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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92화 (9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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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마힐은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가운을 여미고 있던 끈은 방만하게 풀려 아예 침대 아래로 던져져 있었다.

    해민은 그의 가운 안에 같이 몸을 집어 넣고 있었다.

    애초에 될 일이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 충분하다는 듯이 해민은 이스마힐의 품에 안겨 이스마힐의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새로 돋아난 수염을 만지는 것이 질리지도 않는지 손가락으로 그곳을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마침내 참지 못하고 이스마힐이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도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서로의 머릿속에 두란트에 대한 생각이 가득한 것 같았다.

    잘한 걸까

    잘한 결정이어야 할 텐데.

    그러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스베인의 입가에 드리워졌던 미소가 생각나서였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리웠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마터면 질투가 나고 배신감일 들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이스마힐도, 해민도 자기들의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그 마음을 눌렀다.

    스베인에게 아무리 잘 해 주려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스베인을 자기들의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그들의 눈 앞에 있었다.

    서로의 생각이 비슷한 시기에 정리가 되었다.

    해민이 이스마힐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이스마힐에게 더욱 파고들었다.

    “이제 바빠지겠사옵니다. 성전을 많이 손 봐야 할 것이고 제사장들도 새로 뽑아야 할 것이고.”

    “그럴 것이다.”

    “소인이 도와드리겠사옵니다.”

    말뿐이 아니라, 해민의 손이 닿으면 일이 훨씬 잘 풀렸다.

    사람간의 갈등도 일단 해민이 투입되면 훨씬 빨리 갈무리가 지어지곤 했다.

    폭발하기 직전에 문제를 감지하고 해민이 먼저 나서서 문제를 수습하는 일도 많았다.

    이스마힐은, 해민이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해민이 도와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해주니 한결 더 믿음이 가고 고마웠다.

    “스베인은 이제 정말 두란트 같지 않으냐.”

    “그런 것 같사옵니다.”

    “해민. 이런 것을 물으면 그대가 화를 낼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면 묻지 않으시면 될 것이옵니다.”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이스마힐의 입술을 툭 튕겨낸 해민이 웃었다.

    “스베인을 보면 두란트 대공이 생각나지 않냐거나. 두란트 대공이 그립지 않냐거나. 스베인을 보면 가슴이 떨리지 않냐는 그런 어리석은 질문은 아닐 거라 생각하옵니다. 그럼. 하문하실 것이 무엇인지요?”

    그거였는데.

    그거였는데 그리 말을 해 버리니 할 말이 없었다.

    이스마힐은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소신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옵니다. 주위에 엄청 잘 생긴 남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내 눈은 세상에 폐하만 존재하는 것처럼 이스마힐만 보는지. 내 코는 왜 이스마힐의 향취만 그리워하고 내 심장은 왜 이스마힐로 인해서만 뛰는지.”

    이스마힐은 해민을 안아주었다.

    “이제 입 안의 혀처럼 나를 놀리는구나.”

    “이스마힐을 놀리는 거라 생각하시옵니까?”

    웃음을 짓던 해민이 이스마힐의 아래로 내려갔다.

    해민이 이스마힐의 체모에 얼굴을 박고 그 위에서 눈을 굴려 이스마힐을 바라보았다.

    이스마힐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해민이 활짝 웃었다.

    다시 체모에 얼굴을 박고 숨을 크게 쉬기 시작했다.

    단지 숨을 쉬기만 하는 건데도 이스마힐은 점점 흥분감을 느꼈다.

    그에게 붙잡히면 이렇게 돼 버리고 만다는 것을 이스마힐은 이제 알고 있었다.

    해민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이스마힐의 고환에 살짝 혀를 가져다 댔다.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그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이스마힐은 흥분이 되었다.

    해민의 혀가 닿았던 부분만큼 차가워졌다.

    해민의 타액으로 고환이 번질거렸다.

    해민의 혀가 이제는 기둥을 타고 올라갔다.

    “흐으으으, 황비... 해민...”

    오늘은 왠지 해민이 너무 느긋했다.

    이스마힐은 결국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해민이 동그란 눈을 뜨고 이스마힐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옵니까, 이스마힐?”

    “너무 느리지 않으냐.”

    그리 말하더니 이스마힐이 해민을 눕혔다.

    순식간에 자세가 역전되었다.

    이스마힐이 해민의 아래에서 해민의 다리를 벌렸다.

    “흐으으윽, 이스마힐...”

    매번 그에게 모든 것을 드러내보이지만 그렇다고 부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리를 붙이려고 해도 이스마힐은 해민의 발목을 잡고 넓게 벌렸다.

    결국 또 그렇게 돼 버리고 말았다.

    부끄러운 마음에 손으로 자신의 중심을 가렸지만 어차피 지금 이스마힐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해민의 구멍이었을 것이었다.

    이스마힐이 바둥거리던 방해꾼을 붙잡아 한 손으로 결박했다.

    그리고 점점 해민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지존의 혀가 제 애널을 파고들자 해민의 허리가 저절로 들썩였다.

    “이스마히이이이일...!”

    그의 머리를 밀어내려고 했던 것 같은 움직임이었지만 어느새 해민의 손가락은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속에 파묻힌 채 이스마힐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오늘은 더 달콤하구나. 해민.”

    이스마힐이 말했다.

    해민은 이스마힐의 부드러운 손길이 제 페니스를 만지는 것을 느끼며 나른한 몸을 눕혔다.

    그러나 자꾸만 그의 모습을 보고 싶어 고개를 들어 이스마힐을 바라보았고 이스마힐은 그때마다 장난꾸러기같은 표정을 짓고 웃었다.

    이스마힐의 붉은 혀가 제 기둥을 핥으며 움직이는 것을 그는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폐하...”

    해민의 목소리가 목구멍에서부터 끓는 것 같았다.

    나른한 교성에 이스마힐은 점점 더 흥분이 되었다.

    해민의 기둥을 핥으면서 한 손으로는 해민의 귀여운 구멍을 넓히며 준비를 시켰다.

    그럴 때마다 움찔거리는 해민이 사랑스러워서 이스마힐은 해민의 입술을 찾았고 해민은 몸을 일으켜 그에게 진한 키스를 해 주었다.

    츕츕거리는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이스마힐이 해민을 밀자 두 사람 사이에 엉킨 타액이 길게 이어졌다.

    해민이 다시 눕자 이스마힐은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으로 해민의 기둥을 핥았다.

    끝내 이스마힐이 해민의 귀두를 삼키듯 물자 해민의 입에서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해민의 허리가 연신 들썩였다.

    이스마힐이 해민의 페니스를 문 채로 고갯짓을 빠르게 하다가 붉어진 해민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의 위로 올라왔다.

    두 개의 성기가 겹쳐지며 좁은 틈 사이에 갇혀버렸다.

    해민은 이스마힐이 은근하게 저를 누르는 그 압박감이 좋았다.

    이스마힐이 손으로 해민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처음 만져보는 것처럼 섬세하게.

    그러는 동안에도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며 해민의 페니스에 자신의 것을 비비며 계속해서 자극을 주었다.

    이스마힐의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 순간, 그의 손가락이 나간 자리에 귀두가 닿았다.

    해민은 다음 순간에 일어날 일을 기대하느라 숨도 쉬지 못했다.

    천천히 그의 것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

    “저하. 기대되시옵니까.”

    라플리가 물었다.

    아버지에 대한 질문인 것을 스베인도 알고 있었다.

    “다시는 아버지께서 일을 망치지 않으시길 바랄 뿐이야. 이번에도 폐하와 마마의 호의를 배신한다면 그때는. 나도 마음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낼 것 같아.”

    “그러려고 돌아오겠다는 것이 아닐 것이옵니다. 이번에는 믿어보옵소서.”

    라플리가 말하자 스베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헤르만 제국에 새 날이 밝았다.

    사람들이 신전으로 모여 들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대제사장의 뒤에 그를 따르는 제사장들이 서 있었다.

    신전에서 다시 제를 올리는 첫 날이었다.

    가장 앞쪽에 황제 폐하와 황비 마마, 그리고 황태자 저하가 자리를 하고 그 뒤로 길게 대소신료들이 자리를 했다.

    스베인의 시선은 제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그의 움직임이 불편해보이면 언제라도 돕기 위해 제사장들이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마도 도움이 필요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의식이 끝날 때까지 이스마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의심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채로 두란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어떤 욕망도 남지 않은 얼굴로 무심히 의식을 진행해 나갔다.

    신심이 새로 생겨난 것은 아닐 것 같았다.

    그러나 일부러 일을 망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헤르만 제국의 또 하나의 신의 빛은 그렇게 그곳에서 의식을 행하고 영원히 신전의 어둠 속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이스마힐과 황실의 일원들이 그곳을 떠나려 했을 때 두란트가 잠시 멈추기는 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보이지 않는 눈으로 스베인이 떠나는 모습을 보려는 듯 한동안 그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다.

    보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소리라도 귀에 온전히 담아두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스베인도 몇 번 걸음을 멈추고 두란트를 돌아보았다.

    모든 것을 잃기 전에 작에게 주어진 귀한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이렇게라도 돌아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해민이 다가와 스베인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스베인은 해민을 보고 웃음을 지었다.

    스베인이 자라면 자기보다 더 커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만 했을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스베인의 키가 해민보다 커져 있었다.

    스베인이 자라면 황실의 일은 스베인에게 맡기고 실컷 돌아다니면서 즐겁게 살자던 이스마힐의 소원이 이루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베인은 믿음직스러웠다.

    “황비. 그대는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말라 하지 않았는가.”

    이스마힐의 말에 스베인이 활짝 웃으며 어서 폐하께로 가옵소서, 마마라고 하며 해민을 보냈고 해민은 장난스럽게 이스마힐에게 눈을 흘기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

    햇살은 따사롭고 미풍은 부드러운, 더할 나위없이 평화로운 날이었다.

    “저하. 오늘부터 책을 써보시지 않겠사옵니까.”

    별궁으로 돌아가며 라플리가 말했다.

    “무엇에 대한 것을 말이냐.”

    “헤르만 제국과 주변 국가들의 역사에 대해서 말이옵니다.”

    “내가 그것을 쓸 수 있겠느냐.”

    “소신과 같은 좋은 스승을 두셨는데 어찌 어렵겠사옵니까.”

    라플리의 말에 스베인이 웃음을 지었다.

    “쓴다고 하면... 그래. 쓰고 싶기는 하다.”

    “시작해 보옵소서. 저하. 소신이 도와드리겠나이다.”

    스베인은 생각에 잠기는 얼굴을 했다.

    그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이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가 머물렀다.

    “나는 황비 마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헤르만 제국의 부흥을 가져온, 헤르만 제국의 황비 마마에 대해서.”

    “그것도 좋을 것 같사옵니다.”

    라플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좋은 생각이라고 추어주었다.

    “그리 마음을 정하셨다면 바로 시작 못하실 이유가 없지요. 저하.”

    “그렇다고 바로?”

    “왜 안 되겠사옵니까.”

    라플리는 책상 앞에서 의자를 끌어내주며 말했다.

    스베인은 하여간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짓고 의자에 앉았다.

    어느새 그의 앞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었고 손에는 펜까지 쥐어졌다.

    스베인은 작게 심호흡을 했다.

    [History of Herman. 제국을 부흥시킨 침궁의 남자]

    펜이 유려하게 움직이며, 표지가 될 페이지의 글이 새겨졌다.

    책상 위로 따뜻한 햇살이 깃들었고 후원을 산책 중인지 황비 마마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뒤로 곧 황제 폐하의 웃음 소리도 들려왔다.

    스베인의 입가에도 행복한 웃음이 지어졌고 스베인의 펜이 종이 위를 빠르게 달려나갔다.

    the end

    ============================ 작품 후기 ============================

    바로 외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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