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새히로인 : 이소유
신천문예재단에 도착한 나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감상에 젖었다. 그토록 원하고 원하던 신천문예 신인상을 거머쥐었던 그날의 영광이 되살아나 등어리에 전율을 선물한다.
"얼마나 좆빠지게 썼는데.."
그간 썼던 시나리오만해도 가히 500편은 될 것이다. 골방에 틀어박혀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추위에 허덕이며 썼던 수많은 시나리오들,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런데 그 고생을 페미단체 버러지년들의 농간에 사상누각처럼 내려앉았으니 통탄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날의 영광과 함께
그날의 지옥이 떠올랐다.
"개씨발년들.. 어서 들러붙어라."
개년들을 곱씹은 나는 시나리오를 품에 꼬옥 안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곳이었기에 엘리베이터에 올라 7층 버튼을 눌렀다.
왠지모르게 가슴이 두근댄다.
물론 오늘 당장 결과가 발표나는 것은 아니다.
3일간의 공모기간 후, 정확히 일주일 후에 당선작이 공개된다. 물론 각 부문별 당선되었다고만 알리는 것일 뿐, 정확히 무슨 상에 당선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당선작에 오른 작가는 신천문예재단과 상후돔 시에서 주최하는 웅장한 시상식에 참석하게된다. 제법 성대한 시상식이었다. 초대가수까지 등장하는.
그때 초대가수가 아마 블루핑크였던가?
당시 대형기획사에서 나온 따끈한 거물신인이었지. 가슴 떨리는 시상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쯤 벗고나온 그녀들을 보느라 불알을 떨어댔던 기억이 스쳐간다.
젠장, 지력이 오르니 별 게 다 기억나는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나는 여러개의 사무실이 복도 양옆으로 길게 늘어진 곳으로 향했다.
제 42회 신천문예문학 공모전, 이란 큰 팻말이 앞에 보였다. 팻말을 지나사무실 문에 [시나리오 부문]이란 표어가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정갈하게 정돈된 사무실엔 기억대로 커다란 책상 하나와 연신 타이핑을 하고 있는 여직원 한명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벽면에 놓인 긴 의자엔 몇몇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있었다. 작가들이다. 기성작가도 있을 것이고, 작가지망생도 있을 테지.
마치 오디션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난, 그들의 끝에 앉았다.
"다음 오세요~"
여직원의 부름에 하나둘씩 자리가 옮겨간다. 그렇게 내 차례가 다되어갈 무렵, 한 여성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동시에 심드렁했던 눈에 생기가 감돌고 입에선 감탄에 찬 단말마가 조용히 세어나왔다.
"와.."
늘 꿈꿔오던, 나의 이상형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눈동자와 끝이 처진 선한 눈매는 얇은 쌍꺼풀이 이어져 자연스러웠고 마치 엘프들처럼 새하얀 백옥피부에 단정하게 묶어내린 머리칼은 가슴선 정도까지 내려와있었다.
몸매는 다소 품이 있는 사무복장 탓에 보이진 않았지만, H스커트의 아래로 곧게 뻗은 각선미로보아 훌륭할 듯싶었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여성스럽고도 단아한 이미지의 여성이었다. 게다가 또래로 보이는 듯하면서도 묘한 성숙미가 느껴지기까지.
뭐야, 저런 여자를 왜 이제야 본 거지?
만약 전생에서봤다면 분명 전화번호라도 물어봤을 텐데 어떤 기억도없다. 지력까지 제법 상승한 마당에 저런 이상형이 어렴풋에라도 기억나지 않는 거 보면 아예 마주친 적이 없다는 건데..
'아.'
그러고보니 전생의 나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 원고투고를 하러온다. 전날 순재 녀석과 김칫국 한사발을 거하게 드링킹하느라 하루종일 반주검상태였었으니까.
고로, 그때의 난 그녀를 보지 못한 것이다.
그뒤로 평생 보지 못한 것이고.
한순간의 선택으로 나와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 접점을 놓쳐버린 것이었다.
아마 그녀는 당선도 되지 못했을 테지, 만약 시상식에서라도 보았다면 불알을 떨게만든 블루핑크보다 그녀를 더욱 기억하고 있었을 테니까.
'하.. 어떡한다.'
순재 녀석이 이상형이 어떻게되냐며 항상 물을 때마다 난 늘, 영화배우 수애를 말했었었다. 단아함, 무엇보다 현대드라마보다 사극이 더욱 어울리는, 화려하지 않지만 깨끗하며 소소한 아름다움을 갖춘 얼굴을 말이다.
그런 나의 이상형을 두 눈 앞에서 목격하다니, 심장이 두근대고 자꾸만 곁눈질을 하게 된다. 젠장, 여자란 생체오나홀일 뿐이라고!
가, 가만!
오오, 머리 넘기는 것마저 단아하잖아!
- 저..기..요오..
오오, 미소가 싱그러워, 아주 청초해! 믿을 수가 없군!
- 저…기..이이..요오!
응..?
정신을 차린 나는 내 왼쪽편으로 줄지어있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갔음을 볼수 있었다. 더불어 한심스런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는 여직원과함께 말이다.
젠장, 이게 무슨 쪽이람.
"넵."
최대한 태연히 대답한 나는 품속에 고이모셔두었던 시나리오 묶음을 여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졸린 건지 반쯤눈이 감긴 여성은 시나리오에 포스트잇을 붙여 파일철을 했고, 그녀의 인사와 함께 시나리오 투고가 끝이났다.
그때도 느꼈던 거지만, 참 허탈스럽다.
이 간단한 투고를 위해 몇달간 더위와 추위에 떨며 뇌세포를 혹사시켰는데, 단 몇초만에 끝이나다니 말이다.
나야 천만다행스럽게도 당선작이 되었지만, 그녀는 얼마나 허무할까. 아, 아니. 가만 누굴 걱정하는 거냐. 그것도 처음 본 여자를.
그렇게 여자에게 호되게 당해놓고, 또 여자에게 곁눈질을 하는 꼴이라니. 지력을 몰빵하면 뭘하나, 결국 이성은 본능에 굴복하고마는 법인데.
좆을 짜르던지 해야지.
"…"
좆은 좆대로 굴리라고 있는 거니까, 애꿎은 좆탓은 하지말자.
"수고하세요."
시큰둥한 여직원에게 인사를 건넨 나는 사무실 출입문으로 향하며 그녀를 다시금 흘금 보았다. 양무릎을 고이 붙여 75도 각도로 기울인 그녀의 종아리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커피색 스타킹인가? 굉장히 멜랑꼴리한 색상이란 말이야.
하, 가볍게 쥐어 무릎위에 다소곳이 놓은 아담한 주먹까지, 정말이지 그녀는 외형부터 자태까지 완벽한 나의 이상형이었다.
하지만, 정신차려야한다.
앞서 얘기했듯, 적어도 복수의끝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은 두 년에게 처절한 복수를 응징하지 않는 이상, 어떤 연애세포도 일깨울 수 없다. 오로지 분노와 미치광이 세포만 있을 뿐.
고로..
아쉽지만 난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섰다.
건물을 나선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전화번호라도 물어볼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옳은 선택을 했음을 잘 알기에 이성을 지키기로 다시금 마음을 잡았다.
이 드넓은 세상에 청초단아한 여성이 어디 한 명 뿐이겠는가. 복수를 모두 마무리 짓고난 후에 연애세포를 일깨워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래~ 잡생각은 지우자고. 할 일이 많으니."
건물 앞 도로변에 위치한 택시승강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이곳이 핫스팟인지 택시들이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하긴, 국내에서 가장 저명하고도 영향력있는 공모전 개시의 첫날인 오늘은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이 제법 많을 것이다.
부문만해도 순수문학, 장르문학, 시, 수필부터해서 시나리오, 극본까지 굉장히 방대하니까 말이다.
지금만해도 저 수십단의 계단을 사람들이 줄지어 오르내리고 있으니, 이 신천문예 공모전이 괜히 작가등용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지 실감이 난다.
나도 다시금,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 타이틀을 견착할 수 있을까.
"풋. 쓸데없는 감상은."
그래, 나에게 마인드컨트롤이란 전능한 능력이있는데 무슨 상관이겠는가.
날로 진화하는 특성치 마인드컨트롤로 하루하루 즐기며 보내다 복수란 대업을 이루고, 그때부턴 다시금 나의 온전한 생활을 찾으면 그만이다.
물론 복수라는, 나 자신에게도 가혹한 감정을 버리면 쉬울 테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나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개년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손가락질하고 더러운 주둥아리로 웃으며 나를 비아냥대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내 무력감의 공포 속에 허우적대는 지독한 악몽.
마치 턱밑까지 깊은 늪에 갇혀버린 듯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악몽에 허구헌날 시달리고 있었다.
왜, 대체 왜 회귀한 현생에까지 이 악몽이쫓아왔는진 모르겠지만.
전생에서 끈질기게 쫓아온 이 악몽을 끝내기위해선 그 세 년들에게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그리고 끈질기게 지옥불맛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그것외엔, 방법이 없다.
고로, 최단기간에 성공해 최단기간에 자서전을 내고 최단기간에 남은 두 년들을 나의 안전감옥에 송치하는 것이 현생의 나의 첫번째 대업이다.
흠, 우선 마인드컨트롤 능력확장을 위해 퀘스트 완료를 해야하니 그곳으로 향해볼까.
잡생각에 빠져있던 사이, 어느새 택시는 한대만이 남아있었다. 난 늘 타던대로 조수석 뒷자리, 일명 회장석의 문을 열었다. 아니, 정확히는 열려고 했다.
그런데 문잡이를 잡으려는 그 순간, 가녀린 흰손이 훅 치고들어와 손 끝이 서로 맞닿고 말았다.
어떤 씨발년이 감히 새치기를 할까, 싶어 인상을 험악하게 굳히며 옆을 쳐다보자 난, 이곳이 드라마촬영 세트장이 아닐까 의심해야했다.
그녀였다.
청초단아, 요조숙녀의 그녀.
생각해보니 택시를 앞에 두고 한참을 잡생각에 빠져있었기에 내가 승차하는지 모르고 손을 뻗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다.
그녀가 손을 황급히 가져가며 고개를 숙였다.
"아, 죄송해요. 안 타시는지 알구.."
목소리마저 곱다. 그래프로 나타내면 유려하면서도 잔잔한 곡선을 이룰 것 같은,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난 매너좋은 척, 한발 물러나며 말했다.
"아닙니다. 먼저 타세요. 전 다음 거 타면 돼요."
하지만 그녀는 미안한지 선뜻 택시 문을 열지 못했다. 난처한 듯한 표정이 또다른 묘한 매력을 풍긴다.
"아, 아니에요. 먼저 타세요. 제가 다음 거 탈게요. 먼저 오셨는데.. 제가 실례죠."
음.. 그럼, 이것도 인연인데 방향만 물어볼까. 방향이 같다면 같이 타고 가도 되지 않겠는가.
"그럼 혹시 방향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신길상가 쪽으로 가요."
"어. 저도 그 방향인데?"
그녀의 환심을 사보려 개수작부리는게 아니다. 신길상가는 우리 동네 입구 전에 있는 상가로 집으로 가기 위해선 상가를 거쳐가야했다. 이런 우연이…?
그럼 동네 근처에 그녀의 집이 있다는 건가? 이런 요조숙녀는 동네 근방에서 본 적이 없는데?
그녀가 살짝 화색을 띄었다. 미소지으니 청초한 눈매가 반원을 그리며 눈웃음을 짓는다.
아아, 혹한의 눈도 녹여버릴 미소다.
"정말요? 와아- 잘됐다. 그러면 같이 가요. 택시요금은 제가 낼게요!"
"아니에요. 요금은 제가 내야죠. 어차피 가는 길인걸요."
"저도 가는 길인데.."
난 마치 그녀의 남자친구라도 되는냥 택시 뒷문을 열곤 타라는 손짓을 정중히 취해주었다. 하, 그녀와의 합승은 시나리오에 없던 건데 큰일이군. 가는 길이 같으니 같이 가는 것뿐이야 쓸데없는 생각말자고.
"감사합니다."
"네."
결국 택시 뒷자리에 그녀와 동승하게 된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열어 대화를 원천 차단했다. 그녀의 고운 청옥과도 같은 목소리를 계속 듣다간 홀려버릴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실에 은은히 퍼지기 시작하는 달콤한 라즈베리 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다.
왜 향기마저 달콤한 거냐고.
기분 탓인 거냐?
난 애써 그 향기를 무시하며 휴대폰에 시선을 꼬라박은 채, 괜히 인터넷만 둘러본다. 곁눈질을 스윽 훌치니 그녀는 어느새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읽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관심사마저 동일하군.
문학공모자들. 게다가 같은 시나리오 부문까지.
생각해보니 그녀와 나는 경쟁상대였다.
문득 어떤 시나리오를 썼는지 묻고 싶었지만 움짝대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어디 감히 나대려고.
그렇게 우리는 어색한 40분간의 드라이브를 보내었고, 어느새 신길상가 근처에 도달했다.
"상가에 다 왔네요."
그녀가 책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순간적으로 책의 제목을 스캔했지만 다행히 83키로 김영지 따위 같은 페미북이 아니었다. 젠장, 제대로 노이로제 걸렸군.
이러다 나중엔 사상검증부터하자고 덤벼드는 거 아냐?
쨌든,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는 여기서 5분정도 더 들어가야하기에 그녀를 목적지에 먼저 내려주기로 했다.
"저는 여기서 조금 더 가야해서 그런데 혹시 괜찮으시면 가시는데까지 바래다드릴게요. 이것도 인연인데."
"아, 아니에요. 괜찮은데.."
"어차피 조금 둘러가나 바로가나 크게 차이는 없어요."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기사님, 저기 위쪽으로 가주세요."
그렇게 나는 그녀와의 호흡교환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젠장, 이성은 아니라고 외치고 있지만 어느새 본능은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을 원하고 있었다. 애써 부정해보지만 부정하는 것조차 부정하게되는, 모순의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틀어 말을 건네었지만, 난 여전히 차창밖을 응시한 채 받아주었다.
"여기 사시나봐요?"
"아, 저도 여기 근처 살아요."
"우와.. 신기하네요. 가까이 살았다니. 처음 뵙는 것 같은데."
당연히 처음 뵙겠지, 내가 사는 곳은 여기 근처가 아닌 5분만 더 가면 나오는 판자촌이나 다름없는 달동네이니까. 그녀가 말한 '가까이'에는 거리가 아닌, 장벽을 두고 나뉘어져있는 우리 달동네는 포함되어있지 않을 것이다.
뭐, 이제 그곳을 벗어나긴한다만, 왠지모르게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군.
잠시 후, 그녀의 지휘아래 움직이던 택시가 멈추었다. 그녀가 내게 생긋 웃어보였다. 햇살아래 갓 꽃을 피운 봄꽃 같은 미소였다. 얼어버린 마음을 단숨에 녹여버리는.
"덕분에 정말 편하게 왔네요. 여기 근처 사신다고 하셨죠? 다시 뵙게 되면 좋겠어요.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네엡. 들어가세요-"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다. 음.. 너무 아련한데? 여하튼 그녀는 택시에서 내렸고 난 아쉬운 눈초리로 그녀의 발걸음을 쫓아가보았다. 걸음걸이마저 사뿐한 것이 단아하기 그지없다.
대체 어디서 저렇게 완벽한 여자가 나온 거야?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혹시 모르니 집 정도는 알아두는게 좋겠지?
그런데, 그녀의 자취를쫓던 나는 그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어?! 뭐야!"
그녀가 초인종을 누르고 우뚝 선 곳은 다름아닌, 나에게도 이젠 낯이 익은 대저택 수연의 집이었다.
젠장,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설마 그녀도 수연의 가족이란 건가? 절대 가정부의 딸일 리는 없고. 설마 진짜 그녀의 가족이란 말이야? 아니, 저번에 집에 갔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출발할까요?"
택시기사의 조심스런 물음에난 민망함에 큼큼, 헛기침을 하곤 곧추세웠던 몸을 다시 좌석에 뉘였다.
"아, 네 출발해주세요. 용강 마을 입구에 내려주세요."
"네."
택시는 다시금 출발했고, 난 고개를 꺾어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잠시 후, 낯익은 가정부가 문을 열고 나와 그녀의 가방을 건네받았다.
그녀는 확실히 수연의 가족이었다.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까? 아니면 극적인 시나리오를 하도 써대다보니 내 삶도 드라마처럼 흘러가기라도 하는 걸까?
그토록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 정신 노예 자매와 육체 노예 어미의 딸이라니 말이다. 야동에서도, 망가에서도 보지못할 패륜적이고도 캡사이신을 때려부은 듯한 자극적인 설정이 아닌가.
큭큭, 이거 주말이 상당히 기다려지는걸?
'제발.. 그날 집에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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