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신인아이돌 따먹기
그런데 흐음, 싫다라.
하지만 암시의 덫을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지, 큭큭. 내가 거듭 눈에 힘을 주며 말하자 그녀가 울먹이여 내게 다가왔다. 작은 눈망울이 쏟아질듯 일렁인다.
아아, 보기 좋은 그 얼굴에 희열감이 오스스 돋아났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제 손으로 둔부를 잡아 내쪽으로 벌렸다. 일전에 개통을 해놓은 탓에 쉽게 항문이 벌어진다.
"흐으읏…!"
삽입용 바디를 그녀의 음부에다 문지르자 괄약근이 수축하며 발꿈치가 들린다. 힘껏 신음을 삼켜보지만 이미 바디에 잔뜩 애액이 묻은 후.
곧장 윤광이 감도는 삽입용바디를 그녀의 수축된 항문 속으로 쑤셔박았다.
"끼요으으..! 찌, 찢어질 거 같아요!!"
"큭큭. 이제 이거 쓰고 무릅 꿇고 기어봐."
내가 건넨 건 토끼 머리띠였다. 마음 같아선 야시시한 망사 비니걸 의상을 입히고 싶었지만 언제든, 누구든 들어올 수 있는 이곳에서 굳이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
이정도만해도 내 기준에선 충분히 모험이었다.
서연이 통증에 몸을 파르르 떨며 토끼 머리띠를 썼다.
크흑, 길쭉한 토끼 귀와 엉덩이골 사이를 풍성하게 수놓는 새하얗고 동그란 꼬리가 영락없는 바니걸이다.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수인족 같달까.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다.
"이리와."
소파에 걸터앉은 난 다리를 쩍 벌리며 말했고, 서연이 내게 쭈뼛대며 다가왔다. 항문을 쑤시고 있는 토끼 꼬리 탓에 걸음을 어기적댄다. 흠, 근데 뭔가 부족한데.
"어느 토끼가 이족보행을 하지? 사족보행으로 기어와."
"큿…! 변태 새끼…!"
서연이 진노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 배덕스럽고, 악에 받힌 눈빚에 복수심이 들끓는다.
"어허, 노예가 계속 그렇게 눈을 버릇없게 뜨면 또 채찍질할 수밖에 없는데."
서연이 어금니를 강하게 씹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물론 암고양이처럼 허리를 잘록하게 휘운 채 요염하게 엎드려 기어왔다.
"탁자 짚고 뒤로 엎드려."
"제, 제발.. 이제 그만.."
하지만 나에게 이길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눈빛가득 담고 있던 분노를 지우고 애원스런 눈빛으로 바꾸었다. 물론 분노에서 애원으로 넘어가는 그 단계가 키포인트기에 난 조소를 지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올려쳤다.
-찰싹!
"꺄읏!♡"
"토끼 보지는 어떤지 궁금하다구. 어서 엎드려봐."
"흐읏…"
결국 그녀는 나의 성화에 못이겨 허리를 굽히고 내게 둔부를 들이밀었다. 아아, 새하얀 망사스타킹에 빨간 구두만 있으면 최곤데.
얼굴을 들이밀고 둔부를 벌려잡자 분홍빛 음부가 새치름히 빛을 밝힌다. 언제봐도 아름답고 고운 자태다. 특히 서연의 음부는 성교육 시간에 보았던 그 완벽한 모양새의 음부 모형과 백 퍼센트의 싱크로율을 자랑할 정도로 이뻤다.
완벽한 모양과 색.
표본이다.
츄릅.
"하읏..♡"
혀로 핥자 달짝지근한 애액이 감칠맛나게 입속에 풍미를 가한다. 그리고 이마와 눈두덩을 간질이는 토끼의 부드러운 털이 이질적으로 다가와 내게 새로운 희열을 선사했다.
"쭈읍, 츄릅. 쭈읏. 쮸릅."
"하앙..♡ 그, 그만.. 그만해..! 하으응♡"
이젠 베테랑으로 거듭난 나의 고숙련 혓놀림에 그녀는 꼬리를 살랑대며 하부를 떨어댔다. 짙은 신음이 고요한 작업실에 울려퍼진다. 철수 놈은 전여친이 능욕 당하는 장면을 보며 서지도 않는 하물을 몰래 쓰다듬고 있었다.
'풋, 계속 쓰다듬어봐라.'
그런데 그때.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젠장, 이제 막 후끈하게 달아오른 분위기인데, 불청객의 등장에 우린 연습해두었던(?)대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업무에 열중하는 척을 했다.
난 당연히 책상으로 돌아갔고, 철수는 소파의 끝자리에서 내가 쓴 시나리오를 시민논객의 자격으로 정독하고 있었고 서연은 황급히 바지를 입고 토끼 머리띠를 벗은 다음 내게 스케줄을 보고하는 척을 했다.
하지만 붉게 상기된 우리들의 얼굴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마치 선생님 몰래 음탕한 난교를 펼치는 음란제자가 된 듯한 짜릿한 기분이다.
난 책상 하단에 위치한 출입문 개폐 버튼을 눌렀고,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
가인이었다.
서연은 제 사촌 언니이자 대표이사의 등장에 바짝 긴장했지만 그래도 나름 배우다, 이건지 능숙하게 달력표를 보면서 내게 보고했다.
물론 모두 실제 잡힌 인터뷰와 미팅 건이었다.
"작가님, 내일 오후 2시에 인터넷 뉴스 한동뉴스와 인터뷰가 있고, 모레 오전 10시에는 TBS와 인터뷰가 있습니다."
"그래? 오늘은 뭐 없어?"
"오늘은 오후 5시경에 엘리뜌드 잡지사와 인터뷰가 있습니다."
"5시? 저녁시간 아냐?"
나의 살짝 신경질적인 물음에 서연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잘못을 저지른 소녀처럼 우물쭈물, 얘기했다.
"그게… 안 될 것 같다했는데 5시에 꼭 좀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해서.."
"사정? 어떤 사정?"
"네, 네.. 대신 인터뷰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진행하는 것으로 협의를 봤습니다."
오, 제법 비서 답게 일처리가 마음에 든다. 그래, 어느 누가 상도덕없이 밥도 먹이지 않고 일을 시키겠는가.
가인이 서연을 보곤 흡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책상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검은 정장 안에 과하지 않은 호피 무늬 셔츠를 입었는데 그 뇌쇄적이고 육감적인 분위기에 홀릴 뻔했다.
"후훗, 서연이 제법 잘하는데?"
"아, 감사합니다. 대표님."
가인이 나를 쳐다보았다.
물론 그 시선에 배덕감과 함께 은근한 흠모심이 서려있었다.
일전의 일 때문인지, 다소 딱딱한 말투로 내게 말을 건네왔다. 시선도 마주치지 않는다. 마치 암시를 스스로 풀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설마 상대의 정신력이 어느 수치 이상이면 암시의 효과가 옅어진다드니, 아니면 걸리지 않는다든지의 설정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나 완전 쓰레기 된 거라고.
[ 그건 아닙니다만, 상대의 정신력에 따라 암시에 대한 반응이 각기 다르게 나올 수는 있습니다. ]
흐음, 그럼 암시의 효과가 먹히긴 했지만 그걸 부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네. 부정보다는 숨긴다는게 옳은 표현이려나.
지금의 그녀처럼.
"축하드려요. 작가님."
그녀가 책상 위로 서류 한장을 놓아주었다.
"이게 뭐죠?"
"승인 났어요. 채널 선점권만 저희에게 승인해주는 것으로요. 그래도 다행인 건 방송시간은 평일 밤 10시. 드라마 보기엔 제격인 시간대죠."
오, 평일 밤 10시 시간대는 혹여나 붙여본 조건인데 승인이 난 모양이다. 어차피 문화 컨텐츠는 결국 재미만 있으면 입소문을 타 새벽에 방송해도 히트시키는 데는 상관없지만 황금시간대에 배정되면 감지덕지지.
좋아.
이제 성공신화를 써내려갈 차례군.
난 비밀서랍 윗칸을 열어 가인에게서류 뭉치를 건네주었다. 그것을 의뭉스레 받아든 가인이 붉은빛눈망울을 굴려 물었다.
"시나리오 완본이에요. 방송사에 넘겨준 거랑 조금 다른 거죠."
"..네?"
"혹시 모르잖아요. 시나리오가 유출될 지, 어차피 조금 수정을 해야 했기도 하고."
드문드문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떠오르는 기억들에 시나리오 수정이 조금 잦았었다. 그래서 방송사 승인용 시나리오는 거의 초판본으로그뒤로 제법 수정을 거쳐 완전판이 된 것.
다소 어수룩했던 초판본으로도 승인이 난 것으로보아 그들도 직감했을 것이다. 대박드라마가 될 거란걸.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없이 스튜디오 자체제작 드라마기에 방송국놈들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크게 없었다.
그렇기에 쉽게 승낙해준 것일 테지.
그리고 어차피 네오 스튜디오 자체제작으로 드라마 지분 양도가 최소화됐기에 네오 스튜디오 입장에서도 이득인 셈이다.
대박이 보장된 작품이니까.
가인이 시나리오 종이들을 넘겨보며 물었다.
"그럼 이걸로 제작을?"
"네, 배우는 여기 이 배우들로 섭외해주세요."
종이 한 장을 그녀에게 추가로 건네주었다. 주, 조연 배우들의 목록이었는데 물론 모두 똑같이 섭외하기는 힘들 것이다. 돈으로도 못 사는 것들이 있으니까.
"섭외 목록인데, 조연 배우들은 틀어져도 상관 없는데 주연 배우는 무조건 섭외해주세요."
주연 배우들은 비교적 섭외하기가 쉬운 대상들이었다. 왜냐면, 이 작품을 발판으로 급부상한 라이징스타였으니까. 그렇기에 아직까진 큰 인지도가 없는 배우들이었다.
"흐음.. 일단 한번 해볼게요. 대본은요?"
"대본은 섭외 끝나기 전에 마무리 지을테니 걱정마세요."
"알겠어요. 이제 바쁘겠네요. 근데.. 서연이는?"
풋, 사촌 언니 아니랄까봐.
서연이에게도 배역 하나는 줘야하지 않겠냐는 듯한 그녀의 눈초리에 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물론 그녀도 이번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줄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정상으로 치고 올라갔을 때, 심연의 지옥 나락으로 떨어뜨려 내가 전생에 느낀 그 기분을 느끼게 해줄 계획이니까.
잔인하다해도 상관없다.
전생에서 그녀가 저지른 짓은 더 잔인했으니까.
"서연씨도 비중 있는 배역이 들어갈 겁니다. 걱정마세요."
가인의 얼굴에 안도감이 서린다. 원래 시나리오 작가가 캐스팅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그건 제작 감독의 역량이지 작가의 관할구역이 아니니까. 첨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미 관계역전을 당해버린 네오 스튜디오의 대표이사는 내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암시 탓에 네오 스튜디오의 존패가 달린 일을 내 명령에 진행해버렸으니, 그 책임과 선택을 내게 묻고 싶은 것이다.
"다행이네요. 서연아.잘 됐네?"
채 빼지 못한 토끼 꼬리에 둔부가 부풀어있는 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좋아했다. 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조소를 짓고 말았다.
.
.
"어디 근처에서 쉬고 있어라."
"넵! 형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제 갓 자대배치 받은 신병마냥 군기가 바짝 들어간 철수는 마치 내가 어느 집 회장님이라도 된 것처럼 승합차 문을 열어주었고, 내 등 뒤로 90도 형님인사를 올렸다.
새끼, 계속 데리고 다니니귀여운 구석이 있다.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간 난 엘리베이터에 올라 3층에서 내렸다. 오늘 하루 대관료를 지불하고 빌린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앉아있던 순재가 벌떡 일어나 건들대며 다가왔다.
그러곤 어디서 배운 건지 어울리지도 않는 힙합식 인사를 내게 건넸다.
"요~ 쏘마이 쁘로~ 왔냐."
"이제 좀얼굴이 사람 같다?"
내가 준 돈으로 악덕놈들에게 빚을 일부 상환한 순재의 얼굴은 제법 펴져있었다. 뭐, 그때도 펴져있긴 했지만.
베이지 톤의 작은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의 뒤편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가수는?"
"아, 조금 있음 올 거다. 노래나 좀 들어보자. 얼마나 좋길래 그리 호들갑이냐."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순재가 소개시켜준 작곡가를 만나 악보를 따왔었다. 거기다 서연이 노래를 가수까진 아니더라도 제법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이드 녹음까지 마치고 온 난, 휴대폰을 꺼내녹음 파일을 틀어주었다.
노래는 여성 솔로 가수가 내년 초에 발매하는 것으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완벽히 갖춰 각종 대상을 휩쓴 노래였다.
가사는 드문드문 내 자작으로 쑤셔넣긴 했지만.
노래를 들은 순재가 경탄스런 표정으로 내 팔뚝을 퍽, 쳤다.
"오.. 노래 좋은데?"
"그치? 대박날 거야. 근데 가수는 대체 왜 안 오는 거냐. 노래 잘 부르는 가수지? 목소리 조금 허스키하면서도 청아한?"
"그럼 쉬끼야. 내가 누군데. 이제 올 때가 됐는데."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들어왔다. 화사한 핑크와 백색이 조화롭게 염색된 풍성한 머리칼과 조막만한 얼굴에 여신과도 같은 미모가 가득 들어찬, 그녀는 다름아닌 블루핑크의 아린이었다.
"..어?"
그녀가 아린이라는 것을 인지하자 내 입에선 뇌를 거치지 않은 바보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보자, 잠깐..
요즘 하도 암시를 써대고 있으니 아린에게 걸어두었던 암시가 무엇인지 기억이 안 난다.
'뭐였더라.'
그런데 그때.
벙쪄있는 나를 쳐다본 아린이 두 팔을 벌려 아기처럼 와락 내 품에 안기며 뛰어들었다. 프헉, 가녀린 체구라해도 예상치 못한 포옹에 공기반, 소리반의 침음성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오빠! 이게 얼마만이야아ㅡ!"
아, 생각났다.
그녀에게 걸어두었던 암시는 나를 '짝사랑 오빠'로 기억하는 것과 분홍빛 항문을 내게 바치고 싶은 숭고한 '사랑'이었지.
순재가 내 등짝을 후려치며 '너 이 새끼, 뭐냐!'는 말을 눈으로 부라렸다.
"아, 예전에 알고 지내던 동생이야."
"뭐? 뭐, 이 쒸발? 블루핑크의 아린이 예전에 알고 지내던 동생이라고?"
아린이 옅게 일렁이는 눈물을 훔치며 내 품에서 빠져나왔다. 일전에 수연에게 기억조작을 테스트해본 결과, 메인 키워드만 암시를 걸어놓으면그 키워드에 맞는 기억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을 알아냈었었다.
과연 그녀는 어떤 기억을 만들어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