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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원고담-39화 (39/66)

39화.

깊게 들어오는 헌원의 양물에 만족하여 내뱉는 백아의 한숨은 헌원도 충만으로 물들게 했다. 온몸으로 저를 원하는 백아는 언제나 사랑스러웠다. 이제는 가기만 하는 애정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사랑이라는 생각에 더욱 몸이 달아올랐다.

헌원은 백아의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히 받쳐 안았다. 백아는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허리를 놀렸다. 보조를 맞추려던 헌원과 오히려 엇박이 날 정도라 헌원은 그저 백아가 하는 양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눈앞에서 흔들리는 탐스러운 붉은 유실을 베어 물듯 핥아 올리니 백아가 높은 교성과 함께 헌원을 죄어 왔다. 단단하게 서 있던 붉은 유실은 헌원의 희롱에 제 존재감을 더욱 과시했다.

예민해진 백아는 헌원이 유실을 핥아 올릴 때마다 온몸으로 반응을 했다. 덕분에 헌원은 적당히 탐하려던 애초의 생각을 잊고 전력으로 백아의 유실을 탐했다. 혀에 감기며 뭉그러지던 작은 살덩이는 헌원의 희롱에 점점 단단해졌다.

성감이 고조될수록 백아의 허릿짓도 거세졌다. 바짝 선 유실이 입가에 제멋대로 문질러졌다. 백아가 움찔거리며 도리질 쳤다.

“아흣, 헌, 헌원, 흐응, 읏!”

헌원을 원하는 만큼 저돌적으로 헌원을 탐하던 백아가 점점 전진해 와 그에 맞춰 조금씩 후퇴하던 헌원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푹신한 이불이 뒤에 있어 다치진 않았으나 백아가 놀란 모양이었다. 제 위에 엎어진 백아의 놀란 표정이 시야에 가득했다.

거친 움직임에 가빠진 숨을 들락이는 몸이 헌원의 위에 자리해 있었다. 백아에 몸에서 스며 나온 땀이 등불에 반짝거리며 백아의 몸 선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백아의 몸 중에서도 가장 반짝거리는 것은 헌원이 탐하던 붉은 유실과 땀으로 가득한 백아의 얼굴이었다.

잔뜩 젖은 몸이 불빛을 어지러이 반사하며 시야를 현혹했다. 시간이 멎은 듯했다.

헌원은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본 일이 없다. 이것은 오로지 헌원에게만 허락된 풍경이리라. 헌원은 진득한 시선으로 백아의 몸을 훑었다. 오늘 밤 헌원에게 허락된 시선이었다.

저를 올려다보는 시선에서 소유욕을 읽어 낸 백아가 그 자세 그대로 느릿하게 움직였다.

서러움과 두려움만이 가득했던 어느 밤과는 달랐다. 헌원은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시선으로 백아를 탐하고 있었다.

눈을 감아도 몸에 닿는 시선이 느껴질 정도라 그 시선에 백아의 목덜미가 선뜻해졌다. 추워서가 아니라 내부부터 벅차오르는 기쁨으로 인해 온몸에 소름이 달렸다.

돋아 오르는 피부를 본 헌원의 시선에 걱정이 담기는 것이 내리깐 백아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래, 이런 사람이었다. 헌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헌원은 백아의 몸의 작은 상처 하나가 더 중한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백아는 제 몸을 덥히려 뻗어 오는 헌원의 손을 잡아채어 그 사이사이로 제 손가락을 얽었다. 헌원의 손이 다른 곳으로 향하지 못하게 꼭 쥐고 제 쪽으로 가져왔다.

백아는 놓칠세라 꼭 얽어맨 자신의 손과 달리 어설프게 접힌 손가락 마디마디에 입맞춤했다. 차례로 도장을 찍은 입술이 다시 중지에 닿았다. 백아는 헌원과 시선을 마주하곤 접히지 않은 손가락을 입 안에 담았다.

동공이 커지는 헌원의 눈을 보며 입 안에 든 중지에 혀를 감아 빨아올렸다. 헌원이 배 속에서부터 끌어 올린 듯한 신음을 내었다. 그와 함께 백아의 속에 자리한 헌원이 크기를 더하며 꿈틀거렸다. 백아는 작게 도리질 쳤다.

“흣, 아직은…….”

아직은 모자라다. 아직 충분히 헌원을 품지 못했다.

허벅지로 헌원을 조이는 것으로 헌원의 절정을 거부한 백아는 헌원이 만족할 만하게 허리를 놀리려 애썼다. 언제나 헌원이 백아에게 맞춰 왔으므로 이번엔 제가 헌원을 만족하게 해 헌원의 절정을 보고 싶었다.

헌원의 표정에 저로 인한 열락이 가득한 것을 보고 싶어 애가 달았다. 조급함에 백아의 몸짓이 거칠어지자 헌원이 마주한 백아의 손을 꾹 쥐며 슬슬 보조를 맞춰 왔다.

헌원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오히려 열락은 백아를 덮었다. 자꾸만 뒤로 젖혀지는 고개가 헌원을 보는 것을 방해했다.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터졌다. 헌원이 자신에게 주는 쾌락에 비해 자신이 헌원에게 준 것은 너무도 하찮았다. 지금의 반응만으로도 그것이 너무 자명하게 드러나 속이 상했다. 갑작스러운 백아의 눈물에 헌원이 백아를 불렀다.

“……백아?”

“……내가, 헌원에게, 흑, 해 주고 싶었는데, 흐윽, 헌원에게, 흑, 아무것도, 해 준 게…….”

헌원은 현기증을 느꼈다. 너무도 아찔한 기쁨에 피어오르는 감각이었다.

이리 사랑스러운 사람을 보았나. 정인께선 어쩌면 날로 더 사랑스러워지시는지. 이 헌원 그를 감당하기에 버거울 정도랍니다.

헌원은 이번 일이 제게는 되레 호재라는 불경한 생각을 했다. 그토록 기다린 날이 드디어 오지 않았는가. 대상은 모호했다 하더라도, 늘 다른 이의 대신으로 저를 품던 백아가 헌원을 품고 싶다 바로 보며 말하고 있었다.

이토록 큰 기쁨은 백아를 알게 된 때에나 혼롓날에 버금가는 환희였다. 헌원은 이보다 큰 기쁨은 없을 거라 감히 단언할 수 있었다.

헌원은 몸을 일으켜 울먹이는 백아와 위치를 바꾸었다. 아롱진 눈물이 헌원의 어깨를 스치고 금빛의 비단을 적셨다. 눈물로 얼룩진 백아의 얼굴이 사랑스러워 마주하려 했으나 백아는 고개를 돌려 헌원을 피했다.

헌원은 몸을 숙여 백아를 감쌌다. 고개를 돌려 드러난 턱 선에 입을 맞춘 후 백아의 귓가에 숨을 불어 넣었다.

귓가에 선연한 헌원의 숨결에 백아가 속눈썹을 가늘게 떨었다. 다시 한 번 숨을 불어 넣자 참을 수 없었는지 어깨를 움츠리는 모양이 귀여워 헌원은 가볍게 웃었다.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백아의 얼굴을 잡아채어 그대로 깊게 입술을 맞대었다. 내리깐 시선에 물기 가득한 동공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헌원의 진득한 시선에 백아가 눈을 감았다. 눈가에 맺힌 이슬이 눈꼬리를 따라 옆으로 흘렀다.

백아를 따라 눈을 감은 헌원은 진하게 백아의 입 속을 탐닉했다. 마주한 입술의 느낌만이 선연했다. 헌원은 한참의 입맞춤 후에야 백아에게서 떨어졌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헌원이 물었다. 백아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대답하지 못했다. 말을 잇지 못하고 헐떡이는 백아를 보던 헌원은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백아의 눈물 자국을 핥아 없앴다. 다른 물 자국이 남았지만 백아는 거슬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헌원은 슬그머니 허리를 돌리며 백아를 자극했다. 헌원의 목에 감긴 백아의 팔이 힘을 더해 헌원을 안아 왔다.

“어렸을 때, 사경을 헤맨 적이 있습니다.”

헌원의 말에 백아가 놀란 눈을 했다. 그런 이야기 들어 본 적 없다. 헌원은 언제나 강건하며 굳건했는데. 고뿔에 기침하는 것은 보았어도 앓아누운 것은 본 적이 없었다. 헌원이 다시 한 번 백아의 안에 진입했다.

“각인한 정인을 그리워하다 상사병이 걸렸었지요. 아버님께선 상을 치를 준비를 하셨었다 하셨습니다.”

헌원은 어린 날의 백아를 떠올렸다. 몸이 자라고 신장이 훌쩍 자랐으나 웃는 얼굴만큼은 그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저를 보며 해맑은 웃음을 짓는 백아는 언제나 사랑스러웠다.

헌원은 그 해맑은 웃음을 지키려 부모님을 비롯한 가솔들의 입을 단속했다. 백아로 인해 헌원은 죽을 뻔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을 때 헌원은 서슬이 퍼렇게 호통을 쳤다. 각인은 일방적인 것이었으니 백아의 책임은 없다. 헌원은 백아에게 책임을 지우는 그 말이 끔찍했다.

각인을 이야기하면 이 말도 해야 하기에 헌원은 그동안 저어하며 미루기만 했다. 백아가 자신에게 부채감을 가지길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해야 할 때다. 백아가 제게 해 준 것이 없다며 우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백아는 헌원에게 가장 큰 것을 주었다. 백아는 헌원을 이루는 토대이자 근간이었다.

“그때의 저를 살린 건, 어린 백아였어요. 백아, 백아는 제게 생명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자신은, 마지막 자존심을 남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백아만 품에 있으면 다 상관없다 하면서도 백아가 먼저 제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정말 상관없이 내려놓았다면 이런 이야기 진즉 해 버렸을 것을.

헌원은 백아의 손을 제 가슴께의 꽃잎에 올려놓았다. 도드라지지 않아 느껴질 리가 없는데도 백아는 헌원의 꽃잎이 만져지는 것처럼 더듬으며 손가락으로 그 위를 거닐었다.

“이것은 그 증표입니다. 양인은, 그리고 음인은 각인한 사람이 생겼을 때 가슴 위에 세 개의 꽃잎이 자리합니다. 백아, 백아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제 삶의 이유이고 행복입니다.”

헌원은 제가 백아에게 남겨 놓았던 욕심의 흔적을 보았다.

혼자만의 갈망으로 만들어 낸 인위적인 흔적은 이제 거의 사라져 색이 변한 얼룩만이 옅게 남아 있었다.

헌원은 고개를 숙여 그 흔적에 입 맞추었다. 저번과 같이 순흔은 남기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로 기다리겠다. 백아의 마음 또한 저를 향했으니 머지않아 증표가 떠오를 것이다. 설령 떠오르지 않으면 어떠랴. 백아가 헌원의 마음을 알아주었는데.

눈에 보이는 흔적 따위 백아의 걱정 어린 손짓 하나에 비하면 비교하는 것이 우스울 만큼 무가치했다.

아무 말 없이 저를 안아 오는 백아를 마주 안고 헌원은 백아의 희락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움직였다. 진득하게 조여 오는 내벽은 한 번의 사정으론 모자란다며 헌원을 보채었다.

헌원은 선액을 줄줄 흘리는 백아의 양물을 감싸 쥐고 그 끝을 막았다. 백아의 몸이 튀었으나 거부하진 않았다. 헌원을 믿는 까닭이었다. 그런 백아를 보며 헌원은 미소 지었다. 잠깐의 기다림은 더 큰 쾌락을 백아에게 선사할 것이다. 또한, 저에게도 극상의 열락을 선사할 것이다.

“흣, 흐윽, 흐으으, 허, 하아…….”

점점 빨라지는 헌원의 움직임을 따라 백아의 몸이 뒤로 휘었다. 가다듬지 못하고 내뱉는 숨에는 교성이 되지 못한 신음이 섞여 토해졌다. 그럼에도 백아는 헌원을 마주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미끄러지는 다리를 계속해서 추어올리며 헌원을 받아들이기 위해 몸을 열었다.

헌원은 그런 백아를 단단하게 받쳐 안은 채로 할 수 있는 가장 힘찬 몸짓으로 백아의 몸을 탐했다. 진득한 물소리가 메아리처럼 귀로 파고들었다.

한참의 격정 끝에 열락의 고지가 보였다. 헌원은 거세게 몸을 쳐올리며 다시 한 번 백아의 몸 안에 자신을 깊이 묻었다.

백아의 양물에서 손을 뗌과 동시에 참았던 욕망을 분출했다. 사정액이 터지며 미칠 듯한 열락이 온몸을 휘감았다. 마주 안은 서로의 어깨에 뜨거운 숨을 토해 놓았다.

둘을 휩쓴 열락이 가신 후에도 백아는 헌원의 양물을 놓지 않았다.

양물에 엉겨 붙은 내벽이 꿈틀거리며 다음을 바랐다. 희락기 음인의 내벽이 양인의 결을 부추기는 행위였으나 헌원은 참았다.

아직은 아니다. 고백을 하였으니 이제 백아의 선택을 기다려야 할 때다. 백아가 모든 것을 배우고 스스로의 결정으로 헌원을 받아들일 때까지 헌원은 백아를 기다릴 것이다.

그래야 제멋대로 백아를 탐해 온 것을 조금이나마 용서받을 수 있다. 이제까지처럼 제 욕심만을 채우면 아니 된다.

백아의 몸에서 자신을 빼내며 헌원은 생각을 정리했다. 희락이 지난 후에 모든 것을 가르치고 백아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백아의 결정이 어떤 것이든 헌원은 그저 따르겠다고. 헌원은 그렇게 결심을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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