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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원고담-18화 (18/66)

18화.

“저 또한 백아께 감사합니다. 백아가 베푼 고운 마음으로 제가 칭송받았으니 말입니다.”

그제야 백아의 안색이 밝아졌다.

“정말이지요?”

살갑지 않은 헌원의 태도에 어지간히 놀랐는지 백아는 되묻기까지 했다. 헌원은 매달려 오는 백아에게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물론입니다.”

헌원은 그길로 백아를 번쩍 안아 들고는 둘의 침소가 있는 별채로 향했다. 한 사람의 무게가 더해졌음에도 헌원의 걸음은 가벼웠다. 큼직한 걸음걸이에 균형이 불안했는지 백아는 헌원의 목에 팔을 감았다.

“어디를 가는 겁니까?”

“착한 일을 하셨으니 상을 드려야지요. ‘좋은 것’을 할 겁니다.”

서운함이 가시지 않은 헌원의 욕심이었지만 백아가 헌원의 속내까지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상을 주겠다는 헌원의 대답에 백아는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헌원은 백아를 늘 다독여 주었지만 잘못이 클 때에는 상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은 아주 큰 잘못을 한 건 아닐 터다. 안심한 백아는 헌원에게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백아에게 상을 주는 것이니 백아의 취향대로.

헌원도 마찬가지였지만 경험이 적은 백아는 아직 제 잠자리 취향을 제대로 드러내진 않았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헌원의 양물이 자신의 안에 깊이 들어오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보다는 건전한 좋은 것을 하던 어느 밤에, 헌원은 백아의 뒤로 이슬이 비치는 것에 시선을 빼앗겼다. 백아의 몸에서 흘러나온 감로는 적은 양이었으나 진한 향을 풍기며 헌원을 유혹했다.

생전 맡아 보지 못한 유혹은 내성이 없는 헌원에게 너무나 커다랗게 다가왔다. 헌원은 백아의 중심을 애무하던 손을 미끄러트려 젖은 손가락 하나를 그대로 백아의 밀부에 집어넣었다.

“헌원?”

아래의 이물감에 백아가 몸에 힘을 주며 뒤척였으나 헌원은 물러나지 않았다. 대답조차 없었지만 백아는 이내 긴장을 풀고 헌원이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헌원이 하는 것이니 좋은 것이겠지 하는 백아의 천진한 믿음이었다.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헌원의 손가락이 내부를 휘저었다. 백아는 그 생경한 느낌에 움찔거리며 헌원만을 되뇌었다.

주변은 헌원을 부르는 백아의 목소리로 가득 찼고, 시야엔 백아만이 존재했다. 콧속으론 달큼한 백아의 향이 흘러들었고 백아의 입술은 말캉했으며 백아의 숨결은 뜨거웠다. 예민한 오감이 모두 백아만을 감각했다.

어느새 헌원은 백아의 양물을 위로하던 것을 잊었다. 대신 온 신경을 백아의 밀부를 탐색하는 것에 쏟고 있었다. 백아 또한 점점 묵직해져 가는 이물감과 달아오르는 몸에 색색거리며 밭은 숨을 쉬었다.

“하읏!”

백아의 높은 비음에 정신을 차린 헌원은 제법 큰 결심을 한다. 금일이 어떠한가 하고.

붉게 달아오른 백아의 얼굴을 보고 결심을 굳힌 헌원은 몸을 일으켰다. 그때까지 백아의 밀부에 들어가 있던 자신의 손가락을 빼내었다.

그사이 숫자가 늘어 꽤나 묵직한 부피감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백아가 내쉬는 숨 사이로 신음인지 비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으으…….”

헌원은 부피감이 사라지자 바로 오므라드는 입구에 바짝 선 자신의 양물을 마주 대었다. 헌원으로서도 큰 결심이었다.

큰 각오를 하고 곧추선 양물을 슬쩍, 아주 슬쩍 밀어 넣었다. 잔뜩 풀어진 백아의 안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헌원을 받아들였다.

커다란 선단이 내부를 침범하자 백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 헌원이 이날을 생각하며 짐작했던 아파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은 아닌지라 헌원도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헌원.”

끄트머리를 밀어 넣기는 하였는데 눈에 보이는 백아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그 기색을 읽고 어찌하여야 할지 갈팡질팡하던 헌원을 이끈 것은 오히려 백아였다.

교합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정인이 헌원의 양물을 품은 채 헌원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 모습을 보며 느꼈던 헌원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긴 기다림의 끝에 도달한 교합에 그 기쁨이 얼마나 컸는지. 헌원은 그 기쁨을 내내 기억하리라 다짐했다.

하물며 백아는 싫다거나 저어하는 기색도 없이 그저 신기해하며 제 몸의 변화를 즐겼다.

백아가 헌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양다리를 헌원의 허리에 감아 왔을 때, 이제 와 밝히자면 헌원은 살짝 이성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양손으로 백아의 허리를 단단히 고정한 채로 자신의 그 크고 긴 것을 한 번에 백아의 안에 박아 넣었다.

“아흐읏!”

백아의 앓는 소리가 들리고야 헌원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준비되지 않은 백아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백아, 죄, 죄송…….”

헌원은 더듬거리기까지 하며 사죄를 하려 했으나,

“기분 좋은데…… 감질 맛 나요, 헌원.”

고양된 백아의 속삭임에 헌원의 이성은 다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교합 중에 정인이 불러 주는 자신의 이름자라니, 이 얼마나 황홀한 소리인가 말이다.

헌원이 백아의 안으로 깊이 들어설 때마다 현을 튕기는 것처럼 귓가에 울리는 백아의 교성이 얼마나 감미로웠던가.

그렇다고 색서에서나 본 체위를 시도하기엔 아직 한참은 일렀다. 지난번 아침까지 정사를 나눌 때에도 무리한 동작은 하지 않았다.

헌원은 이번에도 침상 위에 덩그마니 누운 백아의 한 다리를 제 어깨에 걸치는 정도로 타협을 보았다.

마음 같아서야 이미 온갖 만리장성을 모조리 쌓아 버린 헌원이지만 아직 백아에겐 한참은 이르다 판단했다. 진도는 정석대로. 그것이 글공부로 터득한 헌원의 방침이었다.

헌원이 하는 양을 말똥한 눈으로 보던 백아는 새로운 체위에 기대하는 눈을 했다. 호기심이 이런 데에도 발동하는 모양인지 백아는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헌원을 바라보았다.

“힘들면 말씀하세요, 백아.”

여태껏 한 번도, 백아는 힘들다 투정한 적이 없었지만 헌원의 노파심은 꼭 저 말을 하고야 만다.

첫 정사를 치르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허리에 당황해하면서도 백아는 그래도 좋았는데 하며 칭얼거렸다. 다시 이성이 나갈 뻔한 헌원은 눈을 꾹 감고 옛 성현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애를 썼을 뿐이다.

한참을 애를 써서 간신히 진정시켰다 생각했는데, 헌원이 하는 양을 보던 백아가 헌원을 불렀다.

“헌원?”

의아함만을 담고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헌원의 귀엔 어찌나 유혹적이던지 백아를 무리하게 하지 않으려던 헌원의 작은 다짐 따윈 너무도 쉽게 무너졌다.

첫 정사 후 회복도 되지 않은 백아를 다시 탐하고 말았다.

헌원은 자신의 양물을 삼킬 때 백아가 짓는 표정을 좋아했다.

첫 밤에 했던 것처럼 급히 박아 넣는 것도 물론 헌원에게는 최상의 기쁨이었다. 하나 헌원은 자신의 양물이 백아의 몸 속으로 천천히 진입할 때에 백아가 짓는, 입을 앙다물고 턱을 들어 올리며 미간을 움칫거리는 백아의 표정을 더 좋아했다.

그때만큼은 백아가 헌원을 기대하며 기다렸으므로.

헌원 홀로 제 마음을 알아채 주길 기다리는 시간은 즐거우면서도 고되었다. 가끔 서운함이 밀려오면 헌원은 백아의 그 표정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기다림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양물을 반쯤 집어넣은 헌원은 이를 앙다물고 있는 백아를 보고 진입을 잠시 멈추었다. 헌원은 손을 뻗어 백아의 잇새에 제 엄지를 밀어 넣었다.

“이 상하십니다.”

어금니를 꼭 깨물며 성감을 만끽하던 백아가 흐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혹시나 헌원의 손가락을 물어 버릴까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며 혀로 헌원의 엄지를 감쌌다. 하초를 품은 아래처럼 감긴 혀가 엄지를 자극했다.

아, 왜 내가 백아의 입을 손가락에 양보를 했는가.

헌원은 상체를 깊이 숙였다. 손가락은 빼 버리고 대신 입술로 백아를 탐했다. 위로는 백아의 혀를 희롱하며 아래로는 멈추었던 진입을 재개했다.

내부로 깊게 진입한 양물이 더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가득 채웠다. 눈을 꼭 감은 백아의 낯이 온통 붉었다. 백아가 내는 비음은 모두 헌원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백아의 안에 깊이 들이찼던 양물이 진로를 바꾸자 백아가 아쉬운 듯 헌원에게 매달렸다. 근육이 꿈틀대는 헌원의 어깨에 백아의 손끝이 박혔다.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백아를 한 번 품에 안고 나니 며칠이나 헌원을 괴롭히던 고뿔은 흔적도 없이 기미를 감추었다. 헌원은 제 미련함에 혀를 찼다. 진작 이럴 것을. 그 어릴 적에도 몇 달이나 깊어 가기만 했던 병색을 백아의 존재 하나로 사흘 만에 털어 내지 않았던가.

헌원은 문득 모든 생각의 귀결이 백아에게로 흐르는 자신이 퍽 우스워졌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지 않은 것 또한 우스웠다. 하나 누구라도 헌원에게 비웃음을 흘리면 헌원은 뻔뻔한 낯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어쩌란 말인가? 그토록 사랑스러운 것을.

누구와 견주어도 백아를 선택할 헌원이라, 헌원은 제 생각이 지극히 옳다고 여겼다.

“저거 저거, 또.”

헌원과 같이 퇴청하던 유 관원이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한 표정을 보고 혀를 찼다. 어지간히 하시게, 자네. 늘 듣는 핀잔은 새롭지도 않아 헌원은 듣는 척 마는 척 한 귀로 흘리며 인사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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