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우정과 의리의 순재
"하암~"
시간이 새벽2시다.
새벽이슬에 적잖이 젖은 가파른 언덕 길을 오르고 올라 집에 도착한 나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컹컹, 동네개들이 요란하게도 울어댄다. 꼭 이렇게 빈민가에 유독 동네개들이 많은 건 대체 무슨 이유일까.
거실로 들어선 나는 다풀린 눈동자를 굴려 형광등을 켰다.
개년은 여전히 식탁의자에 앉아있었다. 죽었나 싶을 정도로 미동도 없이 말이다. 꺼진 고개는 내가 다가가도 처들리지 않았다.
고작 이틀 만에 기절이라도 한 건가?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한대 후려치자 으읍, 하는 놀란 침음성과 함께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흐음, 의자 밑으로 소변 자국이 웅덩이처럼 남아있었다. 앉아서 소변이라도 본 모양이다.
그녀의 맞은편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똑바로 노려보았다. 자, 이제 내 심정의 10분의 1이라도 이해가 되려나?
"마신 것도 없이 소변이라니, 집에 더러운 냄새가 가득하군."
그녀의 눈을 이틀 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연민이나 동정따위의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저 잠시 후면 시작될 빅매치 경기를 소변냄새와 같이 봐야한다는 걱정이 들 뿐.
역한 소변냄새와함께 1억 5천이 걸린 중요경기를 시청하기엔 내 비위가 그리 강한 편이 아니어 한번 남은 마인드컨트롤을 시전했다.
다행히 그녀는 MC에 걸려들었다. 순종적인 노예로 변한 그녀에 난 손과 발을 풀어주고 화장실로 인도했다. 그리고 수건을 던져주며 씻으라고 명했다.
15분이란 시간 밖에 없기에 난 그녀를 화장실에 처박아두고 황급히 식탁주변을 정리했다.
아, 여자소변냄새가 왜이래 독하나했더니, 나도 소변을 보았구나.
피식, 실소를 지은 나는 바닥을 걸레로 닦고 그 위에 페브리즈를 거의 들이붓다시피 뿌렸다. 역한 냄새가 가시고 은은한 향이 집 안을 맴돈다.
하, 이제 좀 살 것 같군.
이리 독할 줄 알았으면 육변기랍시고 그녀의 머리에다 싸지말 걸 그랬다. 앞으로는 조심하는 걸로.
10분여가 지나갈 무렵, 아직까지 씻고 있는 그녀에게 대충 물을 뿌리고 닦으라 명했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고있자 그녀가 나신에 수건을 들고 나왔다.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힌다. 정신이 지배당한 상태에선 그전의 기억이 없어지는 모양이다.
자신을 감금한 사람앞에서 얼굴을 붉히다니 말이다.
그나저나, 몸매도 좋네.
얼굴이야 훤히 드러나있으니 반반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몸매가 드러나자 왠지모르게 시선이 간다.
태닝이라도 한 건지 구릿빛 피부는물기 덕에 윤광이 나고 있었고 운동도 열심히 했는지 탄탄한 복근에, 가녀리지만 단단해 보이는 허벅지까지, 그리고 한손에 가득찰 법한 적당한 크기의 젖가슴 또한 탐스러워보였다.
비록 정신은 썩어빠졌어도 몸관리를 제법 열심히 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 눈엔 그저그런 지방덩어리일 뿐이지만, 아, 그러고보니 이참에 물어봐야겠다.
"야. 쓰레기. 이리와서 앉아."
"네. 주인님."
그녀가 의자에 앉자 나는 다시금 손과 발을 묶으며 물었다.
"근데 왜 페미니즘에 빠진 거지? 너 정도면 어디가서 차별받을만한 얼굴이 절대 아닌데."
"소추소심 한남들은 모두 죽어야돼요. 아, 절대 주인님은 아니지만요.. 주인님은 멋진 분이세요."
아아, 나는 어리석게도 괜한 걸 묻고 말았구나
소추소심? 대체 저런 말투는 누가 만들어내는걸까. 창의력도 참 좋다. 난 싸늘해진 시선으로 뇌까렸다.
"..그냥 닥쳐라."
단 몇마디만에 그녀의 피폐한 정신상태를 되새긴 나는 그녀의 입에 빵 한 조각과 우유를 들이붓곤 곧장 더러운 아굴창을 테이프로 묶어버렸다.
마치 사이비종교에 빠진 광신도 같다. 무작정 한남이라며 음해하고 증오하는 모습이 광신도와 다를바가 무엇이겠는가.
뭐, 차라리 저런 답변이 오히려 내 복수심을 들끓게 해주니 썩 나쁘진 않은 답변이었다. 썩어빠진 정신도 이참에 세뇌조교를 통해 싹 뜯어고쳐주리라.
아주 한남의 손길에 흥분되다못해 안달나게 만들어주지.
잠시 후, 그녀의 정신이 돌아왔다.
"깼군. 이틀간 못 먹어서 힘든가봐? 기절도 하고 말이야. 덕분에 니 몸 편안히 구석구석 잘 씻겼으니 걱정마. 어때, 니들이 경멸하는 한남의 손에 보지가 씻긴 기분은? 아, 똥꼬는 안 씻겼으니 걱정마."
순간, 그녀가 희미했던 눈동자에 노기가 이글거리며 마치 악귀라도 들린마냥 발악을 해댔다. 자신의 몸을 한남인 내가 씻겼다고 철썩같이 믿는 모양이다.
물론 나는 저 년의 더러운 보짓살을 손톱으로도 만지지 않았고, 만질 생각도 없었다. 단지 그녀의 분노를 이끌어내기 위한거짓말일 뿐이었다.
속박당해 발악하는 그녀는 잘근잘근 짓이겨밟아주고 싶을 정도로 내 욕망을 부추겼으니까.
"진정해. 본격적인 건 장소를 옮기고서 시작할 테니까. 그땐 니 더러운 보지와 마음이 모두 정화될 수있는 시간이 될 거야. 그러니 그때까지 체력 아껴두라고."
"..그때 발악해도 늦지않으니까."
말을 마친 나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거실 바닥에 배게를 대충 놓곤 누웠다. 이제 곧 빅매치의 시작이다.
1억 5천의 거금을 획득할 시, 어쩌면 퀘스트 6이나 7까지도 완료될 지도 모른다. 만약 이어지는 퀘스트들이 돈을 모으라는 것이면 말이다. 물론 패턴으로보아 다음 퀘스트는 다른 지령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쨌든, 난 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 눈을 감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면 1억 5천이란 거금이 내 통장에 꽂힐 테니까. 이강한의 인생역전기의 2막을 올리는 날이 될 것이다.
.
"으음.."
어? 뭐야.
눈을 떠보니 집 안이 환하다. 나는 분명 거실에 누워 빅매치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그리고 불도 켜놓지 않았기에 환할 이유가 없다.
반사적으로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뭐야? 2시?"
시계는 정확히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젠장, 미약하게 남아있던 취기와 밀프 선이를 따먹으며 급격히 체력소진까지 한 덕에 자리에 눕자마자 그대로 잠이 든 모양이다.
난 황급히 휴대폰을 열어 경기결과를 확인했다. 어느정도 확신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손가락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오옷!!"
역시나 살짝 애매했던 마지막 경기까지 정확히 적중이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휴대폰을 벽으로 날려버린 나는 개구리마냥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물론 역대급 흥행영화 시나리오 단독집필로 받은 인센티브인 15억에 비하면 작은 돈이지만 지금의 내 상황에선 거금일 수밖에 없다.
"좋아, 좋아. 큭큭."
1억 5천이 내 손아귀에 들어왔으니 이제 크진 않더라도 안전감옥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본격적인 조교에 돌입할 수 있을 터, 기쁨에 겨워 정체모를 막춤까지 흔들어젖힌 나는 그녀가 흐리멍텅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큼큼, 헛기침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젠장, 조교자가 이런 민망한 꼴을 보여선 안 되는데 말이다.조교육자가 조교자를 업신여기는 순간, 그 교육의 현장은 성립될 수가 없다.
사설토토는 개인계좌로 매일 10시에 입금된다고 했는데 아직 퀘스트 4가 시야 좌측 하단에 떠있는 걸로 보아선 계좌에 입금이 안 된 듯했다.
설마 먹튀당한 건 아니겠지?
난 곧바로 다시폰을 가져와 순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길게 이어지던 연결음이 끊기고 만다.
-연결되지않아 삐 소리 후 통..
"흠.."
뭐, 어차피 계좌입금이기에 놈이 들고도망갈 순 없지만, 거액이니만큼 불길한 낌새를 쉽사리 지울 수는 없다.
전생에서 마지막 장물을 모두 처리한 후 그에게 건넨 금액이 1억이었으니까, 만약 놈이 뼛속까지 글러먹은 쓰레기라면 조직에 얘기해 계좌번호 바꾸는 것쯤은 일도 아니겠지.
우선 컨테이너로 가볼까 싶었지만 음지에 서식하는 놈들이다보니 만약 1억 5천을 못 준다고 배짱부리면 단신으로 딱히 이렇다할 방도가 없다.
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정 안 된다면 회계담당하는 놈을 알아내 MC로 사업금을 모조리 내 통장에 붙이면 그만이긴하지만 말이다. 순재한테 스쳐듣기론 사업자금만 100억인 듯했는데, 허풍이 다소 들어가있다해도 상상이상의 거금일 것이다.
"흐음~ 조금 기다려볼까."
지연되는 입금시간에 크게 걱정스럽지도, 화가나지도 않았다. 단지 귀찮아질 수도 있는 가능성에 조금 짜증나는 정도랄까.
그런데 그때, 순재 놈에게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 늘 가던 다방으로 와라 >
20대 젊은 놈이 다방을 운운해 보이스피싱이라도 당한 줄 알겠지만, 놈은 브랜트커피숍보다 다방커피가 세계최고라며 늘 가던 곳이 있었다. 이름도 [이춘자 다방]이라고, 나도 한번 그를 따라간 뒤로 자주 갔었는데, 계란 노른자를 올린 커피가 제법 맛이 있었다.
담배냄새가 조금 역하긴 했지만.
"왜 나를 보잔거지?"
그런데 녀석이 지금 나를 보자고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가타부타 육하원칙도 없이 일방적인 문자 한통만 보내면서 말이다. 만약 내 베팅 게임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그의 전화난리통에 잠에서 깼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연락한통 없다가 대뜸 문자라니, 무슨 일이 있는게 분명하다.
여하튼, 전생에서 잠적한 것보단 백번이고나은 상황이다. 귀찮게 찾으러 사방을 누비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내 시야에 들어와만 있으면 만약 그가 어쭙잖은 마음을 먹었다해도 상관없다.
기회를 노리다 MC로 끝장내버리면 그만이니까.
난, 옷을 챙겨입고 곧장집을 나섰다.
.
.
다방 근처에 다가갈수록 주변경계에 주의했다. 1억 5천이 아까워 사람 생매장할 수도 있는 것들이 조직이란 세계에 있는 놈들이니까.
그래도 아지트니, 은밀한 장소로 불러내었다면 상당히 꺼려졌을 테지만 그가 부른 곳은 대낮에도 동네 추파노친네들이 즐비한 다방이었기에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시선이 많은 곳에선 허튼 짓하기 힘들 테니까.
다행히 거리에 큰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 외투 안주머니에 호신용품점에서 구매한 전기충격기와 집에서 들고온 칼도 들어있었다. 만반의 준비까진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위안을 삼기엔 충분했다.
-딸랑.
다방문특유의 저급한 방울소리와함께 다방 안으로 들어서자 순재가 소파의자에 앉은 채 나를 반겼다. 거의 반쯤 누워있는 녀석은 특유의 시건방진 말투로 말을 건넸다.
"좆밥이 행님을 기다리게하노."
그런데 웃으며 말하는 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본능적으로 품에 손을 넣고 경계하며 다가갔다.
"뭐야. 너 꼴이 왜이러냐."
깊게눌러쓴 모자 아래로 씨익 웃는 녀석의 입술은 부르터져있었고, 오른손에는 붕대를 두툼하게 감아있었다. 옷도 어디서 구르고 왔는지 먼지투성이에 곳곳에 찢어져있었고 말이다.
"퍼뜩 앉아라. 시간 없다."
"왜. 뭔데?"
내가 맞은 편에 앉자 녀석은 대뜸 커다란 가방 하나를 집어 테이블 위로 올렸다. 헬스보이들이 쓸 법한 커다란 스포츠 가방이었다.
"여기 니 돈."
"뭐?"
내가 놀란 눈으로 되묻자 녀석은 가타부타 말없이 곧장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그 안에는 5만원권 다발이 가득 차있었다.
언뜻 봐도 1억 5천은 되보였다. 설마..
녀석은 가방에서 5만원 한장을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이곤 꼬나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흡사 그 옛날, 전설로 남은 영화 영웅본색의 따거와 비견할 수 있는 간지폭발이었다.
아, 물론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쳐져있었기에 돈가방과 그의 간지폭발 장면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후- 5만원짜리 담배 한 개피 쥑이네."
"대체 뭔데. 설명 좀 해봐라."
"쉐끼, 이 돈이 니 베팅돈이다."
"근데 계좌로 입금 안 하고 왜 현찰이고, 니 상태는 또 왜 이런 건데?"
"아, 쪼잔한 개이쉐끼들이 1억 5천은 지불해본 역사가 없다믄서 못 준다고 안 하나. 그래서 금고 열어가꼬 안에 있는 거 다 훔쳐서 들고 왔다. 쥑이제."
"뭐? 근데 니 손은 왜 그런데."
순재 녀석은 대수롭지않다는 듯 시큰둥한 눈으로 뇌까렸다.
"이거? 아 애새끼들이 내 잡을 거라고 안 하나. 그래서 좀 삐끗했다."
"아니 잠깐만.. 그러면 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데?"
몰라서 물은 것은 아니다. 그정도 눈치도 없는 병신은 아니니까, 이제 그는 조직에 쫓기는 몸이 될 테지.
그저, 녀석을 의심하고 전기충격기와 칼을 챙겨나온 것에 대한미안함과 또 1억 5천이란 돈보다 우정을 택한 녀석에 감동한 탓에 걱정 한스푼 얹어준 것이다.
그리고 확신했다.
전생의 녀석은 무언가 사정이 생겨 기부하지 못한 거라고, 그리고 어떠한 사정이 생겨 연락이 두절된 것이라고.
"어째 되긴 어째 돼. 븅아 이제 이 행님이 조직 박살내러 가야지. 쭉이제?"
"뭐?"
"농담이다 이 쉐끼야. 당분간은 내 못 볼기다. 조직에서 내를 쫓을 테니까. 니는 그걸로 시나리오 안 되믄 고향이나 내려가라. 글쟁이쉐끼들이 먹고 살라믄 빡세다 아니냐."
말이 안 나왔다.
죽을 수도 있는 일을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온다는듯 얘기하는 녀석에 말이다. 난 가방에서 돈다발을 몇 개 꺼내그에게 건네주었다. 인간쓰레기라며 힐난한 과오에 대한 반성값이었다. 녀석은 내 생각보다 훨씬 진국인 놈이었다.
대체 이런 녀석이 무슨 이유가 있어 1억을 들고 연락이 두절되어버렸던 걸까? 뭐, 이제는 미래가 되어버린 그에게 물을 수도 없으니 고민은 고이 접었다.
"도피생활이 더 먹고 살기 빡센거 아니냐. 이거 들고 가라."
"때리 치아라~ 내도 돈 있다."
"이거 안 받으면 나도 이 돈 못 들고 간다."
녀석, 기다렸다는듯 부리나케 돈뭉치를 낚아채갔다. 건달 짓하는 놈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그리고 도피생활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아 그라믄 또 들고 가야지. 쉐끼 그래도 상도덕이 있는 놈이네."
"어디로 가려고."
"몰라. 깡패짓이 이렇지 뭐. 쨋든 낸 약속지켰다이. 아, 그리고 니 정보는 다 지워놨으니까 조직에서 니가 돈받아간거 절대 모를거다. 그러니 걱정말고."
새끼, 기특하게도 제법 머리까지 썼다. 어차피 이제 안전감옥을 구입해 이 동네를 뜰 것이기에 큰 상관은 없다만.
난 그에 대한 고마움에 악수를 건넸다.
"치아라~ 악수는 무슨. 낯간지럽구로."
순재는 악수 대신 손바닥을 치는 것으로 대신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제보아도 멋이란 걸 아는 놈이다.
"진정되모 다시 보자."
"그래. 그땐 내가 술한잔 거하게 살게. 몸조심하고."
"치아라 마. 내는 양주 아니면 안 마신다."
얼마전에 소주 처먹다 거하게 구역질이나 한 놈이 끝까지 허세는, 피식 쓴웃음을 지은 나는 돌아서 가게 뒷문으로 향하는 녀석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순재는 그렇게 마치 내일 다시 볼 것처럼 아무 말 없이 가게를 나가버렸다.
홀로남은 나는 먹먹한 눈으로 돈다발가방을 바라보았다. 현실감이 다소 흐릿하게 느껴졌다. 1억 5천이란 거금과 이것을 내게 건네주기 위해생명의위협까지 느껴가며 도피하는 순재라는 녀석에 말이다.
전생에서도 마지막까지, 약혼녀라고 있던 년이 배신하는 순간까지도 내 곁을 지키던 놈에게 이정도의 우정과 의리가 있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특히나 태생이 글러먹은, 배신과 음모를 일삼는 것들이 건달들이었으니까.
만약 내가 만약 순재였다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되짚어보았지만 쉽사리 장담할 수가 없었다. 우정과 의리도 좋지만, 우선은 생명줄이 더 중요하니까.
새끼,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라면 진정 친구로서 대해줄 수 있을 지도 모르지. 아마도 훗날 그를 다시 만나게 되리란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그땐, MC능력으로 호화로운 파티를 벌여주마.
"수고하세요."
테이블에 5만원권 한장을 놓고 나온 나는 곧장 은행으로 향했다. 이 거금을 집에서 보관했다가 도둑이라도 맞는 날엔 MC 능력으로 제대로 '흑화'해버릴 지도 모를 테니까.
그나저나, 1억5천이란 돈가방을 뭐라 둘러대야할지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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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퀘스트 4 : 3,000만원을 모아라를 완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스텟 포인트 10개와 특성치가 업그레이드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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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특성치 마인드컨트롤의 첫번 째 능력확장이 오픈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