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히로인 뽕짝파티
해가 밝았다. 아니 밝은 듯했다. 알람조차 듣지 못했을 정도로 곤히 잠이 들었었는데 지그시 감고 있는 눈두덩이 환해진 것으로보아 말이다. 이런, 늦은 거 아냐?
황급히 눈을 뜨고 손목시계를 보자어느새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젠장, 늦긴했지만 12시 30분이 약속시간이었기에 얼른 준비하고 나서면 될 듯했다.
"하암-"
이 얼마만의 단잠인가.
가히 16시간을 잔 것 같다. 너무 오래 누워있던 탓일까, 허리마저 아프다. 찌뿌둥한 몸에 기지개를 한껏 키곤 방문을 열었다.
-딸깍.
과연 세나는 어떤 반응을 비출까, 벌써부터 입꼬리가 씰룩댈 정도로 기대가 된다.
방문을 열자 소파 위에 누워있는 세나가 보였다. 나신의 몸으로 잘도 소파에 누워잔다. 크흠, 헛기침을 하곤 식탁을 쳐다보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녀는 손대지 않았다.
식탁으로 다가가자 내 인기척에 그녀가 부스스, 몸을 일으킨다. 풋, 놓아둔 물잔의 물은 비워져있었다. 물은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스테이크는 먹지 않았네? 아직 살만한가봐?"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 눈길을 피해버렸다. 반항하는 것이다. 철부지 사춘기소녀처럼 말이다. 흐음, 다시 그릇을 보니 스테이크가 조금 찌그러진 것 같기도 하고.. 여기다 주먹질이라도 한 건가?
여하튼 스테이크는 음식점 앞에 나열된 모형들마냥 굳어버려 싱크대 수채구멍에 곧장 버려버렸다. 그리곤 더 이상의 음식 준비 없이 샤워실로 들어갔다.
수연의 부모님을 뵙는 날이니 깔끔하게 가는게 좋을 것이다. 재미난 일도 일어날텐데 말이다. 나에게 아무 것도 보여주기 싫은 건지, 아니면 내 시선에서 어디라도 숨고 싶은 건지, 그녀는 소파에 무릎을 당겨 웅크리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덕분에 구릿빛 대음순이 보였지만말이다. 구릿빛 피부가 그 속에 숨겨진 분홍빛 소음순을 더욱 부각시킨다. 가만보면 그녀는 까칠하면서도 어딘가 어수룩한 것같다.
머리까지 모두 말린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정장이다. 580만원짜리. 케케묵은 단벌신사처럼 한 정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또 정장을 사야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꼈고, 무엇보다 귀찮았다. 그것 말고도 재미난 게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넥타이까지 고쳐맨 나는 이번엔 방구석에 놓여져있던 캐리어를 열었다. 일전에 성인용품점에서 품질보증 테스트를 마친 성기구들과 그외의 성고문 도구들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현재로선 내 보물 1호다.
"흐음, 어떤 게 좋으려나~"
마치 쇼핑을 하듯 캐리어를 뒤적대며 수연의 집에서 쓸만한 성기구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흠, 너무 많다는 말이지."
나열하니 다섯가지나 되었다. 이걸 모두 가방에 넣고 가기엔 무리였다. 정장을 입고 스포츠 가방이나 백팩을 매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더욱이 야외도 아니고 집으로 초대를 받는 건데 말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지, 난 욕심을 고이 접으며 그중, 한가지만 집어들었다.
"우선은 약한 걸로."
여성들의 소음순 색깔과 근접한 영롱한 분홍빛 진동 바이브레이터였다. 양쪽 둥근 원뿔 모양으로 음부에 삽입하기도 딱 알 맞은 크기, 그것도 무선 진동이다.
바이브레이터와는 비교가 안되는 자극의 전기스폿자위기가 내 욕망에 가득찬 시선을 사로잡긴했지만, 이것은 세나에게 쓰일 것이기에 우선은 시선을 거두었다.
오늘은 바이브레이터면 충분하다,
"큭큭."
이 무선 진동 바이브레이터의 첫 타자가 누가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재밌을 것이다. 뭐, 유력한 후보론 밀프 이선이가 있지만. 아, 잠깐 설마 그러고보니 선이도 수연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친밀감이 오른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MC 당했을 때의 그 적극적인 반응과 흐느끼는 신음은 미애와 마찬가지로 욕정에 지독히도 메말라보였으니까. 자기 입으로도 남편과 관계를 맺은지 오래되었다했으니 분명 내 육봉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을 터다.
생각해보니, 수연의 집에 소장용 히로인들이 모두 모여있잖아?
부끄순정파 수연에 고혹밀프 선이, 그리고 나의 절대 이상형까지. 오늘 그녀의 집에 가면 꼭 이름을 알아두어야겠다.
"가방도 필요없겠네. 이제 출발해볼까~"
바이브레이터를 정장자켓 안 주머니에 넣고 방을 나섰다. 세나는 여전히 보지를 보여주며 웅크리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알지만, 깨끗이 씻긴 채 나신으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자면욕정이 꿈틀댄다.
젠장, 못생기기라도 할 것이지.
풋, 그러면 조교할 맛이 안나겠군.
"지금 나가면 오후에 들어올 거야. 그리 알고 있어."
알고 싶진 않겠지만 그녀에게 귀가시간을 알려주며 푹 숙인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제 그녀는 내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좋은 반응이다. 조금 더 과감해져볼까, 난 그녀의 앞에서 잠시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녀의 보지를 쓰다듬었다.
움찔, 그녀의 몸이 떨린다.
이 여성의 음부라는 것은 빨 때, 만질 때, 삽입할 때, 모두 느낌이 다르단 말이야. 지금처럼 문질러대는 것은 또다른 촉감에서 오는 흥분감이 있다.
까슬까슬한 음모부터 탱글한 대음순, 그리고 매끄럽고도 부드러운 소음순까지. 정말이지, 완벽한 신의 피조물이다.
미약하게 떨리는 그녀의 보지를 계속 쓰다듬자 서서히 질구 쪽에 윤광이 감돌기 시작한다. 흐음,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더 괴롭혀지고 싶다는 말이지.
아쉽지만 지금은 여기까지.
"지금은 여기까지하지. 찬장에 보면 빵하고 우유가 들어있을 거야. 살고 싶다면 먹어두는게 좋을 거야."
그녀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고, 조교강도가 올라갈수록 나를 주인으로 받들게 될 테니까, 변태암캐로 타락해 내 손길을 간절히 애원하게 될 테니까.
그녀를 지나쳐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물론 도어락 비밀번호를 치고 난 다음 지문의 흔적까지 깨끗이 지워주었다. 혹여나 지문의 흔적을 보고 비밀번호를 알게 되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가볼까~"
왠지모르게 소풍가는 아이마냥 신이 난다. 차에 오른 나는 언제 들어도 멋진 짐승과도 같은 배기음을 들으며 곧장 수연의 집으로 향했다. 내 최애 히로인들이 모여있는 그곳으로, 그리고 히로인 파티를 열어보자고.
.
.
.
"강한씨~"
"안녕하세요."
나의 무미건조한 인사에도 수연은 연신 싱글벙글 웃어대며 철제 대문 너머에 서있었다. 그때와는 다른 가정부가 그녀의 곁에 서있었다. 교대근무라도 하는 모양이다. 역시, 있는 집은 다르다.
"어서 오세요, 얼른."
수연은 다시금 내 팔목을 붙잡았다. 연신 미소짓는게 무척이나 기뻐보였다. 아마도 감정적 친밀도가 높아져 나만 보아도 기분이 좋은 거겠지, 거기다 사랑하는 가족들한테 나를 보인다는 것에 더 기분이 좋아보이기도 했고.
어째, 꼭 예비 약혼자가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녀와 죽어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 이 전능한 시스템이면 세상 모든 여자가 나의 것이 될 수 있는데, 하물며 늘 상상섹스만 해댔던 할리우드 스타들까지도 더 이상 남의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다.
그런 내가 한 여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우선은 그녀의 기분에 맞춰주기로 했다.
이곳에서 퀘스트도 완료하고, 겸사겸사 재미난 플레이도 좀 해보고 싶으니까 말이다. 우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녀의 아버지의 이름을 알아놓기로 했다. 오늘 즐길 플레이는 그가 알게 되면 노발대발, 풍비박산이 일어날 테니까.
만약 눈치챈다면 기억제거가 시급할 터, 이름은 필수다.
"혹시 아버지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이철수요. 근데 왜요?"
"아, 알아두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히히, 꼭 남자친구 같으시네요?"
은근한 기대감이 담긴 부담스런 눈빛에 멋쩍게 웃곤 시선을 돌려버렸다. 집으로들어서자 기다리고 있었던듯,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맞이했다.
그중, 예상대로 그녀의 어머니, 이선이의 환대는 마치 군대 휴가나온 아들을 대하는 것만 같았다.
"어머~ 어서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서 오게."
선이는 나에게 다가와 양어깨에 손을 살포시 올리곤 자신의 볼과 내 볼을 가볍게 붙이며 쪽, 하는 소리를 냈다. 볼뽀뽀가 아닌, 서양식 인사법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난 직감했다.
이 년은 나를 육체적으로 원하고 있다고, 김칫국이 아니다.방금 인사를 하며 은근슬쩍 거대한 젖가슴도 내게 비볐으니까 말이다. 당하는 내 입장에선 확실했지만 주변에선 보기 힘들었을, 그런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역시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움이다.
"엄마도 참."
수연이 그녀를 눈으로 타박한다. 마치 엄마와 딸이 한 남자를 두고 경쟁하는 것 같다. 정신적 노예와 육체적 노예의 경쟁이라, 재밌겠는걸?
"호호. 뭘 그러니~ 우리 다 이렇게 인사하잖니?"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뭘 처음 보니, 얼마전에 봤는데."
"큼큼."
딸과 엄마의 1차 아웅댐은 뒤에 서있던 아버지의 헛기침으로 소강되었다. 큭큭, 웃음이 나오려한다. 그나저나 그녀는 어딨는 거지?
주변을 둘러보아도 일전에 신천문예재단에서 보았던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내 두리번댐을 보았는지, 수연이 의뭉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왜요?"
"아, 아니에요."
젠장, 설마 외출을 나갔던지 하는 건 아니겠지? 사실상 오늘 이곳의 출입목적은 밀프와 이상형, 두명 때문인데 말이다. 그때, 다행히도 선이가 내 걱정을 해소시켜준다.
"소유도 내려오라고 해주세요."
소유라, 역시 이름도 완전 예쁘잖아.
"네, 사모님."
그녀의 말에 가정부는 2층으로 올라갔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2층에 있었나보군. 내 절대 이상형을 곧 다시 본다니 심장이 두근댄다. 실로 오랜만의 설레임이다. 물론 그녀도 어김없이 나의 애장 육노예가 될 테지만, 큭큭.
흐음, 설마 수연을 따라 재미없게 감정적인 반응이나오는건 아니겠지?
"이리 오세요."
수연의 말에 난 거실으로 이동했다. 눈꽃이 달린 새하얀 레이스커튼을 걷고 들어가자 말 그대로 상다리가 휘어질만큼의 먹음직스런 음식이 차려져있었다.
그것도 부족한지 또 한 명의 가정부가 열심히 무언갈 만들고있다. 이미 상석자리에 앉은 수연의 아버지가 자기가 한 것도 아니면서 생색을 낸다.
"허허, 놀라긴.어서 앉게나. 많이 차렸으니 많이 들게."
불쌍한 양반이니, 비위에 맞춰주자. 딸과 아내가 나의 노예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배떼지로 보아 고혈압으로 세상하직할게 뻔해보였으니까.
"와.. 엄청 많네요."
"호호, 어서 앉아요."
계속 야릇한 시선을 보내던 수연의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젓갈을 살짝 찍더니 입술로 쪽 빨아 맛을 봤다. 그런데, 야릇한 시선에 노골적인 음탕함을 섞더니 나를 지그시 응시하며 손가락을 깊숙히 넣었다 뺐다.
마치 펠라를 해주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유후, 남편을 옆에 두고도 음탕함이 숨겨지질 않는 여자다. 난 그 농염한 눈짓에 옅은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이렇게나 빨리 반응이 나타날 줄이야.
그때의 MC 이후로 완전한 나의 육노예로 전락한 듯싶다. 미애도 그렇고, 욕정에 굶주린 것들은 나의 MC에 도화선에 불이 지펴진듯 순식간에 육노예가 되어버리는군.
좋아좋아, 흡족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난 그녀의 아버지 자리인 상석에서 오른쪽 첫번째 자리에 앉았고,수연은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수연의 어머니는 나의 맞은 편에 앉았고.
아마도 선이의 옆자리에 내 이상형인 그녀가 앉을 듯싶었다.
"어유~ 얘는 왜 이렇게 안 내려온대~ 먼저 들어요."
"그래그래, 우리 먼저 들지."
배떼지가 남산만큼 불렀으면서도 여전히 배가 고픈 모양이다. 수연의 아버지가 수저를 들자, 차례로 모두 수저를 들었다. 역시 있는 집안 놈들은 아직까지 가부장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그렇게 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며 밥을 한숟갈 떴다. 그리고 맛이나 한번볼까 싶어 먹으려했다. 그런데,
"읍."
놀란 내 주둥이가 황급히 닫히며 침음성 한 마디가 세어나왔다. 수연이 걱정스레 물었다.
"왜요?"
"아, 아니에요."
난 당혹스런 표정을 황급히 지우곤 다시 밥을 입에 집어넣었다. 오물오물, 갓지은 맛있는 쌀밥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지만, 난 그 맛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내 하물을 쓰다듬는 야릇한 무언가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