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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시스템의 발현 (2/129)



〈 2화 〉시스템의 발현

[ 퀘스트를 완료 시 고유 특성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지급된 스텟 포인트로 스텟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근력은 올리면 신체가 강해지고 지력은 두뇌가 명석해지며, 매력은 상대를 유혹하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체력은 지구력과 생명능력이 향상되며 정력상승의 미약한 효과도 가져옵니다. ]

오, 일단 두 가지 의문은 해결된 듯했다. 이 나긋나긋한 여성의 목소리는 허공에서 들려오는 것이 확실하며, 내 생각에 반응하는 듯했다.

나는 우선 동네에 정신 나간 놈이 있다는 괴소문을 막기 위해 골목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하필이면 숨어든 곳이 동네 똥개들 화장실인지 케케묵은 변냄새가 코를 찌른다.


대체 얼마나 싸지른 거냐.  똥개새끼들.

난 우선 코를 막은 채 시나리오를 정리하던 습관대로 소리내어 이제껏 파악한 것을 정리해보았다.

"퀘스트 완수 시 보상을 얻고 특성치나 스텟을 찍을 수 있다. 잠깐, 특성치는 뭐야?"


[ 특성치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특성으로 한 가지의 특성을 무작위로 부여 받으며 그것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귀하에게 부여된 특성 마인드컨트롤은 지목된 상대의 정신과 육체를 조종할 수 있는 것으로 단계가 상승할 때마다 그 능력이 강력해집니다. ]


"오.."

나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이 나왔다. 마인드컨트롤, 설명만 대충 들어도 제법 쓸만한 특성치가 아닌가. 뭐, 다른 특성들은 뭐가 있는지 모르니 우열을 가리긴 힘들지만 우선 상당히 유용한 능력인 것은 확실하다.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카테고리가 아니던가.

일명 약자로 'MC'라고 말이다.


게다가 단계상승  능력이 강력해진다니, 뭔가 설레는걸?

"흐음.. 그럼 일단 천만원을 모아야한다는 거군."

일단 단기목표는 정해졌다.

게임 속이거나, 아니면 가상현실 속으로 회귀한 것은 확실한 듯했으니 우선 그녀의 지령대로 퀘스트 완료를 위해 천만원을 모으는 것.


하지만 신천문예 신인상 수상금이 500만원이었으니 현재 자금과 합치더라도 400만원이 모지라다.

막상 시스템 설명을 모두 듣고나니 왠지모를 조바심이 생기는 것 같다. 특히나 마인드컨트롤의 능력은 복수전에서도 상당히 유용해보였다. 정신조종을 할 수 있다면 구태여 힘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할 테니까.

그리고 도덕성은 어긋나지만 19금 빨간딱지 소설 주인공들이 보면 이런 능력으로 개인욕망을 실현시키지 않던가?


나라고 뭐, 복수 겸사겸사 개인욕망을 실현시키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게다가 전생에 대한 보상이라면 이 시스템을 충분히 즐겨도 되겠지.

우선 생각 정리를 마친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 어디론가 향했다. 만약 지금이 과거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전생과 똑같다면 이는 나의 삶을 성공,  이상으로 만들어줄 일 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오늘 당장 확인해볼 참이다.

몇 골목을 돌아 마찬가지로 허름한 골방으로 들어간 나는 익숙하게 인사했다. 흔한 배불뚝이에 머리가 살짝 벗겨진 인상 푸근한 아저씨가 민소매차림으로 맞이해주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 왔냐. 오늘 빅게임 있는데 어째 니가 안오나했다."

"하하. 제가 빠지면 섭하죠."

이곳은 다름아닌 스포츠토토 매장이었다. 골방 안에 놓인 작은 탁자에는 후줄근한 아저씨들 세명이 모여 열심히 스포츠 경기를 분석하고 있었고 탁자 언저리에는 다먹은 중국집 그릇들이 쌓여있었다.

흔히 말하는 '토쟁이'들.


이곳에 상주하며 스포츠토토로 밥 벌어먹고 사는 이들이다. 나도 스포츠토토를 제법 즐겼지만 저렇게(?) 죽고 못사는 정도는 아니었다. 빅게임들이 있을 때만 소소하게(?) 즐기는 부류라고 할까.

난 자연스레  면에 놓인 컴퓨터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토토 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을 했다.

"잔액이.. 2만원이네."


역시 기억대로 2만원이 남아있다.

2만원이면 충분하다. 오늘 있을 레알과 바셀전에 올인할 거니까. 그리고 승패를 나누는 승부식이 아닌, 점수 맞추기 식으로 갈 것이다. 스포츠광인 내가 또렷히 기억하는 오늘 9월 14일 경기는 바셀이 메시의 헤트트릭으로 6대1의 스코어로 레알에게서 압승을 했었으니까.

 정확히 기억하냐면 레알과 바셀은 독보적인 리그 라이벌 팀이기 때문에  스코어 차가 잘 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부분 근소차를 예견하는데 나도 이 날 2만원을 2대1의 스코어에 올인 했었기에 잊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2만원이면 작지않은 금액이었으니까.

난 과감히 같은 스코어에 2만원을 올인했다. OMR카드 종이에 6대1의 스코어를 체크한  사장에게 건넸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사장은 딱히 토토를 하진 않았지만 보고 듣는게 많아 왠만한 스포츠 경기는 알고 있었다.


사장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에잉? 6대1? 진짜 이걸로 가는 거냐?"


"네."

사장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6대1이란 말에 토쟁이 아저씨들이 분석하랴 처박고 있던 고개를 독수리를 발견한 미어캣마냥 번쩍 처들며 나를 쳐다보았으니까.

6대1의 스코어의 배당은 자그마치 600배.


즉, 2만원을 걸면 1,200만원의 적중금액이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내 기억이 맞다는 가정하에지만.

"쯧.. 오늘  찍신이라도 오신거냐?"


"꿈에서 봤어요. 메시가 헤트트릭도 하는 거 같은데."

내 이야기에 미어캣 토쟁이 아저씨들이 일제히 콧방귀를 뀌곤 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내 상황을  아는 사장은 2만원이라도 아끼라는 말을 거듭했지만 나는 뚝심있게 밀어붙여 토토 종이를 받아내었다.


인사를 하고 가게를 빠져나온 나는 들뜬 마음을 부여잡으며 집으로 향했다.





*




새벽 2시, 모두가 잠든 시각, 축구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가는 순간 나는 토토종이를 쥐고 있던 손을 주먹쥐며 환희에 찬 미소를 지었다. 기억  경기 흐름과 똑같았다.

전반 5분만에 레알이 1골 넣어 승세를 잡지만 전반 추가시간에 2골을 연달아 허용하며 충격적인 역전을 당하고 전반전을 마무리.


내 기억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최고관심사에 대한 기억력은 제법 좋다고 자부했다.


그렇기에 예상대로..


"후반전에 4골 얻어먹고 끝나겠네."

 마저남은 캔맥주를 들어 후반전을 시작하는경기화면을 향해 건배를 하곤 원샷했다. 끝까지 볼 필요도 없을 듯싶었다. 아니나다를까,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1골을 추가허용한 레알은 패망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으니까.

티비를 끄고 토토종이를 고이 품에 간직하며 침대에 누웠다. 1,200만원 아니.. 세금 떼면 1,000만원쯤 넘을 큰 돈을 거머쥔다는 것보다 왠지모르게 마인드컨트롤이란 것의 능력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흠냐.."




*


다음날 아침, 은행 문이 열자마자 들이닥친 나는 은행원에게 토토종이를 내밀었다. 당첨금이 200만원 이상은 은행에서 바꾸어야했다.

물론 이제껏 200만원 이상에 적중된 적이 없었던 나는 그 사실을 모르고 토토매장에 쪼르르 달려간 덕에 아까운 회귀시간을 조금 버리긴했지만.

그리고 시기와 시샘 섞인 가게사장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내느라 애를 먹어야했다.

쨌든, 잠시 후 은행원이 서류 한장을 내주었고 간단한 인적사항과 몇가지 동의사항을 체크해 다시 건네주었다.

은행원이 고운 흰 손으로 받아갔다. 손이 정말 하얗다.


"잠시만기다리세요~"

항상 은행을 들를 일이면 썩 자랑스러운 일이 없었기에 쭈구리 모드였는데 오늘은 '천만원 적중자'라는 타이틀 덕인지 고개가 제법 빳빳하게 들린다.

'이쁘네..'


그녀는 정말 예뻤다.

이렇게 예쁜 은행원이 우리 동네에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는 것에 탄식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처럼  백옥 피부는 잡티 하나없이 말끔했고, 정갈하게 묶은 단발머리는 앳된 인상을 주었으며 가벼운 화장에 분홍빛 입술까지, 전체적인 이목구비도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런 허름한 동네에 있기엔 정말이지 아까운 사람이었다.

'발령을 여기 받아서 그렇겠지…?'


그렇게 잡념에 빠진 사이, 그녀가 말을 건네왔다.

"저희 쪽에 체크카드가 있으시던데 거기로 모두 넣어드릴까요?"

난 홀린듯 답했다.


"..네."

"네. 잠시만요~"


생긋, 그녀가 한떨기 꽃잎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짓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시절의 나는 속칭, 찐따 기질을 가진 자신감 제로의 루저였으니까.


성공한 후론 자신감이 모공 끝까지 차올랐지만 쥐뿔 하나 가진 것 없는 지금의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 꺼리는 성향이었다. 물론 천만원이라는 거금에 어깨에 힘이 조금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저런 미모의 여성이 짓는 여신의 미소는 아직 감당하기 힘들었다.


잠시 후, 컴퓨터 화면으로 꽂혀있던 그녀의 시선이 다시 내게로 향했다. 동시에 전화번호 한번 물어볼까, 하는 쓰잘데기 없는 망상은 꼬리를 감춘다.

"네~ 다 처리 되셨어요. 축하드려요~ 고객님."

그녀가 명세서처럼 생긴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 세금 떼고 정확히 936만원이 들어왔다.


미친.


세금 개 같이 많이 떼네.

하지만 뒤이어 들리는 빵빠레 비슷한 나팔소리에 역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 축하드립니다. 퀘스트 1 : 천만원을 모아라를 완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스텟 포인트 5개와 1단계 마인드컨트롤이 특성치로 활성화됩니다. ]

오오!!

비록 세금은 개 같이 많이 뜯겼지만 어쨌든 1차 퀘스트를 완수했다! 이제 마인드컨트롤 능력을  수 있는…?

"저.. 고객님 괜찮으세요…?"

그녀의 걱정 섞인 물음에 헤벌쭉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나는 황급히 표정을 숨기며 말했다. 하지만 바보같이 자꾸만 웃음이 세어나오고 만다.

"크흡.. 네넵.. 너..큽 너무 좋아서요.. 수고하세요!"

그렇게 일방적인 인사통보를 날리곤 도망치듯 은행을 빠져나왔다. 휴, 우선 생각을 갈무리하기 위해 은행의 정원 구석에 위치한 벤치에 앉았다.

자, 우선 스텟 포인트부터 소모해보실까.


스텟 창이 활성화됩니다. ]
[ 근력 : 10 ]
[ 지력 : 10 ]
[ 매력 : 5 ]
[ 체력 : 15 ]


'흠.. 매력이 제일 낮네..'

흔한 외모에 왜소한 몸집, 어느  하나 잘난 것없는 껍데기에 자신감조차 없으니 제일 낮을만도 하지.

'그럼 매력에 올빵해볼까?'

매력치는 상대방을 유혹하는 능력이 상승한다했으니 생식기고자 자급자생 아메바 남자들이 아닌 이상 매우 끌리는 스텟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전생에서 성공 뒤엔 여자들이 줄 지어 따른다는 것을 알기에 우선 지력에 5포인트를 모두 투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나에겐 마인드컨트롤이란 희대의 능력이 있으니까. 그리고 체력 포인트는 아직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았고, 근력은 남자로써 구미가 당기긴했지만 지금 상태로도 전생에 큰 무리없이 살았으니 우선 지력이 가장 전망이 있어 보였다.

혹시 아는가.

지력 상승 시, 미래의 일들이 모조리 기억날지 말이다.

[ 지력에 5 포인트를 투자합니다. ]

지력 스텟이 15개 되었다. 뭐, 고작 5포인트 상승으로 아인슈타인  핵두뇌를 가질 기대는  했었기에 미미한 변화에 딱히 실망하진 않았다. 아니 정확힌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음.. 뭐, 두통이 조금 없어졌달까?


계속 찍다보면 뭔가 달라지겠지.


그나저나 다음 퀘스트는 없는 건가?


퀘스트 뒤에 1 이란 숫자가 붙어있었으니 2도 분명히 있을 텐데..

퀘스트 2 : 마인드컨트롤을 1회 성공하시오. ]
보상으로 특성경험치 및 스텟 5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역시,내 생각에 즉각 반응한다.


흠, 마인드컨트롤 1회 성공이라, 그러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

[ 1단계 마인드컨트롤의 성공확률은 50퍼센트 입니다. 특성치는 1일 2회 사용가능하며 성공시 시전대상자의 머리 위에 삼각표시가 활성화됩니다. 단계가 증가할  성공확률과 능력이 확장됩니다. ]

아니 잠깐, 능력확장은 또 무슨 말이야.


1단계 마인드컨트롤의 능력은 1명의 시전대상자를 10분간 조종할 수 있으며 단계 등급에 따라 대상자 수와 조종시간이 증가됩니다. ]

미쳤다.


그럼 나중엔 10명을 한꺼번에 조종할 수도 있다는 건가?


일단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당장 써봐야겠다. 하루에 2회라는 아쉬운 조건이 있긴하지만 이거라도 어디인가. 징징거리기엔 너무나도 핵쩌는 능력이다.

'흠.. 누구한테 써보지.'

순간, 내 머릿 속엔 하얀 온실화초의 그녀가 떠올랐다. 하지만 은행 같은 이목이 많은 곳에서 실험해보기엔 위험이  터, 결국 나는 그녀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려본다.

노화된 동네이니만큼, 지천에 널린 것이 꼬부랑 노인네들이라 적당한 대상자 물색하려 쓸 데 없이 체력소모하느니 그녀를 기다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하루에 2회이니 횟수소모에도 신경써야했다.

"흐음.. 그동안 시나리오 작업이나 마무리해야겠군."


휴대폰을  나는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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