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1 [외전] 이세계는 처음이죠, 이스마힐? =========================
급한 일이 벌어진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제르반과 해민은 이유를 묻지도 못한 채 대마법사의 재촉대로 움직였다.
그들이 차원이동을 한 후, 일무리의 마법사들이 라크레아의 지시에 의해 모였고 그들이 마법진 위에서 사라졌다.
이스마힐과 해민이 돌아온 곳에는 스베인과 라플리와 이스마힐의 측근들이 모여 있었다.
스베인은 밝은 얼굴로 그들의 무사귀환을 축하했다.
여행이 어떠셨냐는 말에 해민은 금세 스베인과 이야기 꽃을 피워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이스마힐은 해민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라플리와 일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차원이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몰랐구나.”
이스마힐이 제르반에게 말하자 라플리가 다가왔다.
“대륙에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자들이 간혹 존재해 왔사옵니다. 폐하. 그들에 의해서 드래곤이 사냥되고 드래곤 하트라는 것이 막대한 가격에 유통되었사옵니다. 드래곤 하트를 통해 마나를 얻을 수 있사온데, 아르마리안 후작 부인께서 그것을 사주셨사옵니다. 헤르만 제국의 대마법사만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다시고 말이옵니다.”
“그것 때문에 대마법사에게 마나가 넘쳐나고 있다는 말이구나.”
“그렇사옵니다. 폐하.”
“이번에도 후작 부인에게 큰 빚을 졌구나. 드래곤 하트라는 것의 값이 얼마나 한다 하느냐.”
“제국이 소유한 영토의 3분의 1을 팔면 그 값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라플리가 씨익 웃으며 하는 말을 듣고 이스마힐은 그것이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플리가 감히 이스마힐에게 농담을 할 군번은 안 되고...
정말인가?
이스마힐은 놀란 눈으로 라플리를 바라보았고 라플리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허...!
이스마힐조차도 한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정도였다.
“드래곤마다 드래곤 하트의 가치의 차이가 많이 나는데 후작 부인께서 구하신 드래곤 하트는 지상 최강의 존재라고 하는 레드 드래곤 중에서도 8천년이 넘게 산 에인션트급 드래곤의 심장이었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러니 앞으로 대마법사가, 마나가 부족해서 마법을 펼치지 못하겠다는 변명은 할 수 없게 된 것이옵니다.”
“그나저나. 그렇게 강한 드래곤을 죽인 드래곤 슬레이어가 도대체 누군지, 그것도 궁금해지는구나. 어쨌거나 지금은. 후작 부인을 불러 성의 표시를 하는 것이 급하겠구나.”
“그것은... 이미... 부인께서 알아서 가져가셨사옵니다, 폐하...”
라플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것은, 친한 사람의 뻘짓을 미처 막지 못해 창피해 죽겠을 때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이미 가져가셨다니, 그게 무슨...?”
이스마힐은 라플리에게 묻다가 짚이는 것이 있어 라플리를 바라보았다.
“해민의 그림을... 훔쳐간 것이냐.”
“그것이... 꼭 그리 생각할 것은 아니라 하시며... 황비 마마께서는 이미 그것을 그리실 때마다 후작 부인께 선물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셨을 것이라며... 소신은 기를 쓰고 막으려고 했사오나... 죽여주시옵소서. 폐하. 하오나, 황비 마마의 그림을 본 이상 후작 부인은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다는 것을 폐하도 아시지 않사옵니까. 으흐으으윽!”
“어찌 된 일인지 알 것 같다.”
“에르모나에게 그냥, 황비 마마께서 요즘 그리신 그림이 있으면 볼 수 있겠냐고 하시더니... 폐하... 죽여주시옵소서...!”
아무나 황비전에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아르마리안 후작 부인에게는 예외가 존재했다.
그것은 해민이 내려놓은 명령이었으니 에르모나를 책망할 일도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대충 상황을 파악한 해민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참으로 큰 빚을 지셨사옵니다. 폐하께서 소신에게 말씀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제국의 3분의 1을 빚지신 것이옵니다.”
해민의 말에 이스마힐도 할 말이 없었다.
“그... 그렇구나...”
라플리는 이렇게 일이 잘 넘어가는 것인가 하면서 빼꼼 고개를 들어 정황을 살폈다.
모든 면에서 냉철하고 철두철미한 후작부인이, 왜 황비 마마의 그림만 보면 흐물흐물해지면서 이성을 잃어버리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서로가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며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다.
라크레아와 마법사들은 사흘이 지난 후에 마법진 위에 나타났다.
그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스마힐은 라플리와 스베인과 함께 엘리베이터와 고층 건물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다.
그 일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해민이었슴은 말할 것도 없었다.
“침실 하나에는 욕조를 두어야 한다. 아예 그곳에 가서 가져오는 것은 어떻겠느냐.”
“욕실이 아니라 침실에 말씀이옵니까?”
"침실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잘 연구해 보도록 하여라. 그리고 TV도 꼭 있어야 한다."
"TV를... 말씀이옵니까?"
"그건 아주 중요하다."
가끔 이스마힐 때문에 얘기가 산으로 갈 때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이야기는 잘 진행되고 있었다.
대마법사가 돌아왔다고 해서 갑자기 회의를 중단할 정도로 대마법사가 중요해졌나 했지만, 이스마힐은 바람을 일으키며 라크레아를 보러 갔다.
“그, 그대들은 올 것 없다. 이 일을 어떻게 제국에 실현시킬 것인지 계속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도록 하거라.”
그렇게 말하면서 굳이 혼자서만 사라지는 이스마힐이었다.
라크레아는 이스마힐을 발견하자 환한 웃음을 지은 채 인사를 올렸다.
“어찌 되었소. 대마법사. 그 자를 찾았소?”
“찾았사옵니다. 폐하.”
“해결은... 하였소?”
“그렇사옵니다. 폐하. 폐하께 보여드리겠사옵니다.”
라크레아는 주위를 물려 달라 청을 올렸고 이스마힐은 곧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이스마힐과 둘만 남게 되자 라크레아는 커다란 수정구를 꺼냈다.
“차원이동을 할 때는 여러 변수가 나타나게 되옵니다. 차원이동을 목적했던 자는, 시공간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결과는 얼마든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사옵니다. 죽을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지요.”
“변한다... 그것이 무슨 말이오?”
“차원이동을 하는 동안 다른 것과 결합이 되면. 괴물이 만들어지옵니다. 그리고 그 자는 괴물이 된 채 차원이동이 되는 것이지요.”
“...!!”
"전에 우연히 그런 일을 목격한 일이 있었사옵니다. 그래서 그 점을 이용하면 그 자에게 합당한 벌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사옵니다."
이스마힐은 라크레아가 한 말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마법사의 세계에는 자기가 상상도 하지 못한 복수의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것이 그 자이옵니다.”
수정구는 뿌옇게 혼탁해졌다가 서서히 안개가 걷히듯 맑아졌고 그 안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곳의 모습이 드러났다.
생명체가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방이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곳이었다.
커다란 얼음 조각이 쩍쩍 갈라져 있었고 그것이 가끔씩 움직였다.
“이곳은... 어디요?”
“1960년, 북극이라 불리는 곳이옵니다. 여기에 보이는 이것이. 그 자가 변한 것이옵니다. 아. 들어가 버렸사온데 곧 나올 것이옵니다.”
얼음으로 지은 동굴 속으로 사라졌던 검은 점 같은 것이 밖으로 다시 나왔을 때 이스마힐은 경악성을 뱉었다.
그것은 사람과 이종의 혼종처럼 보였고 아주 잠깐 시선을 둔 것만으로도 역겨워서 오래 볼 수 조차도 없었다.
곧 고개를 돌려버린 이스마힐을 보고 라크레아는 수정구에서 손을 뗐다.
“저것이 그 자가 맞다는 것을 믿겠소.”
이스마힐이 말하자 라크레아가 웃음을 지었다.
“그리 하셔야 하옵니다. 폐하. 소신은 폐하께 거짓을 고하지 못하게 되었사옵니다. 드래곤 하트를 얻기 위해 아르마리안 후작 부인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옵니다.”
“우리 후작 부인의 간계에 당했다면 그대도 편한 삶을 살기는 글렀구려. 그래. 어떤 계약이오?”
“헤르만 제국의 황제 폐하께 거짓을 고하면 제 몸과 영혼이 동시에 소멸되도록 한다는 계약이옵니다. 후작 부인께서 그 계약에 대해 어찌 아시고 계신지는 알 수 없사오나. 소신은 이제 온전히 폐하의 것이옵니다.”
“고맙소.”
이스마힐은 흐뭇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로써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더 큰 힘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며칠 후.
라플리를 대동한 스베인이 서울에 나타났다.
이스마힐은 해민이 서울에서 좋은 추억을 그다지 갖지 못했다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앞으로 그곳에 오가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과 같은 복잡한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집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두 사람이 먼저 오게 된 것이다.
그런 일에 굳이 스베인까지 나설 것은 아니었지만 스베인은 황비 마마가 들려준 도시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이렇게 하면 라플리와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꼼수를 부려 보았다.
“나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드는구나. 라플리. 황비 마마께서 사셨던 곳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소신도 그렇사옵니다. 전하.”
“그러면 지금부터는. 황비 마마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카드가 닳도록 긁고 다녀보자. 라플리.”
“과연 현명하신 판단이옵니다.”
그렇게 서울의 어느 곳에서 두 야심찬 쇼퍼 홀릭 꿈나무들의 웅장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the end
============================ 작품 후기 ============================
스베인과 라플리. 두 꿈나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염.
신작 공지 [제발 나 좀 지켜주지 마.]
"너의 수호룡이 되어 영원히 너를 지켜주겠다."
마물에게 된통 당하고 있는 걸 구해줬더니 드래곤이 말했다.
헤츨링 딱지를 겨우 뗀 드래곤은 자기가 꽤 쓸만한 드래곤이라는 걸 어필하려다가 소드 마스터와 함께 현대로 차원이동을 해 버리고.
어멋. 실.수.
[소드 마스터공/무심공/미인공/드래곤수/허당수/그래도 공이 좋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