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수차례의 시도에 백아는 점점 능숙해졌다. 헌원은 손을 뻗어 백아의 목을 감쌌다. 헌원의 맹랑한 정인이 버거운 크기의 양물을 받아들이려 애를 쓰다 목에 부담이 갈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일부러 힘을 써 떼어 놓았던 적도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헌원의 양물을 뱉어 낸 백아가 진심으로 성을 내었던 탓에 더 이상 쓸 수 없었다. 해서 이제는 말리지도 못한 채 그저 백아의 목과 턱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감싸 쥐기만 했다.
땀에 젖어 촉촉하게 미끄러운 피부 결 아래로 느껴지는 부피감의 원인이 제 양물이라 헌원은 께름칙함과 흥분을 동시에 느꼈다. 헌원은 걱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백아를 만류했다.
“백아, 그만하…… 흣.”
헌원의 말이 신호인 양 크게 숨을 들이쉰 백아는 헌원의 허리에 감은 양팔에 힘을 주었다. 고개를 비틀고 입을 더 크게 벌리며 헌원의 샅 쪽으로 머리를 숙이자 드러난 양물의 면적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와 함께 헌원의 양물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졌다. 입의 면적으로는 당연히 모자란 양물의 부피가 백아의 혀뿌리를 넘어 울대까지에도 닿았다.
기어이 뿌리까지 머금어 버린 백아의 고집에 헌원은 못 말린다며 내심 고개를 저으면서도 양물로 전해져 오는 아찔한 쾌감에 헛숨을 내뱉었다. 절정에 다다르자 헌원의 손이 저도 모르게 백아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헌원은 제 행동에 제풀에 놀랐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손을 떼었다.
백아의 고집에 하자는 대로 응하고야 있지만 헌원에게 백아는 귀하디귀한 사람이었다. 애지중지 모셔도 모자란 사람에게 거친 행동은 할 수 없다.
헌원이 주저하는 사이 백아는 기어이 헌원의 양물을 모두 머금었다. 힐끔 올려다보는 눈길에 미소로 답한 헌원은 백아가 물러나길 기다렸다.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하시기를.
그러나 백아는 헌원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양물을 모두 머금은 백아가 애써 침을 삼키자 선단을 죄고 있는 울대가 헌원의 양물을 애무하듯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압박에 헌원은 놀랐다. 그래서 애써 참아 내던 절정을 끝까지 자제하지 못했다. 제 상태를 깨닫고 급히 허리를 물리는 헌원을 백아가 쫓아왔다.
잠시 거리가 벌어졌던 백아가 다시 헌원의 양물을 입 안 가득 머금고 그를 빨아들이자 헌원은 백아의 입 안과 입 주변까지 온통 사정액으로 적셔 놓고 말았다. 급히 움직인 탓에 잘못 삼켰는지 백아가 크게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백아!”
“괜차, 콜록, 괜찮아요, 헌원. 그보다 나, 성공했어요.”
헌원은 잠시 고민했다. 제가 지나치게 복에 겨워 헛것을 보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입가에 제 정을 가득 묻히고 웃는 미소가 색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어찌나 싱그럽고 상큼한지.
“좋았나요, 헌원?”
백아의 물음에 헌원은 생각을 멈추었다. 헛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시작도 하기 전인 색사의 쾌감이 이렇게 도원경을 노니는 듯 환상적일 리 없다.
“헌원?”
“……물론입니다. 그대로 황홀경에 들어 우화등선할 뻔했습니다.”
백아의 재촉에 헌원이 가까스로 현실로 돌아와 답했다. 승천에 빗대는 헌원의 비유가 마음에 들었는지 백아가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순간 백아를 두고 혼자 하늘에 오를까 봐 겁이 나 도망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본 건 신선들이나 보는 절경이겠지요.”
몸을 물렸던 이유를 듣기 좋게 포장하며 헌원은 백아의 입술을 훔쳤다.
애를 쓴 입술에 잔뜩 감사 인사를 하고 그 내부에는 더욱 진한 인사를 하고 나니 백아의 입가에 가득 묻어 있던 헌원의 사정액은 거의 헌원이 삼켜 버린 셈이 되었다.
헌원은 타액의 물기만이 남은 백아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엔 백아를 침상에 눕히고 그 몸을 거슬러 내려갔다. 헌원에게 ‘좋은 것’을 해 준 백아의 양물도 황홀경을 기대하며 존재감을 주장하고 있었다. 헌원은 맑은 선액으로 적셔진 그 선단에 기꺼이 혀를 가져다 대었다.
처음과 달리 꽤 능숙해진 헌원은 민감한 선단을 혀끝으로 자극했다. 백아의 구음은 자신이 받은 애무를 기초로 한 것이었다. 백아의 자극에 한껏 흥분했던 헌원과 마찬가지로 백아 또한 헌원의 자극에 금세 흥분이 올랐다.
“아응…… 아흐응……!”
머리 위에서 고양이 앓는 소리가 났다. 잔뜩 달아오른 백아의 손이 잡을 것을 찾는 듯 침상을 더듬었다. 헌원은 손을 뻗어 백아와 깍지를 꼈다.
백아는 자신이 헌원의 양물을 머금었을 때에는 헌원이 짧은 헛숨만을 낸 것을 기억하여 신음을 죽이려 애썼다. 그러나 불가능한지 헌원이 입에 담은 백아의 양물을 혀로 쓸어내릴 때마다 계속해서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런 것엔 호승심은 버려 주시길. 그대의 감미로운 신음을 듣지 못하면 제가 안타까우니까요.
입 안에 백아의 양물을 가득 담은 터라 헌원은 생각만으로 백아에게 부탁했다. 체구에 비해 꽤 큰 크기인 백아의 양물은 아주 어렸을 땐 헌원으로 하여금 저보다 더 커지면 어찌하나 하는 걱정이 들게 했었다. 혹여 헌원과 비등한 신장이나 체격으로 자란다면 양물도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그 염려에 부응하여 백아의 크기는 헌원이 입에 담기 적당한 선에서 멈추었다. 흥분하여 잔뜩 부풀어 오르면 헌원에게도 조금 버거웠지만 그 정도의 압박에 백아가 가장 쾌감을 크게 느끼는 듯해 헌원은 만족했다.
백아가 크게 숨을 들이켤 때마다 볼록해진 배가 헌원의 이마에 닿았다. 헌원이 장난스레 이마를 문지르자 백아가 다리로 헌원의 머리통을 조였다. 헌원은 반성했다. 다리를 움직일 여유가 있다니 제 봉사가 모자란 모양이었다.
헌원은 백아의 양물을 뿌리까지 감싸고는 입 안을 좁히고 고개를 움직였다. 백아의 허벅지가 가늘게 경련했다. 이번엔 당과라도 되는 양 입 안에서 굴리며 맛있게 핥았다. 백아가 작게 다리를 버둥대었다.
“흣, 아…… 아흣!”
남은 한 손으로 백아의 음낭을 부드럽게 애무하자 백아의 몸이 펄떡 뛰었다. 과한 성감이었는지 백아의 허리가 힘 좋은 잉어처럼 퍼뜩퍼뜩 튀며 헌원의 안면에 사타구니를 치댔다. 깍지를 낀 손을 있는 힘껏 잡아 오기에 헌원도 힘 있게 마주 쥐었다. 성감을 주체하지 못하는 백아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헌원은 깍지 낀 손을 백아의 배 위로 올려 지그시 누르고 백아의 양물을 힘껏 죄며 기둥과 선단을 모두 자극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빨아들이자 곧 절정에 다다른 백아의 온몸이 잔뜩 힘이 들어간 채 경련했다.
헌원은 어깨 위에서 머리를 꽉 죄는 백아의 양다리를 붙잡고 고개를 깊이 묻었다. 백아에게 더 진한 쾌락을 선사하기 위함이었다. 곧 절정의 증거가 터져 나왔다.
“하으응…… 읏, 헌…… 하으…… 원!”
절정의 순간에 제 이름을 부르는 정인의 목소리가 얼마나 달콤한지. 백아의 정을 모조리 삼킨 헌원은 절정 후 밭은 숨을 쉬는 백아를 보려 고개를 들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백아도 헌원을 보았다. 마주 보며 웃은 연인은 손을 뻗어 흐트러진 헌원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애정이 담뿍 담긴 손길이었다.
헌원은 그 손길을 받으며 절정의 여운이 남아 아직 거칠게 오르내리는 아랫배에 입 맞추었다. 가볍게 입술을 떨구고 나니 희고 보드라운 살결이 탐스러웠다.
헌원은 입을 벌려 그 살결을 베어 물듯이 입에 담았다. 혀끝에 닿을 정도로 볼록 솟았던 살결은 스르르 입술에서 미끄러졌다. 아쉬움에 이 끝으로 살결을 긁자 백아의 숨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흐…… 하하, 헌원 간지러워요.”
몸을 움츠리는 백아에 아랑곳하지 않고 헌원은 계속해서 백아의 살을 입술로 물었다. 아랫배부터 배꼽, 명치를 거슬러 오른 헌원은 백아의 가슴께에 도달했다.
헌원이 몸을 올리자 백아의 다리가 어깨에서 미끄러져 허리께에서 방황했다. 헌원이 부드럽게 다리를 쓸자 백아는 그 인도대로 헌원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한 손으로는 조심스레 회음과 그 뒤쪽을 자극하고 위로는 존재감을 자랑하는 가슴 위의 유실을 입술로 머금었다. 흠칫, 허리가 죄었다. 혀끝으로 유실을 간질이자 백아가 숨을 들이마셨다. 헌원은 입술과 한 손으로 백아의 양 가슴을 희롱했다.
“아…… 응…….”
한 번 사정을 한 후라서인지 백아의 반응이 조금 둔했다. 헌원은 힘이 빠지는 듯한 백아의 팔을 제 목에 두르고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아래를 침범했다. 빠듯한 구멍이 조금 젖어 있었다.
백아의 몸에서 나는 음액만으론 약간 부족한 감이 있었다. 음인이라도 남성이라 그러한지, 아니면 개화 전이라 그러한지 짐작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라 헌원은 원인을 고민하는 대신 백아의 몸을 살펴 향유를 준비했다.
피부에 좋아 미인이 얼굴에 바른다는 밤에 피는 꽃의 기름부터 향이 진한 화왕의 기름, 순하다는 꽃씨의 기름 등 소량만을 얻을 수 있는 고급 향유는 모두 헌원과 백아의 침소에 있었다.
머리맡 협탁으로 손을 뻗던 헌원은 잡히는 것이 없자 잠시 애무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난감한 눈길로 방을 훑은 헌원은 다행히 서랍 위에서 찾던 향유병을 발견했다. 단이가 청소하며 제자리에 두는 것을 깜빡한 모양이었다.
“잠시만요, 백아.”
헌원은 백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몸을 일으켰다. 향유를 가지러 가는 잠시도 아쉬웠다.
헌원은 가까운 병을 낚아채듯 손에 쥐고 날래게 침상 위로 돌아왔다. 붉은색의 비단 금침 위에서 저를 기다리는 백아의 하얀 나신이 한눈에 들어왔다.
“……백아?”
그리고 백아는 그 잠깐 사이에 잠들어 고른 숨을 내뱉고 있었다. 헌원은 허탈하게 백아의 곁에 앉았다.
“피곤하셨습니까?”
이마 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 주며 헌원은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대답은 없었다. 그럴 만한 일이 있었나. 헌원은 백아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백아의 하루를 그려 보았다.
그러고 보니 지난밤 꽤 늦은 시각에 침수에 들었다. 일어나는 시간은 같으니 세 시진도 채 자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해석해 주는 이도 없이 글을 읽고, 이후론 종일 헌원을 기다리며 이리저리 들락였을 터다. 정사까지 나누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헌원은 아쉬움을 추스르며 주변을 대충 정리했다. 백아에게 금침을 덮어 주고 들고 있던 향유병을 협탁에 두었다. 다음엔 바로 쓸 수 있을 테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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