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우와아아!”
백아는 폭포에 도착하자 사슴 따윈 완전히 잊어버렸다. 말릴 새도 없이 물에 뛰어든 백아는 욕탕에서 놀 때처럼 자맥질했다. 욕탕과 비교되지 않는 넓은 물임에도 제법 능숙한 몸짓이었다.
헌원은 물장난을 치는 백아를 감상했다. 이것 또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야기 속의 천인도 저보다 아름답지는 못할 거라 감탄했다.
저 모습이 담긴 화폭에 시를 지어 적어 넣고 인장을 찍으면 그 그림은 헌원의 보물이 되리라. 천금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며 황제께서 요구하신대도 진상하지 않으리라.
헌원이 감탄하는 사이 백아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제법 큰 물보라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다. 비산하는 물방울이 햇살을 받아 오색으로 빛났다. 금강석에 비견될 만큼 눈부신 광채였다. 백아의 뒤편엔 후광처럼 무지개가 서렸다. 폭포의 물안개가 만들어 낸 자연의 신비한 경이였다.
“헌원도 들어와요!”
헌원은 백아의 손짓에 기꺼이 따랐다.
역시 백아는 천인이 맞다.
경치 구경의 끝은 ‘좋은 것’이었다.
아직은 완연한 여름이라 이르기엔 조금 이른 날이라, 물속에서 한참을 놀던 백아는 한기에 몸을 떨었다. 헌원은 햇볕을 받아 따스하게 열이 오른 바위 위에 백아를 앉혔다.
“아직 춥습니까?”
“으응.”
주변에 따스한 것은 햇살 외엔 체온뿐이라, 헌원은 가늘게 몸을 떠는 백아를 품에 안았다.
간격을 둔 체온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백아는 헌원을 제 쪽으로 당겼다. 밀착하려 넓힌 백아의 다리 사이로 헌원이 다가섰다. 백아의 다리는 자연스레 헌원의 허리에 감겼다.
흠뻑 젖은 두 육체가 마주했으니 몸이 달아오른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체온을 높이려 문지르던 손길이 체온 이상의 감각을 끌어냈다. 젖은 천만을 사이에 둔 두 육체의 마찰은 마치 직접 닿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촉감이 선명했다.
“……하아, 헌원.”
백아는 어느새 한기를 잊고 헌원의 목덜미에 숨을 내쉬고 있었다. 뜨거운 입김에 헌원의 목덜미에 소름이 달렸다.
완전히 몸을 기댄 백아를 품에 당겨 안고 헌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원으로 통하는 오솔길을 지키고 섰던 천희는 낌새를 눈치챈 듯 뒤돌아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천희가 선 근처에 단이의 앉은 뒤통수가 보였다. 눈치 빠른 둘이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니 헌원은 거리낄 것이 없어졌다.
헌원은 물에 젖어 잘 풀리지 않는 매듭을 잡아 솔기를 뜯었다. 마음이 급했다. 여벌의 옷을 미리 일러두었으니 망설일 것도 없었다.
“으응, 헌…… 흐읏…….”
환한 햇빛 아래에서 백아는 헌원에게 양물을 잡힌 채 몸을 떨었다. 백주에 양물을 훤히 드러내고 있으나 수치심보단 흥분이 가득했다.
수온만큼 떨어졌던 백아의 체온이 온몸을 물들인 붉은빛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헌원은 성을 내는 백아의 양물을 쥐고 손끝으로 민감한 곳을 문질렀다. 백아는 자극을 참지 못하고 다리를 바르작거렸다.
작지만 예쁘게 올라붙은 엉덩이마저 움찔거리며 헌원의 애무를 받던 백아는 금세 절정에 달해 진한 정액을 뱉었다.
헌원은 백아의 절정을 받아 낸 손을 백아의 아래로 가져갔다. 윤활을 위한 향유가 없으니 백아의 정액으로 그를 대신할 생각이었다. 끈적한 정으로 범벅된 손가락이 입구를 침범하자 흠칫 몸이 떨렸다. 백아는 향유와는 다른 질감에 몸을 뒤척였다. 조금은 낯설었지만 헌원과 함께 오니 싫은 감각은 아니었다.
“백아, 괜찮겠습니까?”
긴장한 백아의 등허리를 쓸어 올리며 헌원은 다정하게 물었다. 헌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백아는 길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헌원. 들어와요.”
허락을 얻은 헌원은 백아의 아래에 바짝 선 양물을 맞추었다. 그리고 백아의 아래를 단번에 꿰뚫었다. 평소보다 적은 전희에 이완이 덜 된 내벽이 빡빡하게 맞물리며 양물을 죄었다. 쉼 없이 뿌리 끝까지 박아 넣은 헌원은 터트릴 듯 조이는 아찔한 감각에 머리를 털었다.
헌원은 자신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있는 백아에게 가볍게 입맞춤하고 넣을 때와는 다르게 천천히 몸을 빼냈다.
“으응, 싫어…….”
그러나 백아가 허리를 붙여 오는 통에 몸을 빼내지 못했다. 헌원에게 다시 밀착한 백아는 바위에 끝만 걸치고 있던 엉덩이를 들었다. 자연스레 바위에서 내려온 백아로 인해 어느새 헌원은 물에 서서 백아를 안고 있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폭포의 물이 두 사람의 결합한 사타구니 사이에서 찰랑거렸다. 헌원이 가만히 있자 백아는 스스로 허리를 움직였다. 겹쳐진 몸 사이에서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났다. 과감한 행동에 헌원이 놀란 눈을 하자 백아는 유혹적으로 웃으며 다시 허리를 튕겼다. 헌원은 헛숨을 들이켰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짧게 끝내려고 했건만, 사랑스러운 정인께서는 헌원을 쉽게 놓아주실 생각이 없는 듯했다. 어찌해야 하나……. 사실은 답이 정해져 있다. 다만 헌원은 확인하려 재차 물었다.
“정말…….”
“괜찮아요, 헌원.”
끝나기도 전에 나온 백아의 대답에 헌원은 망설임 없이 허리에 감긴 백아의 한쪽 허벅지를 고쳐 쥐었다. 상체를 모두 헌원과 밀착한 백아는 자유로운 한 다리만 까치발로 물속 돌을 딛고 섰다. 헌원은 그런 백아가 무너지지 않도록 팔을 감아 단단히 받쳤다.
생일에 걸맞은 기쁨을 선사하리라. 헌원은 백아에게 입 맞추며 허리를 움직였다.
세 번쯤 절정에 달해 지친 백아를 안아 들고 헌원은 물가로 나왔다. 평평한 바위 위에 몸을 닦을 수건과 곱게 개킨 옷가지가 마치 천인의 옷가지처럼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헌원은 품에 안은 백아와 옷가지에 번갈아 눈길을 주었다. 문득 욕심이 솟았다.
이걸 숨겨 버리면 백아는 영영 내 곁에 있을까.
그러나 헌원은 곧 이야기의 결말을 떠올렸다. 마음을 열지 않았던 천인은 날개옷을 얻자마자 떠나 버린다. 헌원은 천인이 떠나지 않도록 그 마음을 얻어야 했다.
헌원은 제 속마음 따윈 모른 채 말간 눈으로 자신을 보는 백아에게 입 맞추었다. 백아는 지친 기색이었지만 헌원의 입맞춤에 순순히 응했다. 헌원은 안심했다. 백아는 다르다. 백아는 적어도 천인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지는 않을 터였다. 헌원의 불안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 * *
산을 낀 숲 속에 있는 폭포는 승상 댁에 있을 때보다 일몰이 빨랐다. 헌원은 나른해하는 백아를 안아 들고 서둘러 장원으로 돌아왔다. 백아를 안아 든 채 움직였으나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장원으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 나온 백아는 기운을 회복했는지 이야기를 보챘다.
“책을 읽어 줘요, 헌원.”
“머리카락부터 말려야 합니다, 백아.”
밤 기온은 쌀쌀해 젖은 머리로 있으면 고뿔에 걸리기 쉬웠다. 단이가 백아의 뒤에서 열심히 물기를 닦아 내고 있었다.
“눈과 귀는 심심해요, 헌원.”
머리는 단이가 말리고 있으니 백아는 손이 비었다. 재차 보채는 백아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 헌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못 말릴 정인이셨다.
가져온 두 권의 책 중에 어느 것을 읽을까 잠시 고민하던 헌원은 진원이 선물한 책을 집어 들었다. 헌원의 마음이야 음양의 이치를 담은 책을 우선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백아의 생일이었다. 생일에 이런 공부는 헌원이 생각해 보아도 어울리지 않았다.
헌원은 백아에게 책을 쥐여 준 후에 단이에게 수건을 넘겨받았다. 헌원은 세심한 손길로 직접 백아의 머리칼에서 물기를 닦아 내었다.
헌원의 뜻을 알아챈 단이가 조용히 물러났다.
“지금은 제 손이 바쁘니 백아께서 제게 소리 내 읽어 주시겠습니까?”
백아는 헌원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흠, 흠. 장안에 내로라하는 기녀 다홍은…….”
그러나 백아는 책을 편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개가 앞으로 푹 꺾였다. 헌원이 놀라 살펴보니 수마에 들었다. 잠시 차린 기운은 대낮에 한 차례 거하게 치른 정사를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었다.
헌원은 백아의 머리카락이 마른 것을 확인하고 잠에서 깨지 않도록 침상에 뉘었다. 조금 큰 움직임에도 백아는 깊이 잠들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돌아가면 먼저 향인에 대해 가르쳐야겠다. 이제는 전처럼 서책을 팽개치지 않으니 조금 지루해할지언정 이야기해 볼 상황은 되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조금은 후련해진 헌원은 곤히 잠든 백아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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