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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원고담-7화 (7/66)

7화.

헌원의 대답을 가만히 듣던 백아는 조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할 수 없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해는 하였다는 몸짓이었다. 헌원은 자신의 어불성설을 받아들여 준 순진한 정인께 감사하며 미소를 지었다.

욕심 같아서야 매 밤은 물론이거니와 석 달 열흘을 백아와만 지내도 좋을 헌원이지만 헌원은 백아가 지나치게 색에 빠져들게 되는 일을 염려했다. 정확히는 자신을 염려했다.

제가 좋다 하면 백아는 아무 의심 없이 즐길 것이기에. 스스로 경계하여야 백아도 자제를 배울 터였다. 백아는 거울처럼 늘 자신의 모습을 비춰 주는 정인이었다.

걱정한 바대로 백아는 헌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헌원의 의도를 바르게 받아들인 백아는 ‘좋은 것’은 제가 대견한 일을 한 날에만 받을 수 있는 칭찬이라 여겼다. 다른 것과는 다르게 스스로 칭찬을 달라 하긴 어색한지 백아는 ‘좋은 것’만은 은근히 청을 했다. 그것이 헌원으로서는 아쉽고도 한편으론 다행인 일이었다.

헌원은 그때처럼 백아의 허리에 양팔을 둘러 안은 채로 걸음을 옮겼다. 흑단목과 진주를 번갈아 엮은 주렴을 백아의 머리에 닿지 않게 손으로 걷어 내고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늘어뜨린 휘장을 몸으로 헤치며 침소로 들어섰다. 얇은 아마 천이 사르륵 소리를 내며 둘을 스쳤다.

자연스레 헌원에게 팔을 감은 채 매달려 있던 백아는 헌원이 인도하는 대로 침상에 걸터앉았다. 헌원은 백아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추고 몸을 숙여 백아의 신과 족의를 벗겼다. 은은한 장식의 자단목 받침 위에 놓인 백아의 발이 하얗게 도드라졌다. 한 자에서 한 치 반 정도 모자란 선이 곧은 미려한 발이 더없이 요염했다.

홀로 달아올라 추태를 보일까 두려워진 헌원은 양손으로 그를 감싸 가렸다. 맨발을 본 것만으로 귀 끝까지 달아오른 자신의 모습을 이미 백아가 모두 보았다고 생각하니 새삼스레 부끄럽고 수줍었다.

“헌원?”

백아의 부름에 헌원은 고개를 들었다. ‘좋은 것’을 할 거라는 헌원의 말에 백아는 신이 나 가슴을 내밀고 있었다. 표현이 솔직한 백아의 기준엔 대놓고 말을 하거나 헌원의 손을 잡지 않는 것만으로도 은근한 표현이었다. 헌원은 백아 기준의 은근함에 기꺼이 솔직해졌다. 헌원은 손을 뻗어 포를 고정한 허리띠를 풀어내고 포 안쪽의 매듭을 잡았다. 백아의 가슴께에 다섯 겹으로 묶인 매듭은 황제의 처가인 이 승상 댁의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풀도록 허락받은 사람은 승상 댁의 가솔들뿐이었다. 물론 백아의 것은 헌원만이 손댈 수 있었고 말이다. 법도상으로는 헌원의 모친인 정 부인마저도 헌원의 허락이 있어야 백아의 매듭에 손을 댈 수 있었다.

헌원은 기꺼이 백아의 매듭을 풀어냈다. 장안에서 가장 높은 삯을 받는 침모가 몇 날 며칠을 걸려 수놓은 위금포는 사르륵 소리를 내며 백아의 어깨에서 미끄러졌다.

백아는 집 한 채 가격의 옷을 거추장스러운 것을 덜어 내는 것처럼 기세 좋게 훌렁훌렁 벗어 던졌다. 단이가 보면 경악에 기겁을 더할 일이지만 백아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 제 옷을 다 벗은 백아는 헌원의 매듭에 손을 뻗었다.

백아의 매듭이 그러하듯 헌원의 매듭은 응당 백아의 것이었다. 백아는 제 소유의 매듭을 풀어 내렸다.

백아의 손길을 받은 헌원 또한 기꺼이 걸친 옷가지를 벗어 던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은 내일 단이가 내쉴 한숨을 열 개쯤 더하였다.

학문을 도야하면서도 무예를 게을리하지 않은 헌원의 몸은 육 척 반의 훤칠한 신장과 넓은 어깨로 인해 풍채가 당당하고 몸매가 빼어났다. 백아를 위해 갈고닦은 몸이었다. 일찍이 황제께서도 헌헌대장부란 헌원을 이르는 말이라 농을 한 적이 있을 정도라 헌원은 자부심이 있었다.

백아가 옷을 벗기기 편하도록 허리를 곧게 편 헌원은 당당하게 백아를 마주 보며 제 앞섶을 여는 손길을 즐겼다.

이윽고 헌원의 맨몸이 드러나자 백아는 헌원의 탄탄한 가슴을 매만졌다. 그 역시 백아의 것이었다. 헌원은 응당 백아의 것이었으므로.

조금 어릴 적의 백아는 헌원의 탄탄한 근육과 구릿빛 몸을 부러워했다. 체계적인 단련을 하지 않는 백아는 헌원처럼 두꺼운 근육을 지니지 못했다. 거기에 백옥에 비견될 만한 흰 살갗은 기본으로 갖춘 근육의 그늘도 옅게 비추었다.

지금보다 더 어릴 적의 일이라 백아는 순수하게 헌원의 몸을 탐냈다. 강건한 근육이 부러웠음이라. 백아의 중얼거림에 헌원이 물었다.

“어째서 부러워하십니까?”

“내겐 없는 것이잖아.”

“그럴 리가요.”

헌원의 대답에 백아는 의아한 낯을 했다. 제 몸 어디를 둘러보아도 헌원처럼 두터운 근육은 자리하지 않았다. 헌원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백아가 눈매를 찌푸리며 헌원을 보자 헌원은 백아의 손을 잡아 제 살갗 위에 놓았다.

“이 헌원은 백아의 것이니 백아의 부러움은 길을 잃었습니다. 왜 자신을 부러워합니까?”

헌원의 말에 백아가 눈썹을 모았다. 헌원이 백아의 것이라는 말은 늘 듣는 말이었다. 늘 고개를 끄덕이는 말이기도 했고.

맞다, 헌원은 백아의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백아는 그 기분이 무엇 때문에 드는지 그때도 지금도 알지 못했다. 이유를 모르는 찜찜함보단 확신을 주는 헌원의 말이 맞다. 그리고 옳다. 헌원은 백아의 것. 이 근육도 백아의 것. 헌원의 말대로 간단했다.

하여 백아는 이제는 처음 들었던 찜찜함 따위는 벌써 잊어버렸다. 대신 기분 좋은 살갗의 감촉을 즐겼다. 자신의 것인 헌원을 만지면 늘 기분이 좋았다.

탄성 있는 살갗을 눌러 보던 손은 매끈한 살결을 미끄러져 내려가 단단한 허벅지를 잡았다. 긴장한 허벅지가 단단해졌다. 이것도 내 거다. 누구나 부러워할 두꺼운 허벅지에 내심 만족한 백아는 몸을 숙여 헌원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스스럼없이 우뚝 선 헌원의 기둥을 입에 머금었다. 이것도 내 거.

“단이에게 일러둘 터이니 이제부턴 세책방에 가서 직접 책을 고르세요. 읽기 벅찬 것은 제가 읽어 드릴 터이니 어려운 것은 걱정하지 마시고요.”

헌원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제 사타구니에 고개를 묻은 백아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백아는 헌원의 양물을 입 안에 가득 담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바람에 헌원의 우뚝 선 기둥의 끄트머리가 백아의 입 안을 온통 휘저었다. 백아의 양 볼이 커다란 당과라도 문 양 차례로 불룩 솟았다. 그 모습이 마냥 사랑스러워 헌원은 백아의 볼을 쿡 눌렀다. 양물의 끝이 백아의 입 안에서 반대편으로 미끄러졌다.

“우우웅!”

양물을 잡으려는 혀의 움직임이 애무와 다르지 않았다. 짜릿하게 퍼지는 작은 쾌감에 헌원은 작게 몸을 떨었다.

맞닿은 살갗의 떨림으로 헌원의 쾌감을 눈치챈 백아는 양물을 입에 담은 채로 웃었다. 헌원이 백아의 즐거움을 함께 기뻐하듯, 백아 또한 헌원이 즐거우면 기뻤다.

백아는 헌원을 더 기쁘게 하기 위해 기둥을 문지르던 혀끝으로 헌원의 선단의 첨단, 그 한가운데에 옴폭 패인 작은 구멍을 혀를 세워 문질렀다. 예민한 부분을 자극하는 몰캉한 감촉에 헌원의 신음이 튀었다. 즐거워하시는 정인께는 솔직한 표현을 돌려 드리는 것이 도리였다.

“큿, 백…… 흣.”

이미 백아의 입에 버거운 크기의 양물이 한 차례 더 커졌다. 이미 도드라져 있던 핏줄이 더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백아는 눈꼬리에 눈물을 달았다. 이젠 혀를 놀릴 공간이 없어 헌원의 기둥을 감싸기만 한 채로 백아는 더 깊이 헌원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선단에 진한 압박감이 전해졌다.

“백아, 꼭 그러지 않아…… 크읏.”

백아는 호승심을 이런 데에도 발휘했다.

백아와 몸을 섞던 첫 밤에 헌원은 혹여 백아가 즐거워하지 않을까 염려해 기쁨을 먼저 경험토록 해 주었다. 색서로만 연구해 실전은 역시 초행이었던 어설픈 헌원의 구음에도 백아는 진한 정을 토해 놓았다.

절정의 쾌감을 배운 백아는 자신도 헌원을 기쁘게 해 주겠다며 헌원의 양물을 덥석 잡았다. 그러나 구음의 방법은 몰라 그저 입에 머금고 있었다.

헌원에게 온갖 감정이 들게 한 백아의 행동이었다. 애틋하고 사랑스럽고 죄스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감사하며 충분했다.

그러나 그걸로 만족한 헌원이 만류하여도 백아는 물러나지 않았다.

“헌원이 해 준 것과 다르잖아!”

“저는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백아.”

“아니야! 헌원은 나처럼 세상이 하얘졌다 까매지고 벼락 맞은 듯한 짜릿함을 느끼지 않았어!”

자신이 느낀 쾌감을 설명하는 백아의 표현에 헌원은 말을 잊고 말았다. 이길 수가 없는 정인이셨다.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해 주시면 저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백아.

그러는 동안 백아는 헌원은 제 양물을 끝까지 입에 넣어 황홀경을 선사해 주는데 왜 자신은 그러지 못하냐며 분해했다.

백아를 말릴 명분은 잃었지만 걱정은 놓지 못한 헌원은 다시 백아를 만류했다. 양물의 크기가 다르고 입 안의 면적이 다르다고 설득을 해 보아도 백아는 영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백아는 매번 버거워하면서도 헌원의 양물을 다 머금어 보려 애를 썼고, 헌원은 매번 만류하다가 백아의 부라린 눈과 마주치고 입을 닫아야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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