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97화 (97/103)
  • 00097 [외전] 이세계는 처음이죠, 이스마힐?  =========================

    슬금슬금, 두 사람의 모습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익숙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이스마힐은 어리둥절하면서도 해민이 이끄는 대로 나왔다.

    “왜 이리 서두르느냐. 해민.”

    “여기서는 사람들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요. 그리고 그걸 여기저기 올려서 다른 사람들한테 퍼뜨리기도 해요. 인터넷이라는 것 때문에 여기서는 소문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퍼져요.”

    이스마힐은 해민이 하는 말을 이해해보려고 집중했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을 거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카메라라는 말이나 사진, 인터넷이라는 말도 이스마힐에게는 이해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해민이 웃음을 지었다.

    “천천히, 모든 걸 알려줄게요. 이스마힐. 이스마힐이 저한테 그랬던 것처럼요.”

    이 세계로 차원이동을 하고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 잔뜩 얼어 있던 이스마힐은 해민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해민은 결코 자신이 홀로 고민하고 걱정하도록 놔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해민은 우선 이스마힐의 손을 꽉 잡은 채 다시 택시를 잡았다.

    “이제는 어디로 가느냐, 해민.”

    “이 옷. 돌려줘야죠. 이 손수건 좋아하면 좋겠다.”

    옷 주인에게 사죄의 의미로 옷가게에서 산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며 해민이 말했다.

    “해민. 혹시 이곳에 살 때의 얼굴이 그리우냐. 거울을 보고 나서 그대의 표정이 어두워졌었느니라.”

    택시 안에서 이스마힐이 물었다.

    두 사람의 대화였기에 대화는 헤르만어로 이루어졌다.

    택시 기사를 신경 쓰지 않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기에 해민은 편하게 대답을 했다.

    “그냥. 좀. 아쉬운가 봐요. 허무하게 모든 게 갑자기 끝나버렸잖아요.”

    해민이 말했다.

    이스마힐이 자신의 손에 끼고 있던 반지 중에 하나를 빼서 해민에게 내밀었다.

    “대마법사가 준 것이다. 이걸 끼고 주문을 외우면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주문요?”

    “GEWERTY.”

    이스마힐이 헤르만어로 주문을 가르쳐주자 해민은 그 말을 입으로 따라해보지는 못하고 머릿속에서만 굴려보았다.

    해민은 자신의 이전 모습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떴다.

    “이스마힐. 제 원래 모습에 반하게 되면 어떻게 하죠? 헤르만에서도 다시 바꿀 수 있을까요?”

    “그렇구나. 그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구나.”

    웃음 짓는 이스마힐을 보면서 해민도 조용히 따라 웃었다.

    “옷을 돌려주고 호텔에 가서 식사도 하고 잠도 자요. 그리고 내일은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요.”

    옷을 돌려주려고 하다가 잡히면 더 곤란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돌려주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해민은 그곳으로 향했다.

    이스마힐에게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건조대에 널려있던 옷을 가지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던 해민은 마침 안에서 나오던 사람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그 남자는 해민이 품안에 들고 있는 옷을 알아보고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뭐야. 변태야? 어? 이 새끼가! 아니. 왜 남의 옷을 훔치고 지랄이야? 변태짓을 하려면 지 나라에서 할 것이지. 남자 옷을 왜 훔쳐가? 어? 이 새끼 완전 또라이 아냐?”

    “죄송합니다. 급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미처 말씀드리지 못하고. 허락을 구하지 않고 가져가서 죄송합니다.”

    해민은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서 반박은 못하고, 죄송하다고 말하며 옷을 내밀었지만 남자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사죄의 의미라며 내민 손수건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이 새끼 봐라? 그냥 도둑놈인 줄 알았는데 스토커냐? 남자 새끼가 이걸 왜 나한테 주고 지랄이야. 어? 너 잘 걸렸다. 일단 주거침입에 절도까지 저지른 거니까 너 거기에 딱 서 있어. 너 오늘 아주 제대로 걸렸어.”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왜 옷을 훔쳤는지 설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해민은 그대로 도망쳐버렸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남자는 해민을 놓쳤지만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남자가 대문 밖으로 나왔을 때 해민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진 후였다.

    그 남자가 입고 있던 옷과 완전히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보였지만 그는 동양인이었다.

    한국 사람인 것 같았다.

    남자는 씩씩대고 골목을 뛰어나갔고 해민은 가슴을 쓸며 이스마힐에게로 갔다.

    이스마힐은 해민에게서 내내 눈을 떼지 않고 있었기에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남자가 누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근사하구나. 해민. 이곳에서 그대를 만났더라도 나는 그대를 사랑했을 것이다.”

    점진적으로 커지는 미소를 입가에 걸고, 이스마힐이 말했다.

    “옷 때문에 큰일 날 뻔 했어요.”

    해민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자기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격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이스마힐만은 해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해민의 사랑스런 모습을 머릿속에 새겨 넣느라 여념이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