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성공신화의 시작
-똑똑.
"들어오세요."
늦은 출근 이후, 쌍코피가 터진 것외엔 별다른 일 없이 작업실에 앉아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나의 샌드백 철수와 육노예 서연이 출근하지 않아 무료하던 찰나에 가인이 작업실로 들어왔다.
"어쩐 일로…?"
"아, 어제 잘 들어가셨나해서요."
가인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얘기했다. 흐음, 차갑고 강인한 인상의 여성이 소녀처럼 쭈뼛거리는게 썩 귀엽다.
"차 한 잔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시나리오 작업하시는데 방해되실 텐데."
"가끔 머리를 식혀줘야 영감도 더 잘 떠오르는 법이죠. 앉으세요."
"네, 그럼.."
가인이 예쁜 엉덩이를 소파에 붙였고, 난 커피포트로 물을 끓어 차 두잔을 타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았다. 다리를 편안히 꼬고 앉아있을 뿐인데도 그 섹시함이 뭇 여성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말려 올라간 바짓단 아래 드러난 그녀의 새하얀 발목마저 농염해보일 정도로, 침이 꿀꺽 넘어가고 아랫도리가 또묵직해진다.
"어제는 뭐, 잘 들어갔습니다."
"그러시군요. 다행이네요. 근데 혹시 서연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서연의 얘기에 잠깐 흠칫했지만, 차 한 모금을 홀짝이며 기척을 지우곤 태연히 답했다.
"서연씨요? 왜요?"
"아, 작가님께서 데려다주신다고 했었다던데, 오늘 갑자기 출근을 안 해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싶어서요. 철수도 못 나온다고 연락왔고."
"술병난 거겠죠. 어제 많이 마시던데."
"술도 잘 못하는 애가 쯧.."
흠, 생각해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골목길에 들러 서연의 상태를 살펴 보았어야 했는데, 취기에 피곤함이 겹쳐 몰려와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았었다.
나의 육노예로 거듭나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첫작품의 여주인공인데 조금 더 신경썼어야했나. 그래도 한 놈을 깨워두었었으니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겠지.
"연락은 안 되던가요?"
"네. 받질 않네요."
"연락오겠죠. 어린 애도 아닌데."
나의 퉁명스런 말에 가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근심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찌푸린 미간마저 농염하다. 거기다 팔짱을 끼자 오목하게 모인 그녀의 젖가슴이 봉긋하게 솟아올라 마치 만져달라는 것만 같았다.
젠장, 안 되겠군.
철수놈을 예의주시하기위해 마컨 횟수를 아껴두려했지만 개인작업실에 가인을 단 둘이 마주하고 있으려니 욕정을 참기가 힘들다.
어차피 철수놈은 당분간 내게 신경쓰지도 못할 것이다. 더욱이 허세가득한 고딩들처럼 양아치놈들 몇 명 데리고 조폭행세를 하는 놈이라면 말이다. 복수심에 불타 자신들을 피곤죽으로 만든 순재를 찾으려 혈안이 되어 있겠지.
그리고 어차피 그녀에게 암시를 걸어야했다.
그래야 이 네오스튜디오란 제작사에서 내 꿈을펼칠 수 있을 테니까.
고로, 난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대표 명패의 풀네임을 떠올리며 마컨을 시전했다.
[ 인접해있는 김가인에게 마인드컨트롤이 시전됩니다. ]
백 퍼센트의 성공률덕에 그녀의 눈빛은 단번에 탁해졌다. 우선 작업실 문을 잠그고 그녀의 뒤에 섰다.
"가인씨."
나이상으론 그녀가 연상이지만, 주종관계가 성립된 지금 이순간부터는 더 이상 연상이 아니다. 그저 나의 충직한 육노예일 뿐.
"네."
차가운 음성이 나의 심장을 뜨겁게 달군다. 그녀의 짙은 흑발을 옆으로 넘겨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뜨거운 체온이 손끝을 타고 올라온다.
그러다 슬쩍 손날을 펴 그녀의 옷 아래로 손을 넣어 브레지어를 만져보았다.
아니, 만져보려했다.
그런데.
"…노브라?"
브레지어가 있어야할 곳엔 부드럽고 탱탱한 젖가슴의 촉감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제법 젖가슴이 크다. 항상 살짝 펑퍼짐한 셔츠를 입고 다녀서 몰랐었는데.
"뭐야, 설마 치녀?"
"..아니에요. 브레지어를 하고 있으면 답답해서 일에 집중이 안 되거든요."
젖가슴을 어루만지다 유두를 꼬집으려했는데, 이번에도 묘한 촉감에 손길이 멈추고 말았다. 유두가 있어야할 곳엔 뭔가 코팅된듯 맨들거리는 촉감만이 느껴졌다.
"이건 또 뭐야."
"..유두패치에요. 유두가 셔츠바깥으로 튀어나오면 조금 그러니까요."
-찌잇!
"꺄읏!♡"
가인이 황급히 두 팔을 오므리며 저항했지만 이미 내 두 손엔 하얀색의 도톰한 패치가 들려있었다.
"큭큭. 오늘 하루는 패치 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주, 주세요. 부끄럽다구요."
"풋, 그럼 브레지어를 하던지."
"당신.. 굉장히 짓궂군요. 흐읏..♡"
유두패치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지자 어느새 그녀의 입에서 낮은 신음성이 흘렀다. 살짝 부풀어오른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비비고 꾹꾹 누르자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으읏..♡ 여긴 회사라고요.. 하지마세요."
그 작은 떨림에도 손끝을 타고 시신경을 짜릿하게 감전시키는 쾌감이 남다르다. 나의 상사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흑표범 같은 냉철미를 유린한다는 생각에 그런 걸까?
"그, 그만 만져요."
가인이 제 흥분감을 숨기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눕히며 가볍게 저항의 의사를 표했다.
뭐, 어차피 이젠 마컨 상태에서 여성을 겁탈하는 것엔 다소 질리기도 했기에 암시를 걸고 해제시켜줄 생각이다. 마컨 상태에선 개인의 매력 반감과 생동감이 조금 부족하달까.
그렇기에 기억조작 능력발현 이후론 급한 경우가 아니고선 항상 암시를 걸어 개인이 가진 성질과 매력을 최대한 반감시키지 않고 겁탈하고 있었다.
그래야 더 짜릿하니까.
손을 빼고 그녀의 정수리에 코를 박았다. 흐으으읍, 크게 숨을 들이쉬자 옅은 라벤더 향기가 콧구멍을 간질인다.
"흐음~ 향기도 좋네."
머릿결을 훑으며 향기를 취하다 그녀의 목선이 눈에 들어왔다. 갸냘픈 그 뽀얀 목선에 심취해 그만 핥고 말았다.
"흐읏..♡"
"츄릅~ 쪽쪽."
그러다 재미난 생각이 들어 그녀의 목선에 입술을 문어의 흡판처럼 착 붙이고 강하게 빨아당겼다. 그 뜨거운 흡입력에 가인이 제 허벅지를 서로 비벼대며 내 머리칼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두피를 움켜잡는다.
흥분감에 흔들리는 머리칼에서 향긋한 라벤더향이 짙게 풍겨왔다.
"쯔으으으웁."
"하으읏..♡ 그, 그만…!"
그렇게5초간을 쪽 빨아당기고 입술을 떼자 그녀의 뽀얀 목선에 검보랏빛의 키스마크가 생겨났다. 큭큭, 유두패치도 뺏겨 이번엔 키스마크까지 남겼으니 오늘 하루 그녀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다.
듣자하니 오늘 오후에 웹드라마 제작 회의가 있다고 하던데 볼만 하겠다, 큭큭.
"키, 키스마크를…!"
"큭큭, 가인씨는 앞으로 내꺼라는 도장입니다. 그러니 감사하게 생각해요."
에피타이저로 적당히 그녀를 괴롭혔으니 이제 암시를 걸 차례다. 그녀는 꼭 마컨 상태에서가 아닌, 맨정신 상태에서 천천히 그리고 깊게 테이스팅하리라.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가인씨."
"네.."
"앞으로 내 부탁은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게 될 거에요. 그리고 당신을 대표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오르가즘을 느끼게 되고, 날 흠모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지만 그걸 애써 부정하려 합니다. 아시겠어요?"
"부탁.. 무엇이든.. 대표님.. 오르가즘.. 흠모.. 부정.."
디테일하게 암시를 주입하니 마치 나만의 성노예 아바타를 만들어가는 기분이다.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굉장히 흥미로운데.
"네, 알겠습니다."
암시를 마친 난 그녀에게 걸린 마컨을 해제시켰다. 그녀의 눈빛이 돌아왔고, 우린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목선에서 느껴지는 옅은 감각에 그녀가 목을 한번 어루만진다. 하지만 이미 체액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버려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대표님?"
"흐음…?♡ 네, 넷?"
내 부름에 가인의 차갑게 가라앉아있던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며 묘하게 끝나는 신음을 내질렀다. 놀랐는지 고운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린다.
'큭큭, 역시 재밌어.'
도도하고 지적이고 세련된 여성이 나의 부름마다 오르가즘을 느낀다니, 환희에 찬 미소가 그려진다. 그녀의 옅은 검정 셔츠의 젖가슴 부근을 쳐다보자 패치의 봉인에서 해제되어버린 유두가 새치름히 솟아있다.
아마 아직 유두패치가 떼졌는지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몇번 움직이다보면 셔츠에 쓸리는 유두 느낌에 알아채겠지만.
'몇번 더 부르면 완전히 꼿꼿하게 서버리겠는걸, 큭큭.'
하지만 본게임은 차후를 도모하기로 했다. 급할 건 없으니까. 원래 맛있는건 가장 아껴먹어야 그 맛이 더욱 황홀한 법.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는지 가인이 의문스레 물었다.
"왜 부르셨어요?"
"아, 다른 게 아니고.. 아무래도 인터뷰 요청하고 미팅 요청 건들이 쇄도하고 있어서 개인비서까진 아니더라도 스케줄 조정하고 외적인 업무를 좀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요."
나의 요청에 가인이 난처한듯 뜸을 들였다. 스타작가에게도 개인비서가 붙진 않는다. 작가란 대중매체에 노출이 되는 직업이 아니니까. 해봐야 인터뷰 요청 건이 다일 테고.
그렇기에 작가에게 개인비서를 붙인다는 것은 대외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난감해질 수가 있기에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들어줄 수 없는 요청이다.
암시가 걸리기 전의 그녀라면.
"음.. 그러죠. 아무래도 거물신인작가분을 저희 네오스튜디오에 모시고 있다는걸 알면 저희 입지도 좋아질 테니까요."
나의 부탁이라면 어떻게서든 들어주고픈 암시에 걸린 그녀는 고민하다 이내 승낙해주었다. 물론 위의 이야기도 사실이긴 했다. 하루에 평균 10건이 넘도록 기자들에게 전화가 와 인터뷰 한번만 해달라며 애원을 해댔으니까.
그리고 얼른 유명세를 타려면 인터뷰란 인터뷰는 모조리 하는게 좋았다. 하지만스케줄 조정이란 일이 쉬운게 아니기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었다.
뭐, 겸사겸사 개인 욕구도 채우고.
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가인에게 얘기했다.
"비서론 서연씨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인이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쏟아질듯 휘둥그레진 눈이 썩 보기가 좋다.
"네? 서연이를요?"
"어차피 신인이고, 지금 당장은 제 웹드라마말고는 스케줄도 없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만.."
만약 이게 암시 없이 그냥 내뱉은 말이라면 이런 미친놈이 다 있냐면서 욕을 바가지로 쳐먹고쫓겨났을 테지만 나의 사랑스런 육노예로 변질되어가는 가인은 머뭇대다 이내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뭐, 작가님 따라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게 도움이 되겠죠. 근데, 그럼 철수씨는요? 메인 업무가 서연이 매니저인데.."
"어차피 서연씨가 운전을 못하니 철수씨도 같이 붙여주세요. 운전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아.. 네.. 일단 얘기해볼게요."
대표이사의 이야기를 일개 직원이 어떻게 반대하겠는가, 큭큭. 두 년놈들은 결국 나의 마수 아래로 기어들어오게 될 것이다.
우선 이렇게 서연과 철수놈을 곁에 두고 지켜보며 마음껏 굴리기로 했다. 서연은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로 내게 성적 봉사를, 그리고 철수는 강인한 얼굴과 튼튼한 몸으로 내게 폭력의 희열을 안겨주는 것이다.
"아, 그리고 시나리오가 다음 주면 나올 것 같네요. 웹드라마랑 동시제작으로 들어가시죠. 미니드라마가 적당할 것 같네요."
가인이 나의 연이은 폭탄발언에 다시금 눈을 휘둥그레떴다.
"버, 벌써요?"
"미리 구상하고 있던 거라 금방 끝날 것 같아요. 미니드라마 가능하겠죠?"
무리한 요구임이 자명하다. 검증도 안 된 시나리오를 대뜸 미니드라마로 제작한다는게 말이다. 더욱이 웹드라마와는 확연히 다른, 정식 영상 매체이다.
티비에바로 송출이 되는.
네오스튜디오가 지상파 방송국 NTBC와 협력관계인 점이 아쉽긴하지만 그래도NTBC정도면 지상파 채널 중에서는 한가닥하는 채널이기에 미니드라마라도 대박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근래들어 지상파 드라마가 다양한 연령 층에게서 크게 성공하고 있으니 그 확실성은 믿어도 될 터.
그리고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미니드라마는 2019년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1위를 달성한 드라마다. 뭐, 아직 세부적이고 디테일한 부분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았지만 큰 줄기와 인물간의 갈등, 반전 등은 그당시 매우 심취해서 봤었기에 시나리오를 재현하는데는 크게 무리는 없었다.
고로, 성공이 보장된 시나리오인 셈이다.
이 사실을 알리없는 가인은 걱정스레 내게 말했다.
"웹드라마는 저희가 자체제작이 가능하지만, 미니드라마 부분은 저희도 NTBC하고 상의를 해봐야해서요.. 제작확정날지도 미지수이고."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대표님'이란 호칭에 가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가 돌아왔다. 이제껏 여성들이 보인 반응 중, 가장 절제된 반응이었다.
역시 대표라는 자리에 잘 어울리는 인내심이다. 그렇기에 더욱 괴롭히고 싶어지는 건 비밀이지만,큭큭.
"일단 강하게 푸시해주세요. 정 안 되면 네오 스튜디오 자본으로 제작할테니 채널선점권만이라도 달라고 하세요."
"네, 넷?"
지금 나는 거의 네오 스튜디오란 회사의 존패가 달린 말을 서슴없이, 그것도 대표란 자의 앞에서 내뱉고 있었다. 가인이 황당하다는듯 나를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난 거만스레 앉으며 오히려 그녀를 다그쳤다. 성공 가능성이 보장된 드라마라 백날 울부짖어봐야 그녀는 믿기 힘들 테니까. 아니, NTBC 국장이라도 믿기 힘들 것이다.
자고로 대중매체란 제 아무리 기대작이고, 출연진이 빵빵해도 결국 한끗차이로 결과가 바뀐다. 문화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설득은 의미가 없다.
무조건 추진하도록 만들 것이다.
결과가 우리에게 답을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