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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원고담-25화 (25/66)

25화.

헌원의 생각대로, 백아 또한 헌원의 목에 팔을 두르며 몸을 밀착했다. 예민한 곳을 스치는 손길에 백아의 몸이 떨렸다.

등허리를 매만지던 손길은 둔부를 타고 내려 쭉 뻗은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에 고개를 든 백아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다리를 붙였다. 파고들던 헌원의 손끝이 백아의 허벅지 사이에 끼었다. 헌원은 푸념했다.

“사술을 부리는 요괴군요. 목소리를 빼앗아 가며 사람의 다리도 주지 않다니.”

백아가 연기하는 인어는 백아를 닮아 긍휼을 알았다. 보기에 가련한 요괴에게 속아 손해만 보는 거래를 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헌원의 말에 백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말 대신 헌원의 뺨을 톡톡 두드린 백아는 헌원의 목에 감은 한 팔을 들어 물 밖을 가리켰다.

“아…… 물 밖을 나서야 다리가 생깁니까?”

헌원은 인어의 이야기를 상기하며 물었다. 백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헌원에게 팔을 감았다. 안아 달라는 듯 다리를 비틀었지만 헌원이 백아의 허벅지 사이에 끼운 손을 빼지 않아 자세가 어정쩡했다.

헌원은 손을 빼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주어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러면 보내 드릴 수 없다. 백아가 왕자님을 찾아갈 걸 뻔히 알면서 물을 벗어나게 둘 수는 없었다. 인어를 사모하는 이가 있었다면 헌원과 심정이 같았으리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해를 했을 터다.

“바다를 항해하는 뱃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헌원도 마찬가지지만 백아는 바다를 본 일이 없었다. 장안에서 바다를 가려면 마차로 이동하더라도 한 달은 족히 소요될 거리였다. 해서 백아는 이야기에서만 접한 바다를 궁금해했다.

호기심이 가득 차오른 동그란 눈이 헌원을 담았다.

‘말 해 줘 요.’

요령이 생긴 백아는 입 모양으로만 하고픈 말을 만들었다. 헌원은 부러 시선을 피하며 뜸을 들였다. 딴청을 피우는 헌원의 태도에 안달이 난 백아는 헌원의 눈치를 보다가 무엇이 떠오른 듯 입술을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헌원의 입술을 훔쳤다.

정답. 감사를 먼저 하시면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서역의 어느 바다에선 인어가 요괴로 불립니다. 백아는 잃어버렸지만…… 그곳의 요괴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을 홀려 뱃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해요. 서역에선 그게 더 널리 알려진 인어의 전설입니다.”

사람의 목숨을 앗는 요괴라는 말에 백아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왕자님은 인어 요괴인 백아를 피할지도 모릅니다.”

쐐기를 박듯 하는 말에 백아가 몸을 떨었다.

물론 그럴 리 없다. 아름다움에 약한 것은 현명한 자와 어리석은 자를 가리지 않는다. 이는 뭇 사내들의 공통된 특징이니 은인을 알아보지 못한 멍청한 왕자 또한 백아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터다. 그러나 백아를 보낼 수 없는 헌원은 이 생각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백아가 다시 팔을 들어 올려 바깥을 가리켰다. 물 밖을 나서면 된다 항의하려는 듯했지만 아직 인어의 역할극이 한창인 백아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헌원은 무슨 의미인지 알아채지 못한 척 백아를 고쳐 안기만 했다. 무언의 설명을 위해 밀어내는 백아의 힘은 헌원이 당겨 안자 소용없었다.

정인께선 아실는지. 그대가 이미 오래전에 나를 구한 인어라는 걸.

헌원이라면 진정 목숨을 살린 은인을 당장에 알아보고 곁에 둘 터였다. 생각이나 다짐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하고 말이다. 그러나 오늘도 헌원은 백아의 왕자님이 아니었다.

헌원은 어느새 압박이 느슨해진 백아의 허벅지 사이에서 손을 움직였다. 백아가 흠칫 몸을 굳혔다. 헌원은 죄어 오는 근육의 저항에 더 파고들지 않고 대신 손을 위로 향했다.

“……!”

좁은 공간을 타고 올라간 손은 백아의 사타구니를 건드렸다. 중지와 약지로 회음을 문지르자 백아가 움찔하며 허리를 굽혔다. 헌원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 백아는 뜨거운 숨을 뱉었다. 헌원의 가슴이 백아의 숨으로 데워졌다.

다리 사이에 난 길을 덧그리는 진한 손길에 백아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일어난 백아의 양물은 그때의 헌원만 한 크기였다. 헌원은 조심스레 백아의 양물을 감싸 쥐었다. 민감한 곳을 문지르며 천천히 움직이자 백아가 다시 몸을 떨었다.

속력을 높인 헌원의 손길에 백아의 숨이 거칠어졌다. 백아가 절정에 오르려는 순간 헌원은 끄트머리의 작은 구멍을 엄지로 막았다. 백아가 펄떡 뛰어올랐다.

“헌……! 아흣!”

절정의 직전에서 강제로 멈춘 쾌감에 백아는 인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다. 당장 분출하지 못하는 욕망이 괴로웠다. 상체를 감싼 것만으로 모자라진 백아는 그때껏 붙이고 있던 다리를 열어 양다리로 헌원을 감쌌다. 어느새 일어서 있던 헌원의 양물이 백아의 아래에 문질러졌다.

백아는 헌원에게 하체를 붙이며 몸을 비틀었다. 아랫배를 비비는 백아의 몸짓에 헌원은 작게 웃었으나 잡은 손을 풀지는 않았다.

“이상합니다. 인어는 말을 하지 못하는데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헌원의 지적에 백아가 다시 인어의 흉내를 냈다. 다시 말을 하지 못하게 된 백아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몸으로 헌원을 졸랐다. 양다리로 헌원을 감싼 하체에 이어 상체를 다시 겹치고 양팔로 헌원을 가득 끌어안았다. 헌원이 다시 양물의 끝을 문지르자 백아는 양물에 닿아 오는 쾌감과 막힌 욕망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애만 끓었다.

“으으…… 아으읏.”

그러다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헌원과 눈이 마주친 백아는 잊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바로 헌원의 입술에 달려들었다. 백아는 헌원이 도망갈 수 없도록 양손으로 뺨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이번에도 정답이었다.

헌원은 백아를 깊이 갈구했다. 깊은 수심에서 방금 빠져나온 사람처럼, 폐부 깊숙이까지 모두 백아로 채울 것처럼.

길고 긴 입맞춤을 하던 헌원은 불시에 백아의 양물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갑작스러운 해방에 백아가 눈을 크게 홉떴다. 풀려난 쾌감은 백아의 등줄기를 짜릿하게 내달렸다. 입술을 떼었어도 쾌감에 취한 백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헌원은 절정의 쾌락에 취한 백아의 귓가에 나지막하고 요사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왕자를 구한 공주는 진정으로 왕자를 염려했을지도 모릅니다. 인어에게 홀려 목숨을 잃지 않도록 그를 구하려 한 것일지도요.”

그러니 그대의 은혜를 모르는 왕자 따윈 잊고 내 곁에 머무르세요.

헌원은 자신의 역할을 정했다. 인어에게 두 다리를 준 요괴였다. 거래하러 온 인어에게 반한 요괴는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한 인어가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말 못 하는 인어가 왕자를 죽이고 돌아오면 목소리를 인질 삼아 인어를 묶어 두고 평생 보듬었을 테지. 하지만 백아처럼 마음이 여린 인어는 자신이 물거품이 되는 걸 택했다.

그러나 헌원은 애초에 백아에게 왕자를 선보일 생각이 없었다. 그저 오래도록 백아를 제 옆에 묶어 두기만 하리라.

어중간한 깊이의 탕은 운신이 불편했다. 하여 헌원은 제 품에서 밭은 숨을 내쉬는 백아를 안아 들고 일어섰다. 백아의 둔부를 받쳐 든 헌원은 손을 움직여 백아의 허벅지를 쥐었다.

“두 다리를 얻으셨으니 이제 용궁으로도 돌아갈 수 없으십니다.”

그러니 그대를 내 곁에 두렵니다.

헌원의 말을 들은 백아가 작게 쿡쿡거렸다. 헌원의 농이 마음에 들었음이라. 그대로 걸음을 옮겨 탕의 가장자리로 나온 헌원은 걸상처럼 마련된 안쪽 턱에 걸터앉았다. 헌원은 제 사악한 마음이 표정에 드러날까 백아의 가슴이 반대편을 향하도록 돌리고 백아가 제 품에 쏙 들어오도록 감싸 안았다.

헌원의 허벅지를 걸상 삼아 앉은 백아는 제 몸을 감싼 헌원의 양팔을 꼭 붙들었다. 자연스레 벌어진 다리가 헌원의 다리와 얽혔다. 백아는 제 엉덩이 아래에 자리한 헌원의 양물에 이후를 졸랐다. 한참 전부터 성을 내고 있던 헌원의 양물이 부피를 더했다.

정인께서 품을 벗어나려 하지 않으시는 것만으로 기쁜 헌원은 백아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민감한 곳에 닿은 뜨거운 입술에 백아가 몸을 수그렸다. 헌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입맞춤했다.

“음…… 으음…… 아…… 아흣, 간지러워요, 헌원.”

다시 인어의 흉내를 내려던 백아는 살갗을 스치는 촉감에 무너졌다. 백아는 까르르 웃으며 몸을 굽혔다. 헌원 또한 무릎에 이마를 댄 백아를 따라 허리를 숙이자 파문이 이는 물 위로 백아와 헌원이 비쳤다.

일렁이는 물에 비친 제 표정이 꼴사나웠다. 헌원은 고개를 숙이고 백아의 날개 뼈에 입술을 묻었다.

4

“형님!”

귀가하던 길, 백아가 기다리는 집으로 발길을 재촉하던 헌원을 누군가가 불러 세웠다.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돌리니 역시나, 목소리의 주인은 헌원의 다섯 살 터울 형제 진원이었다.

진원이 시험 준비를 시작한 이후 통 얼굴을 마주한 기억이 없었다. 해서 진원은 기억하는 모습보다 훌쩍 자라 있었다. 헌원은 오랜만에 보는 아우의 얼굴이 약간은 낯설었다.

한창 자랄 나이도 지났다고 생각했건만, 기억 속에 있는 진원과 비교를 해 보니 그사이 얼굴이며 몸이며 선과 태가 또 달라졌다. 헌원은 몇 달 만에 부쩍 선이 굵어진 진원을 내심 흐뭇해하며 기특한 마음을 담아 어깨를 두드렸다.

“오랜만이구나. 공부는 잘되고?”

“아, 네, 형님.”

간단히 안부를 물은 헌원은 그간의 무심함을 약간은 자책했다. 백아가 자라는 모습은 하나하나 기억에 선명한데 아우는 남과 진배없었으니. 헌원은 그간의 회포도 풀 겸 하여 승상 댁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진원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헌원을 붙잡았다.

“아니요, 형님. 잠시 짬이 나 내려온 겁니다. 서책을 구하면 산사로 돌아가야 해요.”

“어머님은 뵈어야지.”

“먼저 들렀습니다. 그러라 하셨어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진원은 거처를 서산에 자리한 산사로 옮겼다. 진원이 전처럼 자신과 놀아 주지 않고 글월만 들여다보아 거기에 심통이 난 백아가 무수한 방해를 했기 때문이었다.

백아가 헌원의 곁에 있는 것으로 결정이 난 후, 백아는 비슷한 나이였던 진원과 같이 보살핌을 받았다.

집 안에 또래가 단 둘이다 보니 어려서부터 온 데를 같이 누비며 놀던 둘은 형제처럼 혹은 악우처럼 자라 꽤 사이가 좋았다. 그런 진원이 백아는 싫어하는 글공부를 곧잘 붙잡고 있으니 진원에게로 향한 백아의 심통이 어마어마했었다. 백아가 진원의 서책을 태우려다 제 머리털을 그슬렸던 일은 아직도 어른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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