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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94화 (94/103)

00094 [외전] 이세계는 처음이죠, 이스마힐?  =========================

“폐하. 좌표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제가 좌표를 계산할 수 있을지도 모르옵니다. 혹시 그것을 계산할 수 있는 자료를 주신다면 말이옵니다.”

라크레아는 황제의 표정이 너무 안 돼 보여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이스마힐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 말이 사실이오, 대마법사?!”

이스마힐의 얼굴을 보고 라크레아는 자기가 너무 단언해 버린 것은 아닌가 하고 후회했다.

이스마힐과 라플리는 좌표를 알아내기 위해 온갖 자료를 들이 밀었지만 라크레아는 좌표를 알아내지 못했다.

“송구하옵니다만 폐하. 이것으로는 좌표를 알아낼 수가 없사옵니다.”

라크레아는 이스마힐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황제가 이렇게까지 원하는 일인데 자신이 해결해 주지 못했다는 것은, 자타공인 대륙 최고의 대마법사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이스마힐은 실망이 컸는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라크레아님. 라크레아님에게만은 이 사실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실, 우리 헤르만 제국의 황비 마마께서는 신비로운 존재십니다.”

라플리는 이렇게 된 이상 라크레아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그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라플리가 그 뜻을 비치자 이스마힐도 수락했다.

라크레아는 헤르만 제국의 황비가 어느날 갑자기 탑에 나타났다는 말에 놀라워했다.

황비 마마께서 그곳에 있던 사람의 몸에 빙의를 했고, 그 전까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사시던 분이라고 설명하자 라크레아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전적이 있다고 한다면... 흔적이 남았겠지만. 허나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나서 마법진도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그것은 차원이동의 마법으로 일어난 일이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마법진도 없을 것 같고...”

라크레아는 이리 저리 고심을 했다.

이제는 이스마힐이나  라플리가 부탁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기 개인적인 성취감을 위해서라도 꼭 이 차원이동을 성공시켜 주고싶어 했다.

그러나 아무리 방법을 강구해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폐하. 송구하오나, 제가 믿을 수 있는 마법사들을 불러 이 일에 대해 의논을 해 봐도 되겠사옵니까.”

“허락하오. 그러나 황비의 비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해야 할 것이오.”

“그 점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말을 하라고 하셔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저의 개인적인 욕심이옵니다.”

라크레아의 말에 이스마힐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라크레아와 마법사들을 위한 장소가 제공되었고 여기 저기서 마법사들이 속속 도착했다.

아무도 없던 곳에서 마법사들이 나타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그곳에 있던 이스마힐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해민과 해민의 세계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점점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었다.

“어서 오시오.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하오. 짐은 그대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니 아무 것도 거리껴하지 말고 지혜를 빌려주시오.”

헤르만 제국의 황제가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마법사들은 크게 고무되었다.

그들에게는 좌표를 알아내라는 난제가 주어졌지만 많은 수의 마법사들이 모였다고 해서 풀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라크레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 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이 일은 좌표만 안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오. 차원이동을 할 수 있는 마나가 필요하오. 나는 그대들이 나에게 마나를 모아주기를 바라오.”

라크레아의 인성을 익히 알고 있는 마법사들은 라크레아가 사리사욕을 위해서 요구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모두 그 점에 동의했다.

마나를 주는 것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었기에 여러 명의 마법사가 한 명씩 돌아가며 마나를 대마법사에게 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스마힐과 라플리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아직 좌표를 알아내지 못했지만 반드시 알아낼 수 있을 거라는, 반드시 알아내고야 말 거라는 의지가 그들에게서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쪽에서는 마나를 주입하는 일이, 다른 쪽에서는 좌표를 알아내는 일이 계속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두 일의 진행 상황은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마나의 주입은 순조로웠지만 좌표를 알아내는 일은 갈수록 점점 더 단단하고 높은 벽에 부딪치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포기를 해야 하는가 하고 있을 때 시종이 밖에서 고하였다.

“폐하. 대제사장이 뵙기를 청하나이다.”

이스마힐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라플리를 바라보았다.

라플리 역시 두란트가 갑자기 온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들라 이르라.”

안으로 들어온 두란트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두란트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헤르만 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제법 잘 알고 있었고 두란트와 이스마힐 중 최후에 살아남을 자가 누구일지 관심을 갖고서 지켜봐 왔었다.

이스마힐이 황좌에 오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이스마힐이 마침내 권력을 차지했을 때, 두란트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 역시 없었다.

그러나 이스마힐은 흔들림 없이 황권을 유지했고 두란트는 그의 곁에서 대제사장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아직도 두란트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제국은 견고하게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두란트를 직접 보고 사람들은 작은 탄성을 질렀다.

신의 특별한 은총을 입지 않았다면 어떻게 사람이 저런 얼굴과 몸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경이로움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두란트는 주위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을 무시하고 이스마힐의 앞으로 나아갔다.

“짐을 보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 두란트.”

이스마힐의 목소리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소신이 받은 음성 때문이옵니다.”

“음성이라 하였느냐. 네가 대언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폐하.”

“무엇을 들었느냐.”

두란트는 자기가 적어온 것을 이스마힐에게 올렸다.

라플리를 통해 그것을 받아든 이스마힐은 의혹이 어린 눈으로 두란트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무엇이냐, 두란트.”

“소신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황비 마마께서 오신 곳의 좌표가 아닐까 하옵니다.”

두란트의 말에 이스마힐을 비롯한 모두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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