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9화 〉사이킥 컨트롤 능력 개방 (79/129)



〈 79화 〉사이킥 컨트롤 능력 개방

그녀에겐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믿으라 허락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난 그저 이번에도 침묵으로 일관해주었다.

".."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고, 난 묵묵히 침대서 몸을 일으켜 가운을 입고 창가로 걸어가 발코니로 나왔다. 칼바람이 한차례 몰아친다.


-휘잉.

"어윽, 씨바."


춥다.
겁나 춥다.

뜨거운 정사를 나누다 지금이 무슨 계절인지 잊어버렸다. 하지만 모양 빠지게 떨어대며 다시 들어갈  없었다. 그녀에게 남자답게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라도 생긴 걸까.


"..미친놈."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자조적인 욕이 튀어나왔다.


그녀와는 비즈니스적인 관계일 뿐이다.
그리고이젠 더 이상 그녀와의 정사는 없을 것이다.


머리가 복잡해질 지경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와 정이 깊어질수록 왠지모르게 복잡한 일이 꼬일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후.."

발코니 창 너머를 들여다보자 인아는 고즈넉한 등빛 아래 여전히 등을 진 채 누워있었다.

-찰싹!

"이강한, 정신차려라.  등신아."


뺨을 후려치자 몽롱했던 정신이 돌아온다. 그래, 그녀의 여우 같은 여시짓에 홀려선 안 된다. 안쓰럽다해서 정을 주면 분명 뒤통수 후려까일 일이 생길 것이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나의 복수계획의 일환일 뿐.
소모품이다.


그때, 나의 복잡한 생각을 잠시 잊게 해주는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 인지도 150 이상의 여성과 성관계를 나누시오, 퀘스트를 완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스텟 포인트 20개와 특성치가 업그레이드 됩니다. 마인드컨트롤의 일일 사용횟수가 1회 증가합니다. ]

오,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횟수 증가라니.
그런데 고작 1회라고?
염분에 절였나 짜디 짜기 그지없군.

그래도 이제 일일 사용 총 횟수가 3회가 되었으니 왠지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진다.


-띠링.
퀘스트 완수 특수조건, 마인드컨트롤 상태가 아닌 여성과 성관계를 나누시오, 를 충족하여 특수보상으로 새로운 능력이 습득됩니다. ]

오오오!
드디어!
가장 기대했던보상이다.

인아의 나신을 보았을 때보다 더 크게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설마 황당하리만큼 쉬웠던 조건에 맞춰 황당한 능력을 주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나의 우려와는 달리  능력은 이름부터 뭔가 커다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능력 '사이킥 컨트롤'이 습득되었습니다! ]


사, 사이킥 컨트롤?
어서!
어서 설명이 시급해!


[ 사이킥 컨트롤은 일명 '집단최면'으로 인원제한없이 시전자를 바라보고 있는 모든 대상자에게 핑거스냅을 통해 최면암시를 시전할 수 있습니다. 1일 1회 제한이며 시전시간은 20분입니다. 그외 사이킥 컨트롤의 능력은 마인드 컨트롤과 동일합니다. ]

뭐.. 뭐?

집단 최면…!?!

그것도 시전대상자 인원 수에 제한도 없이?


미, 미친.

그러니까 광역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말이네?

 명이든 만 명이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든 인원에게 최면암시를 걸 수 있는 압도적인 능력!


돌았다. 돌았어.

아니, 어떻게 이렇게 혜자로울 수가 있는 거야. 간단한 특수조건에 이렇게 어마무시한 능력을 개방시켜준다고?

미친거야?
아님 설마 이제  이야기도 결말을 향해 가는 거야?
아니겠지?


이런 압도적이고도 전지전능한 시스템으로 써내려갈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난 마치 충격적인 장면이라도 본듯 입을  벌린 채 상후돔 시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칼바람이 피부를 베어내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이킥 컨트롤이라.. 이거 굉장히쓸모 있겠는데.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 감당하기 벅찬 어마무시한 능력이 나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내 머릿속엔  능력을 이용해 펼쳐나갈 미래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무를 수도 없는일.
이렇게 된 거, 어디 끝까지 가보자고.

마인드컨트롤이란 전무후무한 능력이 있음에도 차마 실현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계획도 이제 시작해볼 수 있겠는걸.


"후우.."

깊은 숨이 새하얀 증기로 변해  하늘로 흩어진다. 대박, 대박이란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진정하자. 미쳐 날뛰다간 분명 수습불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다음 퀘스트 내용을 물어볼까했지만 우선, 지력투자부터 해보기로 했다. 1단계 한계돌파로 상식습득 권능을 이뤘으니 이제 2단계를 돌파하지 않을까.

설마 계속 돌파하다보면 상식개변이나 시간왜곡 같은 믿기 힘들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아, 아냐..


일전에 철수의 반격 때도 그렇고 지력이 상승한다해도 실수를 범할 확률은 어디에나 있는 법.

그렇다면.. 위기를 헤쳐나갈 근력이나 체력 쪽도 투자를 해야하지 않을까. 지력을  찍는다해도 언제 다음한계 돌파할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이제 7년간의 중요사들이 제법 뚜렷하게 기억났기에 어느 정도 이루고자했던 목표는 이뤘으니까.

'그래, 이제 근력 쪽도 투자해보자. 신체가 튼튼해지면 위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헤쳐나갈  있겠지.'

근력강화로 몸이 강해지다보면한계돌파로 총도 막아낼 수 있는 신체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왠만한 위기는 위기도 아닐 터.

그래, 결정했다.


[ 근력에 스텟 포인트 20개를 투자합니다. ]


흠, 단방에 20개를 투자해서 그런지 왠지 온 몸에 강인한 힘이 깃드는 기분이다. 핏줄을 타고 흐르는 것 같달까.


테스트는 추후 틈틈히 해보기로 하자고.


-휘잉ㅡ

"어윽."


생각이 조금 차분해지자 칼바람의 추위가 다시 엄습한다. 근력이 강화되도 아직까진 추위는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전보다 조금 추위가 덜 느껴지는  같기도 하고?

황급히 발코니창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따스한 온기가 추위를 몰아냈다.


이불을 골반 언저리에 얹은 채 등을 지고 누운 인아의 유려한 곡선의 자태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자는 건가…?'


조심스레 다가가자 그녀는 정말 잠들어있었다.


낯선 남자에게 정을 주고 그것도 모자라 편안히 잠이 들다니. 내가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던 트라우마를부셔준 탓일까, 그녀는 이곳이 제법 편해보였다.

새근새근.

자는 모습마저 아름답다.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게 잘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편안한 숙면에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흐트러진 머리칼을 뒤로 넘겨 그녀의 잠든 얼굴을 쳐다보았다.

오랜만이다.


이 감정.


하지만 지속할 수는 없다.


복수라는 합리화로 포장해도 결국 난 쓰레기고.

그녀는 쓰레기가 아니다.


사람은 분수에 맞는 상대를 만나야한다.
쓰레기는 쓰레기를.
청정수는 청정수를.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을 취할 수는 없다.


"흠…"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관자놀이와 뺨을 쓰다듬던 손가락을 거두었다. 이런 천사 같은 미녀가 내 앞에서 포근히 잠들어있다니.


꿈일까?

"..이리 와요."

꿈이 아니라는듯, 인아가  팔목을 잡아 이끌며 자신의 몸을 옆으로 당겼다. 난 거부할 새도 없이 그녀의 옆에 눕고 말았다. 인아가 한쪽 허벅다리를  허벅지 위에 걸치곤 몸을 내쪽으로 뉘었다.

그녀의 머리가  왼쪽가슴을 짓누르고 그녀의 가녀리고 고운 손이 배 위에 얹혀졌다.


전형적인 연인의 자세에 거부감이 들었다.


이래선 안 되는데.


대체 이 여자는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었길래 낯선 남자의 품에 이리도 안긴단 말인가.

기댈 곳이 그렇게도 없는 걸까?

더욱이 마컨 상태에서 관계를 가지지 않았기에 부가효과도 적용되지 않는다. 감정적 친밀감이나 육체적 친밀감이 적용되지 않는데 그녀는 지금 내게 버림 받은 어린 소녀처럼 무턱대고 진심을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심장이 되게 천천히 뛰네요."

"시장님, 우리 이러면 안 됩니다. 저보다 훨씬  좋은 사람도 많아요."

"….아니라면요?"

"저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니 맨날 이용이나 당하는거 아닙니까."


살짝 짜증 섞인 어투로 그녀를 책망하듯 말했다. 그녀가 품속을 더욱 파고들며 팔을  가슴 위에 얹었다.

"..그렇겠죠. 그치만 작가님이라면 왠지 믿고 싶어요. 저도 제가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후..

이 여자를어떻게 떼어낸다.

복수가 끝나기 전까진 활용가치가 높기에 그냥 기억을 지워버릴 수도 없고.. 그녀 덕분에 퀘스트까지 완수하지 않았는가.

물론 방법은 있다.
기억을 지우면 된다.


나에게 의지하고 기대고 싶은 마음과 우리가 나눈 정사에 대한 기억만 지워버리면 그녀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사무적인 사람으로 바뀔 것이다.


근데..

그걸 알면서도 나는 하지 않았다. 마컨 횟수도 늘었지만 그녀의 기억을 조작하는 데에 쓰고 싶지 않았다.

난 복잡한 심경에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믿지 마세요. 저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니까."



.
.




며칠간 이어진 대규모 뷔페미즘 집회를 계속 전전해보았지만 역시나 마지막 보스  대표년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뷔페미즘 활동을 하지 않는 걸까.

인아에게 부탁한 40대 장씨 여성의 명단은 워낙 인원이 많아 시일이 조금 걸린다고 대답을들었었다.


'뭐, 바로 나올 거라 기댄하지 않았으니까.'

문제는명단이 언제 나오느냐가 아니다.

수천명,  단위를 찍을 지도 모를 명단을 하나하나 기억과 대조시켜보는게 진짜 일일 터.
눈알이 빠지겠지.


"젠장, 오늘도 허탕이네."


길바닥에 침을 한번 뱉고, 차에 오른 난 어디론가 향했다.

.


작업실에 도착한 난 고민에 빠져있었다.

고민은 어떻게 이 집단최면이란 압도적인 능력으로 회사에 은둔하고 있는 뷔페미녀들을 처리할지에 대해서였다.

첫 시험 대상자들이었다.
집단최면이란 첫 시험.

서연과 가인, 철수  몇몇은 웹드라마 촬영으로 회사를 비운 상태.


우선은 가볍게 시험해보기로 했다.
미니드라마 제작 완료까지는 좋든 싫든 뷔페미녀들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작업실을 나와 비품을 가지러가는 척을 하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조용한 공간엔 타자소리와 업무통화소리만이 들려왔다.

-짝짝짝ㅡ


"자! 여러분! 여기 주목!"

고요한 사무실에 울려퍼진 뜬금없는 목소리에 여직원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모두 '뭐야?' 싶은 표정이었다.


'사이킥 컨트롤 시전.'

-딱ㅡ!


사이킥 컨트롤이 시전됩니다. ]

곧바로 핑거스냅을 튕겨 사이킥 컨트롤을 시전했다. 두 가지의 능력으로 이제 핑거스냅을 하더라도 앞에 꼭 능력 이름을 말해야했다. 만약 마인드 컨트롤로  사람을 조종해야하는데 사이킥이 전체에게 시전되어선 안 되는 상황도 있을 테니까.


우선 사무실 출입문을 안쪽에서 모두 잠그고 CCTV의 사각지대로 뷔페미년들을 자연스레 끌고왔다.

"자, 여기서 난 페미니즘이 아니지만 구호를 어쩔 수없이 따라하고 있다. 거수."

십여명의 여성들 중, 세 명이 손을 들었다.

미친, 적어도 다섯 여섯명은 나올  알았건만.


"거수한 사람들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업무보세요. 아, 거기 잠깐."

거수한 사람 중 얼굴이 가장 반반한 여성을 불러세웠다. 뷔페미년이아닌 여성은 내게 생체오나홀이 아니던가. 나머지 두 여성은 보내고 가장 반반한 여성에겐 펠라를 주문했다.

오늘 저녁에 세나와의 뜨거운 정사를 나누기 전에 미리 한발 빼놓을 생각이다. 그래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츄릅, 쭈읍, 쯔읍ㅡ♡"

여성은 내 명령대로 바지를 살짝 내리고 지퍼를 풀어 꼿꼿하게 솟아오른 하물을 정성스레 빨기 시작했다. 흐음, 좋은데.

"자ㅡ 나머지 여성분들은 모두 진성 페미니즘이다. 그죠?"

""네.""


"좋아. 자 여러분들은 앞으로 페미니즘을 극도로 혐오하게 됩니다. 1월 이후부터 페미니즘 여성이 보이면 무차별 육탄공격을 감행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리고 육탄공격은 나의 박수신호가 들리면 시작합니다."

현대판 여적여에 고전판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는 뜻의 이이제이 전술이다.
결국 뷔페미즘의 적은결국 뷔페미즘이고, 멧퇘지로 멧퇘지를 잡는 것이다. 큭큭.

완벽한전술이지 않은가, 선량한 시민의 피해없이 같은 족속들끼리 피 터지게 싸우는게 만들 수 있다니.

아아, 막상 써보니 집단최면의 능력이란 실로 막강하구나, 감탄스럽다.

"아그리고 회사 동료들에겐 육탄공격금지입니다. 회사 동료는 미니드라마 제작이 완수되면 그때부터 허용합니다."


드라마 제작이 완수되기 전까진 타도뷔페미즘 군사들을 제지시켜야했다. 회사 내에서 전쟁을 일으켰다간 드라마 제작에 차질이 생길 테니까. 그리고 나의 군사들이 어떤 육탄공격을 감행하는지 직접 보고 싶어 나의 박수소리가 신호로 설정해둔 것이다.


""네!""

일곱명의 여성이 나의 명령에 일제히 답했고, 그 소리에 난 왠지모를 희열이 느껴졌다. 마치 나의 군사들 같았다. 뷔페미즘을 타도하는 나의 충실한 군사들.

큭큭, 생각해보니  사이킥 컨트롤만 있으면 군사력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겠는데?

생각만해도 짜릿해  몸에커다란 전율이 일었다.
타도 뷔페미즘 대군을 만들어 세상을 혼란의 장으로 만드는 뷔페미즘 쿵쾅이들을 잡아 족치는 나의 모습이 말이다.


대군을 이끌고 시위현장을 습격해 뷔페미즘 멧퇘지들을 도살하고 뷔페미즘을 갱생시킨다면 얼마나 보람차고 행복할까.

일단은 여기 네오스튜디오에서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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