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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대상 수상의 영광 (52/129)



〈 52화 〉대상 수상의 영광


청중들과 작가들에게서 박수와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물론 작가들은 시기와 시샘이 섞인 박수갈채였지만 나는  축하에 손을 들어 고개를 숙이며 화답해주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수상하지 못했으면 또 심히 심기가 불편했을 신인상이기에  환한 미소와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갔다.

중견 여성 연기자가 내게 축하한다며 트로피를 건네주었다. 일전에도 받았던 것이기에 크게 기쁘진 않았지만, 내심 감회가 새롭긴하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꽃다발을 건네받고 재단임직원과 인사를 나누고있자 사회자가 수상 선정 이유에 대해 나열해주기 시작했다.


"판티자와 현대 장르를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 편하게 잘 녹였으며 판타지 세상을 구한 용사의 인생을 동경해 지구로의 귀환을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색다른 이야기 전개 방식과 충격적인 결말이  수상 이유로 선정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역시나, 기억대로 같은 레퍼토리다.


한가지 다른 점은 아쉽다느니, 조금 부족하다느니 등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점이랄까.

기억 속엔 분명 사회자가 수상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심사위원들의 피드백까지 같이 얘기했었는데, 이번 발표에선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곧, 대상에 한발자국  가까워진 것이니까.

수상을 마치고 내려온 나는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작가들이 나를 바라보던 시선에 존경을 한스푼 끼얹었다. 미소가 나오려했지만 꾹 참아본다.


그뒤로 우수상, 최우수상까지 시상이 연이어 끝이났다. 이제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각 부문 대상 수상만이 남았다. 하이라이트 부분이  그렇듯, 다시 15분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고 또 축하공연 한번 후에 대상 수상이 시작될 것이다.

떨린다.

우수상, 최우수상을 우선 모두 패스했다.


만약 우수상에서 내 이름이 다시 나왔다면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웠을것이다. 하다못해 최우수상이었다면 나았을텐데, 어쨌든 이제 대상만이 남았으니  아니면 도다.

'음, 뭐지?'


갑자기 장내 뒤편이 부산스러워졌다. 그 기척에 시선을 돌리자 최연소 여성시장 박인아가 장내로 입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일전에 중고차딜러, 신혼부인 이시아와는 차원이 다른 커리어우먼의 느낌이다.


풍성한 갈색 머리칼은 유연하게 웨이브져 허리 위에까지 내려오고 있었고, 검은색 정장차림은 세련되면서도 중후함을 품고 있어 그녀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주었다.

힘 있는 걸음마다 아래위로 춤추는 머리칼과 굳게 다문 두툼한 입술에 이목구비는 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왠만한 연예인 뺨따구를 상하좌우로 돌려깎아가며 후려칠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전생에도 봤었지만, 시스템 탓일까.


더욱 그녀에게 눈이간다.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30대 중후반 쯤으로 보였다.


차라리 미모로 당선되었다고 하는게 더 신빙성이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국회의원이라 믿기 힘든 미모와 분위기를 갖추고 있었다.

그덕에 시상식장의 모든 이목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남자들은 야릇한 시선으로 그녀의 전신을 훑고 여성들은 동경의 시선을 보낸다.


남자인 내가 봐도 '멋지다'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같은 성별을 가진 여성들은 오죽하겠는가.

'하, 따먹고싶다.'


커리어우먼, 그 이상의 성공 이미지와 고혹과 매혹의 얼굴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니. 당장 그녀가  담고 있는 자유민중당에 입당해 그녀의 똥꼬를 개처럼 핥아대고 싶다.

'진짜.. 개쩌네..'

눈이 떨어지질 않는다. 방금 무대에서 보았던 중견 여성 연기자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마인드컨트롤도 각성도 했겠다, 그녀에게 마컨 시전 기회가 혹시 없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쳇. 경비 삼엄하네.'

아무래도 그녀의 미모와 직위 때문인지, 경호원이 사방을 경계하고있다. 아린을 따먹는 것보다 박인아를 따먹는게 더 수월할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경호원들을 쳐다보니 녹록치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기회는 한번 뿐이다.


대상 수상 시에는 경호원을 대동치 않고 무대에 홀로 올라와 수상하기 때문에 만약 내가 대상을 받게 된다면 비록 이목이 쏠렸다고는 하나, 단 둘이서 조우할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자, 모두 착석해주시구요. 이제 3부를 개막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부산스러웠던 장내는 시장 박인아의 착석으로 정리되고, 곧이어 3부 대상 수상이 시작되었다. 3부는 나름 기품있는 문학인들의 대상 수여식이라 그런지 중견 오페라 가수와 웅장한 교향악단이 뜬금없이 나와 열창을했다.

귓구멍을 뚫을 듯한 고음에 불어라 그런지 뭐라는 건지 하나도 안들린다.


'대체 이런  왜 듣는 거야?'

하지만 난 연신 흡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오페라를 즐기는 척을 했다. 여성들을 노리개로 부리고 다니며 천박한 짓을 많이 했으니 교양  스푼 정도 섞어줘야되지 않겠는가.


"축하공연 잘 봤구요. 이제 모든 작가님들께서 고대하시던 대상 발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페라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대상 수상이 시작되었다.


역시나 시나리오 부문은 가장 마지막이다.

모든 수상이 끝이나고, 드디어 시나리오 부문이 다가왔다. 수상 발표는 따로 발표자가 나와 발표를 하고, 시장 박인아는 그 옆에 서있다가 대상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건네주고 훈장 같은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막연하게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긴장되기 시작했다. 과연, 대상영예를 수상할 수 있을까?

"자~ 그럼 이제 모든 순서의 마지막인 시나리오 부문 대상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침이 꿀꺽, 크게 넘어갔다. 주변을 훑어보니 몇몇 작가들이 두손 모아 간절히 염원하는게 보였다. 그중에는 나름 이름 있는 기성작가도 있었다.

"대상 수상자는 바로~"

아직 퇴장하지않은 교향악단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주를 이어가다 그 긴장감이 최고조를 찍는 타이밍에 신천문예재단 이사장이 발표했다.

"바로~ 그 회귀자의 일상의 이강한 작가!"

"우오옷-!!"

내 이름이 이사장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내 몸도 의자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기대는 했었지만 믿기지가 않았다. 환희에 찬 희열감이 기도를 타고 올라와 육성으로 터져나왔다. 다소 볼 품 없어 보이는 행위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개의치 않았다.

"축하해요~"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신인상에 대상까지, 대박인데요?"

주변 자리에 앉은 작가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게 다가와 축하인사를 건네주었다. 앞전의 대상 수상자들도 이정도 축하는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난 달랐다.


첫 투고에 신인상만 타도 성공했다할  있는데, 신인이 단숨에 대상까지 거머쥔, 신천문예재단 역사상 전무후무한 위업을 내가 이뤘기에 여러 작가들과 장내 뒤편에 근엄하게 앉아있던 재단 고위임원들까지도 내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쉽지 않은 판타지 소재를 대중성 있게 녹여 낸 점과 강단 있는 스토리, 또 다소 음울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점이 높게 평가되어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셨군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장내는 다시금 박수갈채와 휘파람 소리가 쩌렁하게 울려퍼졌다.

대상 수상이 이런 기분이구나, 짜릿하다못해 등어리에 돋아난 닭살이 전신을 뒤덮어 당장 꼬꼬댁하며 튀어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만약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그리고 현생에서 지력에 스텟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을 테지.

인생이 찬란하게 성공한 기분.


매스컴에서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거머쥔 나를 칭송하는 기사들을 쏟아낼 것이다.

그러면 난 그 명성을이용해 자서전을 내고, 그 자서전에 뷔페미즘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남은  년들의 이목을 끌어내어 복수의 종지부를 찍으면 된다.


물론 문학상의 이슈성이 그리 짙지는 않기에 명성치가 부족하다면 다음 영화 시나리오를 성공시키면  터다.

어쩌면 시나리오 뿐 아니라 내가 직접 메가폰을 잡아 감독 데뷔를 하는 것도 문제 없겠지.


시나리오야 내 머릿 속에 그대로 있으며 촬영이야 영화 촬영장을 전전하며 배워둔게 있으니까 어렵진 않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난 연신 축하인사에 화답을 해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받는 기자들의 플래쉬 세례가 정겹다. 전생에선 신인상에 그쳤기에 이정도로 사방에서 번쩍대는 플래쉬 세례는 없었지만 그래도 제법 플래쉬가 터졌긴 했었다.

그래, 이거였는데.


내 인생은.


"축하해요~"


무대 위로 올라가자 그래도 제법 인지도가 있는 여성 배우가 내게 목례를 하며 축하를 해주었다. 재단 이사장도 거물신인의 등장에 제법 감격스러운 표정이다.


무대 중앙에 오르자 수행원에게 트로피와 목걸이를 건네받은 박인아가 내게 다가왔다.

수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함인지, 발표자 둘과 수행원은 고맙게도 뒤로 물러갔다.

'지금이군.'

거물신인의 탄생에 심취했었지만, 또 개색기(色氣) 이선생으로 거듭난 나이기에 박인아에게 마인드컨트롤을 시전할 수 있는 이 기회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

거기다 시장을 백으로 둔다면 그만큼 또 든든한 백이 있겠는가. 대형 은행장에 상후돔 시장을 백으로 둔 나를 그 누구도 건들 수 없을 것이다, 큭큭.

"축하해요."


차가운 이미지답게 인아는 큰 표정변화없이 내게 악수를 건네었다. 다소 지루한 듯한 표정이기도 하다. 난 공손하게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가녀린 손가락과 적당한 폭의 손바닥과 손등이 내 손에 알맞게 감싸진다.

얼굴과 달리 손은 따뜻했다.

아니, 조금 뜨겁다고도 할까.


음. 자지를 물려주면 손의 열기에 느낌이 제법 괜찮겠는데?

우선 그녀와 내가 근접한 사이, 난 곧장 마컨을 시전했다.

확인해본 결과 각성 단계로 들어섰다해서 이전의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멀다하더라도 이목이 집중되어있는 이상, 핑거스냅 보단 이전처럼 큰 행동없이 마컨을 시전하는게 나아보였다.


이름도 알고 있으니까.

'마인드컨트롤 시전. 대상자 박인아.'


이제 확률도 백 퍼센트기에 실패할 일도 없었다.


[ 인접한 박인아에게 마인드컨트롤이 시전됩니다. ]

내 목에 막 목걸이를 걸어주던 인아의 눈빛이 탁해졌다. 하지만 연신 터지는 플래쉬 세례에  눈빛은 가까이에 있는 나만이 볼 수 있었다.


"박인아. 미소지으면서 내게 악수 건네."


"네."


자연스럽게 미소와 악수를 이끌어낸 다음, 그녀의 손을 다시 맞잡으며 시간을 끌었다. 어차피 장내는 환호소리로 우리의 대화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항상 무표정했던 그녀기에 마컨에 걸린 것조차 눈빛 색이 아니면 판별이 힘드니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설령 들통이난다 하더라도 이 능력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저 시장이 업무 과로로 인해 순간적으로 정신착란증세를 보였을 것이라 생각하겠지.

"박인아. 넌 앞으로 내게 호감을 가지게 돼. 내가 부탁하는건 어떻게서든 다 들어주고 싶어지지. 그리고 내 연락처를 알아내서 내게 연락하게 될 거야."

"당신..호감..부탁..들어줘..연락처..연락.."


옆에서 보아도 말소리를 들을  없기에 그저축하인사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흠, 이정도면 됐겠지.

곧바로 마인드컨트롤을 해제한 후, 그녀의 손을 흔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시장님."


"네? 아, 네네.. 축하드려요."

인아는 잠시 벙져있다 이내 상황을 파악하곤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짧았던 암시와 수상이 끝이 났다.


거물신인의 탄생에 각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를 했다. 경호원이 아니었으면 압사당했을 정도로 말이다.


매니저를 둬야할 정도의 스케일이 다른 성공에  미소지으며 황급히 장내를 빠져나왔다. 기자들이 줄지어 따라나오는 광경에 마치 톱스타가 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다행히 경호원들이 출구를 막아주어 큰 불상사없이 시상식장을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바깥으로 나오자 인아가 나를 쳐다보며 수행원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큭큭, 연락처 알아오라는 거겠지.'


대상 수상에 상후돔 시장을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 여러모로 재단에서 얻고 가는게 많다.


덕분에 앞으로의 일이 더욱 기대된다. 신인상과 대상을 단번에 거머쥔 거물신인의 탄생과 상후돔 시장의 든든한 빽까지.


전생과 비슷한 행보로 이어가지만 더 찬란한 성공을 이룩해가기에 그 기대감이 남다르다. 어쩌면 막연하게 스쳐 생각했던 나만의 왕국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 큭큭.

"이강한 작가님! 인터뷰 한번만요!"

간간이 치고들어오는 인터뷰요청을 거절하며 지하주차장으로 도망치듯 내려온 난 곧장 차로 향했다. 더 이상 이곳에  일은 없다. 만족스런 수상에 만족스런 퀘스트 완료, 만족스런 새 히로인 곗또까지.

그런데, 몇 걸음가지 못해 또 길목이 막히고 말았다. 아아, 톱스타의 삶이란 참 고달픈 것이었구나.


"이강한 작가님?"

헌데 검은색 선글라스에 트렌치 바바리코트를 입은 차림새가 어찌 기자보다는 노출증 환자같기도 했는데, 그 옷차림의 주인이 제법 훌륭한 기럭지에 몸태를 가진 30대 쯤의 여성이라 내심 기대를 해보았다.

'벗어주려나?'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검은색 면바지의 아래 또 검은색의 하이힐이 고요한 지하주차장을 메아리친다.

기자는 확실히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는 목소리도 아니었고.


누구지? 살짝 쫄아 엉거주춤하고있자 어느새 내 발 앞까지 다가온 여성은 대뜸 내게 명함 한장을 건넸다.


짙은 검정머리칼과  어울리는 검정색의 심플한 명함이었다. 확실한 건 검정색 페티쉬라도 있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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