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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새 히로인 진서연 (59/129)



〈 59화 〉새 히로인 진서연

얼마나 잤는지도 모르겠다. 세나의 뒷구멍 탐닉을 마친 후 깨끗이 씻고 나와 바로 기절한  같은데 눈을 떠보니 세나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 깜짝 놀라며 깨버렸다.


햇살이 창을 뚫고 들어오는 것으로보아 점심 때즈음은  것 같았다.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나자 세나가 해맑게 웃는다.


뭐지, 꿈이라도 꾸는 건가?

"뭐, 뭐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에, 주인님 일어나셨네요."

이제껏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당황하고 말았다. 노예에게 당황하는 주인이라니, 댓바람부터 모양 빠지게 되어버렸다.


"호홋, 주인님 언제 일어날까 싶어서 보고 있었어요."


능욕의 끝판이라할  있는 후장 개통을 당해서 그런 걸까, 세나의 밝은 얼굴은 한 남성에게 감금 당한 여자의 얼굴이라 믿기 힘들 정도였다.

아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적응하기 힘들군. 그 얼굴은."

갑작스레 태도가 바뀐 세나의 저 천진난만한 웃음이 적응되지 않아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를 완전히 굴복시키고 싶다며  생각했건만, 막상 배를 까뒤집는 암고양이가 되어버린 그녀의 모습을 보자 무슨 꿍꿍이가 있는  아닌지 의심부터 되었다.

참, 인간이란 역시 복잡한 생명체다.

피식, 실소를 지은 나는 세나의 응석에 몸을 일으켰다.

"어서 어서. 밥 차려줘요. 배고파요."

뭔가..


관계가 바뀐 것 같은데?


보통 노예가 주인에게 밥상을 내어와야하는 게 아닌가..?

흠, 나중에 마컨의 기회가 남는다면 이제 내가 차린 음식을 먹을 때마다 흥분하는 암시는 지워버려야겠다.

'조금 성가시군.'

그리고 꼴을 보아하니 이제 조교도 완벽히 되어 그런 구차한 암시 따위는 필요없을 듯싶다.


반려동물마냥 쫄레쫄레 쫓아오는 세나를 귀찮은듯 무시하며 요리를 했다. 단출한 식사다. 원래 음식은 생존의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굳이 집에서 호화스런 식사를 하진 않았다.

노릇하게 구운 계란 후라이에 소금 간을 맞춘 후,  한 봉지를 꺼내곤 햇반을 돌렸다.

식탁에 자리잡은 세나는 연신 기대에 찬 눈빛을  등뒤로 쏘아댔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뭔가 귀찮은 동생이 생긴 기분이야.'

굴복했다해서 사람이 이리도 바뀔 수 있다니.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게 분명하다.


뜨끈하게 데워진 햇반을 그녀 앞에 놓아주었다. 전생의 내 인생을 말아잡수신 복수녀이건만, 이 복잡미묘한 감정이 한가지 단어로 정의되지 않는다.


우선,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자, 먹자."

"넷, 흐응..❤"


세나는 으레그랬듯,  한 숟갈에 신음 한번을 흘려댄다. 아마 의자에 애액도 흘려대고 있겠지. 의자는 세나 전용 의자로 만들어야겠다.

음부 부분에 움푹 구덩이를 만들어 애액을 모아볼까.


흠, 쓸 데가 없겠군.

"그나저나, 갑자기  이렇게 바뀐 거야?"

참 모순적인 질문이 행복한 표정으로 오물거리고 있는 세나에게로 향했다. 내가 했지만, 웃긴 질문임이 틀림없다.


내가 그녀를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바뀌었냐니 말이다.

"흐응..❤ 주인님 말이 맞았어요. 여기엔 쉴 곳도 즐길 거리도 먹을 것도 풍부하니까.. 어떻게 보면 바깥세상보다 더 좋은 곳인 것 같아요."

"그런가.."

조금 얼떨떨하긴하다. 내가 진짜  인격체의 정신을 완전히 개조해버릴 줄이야. 물론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세나가 발랄하게 손뼉을 쳤다.

"아! 즐길 거리는 조금 부족해요!"

"뭐가 필요한데?"


나의 의문스런 물음에 잠시 우물쭈물하던 세나가 조심스레 말했다.

"으음.. 우선 VOD 서비스 정액 좀 넣어주세여."

으아니, VOD 서비스?

고작 원한다는게 VOD 서비스라고?

드라마가 보고 싶었던 거야? 휴대폰도 컴퓨터도 아니고, VOD 서비스라니, 너무 소박하잖아.


'내 육노예가 이렇게 귀여울  없어!'

나도 모르게 피식, 다소 비아냥대는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 웃음에 세나가 발끈했다.


"이잇! 지금 비웃은 거죠!"

"아, 아냐. 오늘 바로 신청해줄게. 드라마가 보고 싶은 거야?"


어차피 VOD 서비스는 다시 보기 기능이기 때문에 그녀가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는 일절 없다. 그렇기에 더 귀여워 보이는 것이다. 혹여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면 그저 그런 육노예로 지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니, 만약에 그녀가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꾀했다면 난 아마도 그녀를 이곳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세나는 그런 내 생각도 모른 채 어린 소녀처럼 히죽 웃으며 답했다.


"헤헷, 넹. 드라마 짱잼."

"풋. 알았어."

식사를 마친 나는 외출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왔다.  손엔 재규어의 그녀, 김가인이 건네주었던 명함이 들려있었다.

'운사동이라.. 많이 멀지는 않네.'

운사동이면 상후동 시에서 서쪽 중심 부근에 위치한 곳으로 여기서 30분 정도 걸린다. 그리 큰 번화가는 아니지만 대학교 두 곳이 붙어있어 제법 건물과 사람들이 많기는 한 곳이었다.


"어디 가요?"

세나가 리모콘으로 VOD 서비스에 들어가 연신 드라마 작품들을 넘겨가며 물었다.


"응. 언제 들어올 지는 몰라."

"히잇. 그동만 못  게 많아서 엄청 쌓였네. 재밌겠당! 잘 갔다 와요!"

....

물어놓고 듣지도 않는다.

이게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맞나싶긴 했지만 뭐, 어쨌든 완전히 세뇌 되어버린 암고양이의 모습이 보기 좋긴 했다. 성취감이랄까,  그런 것도 느껴지고.

처음 데리고 왔을 때만해도 앙칼진 살쾡이였는데 말이다.

이제 다음 복수조교녀를 데리고 와도  문제가 없을 듯싶다. 혹여 여성 두명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아무리 건장한 남정네라도 제압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세나 없이 새로운 조교녀를 이곳에 채워넣어도 되겠지만은, 이상하게도 세나를 버리고 싶진 않았다.

충실이 내 조교 육성 프로그램을 잘 따라와줘서 대견스러운 것도 있고, 그간 가혹하게 괴롭히면서 미운 정이라도 든 모양이다.


'풋,  데 없는 감상은.'


드라마에 빠져든 세나를 뒤로 하고 안전감옥을 빠져나와 차에 올랐다.

.
.



"어서 오세요. 역시 오실  알았습니다."

보름달이 뜨면 재규어로 변신이라도  것처럼, 셔츠까지 올 블랙으로 맞춘 가인이 내게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역시나 어떤 미소도 보이지 않는다. 차가운 얼굴이 더욱 매혹적이다.

밝은 곳에서 가까이 보니 눈동자가 옅은 붉은색이었는데 서클렌즈를 착용한 모양이다. 그덕에 차갑고 강인한 인상이 더욱 짙었는데, 묘한 색기도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짙은 올 블랙에 연붉은 눈동자, 하얀 덧니까지 있으면 마치 뱀파이어같기도 한 모습이다. 강인하고도, 섹시한.


아마 그녀도 자신의 이미지가 어떤지 잘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덕분에 이런 여성의 밑에서 일하게 된 난 눈호강에 즐거웠지만.

 그녀의 안내를 받아 소파 자리에 앉으며 퉁명스레 말했다. 그녀가 차갑고 강인해 보인다해서 쫄 것 없다.

난, 전지전능하신 이강한이니까.


"궁금하기도 해서요. 이런 건 처음이니까."


"저희도 처음이에요. 신인작가 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대우도 탑급으로 해드리는 건요."


"왜 그런 모험을 감행하시는 거죠? 전 아직 히트작도 없는데요."


"음,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촉이 온달 까요. 대박의 촉이."

역시 여자의 촉이란 무섭다. 히트작 하나가 이미  머릿 속에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력이 또 한번 상승한 덕에 전생에서 대박흥행했던 드라마의 스토리들이 대강 기억이나 그것도 차용할 생각이었다.


관심이 있었다면 뚜렷히 기억날 텐데, 시나리오만 쓰다보니 딱히 드라마 시청에는 관심이 없었고 흥행드라마나 영화의 스토리 흐름을 대강 짚어보는 것이 그나마의 관심이었었다.

그거라도 한 덕에 대강 기억이라도 나는 거겠지.

"그래서, 계약서 바로 쓰실래요?"

역시 화끈한 여자다.


"네. 좋죠."

계약서는 일반적인 형식이었다. 연봉 얼마에 복리후생이 어떤  있다, 기타 등등.


물론 크게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내가 이곳에 들어온 주된 목적은 김가인,  재규어 같은 여자를  육노예로 만드는 것과 연예계 인맥을 넓히기 위함이었으니까.


그 겸사겸사로 시나리오로 돈이나 조금 버는 것이고, 물론 돈이야 벌 방법은 이제 무궁무진하다.

시장 박인아에게 투기정보를 얻어도 되고, 아니면 직접적으로 돈을 달라고 해도 된다. 그리고 이제 제법 명확해진 미래의 기억들을 팔아 돈으로 환전해도 되며, 아니면 스포츠 토토로 벌어도 된다.

방법은 많지만, 그 방법들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명성과 명예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남은 두 년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선 더욱 성공해야한다. 신천문예재단의 영광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고로, 명성과 명예를 함께 거머쥘 수 있는 성공가도가 보장된  길을 걸어나가려는 것이다.

"제대로 보신  맞죠?"

계약서를 받아든 가인이 다리를 꼬며 말했다. 흑색 스타킹의 벌어진 올로 비치는 그녀의 살결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속옷도 검은색이겠지?

지금 당장 마컨을 걸어도 되긴 하지만 뭔가 급하게 그녀를 탐하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이곳은 비서와 간부의 출입이 잦은 대표이사실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녀를 이끌고 이곳을 나서는 즉시 직원들의 시선이 쏠려 외딴 곳으로 이동하기도 성가실 터다.

고로, 그녀의 맛은 천천히 탐하기로 했다. 시간은 많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쓰신 시나리오 회귀자의 일상을 웹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해보려하는데, 판권은 저희에게 파시는게 어떠세요?"


"이제 소속 직원인데 팔고 말고 할 게 있나요?"


"계약서를 꼼꼼히 보시진 않으셨네요. 저희가 드리는 연봉은 지금 계약된 이 순간부터 창작된 창작물에 대해서 드리는 겁니다. 회귀자의 일상은 그전에 창작하신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점유권이 신천문예재단에 있기 때문에 웹드라마로 제작하려면 판권을 사야하는 처지라서요."

그러니까 저작권이 필요하다는 거군. 그나저나 웹드라마면 그렇게 인지도 높은 배우를 쓰진 않겠네.

전생과 현생의 성공가도의 포문을 터준 작품이 웹드라마라는 다소 마이너한 장르로 재탄생된다는 말이 왠지 모르게 씁쓸함이 느껴진다.

배때지가 처부른 것이다.


간땡이도 처부은 것이고.


웹드라마가 어디야, 그것도 명색이 정식 매체인데.


더욱이 웹드라마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너튜브 같은 곳에서도 인기를 끌기 때문에 잘만 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근데 그건 신천문에재단에 얘기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당사자께서 판단해주셔야죠. 신천문예재단에 작품을 남기느냐.. 우리 제작사에 남기느냐.. 중 어디가 실리가 높은지를요."


역시, 사업가의 눈빛과 포스가 다분한 여자다. 어차피 신천문예재단에 남겨놓아봐야 꼰대들이 '아무리 그래도 신인작가 시나리오에 거금을 투자할 순 없소!'라며 못 박을 터어니 그곳에서 수장시킬 바에야 이곳에서 작게나마 광명을 보여주는  낫겠지.


"그러죠. 전 상관없습니다. 배우는 누가 나오나요?"

회귀자의 일상은 남주인공의 독백 같아도 여주인공이 있다. 귀환한 남주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역할인데, 그 역할의 주인공이 누구냐가 나의 최대 관심사다.


돈 따위는 필요없다.


아.. 없는 건 아니고.

이제 당첨금도 거의 다 써가니까..


"배우는 현재 물색 중인데 적당한 애들로 쓸려고요."


"후보가 있나요?"

가인이 흑발을 귀 뒤로 넘기며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어째.. 돈보다 출연배우에 더 관심을 가지시네요?"

"아무래도 정식으로 런칭되는  작품이다보니 신경이 쓰이네요. 이미지가 잘 맞아야 하니까."


제법 작가다운 진지한 변명이었다.


물론 개쌉소리다.


"음, 남자배우는 아직 후보를 선출하고 있는 단계이고. 여자배우는 진서연이라고 신인 배우인데, 그 친구가 될 것 같아요."

"진서연..?"


음, 많이 들었던 이름인데…?

그때,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인이 그 노크소리에 반색하며 내게 말했다.

"아, 호랑이도  말하면 온다더니, 딱 도착했네요."

"누구…?"


"들어 와."

가인의 말에 곧바로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 165 센치미터의 적당한 키에 꾸밈 없이 어깨선 정도까지 내려오는 갈색빛 머리칼, 쌍꺼풀 한 점 없는 아담한 눈에 낮은 코, 작지만 생기가 있는 붉은빛 입술, 그리고 뽀얀 피부.

지겹도록 보았었던 얼굴이다.

정겨워야할 그 얼굴,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나의 눈빛에 지독한 살기가 스쳐지나갔다.

'이 씨발년이.. 요기잉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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