발.. 해치지만 말아주세요.. 죽기 싫어요.."
수아가 무릎을 꿇고 내게 싹싹 빌기 시작했다. 독기를 지우고 눈망울도 선하게 뜨며 태세전환을 시도하는 듯했다. 거짓이라 할지라도 수아가 스스로 내게 애원하는 모습은 짜릿한 희열을 선사해주었다.
굴복감, 정복감.
그래, 이걸 위해 15억을 들여서 철조망까지 지었는데 이정도 충족감은 있어야지.
"내가? 널? 죽인다고? 여태 내 얘길 뭐로 들은 거야. 난 절대 널 죽이지 않아."
"그럼.. 제발.. 풀어주세요.."
"흐음.. 같은 말 계속 반복하게하면 너한테 좋을 건 없을 텐데."
싸늘해진 나의 눈빛에 수아가 지레 겁을 먹었다. 육욕이 꿈틀댄다. 고립된 야외에서의 섹스는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녀의 나신을 야릇하게 훑었다. 뽀얀 젖가슴이 달빛에 반사되어 그 위용을 뽐낸다.
마치 핥아달라는 듯이.
-꿀꺽ㅡ
군침이 돌았다. 수아는 절박한듯한 눈빛으로 내게 사정을 했지만 내 귓가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아득해져갔다.
여기서 그냥 강간해버려?
시스템도 쓰지 않고, 오로지 자력으로?
흐음..
내 속에 남아있던 알량한 도덕심마저 사라져버린 건가. 시스템 초기 때만해도 그래도 여성들의 자아가 없는,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겁탈하는 것이니 강간마들하고 난 전혀 다르다며 생각했었는데.
이젠 내가 강간할 생각을 하고 있다니..
씁쓸하다.
자아유지기능이 업그레이드되고난 다음부터 뭔가 내 마음 속에 걸려있던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느낌이다.
[ 자아유지기능을 끌 수 있습니다.끄시겠어요? ]
그때, 내 생각을 읽었는지시스템의 그녀가 물어왔다. 자아유지기능을 끈다라.. 가만, 자아유지기능이 단순히 시전대상자의 자아를 유지해주는게 아닌 건가?
[ 앞서 설명드렸듯,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시스템의 능력이 강해질수록 시전자의 정신력 또한 강해져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붕괴되실 겁니다. ]
그녀의 말투는 이전과달리 한없이 진중했다. 자아유지기능 업그레이드 당시도 얘기했었다. 은근히 말리며 정신붕괴가능성을 강조했었지.
아니, 그러면 애초에 그 기능을 왜 넣어놓은 거야?
시전자의 정신이 붕괴될 정도의 능력이면 애초부터 넣지 않았으면 되잖아?
[ 그건.. 제 권한이 아닙니다. ]
그런가.
하긴, 넌 전달자 역할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겠지.
사실 내가 이렇게 정신력이 약한지 몰랐었다.
자아유지기능 업그레이드 당시만해도 자신있었으니까. 시스템 따위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하지만 지금은 조금 감당하기 버겁다는 느낌도 들었다. 자아유지기능을 끄는게 맞는 걸까? 그치만 너무 짜릿한걸. 암시로는 신체개조가 되질 않잖아. 신진대사량 따위는 가능하지만 신체변형이 안 되니 이제 재미가 없다고.
뭐, 섹스란 늘 짜릿하기 마련이지만, 밥도 같은 것만 삼시세끼 챙겨 먹으면 물리는 법 아니겠어? 나중엔 물리다못해 구역질까지 나올 거라고.
이제 왠만한 자극으론 꼴리지도 않는단 말이야. 평범한 보지에 평범한 항문, 평범한 입보지에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되어버렸으니까.
젠장.
신체개조정사를 시작조차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 …그럼 자아유지기능을 계속 유지하시겠습니까? ]
정신만 잘 붙잡고 있으면 되잖아?
문제될 거 없다고.
잠만 잘 자면 돼.
요즘 잠을 잘 못자서 그런 걸 거야.
잠을 제대로 못자면 정신은 쉽게 흔들리니까.
[ 자아유지기능을 계속 유지하겠습니다. ]
그래, 이제 우리 수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하니 조용히해줘.
[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