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4화.
색향에 취해 황홀한 표정이었던 백아는 뒤늦게 헌원의 말을 이해하곤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제 안부 인사는 서운하지 않았다. 헌원은 전처럼 오래도록 바라보기보단 입을 맞춰 주었으니까. 열이 올라 붉어진 헌원의 입술이 가슴께 꽃잎에 닿으면 백아는 전율을 느꼈다. 심장에 불꽃이 직접 닿은 듯한 뜨거움과 짜릿함을 백아의 짧은 어휘로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었다.
백아는 가슴을 내밀어 헌원에게 가까이 했다. 백아의 허락에 헌원은 짧은 감사를 하고 그대로 입술을 미끄러트려 백아의 턱 선을 훑었다. 울대가 소담스럽게 자리한 목을 지나 가슴께에 다다른 헌원은 흥분에 바짝 선 백아의 유실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기대감에 가늘게 떨리는 붉은 꽃잎을 보았다. 옷을 벗길 때에 곁눈질로 확인했던 색보다 훨씬 선명한 진홍빛이었다.
헌원은 그 꽃잎에 제 입술 자국을 남기고 단번에 내려온 길을 거슬러 올라 백아의 입술을 막았다. 헌원 또한 백아의 색향에 갈증이 났던 탓이었다.
다시 백아의 입 안을 모두 점령한 헌원의 혀가 백아의 타액을 맛보는 동안 받쳐 든 손은 슬그머니 백아의 밀부로 향했다. 백아는 밀부를 침범하는 헌원의 손길에 작게 웃었다.
헌원이 백아의 아래를 휘젓는 사이 백아는 아래로 손을 뻗어 헌원의 허리 매듭을 풀어 버렸다. 잔뜩 달아오른 양물의 끝이 백아의 회음에 닿아 미끄러졌다. 선뜻한 공기에 헌원의 양물이 꿈틀거렸다. 헌원이 움직이기 전에 백아가 한 손을 뻗어 양물을 턱 잡더니 스스로 허리를 내렸다.
백아의 아래가, 속되게 말하면 걸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헌원을 먹어 치웠다. 서늘한 공기에 딱딱하게 선 양물을 백아의 안이 감쌌다. 가장 두꺼운 선단이 백아의 안을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흥건한 음액이 맞물린 사이를 비집고 흘러 아직 진입하지 못한 헌원의 기둥을 적셨다. 향유병이 있는 곳으로 손을 뻗으려던 헌원은 아차 하고 손을 거둬들였다.
개화한 백아의 몸은 전처럼 향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빈틈없이 맞물리기는 했으나 그 안에서 제법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헌원의 양물이 그를 증명했다. 게다가 향유보다 백아의 향이 더 달콤하고 향기로웠다.
“아, 아! 헌원! 거기, 아, 이상, 이상해요!”
헌원이 가볍게 허리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백아가 자지러졌다. 평소엔 닿지 않는 생소한 곳까지 침범한 선단에 놀란 백아가 고개를 젓는 바람에 마주하고 있던 입술이 떨어졌다. 헌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 번 허리를 퉁겼다.
온통 헌원에게 매달린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가 내려올 때면 평소 침대에서 하던 행위로는 절대 닿지 않던 곳까지 헌원이 들이쳤다. 내장의 모양을 바꿔 놓을 것처럼 안을 꽉 채운 헌원의 양물에 백아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몸을 떨었다. 헌원이 주는 쾌감은 어째 날로 커지기만 했다. 배 속이 헌원으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전에는 느껴 보지 못했던 깊은 안쪽까지 선단의 부피를 알았다. 숨을 들이쉬기만 해도 양물을 문 아래가 짜릿하게 간지러웠다.
“이상합니까, 좋습니까?”
짓궂은 질문이었다. 헌원은 몸을 바들바들 떠는 백아를 단단히 잡아 고정하고 허리를 뒤로 빼었다가 다시 쳐올렸다. 백아는 짧게 끊어지는 머릿속으로 애써 헌원의 물음을 고민했다. 매번 두드리던 안쪽의 입구를 빗겨 가 다른 길의 깊은 곳까지 치달은 양물의 느낌이 버겁고 벅찼다. 이상한가? 이상했다. 좋은가? 좋았다. 이상한데 좋았다. 더, 더 해 주었으면 했다.
“히익, 흣! 좋아, 좋아요!”
백아의 대답에 조심을 버린 헌원으로 인해 백아는 교성도 버거워 숨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헌원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헌원의 양물은 점점 더 깊은 곳을 자극했다. 헌원과 닿은 모든 곳이 저리고 짜릿했다. 백아는 있는 힘껏 헌원에게 매달렸다. 헌원의 단단한 팔은 백아가 옴짝달싹 못 하도록 품 안에 백아를 가두었다.
헌원을 가득 끌어안고 헌원의 목덜미에 코를 박은 백아는 문득 갈증이 났다. 백아는 매혹적인 색향이 솟아오르는 헌원의 목덜미를 혀를 빼어 핥았다.
아래는 여전히 헌원을 품은 채여서 꼭 끌어안았음에도 전신이 거칠게 흔들렸다. 덕분에 헌원의 색향이 혀끝에 스치기만 해 감질만 났다. 백아는 헌원의 목덜미를 입 전체로 빨아들이려 애썼다. 살갗을 이로 긁어내리자 헌원의 거친 숨에 신음이 섞였다.
갑자기 뭔가가 뒤통수를 감쌌다. 헌원의 손이었다. 백아가 놀라는 사이 헌원이 다시 백아의 입술을 덮었다. 목에서 나던 향과 비교도 되지 않게 짙은 색향을 머금은 헌원의 타액이 백아의 입 안에 가득 찼다. 백아는 입 안을 제 것처럼 휘젓는 헌원의 혀를 물어 쪽쪽 빨았다. 헌원 또한 먹어 치울 것처럼 백아의 혀를 휘감았다.
온몸을 헌원에게 싣고 아래와 위 모두 먹힐 듯이 거칠게 막혀 있었으나 백아는 두렵지 않았다. 그저 목말랐다. 백아는 헌원의 목에 두른 팔을 추슬러 헌원을 더 꽉 끌어안았다.
“아, 아으응, 으…… 흣!”
양물을 거의 선단까지 길게 빼었던 헌원이 다시 백아의 안을 가득 채운 순간 백아는 절정에 다다랐다. 배 안에서 시작된 짜릿함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느끼며 백아는 숨도 쉬지 못하고 아래를 조이기만 했다. 맞물리다시피 붙어 있는 두 사람의 배와 가슴에 흰 얼룩이 점점이 번졌다.
백아가 절정하며 운신이 힘들어졌으나 헌원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 번 몸을 빼었다가 깊게 박았다. 백아는 배 속에 퍼지는 뜨거운 정을 느꼈다. 백아의 양물에서도 다시 정이 터졌다.
한 차례 격정이 지나간 후 헌원은 백아와 다시 입을 맞추며 침상에 걸터앉았다. 색향에 취한 몸은 쉬이 가라앉지 않아 한 번 토정을 한 헌원의 양물이나 그 양물을 꼭 물고 놓지 않는 백아의 안은 아직 절정인 것처럼 뜨거웠다. 두 번이나 토정하여 진이 빠진 줄 알았던 백아는 다리가 침상에 닿자 움찔거리며 스스로 허리를 움직였다. 아직 부족한 모양이었다.
숨이 모자라진 백아가 입술을 떼고 긴 숨을 내쉬었다. 날숨에 섞인 색향에 이번엔 헌원이 취했다. 백아가 숨을 들이켤 여유도 없이 헌원이 다시 백아의 입술을 덮었다.
사정을 한 후인데도 더 부피를 키운 양물에서부터 결의 욕구가 차올랐다. 저로 가득 찬 백아의 좁은 이 아래를 양물을 부풀려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게 꽉 채우고, 쉬이 열리지 않는 안쪽의 입구마저 열어젖혀 그 안을 제 씨로 가득 채우고픈 욕망이었다. 그러나 헌원은 욕정으로 꿈틀거리는 배 속을 애써 가라앉혔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조금 부풀어 올라 심장이 뛰는 것처럼 맥동하던 선단의 아랫부분이 다시 원래의 곧은 모양을 찾았다.
헌원이 뜨거운 한숨을 내뱉자 백아가 눈을 떴다. 헌원에게서 떨어진 백아의 입술은 백설공주를 졸라 헌원이 등청을 잊어버렸던 때처럼 발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촉촉하게 젖어 부푼 입술이 어여뻐 시선을 빼앗긴 찰나 입술이 유혹하듯 움직였다. 본능적으로 다시 입술을 가까이 했으나 백아가 몸을 물렸다.
“헌원의 희락은 언제 와요?”
열이 오른 탓인지 백아의 질문이 쉬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헌원은 뜨거운 머리를 애써 식혔다.
음인처럼, 양인도 희락이 있었다. 그러나 그 사례는 음인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음인 다섯에 양인 하나 정도. 드물긴 하지만 각인의 배쯤 되는 비율이었다. 원인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양인은 음인만큼 큰 몸의 성숙이 필요하지 않아 그러한 것이 아닌가 홀로 짐작할 따름이었다.
“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들었습니다.”
“헌원은 올 거야.”
백아의 대답은 다짐보단 확신에 가까웠다. 백아에게 건넨 필사본에 양인의 희락에 관한 내용도 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헌원은 백아의 근거가 궁금해졌다.
“확신하시는 연유가 있습니까?”
“각인도 했잖아요. 나보다 훨씬 오래전에.”
더 드문 각인도 하였으니 희락도 올 것이다. 제법 일리가 있었다. 헌원은 빙그레 웃었다.
“백아를 이리 기다리게 하다니 제 희락은 무엄한 녀석이로군요. 얼른 오라 이르겠습니다.”
여름내 한 번 더 백아의 희락이 찾아왔다. 첫 희락 이후 석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백아의 향이 어머님은 물론이거니와 황후이신 희원 누님보다 진하다 했더니 희락의 주기도 짧았다.
백아의 희락 때엔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어 헌원은 결을 하기 직전에 가까스로 자신을 다스렸다. 그때엔 부푼 양물을 다스리기가 평소보다 배는 어려웠다.
많지 않은 기록들을 살펴보면 결을 할 때 음인은 큰 고통을 느낀다 했다. 백아가 그 부분을 읽어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해도 헌원은 저로 인해 백아가 고통스러울 것이 내키지 않았다. 아직 임신도 이르다. 남성 음인인 백아는 여성에 비해 난산일 확률이 높았다.
언젠가는 하게 되기야 하겠지만 아직은 무산지몽을 더 즐기고 싶었다. 신혼이었다. 혼인한 지는 십 년이 가까워져 오지만 헌원과 백아는 이제야 신혼이었다. 부부의 운우지락은 이제 반년 남짓이었다. 헌원은 아무런 방해 없이 백아만 바라볼 수 있는 이 행복한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했다.
백아의 각인 소식을 들은 정 부인과 이 승상은 은근히 아이를 바라는 눈치셨으나 헌원은 모른 체했다. 별채까지 오셔서 하시던 서원 누님의 말씀에 어머님의 언질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슬하에 두셋은 둘 나이라……. 틀린 말은 아니셨지만 왜 아직 이르다는 생각만 드는지.
어머님의 염려도 이해는 되었다. 향이 짙지 않은 음인인 정 부인은 희락의 주기가 길어 헌원의 형제들은 터울이 컸다. 백아의 희락이 바로 이어지자 채근은 좀 덜해지셨지만 헌원은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백아의 희락 주기로 미루어 보면 연년도 무리 없을 테지만 헌원은 하나로 족하다 여겼다. 그리고 그 시기는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백아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백아에게 첫째를 자꾸 고민하게 하는 것에는 그 속내도 조금 섞여 있었다. 고민하는 동안은 백아가 임신을 보챌 리 없으니 말이다.
“얼른 왔으면 좋겠어.”
백아가 다시 헌원의 목에 팔을 두르며 소원을 빌듯 속삭였다. 헌원은 조심스레 백아의 기색을 살폈다. 저와는 달리 백아는 둘의 결실을 이르게 보고 싶은지도 몰랐다. 많은 이야기는 그것이 부부의 행복이라 가르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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