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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원고담-38화 (38/66)

38화.

단화각의 특급이란 별거 없다.

상처받은 음인들이 모인 곳인 이 단화각에 식구를 더 늘리지 않도록 하는 것. 겁주는 것이 과하긴 하였으나 미안하단 생각은 멀찌감치 치워 버렸다. 본인들이 저리 애절하니 원.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제 사람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뿌듯했다.

상황을 만든 것은 무화였지만 그 상황을 잘 받아먹은 것은 이 관원이다. 갖은 모욕을 들어도 초연하며 그 고고함이 하늘을 찌른다던 그이가 무릎까지 꿇으며 빌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부럽도다, 부러워. 누구의 각인은 족쇄이거늘 누구의 각인은 정표로구나. 어린 음인께선 무슨 복을 타고나셨나.

다시 배가 아파 와 무화는 그들 생각을 그만하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하였는데도 정신 차리지 못하였으면 제 팔자 제가 꼬는 게지.

“헌원, 헌원.”

말을 달리는 도중에 백아가 깨어나 헌원을 불렀다. 축 늘어졌던 몸에 힘이 들어갔다. 힘없이 흔들리던 몸이 헌원을 붙잡았다. 중심이 잡혀 말을 달리기 수월해졌다.

백아가 헌원의 목에 팔을 둘렀다. 종일 입고 있던 옷에서 백아의 향이 훅 끼쳐 왔다. 이제 거의 사라져 가는 풋내 대신 가득 차오르는 꽃향기가 백아의 몸이 준비가 다 되어 감을 알려 왔다.

조금만 참으세요, 백아.

헌원은 말 대신 백아를 안은 팔에 힘을 더했다. 백아 또한 헌원을 놓칠세라 팔에 힘을 주었다. 백아가 고개를 들어 헌원의 귓가에 더운 숨을 내쉬었다.

“헌원, 나는…….”

“예, 백아.”

“나는 헌원에게만, 헌원하고만…….”

“저도 그렇습니다, 백아. 저도 백아와만…….”

“안아 줘요, 품어 줘요, 헌원.”

헌원은 대답 대신 말의 배를 박차 속력을 높였다.

희락열에 들뜬 백아는 손안의 양인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다리마저 들어 올려 온몸으로 헌원을 감싼 탓에 헌원은 백아의 겉옷조차 벗겨 내지 못했다.

놀라는 가솔들을 뒤로하고 거의 한 몸이 되어 둘의 침소로 들어섰다.

익숙한 침소에 들어서자 백아의 몸에서 급격하게 색향이 피어올랐다. 방문을 닫아걸고 걸음을 옮기려던 헌원은 전신을 감싸는 진한 색향에 침상은커녕 탁자까지도 가지 못하고 다리가 꺾였다.

간신히 중심을 잡은 헌원은 근처 기둥에 백아를 기댔다. 헌원이 내쉬는 숨도 백아 못지않게 뜨거웠다.

헌원에게 백아가 감은 다리를 뒤척이며 비부를 마찰했다. 입술을 마주하자 세상에 그것만이 구원인 양 입술에 매달려 헌원을 갈구했다. 헌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감싼 백아의 체향에 자제가 어려워졌다.

천 몇 겹을 사이에 두고 백아의 비부와 맞닿아 있는 양물이 크게 성을 내며 제 존재를 과시했다. 마음이 급했으나 백아가 헌원에게 매달린 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급기야 헌원은 탈의를 포기해 버렸다. 백아와 제 하의만 뜯어내듯 벗겨 내고는 애액이 방울져 흐르는 밀부에 제 성난 양물을 힘껏 밀어 넣었다. 백아의 몸이 한껏 열려 헌원을 맞이했다. 폭풍 같은 밤의 시작이었다.

진입은 쉬웠으나 출입은 쉽지 않았다.

한껏 열려 헌원을 맞이한 백아는 잠깐의 후퇴도 용납하려 들지 않았다. 희락으로 인해 더욱 탐욕스러워진 내벽이 나가려는 헌원의 양물을 빈틈없이 감싸며 빨아들였다. 온몸이 백아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헌원은 이를 사리물고 천천히 허리를 빼내었다. 백아의 저항이 거셌다.

“가지 마, 가지 마요, 헌원.”

헌원이 제 몸에서 반 이상 빠져나가자 백아는 있는 힘껏 힘을 주어 헌원을 잡아챘다. 이대로 빠져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와 도리질 치며 울먹였다.

헌원이 아니면 싫어. 다른 누구도 필요 없다.

백아가 꿈꾸는 모든 이는 헌원이 되어 주었다. 무도회를 데려다주마 한 것도 헌원이었고 백아를 지켜 준 것도 헌원이었다. 백아가 바라는 대로 세상에 다시없을 다정한 이가 되어 준 이도, 거친 이가 되어 준 이도, 능글맞은 이가 되어 준 이도 모두 헌원이었다.

그런 헌원이 백아의 곁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큰 두려움이라는 것을 백아는 이제야 알았다. 기루에서의 적막과 어둠은 모두 헌원의 부재로 인한 것이었다.

헌원이 곁에 있었다면 백아는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헌원의 품에 안겨 곰살맞은 손길과 눈빛을 받으며 장난칠 생각이나 하며 웃고 있었을 테지.

그러니 헌원은 어디에도 보낼 수 없다.

백아는 양팔과 양다리를 감아 헌원에게 밀착했다.

“백아? 읏, 백아. 절 보세요, 백아.”

헌원의 부름에 꾹 감고 있던 눈을 떠 헌원을 바라보았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불빛에 반짝거렸다.

헌원이 더없이 따스한 눈빛을 한 채로 백아의 이마에, 눈에, 코에 입맞춤해 주었다. 차례로 내려와 입술에 다다른 헌원은 몇 번이고 백아에게 입맞춤을 해 주었다. 거칠게 내쉬는 숨에서 헌원의 향이 느껴졌다.

헌원이 내쉬는 숨을 백아가 들이마셨다. 헌원의 향이 백아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헌원이 손을 올려 백아의 볼을 매만졌다.

“백아가 잡고 있는 한, 어디에도 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으읏, 백아, 두려워하지 말아요.”

눈을 마주치며 다정스레 하는 말에 백아는 그제야 제가 헌원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백아가 터트리기라도 할 것처럼 헌원을 강하게 죄고 있어 헌원이 움직이지 못한 채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나 그런데도 헌원은 백아를 먼저 안정시키려 애썼다.

헌원은 날 떠나지 않는다. 헌원은 곁에 있다. 헌원과 함께하면 두렵지 않다.

백아는 헌원이 한 말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읊조렸다. 백아는 몸에 잔뜩 들어가 있는 힘을 빼려 애썼다. 희락에 들어선 몸은 백아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아 힘이 들었다.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어도 내벽이 헌원을 끈질기게 갈구하며 감겨들었다.

“아파요, 헌원? 아파? 미안, 헌원, 나는…….”

“괜…… 찮습니다. 그보다 백아, 천천히 숨을 쉬세요. 이대로는 다쳐요. 울지는 마시고요.”

고통 어린 신음에 울상이 된 백아를 헌원이 안심시켰다. 백아는 헌원의 말대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헌원은 아파도 제 걱정이 먼저인데, 헌원을 계속 괴롭힐 수는 없었다.

“응, 헌원. 응…….”

백아가 한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움직임이 한결 수월해졌다. 헌원은 길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몸을 빼었다. 눈물이 가득 담긴 눈을 마주 보며 입술로 입술을 간질였다.

헌원은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백아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출입을 계속하자 쾌락을 갈구하는 몸이 서서히 박자를 맞추었다. 오래지 않아 둘은 하나인 것처럼 움직였다.

백아의 몸은 헌원의 움직임에 맞추어 들어올 땐 힘을 풀어 환영하고 나갈 땐 감겨들며 서로의 결속을 확인했다.

백아의 몸이 부드럽게 풀어지자 헌원은 천천히 속력을 높였다.

조금씩 높아지는 성감에 백아의 입에서 헌원의 이름 대신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헌원은 백아의 입술을 머금고 백아의 몸을 양팔로 휘감아 고정한 채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입술을 마주한 채로도 감지 않은 눈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진득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잇새로 튀는 비음은 모조리 서로가 삼켜 버렸다.

백아가 눈을 깜빡이자 헌원이 눈을 내리깔며 혀를 얽어 왔다. 혀와 함께 건너오는 헌원의 타액이 달았다. 타액을 훑어 삼켜 버렸다. 울대의 움직임에 헌원이 놀란 듯 입술을 떼었으나 이내 고개를 숙이며 더 깊게 입 맞추었다.

헌원의 양물 또한 더 깊게 백아를 탐했다. 각인 후 처음으로 백아의 색향을 맡은 양물이 전과 다른 부피감으로 백아의 안을 가득 채웠다. 핏줄마저 바짝 선 양물이 향의 근원을 갈구했다.

“으읏, 백아. 좁……. 흐읏.”

몸을 한껏 열어도 헌원은 모자란 모양이었다. 백아도 버거웠지만 몸을 열려 애썼다. 백아에게서 나는 향이 헌원의 감각을 사로잡았다. 헌원의 향 또한 백아의 몸을 들뜨게 했다. 둘은 끊임없이, 또 거침없이 서로를 갈구했다.

마침내 절정에 다다른 헌원에게서 뜨거운 정이 뿜어졌다. 배 속이 헌원으로 충만해 백아는 배부른 미소를 지었다.

한 차례의 사정 후에 침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백아는 여전히 불안한지 한사코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침상에 걸터앉아 무릎 위에 올린 채로 간신히 의복을 벗겨 냈다.

유백색의 피부에 닿은 불빛이 백아를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침상에 올라앉아 점점 분홍 물이 드는 백아를 마주 안자 맨살에 닿는 백아의 체온과 백아의 향이 헌원의 배 속을 들끓게 했다. 저절로 새는 낮은 목울음을 들은 백아가 배시시 웃었다.

“좋아요?”

“물론입니다, 백아.”

솔직한 물음에 솔직한 답을 건네주었다. 수줍음 따위 정인께 부릴 계제가 못 되었다.

“……나도.”

손목에 꿰어 있던 옷가지를 털어 버린 백아는 무릎에 걸터앉은 그대로 헌원의 목에 팔을 둘렀다. 바짝 선 백아의 양물이 헌원의 배에 닿는 감촉에 시들었던 헌원의 양물이 다시 힘을 얻었다.

엉덩이 골 사이를 자극하는 부피감에 백아는 몸을 뒤척였다.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헌원이 주는 쾌락을 쫓았다. 백아는 헌원의 손을 들어 자신의 허리에 감아 안전하게 조치를 한 후 저 좋을 대로 허리를 치대었다.

계속된 자극에 헌원의 양물이 사정 전의 크기를 되찾았다. 평소보다 확연히 우람한 크기임에도 백아는 망설이지 않고 스스로 다리를 벌렸다. 미끄러지는 헌원의 양물을 잡아 제 뒤에 맞춘 백아는 천천히 허리를 내려 다시 헌원을 품었다.

“흐응, 흣, 흐…… 헌원, 헌원.”

“예, 흣. 예, 백아.”

백아는 계속 헌원을 되뇌며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헌원은 경련하는 백아의 다리를 잡아 고정하고 천천히 백아가 원하는 대로 허리를 움직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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