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진서연 SM 플레이
그리곤 폰을 꺼버리고 가방에서 카메라 하나를 꺼내 서연이 누워있는 쪽을 비췄다. 녹화버튼은 아직 누르지 않았다. 때가 되면 누를 것이다.
"흐음, 뭐부터 시작할까~"
우선 놈이 도착하기 전에 셋팅부터 하기로 했다. 큼지막한 가방 안에는 각종 가학적인 성기구들이 즐비하게 널려있었다.
스폿자위기부터 전기채찍, 그리고 구멍이 나있는 볼형 입마개와 얇은 밧줄까지.
오늘 이 버러지 년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줄 나의 사랑스런 도구들이다.
"흐음, 어디다 묶어야 하려나."
그런데 침대가 없으니 마땅히 묶을 곳이 없었다. 모름지기 SM플레이의 정석은 속박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거늘.
"그래, 이부자리가 꼭 저기 있을 필요는 없지."
그녀를 뉘인 바닥이불을 질질 끌어 티비 탁상의 앞에다 놓았다. 그녀의 머리가 티비 탁상으로 향하게한 후, 화장실 입구 벽에 놓인 탁자를 끌어와 그녀의 발 아래에 놓아두었다.
이가 없으믄 잇몸으로.
얼추 침대 모서리봉과 비슷하게 맞춘 난 그녀의 두 팔을 티비 탁상 다리에 한 개씩 묶고, 다리는 탁자의 다리에다 묶었다.
탁자가 가벼운 탓에 그 위에다 티비를 떼와 올렸다. 혹여 발버둥치다 탁자가 움직이면 곤란하니 말이다.
물론 손발을 속박하기 전에 옷을 모두 벗겨놓았었다. 술에 떡이되어 시체마냥 널브러진 여성의 육체에 하물이 불끈 솟아올랐지만, 오늘은 관람객이 있어야하기에 심호흡으로 애써 달래본다.
"후.. 진정해. 요놈쉬끼야."
속박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볼형 입마개를 그녀의 입에 재갈처럼 물리고 안대를 씌웠다. 그런데 SM 플레이의 정석이라 불릴 수 있는 속박된 모습에 심호흡마저 거칠어져버린다.
우선 하물을 한번 때리는 것으로 욕정을 잠시 수그러뜨렸다.
"크읏.. 훌륭해. 개꼴리네."
내가 셋팅했지만 훌륭하다. 카메라 각도까지 새로 잡아놓은 난 이제 성기구들을 준비한 다음 기다리기로 했다.
썅년을 구하러 올 썅놈을.
그 기다림이 지루해질 무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야! 서연아! 문 열어!
큭큭, 비릿한 조소를 지으며 태연히 문을 열었다. 제 여친의 얼굴이 비춰야할 이 홍등의 방에 내가 나타나자 녀석의 표정이 아주 볼만하게 일그러진다.
"너, 너 이새끼가!!"
"쉿. 어디 매너없게 떡치는 곳에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내 말 귓등으로 들었니?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어, 이 새끼야."
"크윽. 개새끼.. 우리 서연이는 어디 있냐!"
"들어와. 보여주지."
문을 열고 길을 터주자 놈은 헐레벌떡 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리고 나신으로 속박당한 채 누워있는 여친의 모습에 얼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히죽, 익살스레 그 표정에 미소지어주었다.
"아름답지 않아? 여성의 육체란 말이야."
문을 잠그고 따라들어가자 놈이 온 몸을 푸르르 떨며 분노를 표출했다. 큭큭, 그래. 어디 더 발광해보라고. 그럴수록 내 복수심만 충족될 뿐이니까.
"이.. 이 씨발! 이 미친 새끼야!! 진짜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냐? 깜빵생활 하고싶냐?!"
난 태연스런 표정으로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걸터 앉았다.
"신고해봐."
"이, 이 개새끼가. 못 할 것 같냐? 딱 기다려라. 넌 현행범이다. 이 십새끼야."
"풋, 어디 해보라고."
놈은 연신 휴대폰만 켰다껐다할 뿐, 신고하지 못했다. 최면암시의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니까, 그는 절대 암시를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
"이 씨발!! 신고하면 서연이도 좆되겠네. 이 악랄한 개새끼…! 대체 원하는게 뭐냐고!"
결국 자기합리화로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는다. 난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
"원하는 거? 너희들 둘이 인생 종치는 건데.. 해줄 수 있겠어?"
신사답게 너희들의 인생에 종을 칠 수 있겠냐 물었고, 비신사인 놈은 이 정중하고도 황당스런 물음에 잠시 머리를 굴리다 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는지 애걸스런 표정을 지었다.
신고도, 그렇다고 나를 무력제압도 하지 못하겠으니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내게 비는 수밖에다.
내가 느꼈었던, 그 압도적인 무력감을 지금 놈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짜릿한 쾌감과 희열감이 모공 끝까지 차올랐다. 마치 오르가즘을 느끼듯, 난 한 차례 부르르 몸을 떨어야했다. 기분 좋은 떨림이다.
"제, 제발. 해달라는 거 다 해 줄 테니까. 제발 멈춰줘!"
"내가 원하는건 니들 인생종치는 거라니까?"
"크읏.. 그, 그런 거 말고! 현실적인 거 있잖아! 돈이든, 아니면 서연이 몸이든 말이야!"
"현실적인 거라.. 나한텐 니들 인생 종치는게 현실적인데.. 우린 다른 현실을 살고 있나봐?"
음, 맞는 말이지.
비루한 놈의 현실과 찬란한 나의 현실은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르니까, 내가 말하고도 좀 멋있군.
철수가 대뜸 내게 무릎을 꿇었다. 화장실에서의 일방적이고도 압도적인 폭행 이후로 그는 내게 완전히 굴복해버린 듯싶다.
'새끼, 덩치는 산만해서는.'
조금 더 악랄하게 바락 대들면 더 재밌었으련만, 역시나 주먹 쓰는 놈은 본능적으로 강자에게 꼬리를 내려버린다. 그것이 허황된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좀 가만히 내버려두세요!"
"풋."
조소가 터져나왔다. 전생에서 내가 그에게 했던 대사와 매우 일맥상통했다. 죽음의 고통에 내가 잘못한 건 단 하나도 없었음에도 놈에게 무릎 꿇고 제발 나 좀 모른 척 해달라며 머리까지 찧어가며 빌었었는데, 이제는 놈이 내게 그러고 있다.
짜릿하다못해 전율의 파도가 내 온 몸을 덮친다.
"오늘 일만 잘해주면 고려해보지."
"대체 뭘 시키시려고…!"
"옷 벗어."
"네, 네?!"
"두번 말하게 할 때마다 자유가 멀어진다는 것만 알아둬."
"자, 잠시만요! 벗겠습니다!"
자유의 기회가 박탈될까, 철수놈은 허겁지겁 옷을 모두 벗어 바닥에다 던져댔다. 어느새 나체가 된 놈을 노려보았다.
"더럽군. 자, 이제 넌 오늘 신인배우 따까리가 아니라 신인배우로 데뷔하는 거야."
"무, 무슨."
"서연의 옆에 서."
말을 마친 난 의자를 끌고 카메라 쪽으로 이동해 앉았다. 그리고 녹화 버튼에 손가락을 얹은 다음, 다시 얘기했다.
"얼른 서라했다. 평생 괴롭혀주리?"
"아, 아닙니다!"
놈이 다시 헐레벌떡 아직 골아떨어져있는 서연의 옆으로 다가가 섰다. 힐끗, 놈이 서연의 나신을 눈으로 훑으며 침을 삼킨다.
풋, 이 상황 속에서도 제 여친의 나신을 음탐하는 꼴이라니.
'하여튼 이 꼬추가 문제야.'
촬영감독으로 빙의한 난 카메라 앵글에 눈을 가져가며 녹화버튼을 눌렀다.
"자~ 니놈 여친을 강간하는 장면이야. 어서 움직여."
"네, 넷? 아니. 그건…! 직접 하셔도!"
"싫어? 그럼 내가 해주리?"
"아,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자~ 하이~ 큐!"
내 명에 놈은 주저하다 이내 서연의 아랫도리에 자세를 잡고 앉았다. 이미 본능에 굴복한 자지가 역겨운 자태로 울긋이 솟아있다. 확 꺾어버리고 싶지만, 놈들의 인생유린을 위해 참아본다.
"..할짝."
놈은 이곳이 진짜 야동 촬영장이라 여기기로 했는지 서연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핥기 시작했다. 아담한 젖가슴이 큰 손에 잡혀 쥐어짜지자 서연이 침음성을 내며 고개를 옅게 움직였다.
아스팔트 껌딱지마냥 함몰되어있던 유두가 제 남친의 혓놀림에 빨딱 솟아올랐다.
역시, 인간의 육체란 참 직관적이면서도 진실되단 말이다.
서연의 육체를 혓바닥으로연신 쓸어대던 놈이 얼굴을 점점 아래로 가져가 보지를 마주했다.
놈도 여성의 사지가 묶이고,안대와 재갈로 완전히 속박되어버린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극도의 SM 플레이는 취향이 맞지 않는 상대와는 하기 힘든 것이니까.
그 탓에 놈의 하물이 더욱 부풀어오른다. 본능에 이성이 잠식당한 놈은 지금 내게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합법적이지 않은가.
나의 겁박에 어쩔 수 없이 한 여성의 육체를 마구 유린해야하니, 죄질도 죄책감도 현저히 낮을 터.
그에겐 어찌보면 '포상'인 셈이다. 만약 이 상황이 경찰에 발각되도 그의 죄질은 현저히 낮을 것이며 혹여 서연이 깨어난다해도추후에 변명할 거리가 넘쳐나지 않는가.
물론 그 포상을 고스란히 놈에게 안겨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가 왜 놈이 좋을 짓을 하겠는가?
난 그저 인터넷에 뿌릴 영상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의 얼굴과 서연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후, 녹화버튼을 중지했다.
서연의 얼굴이 안대에 가려 안면식별이 힘들 테지만 상관없다. 영상엔, 놈과 년의 신원과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릴 테니까, 큭큭.
"흐읍.. 할짝,할짝,할짝."
어느새 내가 다가온 줄도 모르고 인사불성이 된 제 여친의 보지를 마구 핥아대는 놈을 혐오스런 눈으로 내려다보며 뇌까렸다.
"어이구, 이 씨벌놈아. 좋냐?"
"할짝.. 으음?"
놈이 놀란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고, 난 곧바로 그의 욕망 가득한 안면에다 사커킥을 날렸다.
-퍼억!
정통으로 안면에 메다꽂힌 나의 사커킥이 놈을 벽면으로날려보냈다. 거구가 벽면에 부딪히자 방이 쿠웅하고 울어댄다.
-쿠당탕!
"크허억! 끄으으으으어억!!"
놈은 또한번 엄습하는 극강의 출산고통에 온 바닥을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비명도 악에 받혀 어마무시했는데, 양 옆방을 빌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누군가 경찰에 신고했을 소리였다.
치밀함을 잊지 않는 것, 그것만이 내 복수길에 놓을 꽃이다.
"끼야아악! 으읍! 으으윽!"
"새끼, 내가 설마 너한테 이런 호사를 줄 거라 생각했냐? 멍청하긴."
난 콩벌레마냥 바닥을 굴러다니는 놈을 바라보다 서연의 옆자리에 가지런히 모셔두었던 성기구 중 하나를 잡아들었다.
일렉트릭 휩.
직역하자면 전기채찍인데, 일전에 썼던 넓은 가죽면의 플러거 채찍에 약전류를 가미시켜놓은 일종의 플러거 휩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이 전기채찍은 우선 이 버러지년을 깨움과 동시에 가볍게 가학하기 위한 용이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전쟁북처럼 화끈한 SM 가학 플레이를 알리는 것이다.
"끄으으.."
놈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분노를 가득 담고 있었다. 분할 테지, 큭큭.
아둔한 짐승으로 변해 이제 막 재미를 보려했는데 내가 그 기회를 매몰차게 강탈해버렸으니 말이다. 똥을 싸다 끊은 것보다 더 심한 찝찝함일 것이다.
"왜, 꼽냐? 배빵 한번 더 해줘?"
놈이 단번에 눈을 내리깐다.
"그렇지. 내가 눈깔 착하게 뜨고 다니랬지. 한번만 더 그딴 눈깔로 쳐다보면 배빵 간다. 알겠냐?"
"네, 넵.. 맛있게 드십시오.."
어차피 놈은 폭력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공포에 나의 이 가학 시간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암시를 걸어뒀으니 구석에 처박혀 자신의 여자친구가 나의 SM 플레이에 괴롭혀지는 광경이나 한심하게 쳐다보겠지.
남자친구가 보는데서 여자친구를 겁탈한다라.
그것도 각종 가학도구로.
흐음, 백문이불여일탐이니라.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탐하는 것이 그 효과가 확실한 법.
-치직.
전기채찍의 전원을 키고, 아직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서연의 젖가슴을 후려쳤다.
-찰싹! 치직!
"꺄으읍-!!"
역시 그 효과는 확실하다. 단 한번의 채찍질만으로 깜짝 놀란 서연이 몸을 크게 튕기며 비명을 내질렀다. 옆을 힐긋 쳐다보자 철수 놈은 제 하물을 가린 채 이 부도덕하고도 배덕의 극치인 광경을 훔쳐보고 있다.
제 여친을 구할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오브? 오바아? 이허머아?"
입에 볼형 재갈이 물린 탓에 발음이 세어 제대로 알아듣긴 힘들었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지금 저기 구석에 처박혀있는 철수를 찾는다는 것이다.
"으읍! 부어저!"
"풀어줘?"
하지만 예상과달리 들리는 나의 목소리에 서연이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보았다. 아니, 보고 있을 것이다. 검은색 안대에 가렸지만.
"머아!?"
무거운 두개골을 드느라 목에 선 뼈대와 핏줄이 농염하기 그지없다. 바로 몸을 포개고 뱀파이어마냥 사정없이 빨아버리고 싶을 만큼.
"뭐긴 뭐야. SM 플레이 시간이지."
"꺄으! 미지새기아!! 오바! 어바!!"
쭈그리 철수를 애타게 부르짖으며 몸부림을 치지만 가녀린 여성의 팔목과 발목이 밧줄을 끊는 것도, 탁상과 탁자를 넘어뜨리는 것도 불가능이다.
"발버둥쳐도 소용없어. 니년이 애타게 찾는 오빠란 새끼도 지금 저기 구석에 처박혀 있으니까."
"오바? 어바! 부러저! 어허!"
안대에 가린 눈으로 연신 철수놈을 찾아대지만 이미 출산의 고통 한번에 가련한 하룻강아지로 변한 놈은 범의 앞에서 그저 꼬리를 내린 채 침묵으로 충성을 맹세할 뿐이다.
생전 처음 느낄 공포에 서연의 격한 몸부림이 이어졌고, 내 하물이 서서히 성을 내기 시작한다.
한 인격체가 내가 선사하는 공포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오히려 내 육욕을 자극한다. 싸이코패스들이 이런 기분일까, 내 자신이 아닌 듯한 오묘한 기분이지만 이미 난 그녀의 덜렁대는 젖가슴에다 채찍질을 휘두르고 있었다.
-파즛! 찰싹!
"까아아아-!!"
-파즈즛! 찰싹!!
"끼이으아!!"
단 두번의 채찍질만으로 그녀의 젖가슴은 천정의 홍등보다 더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 공포와 고통 속에서도 마치 혹한에서도 피는 야생화처럼 젖꼭지는 탱탱하게 부풀어 있었다.
"츄릅, 쭈읍."
벌게진 젖가슴 위로 솟아오른 흑빛 유두를 입 속에 넣고 깨물듯 빨았다.
"흐으으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