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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86화 (8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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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길게 이어졌다.

이스마힐과 해민은 마차에 타고 있었고 이스마힐이 황궁을 비운 동안 정무는 라플리가 스베인을 도와 처리하기로 되어 있었다.

행궁이 황성에서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소식을 전할 수는 있을 테지만 이스마힐의 요양을 위한 걸음이라서 웬만하면 이스마힐은 완전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대신 아르마리안이 라플리를 돕기 위해 황궁에 와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이스마힐과 해민은 크게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토비어스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황후가 두란트가 토비어스에게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해지면서 토비어스의 추종세력들은 급격히 와해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때 토비어스가 트루젠 상단에게 판매를 허가했던 약제에 토비어스가 심각하게 중독되었다는 말도 퍼지고 있었다.

그 후로 토비어스가 황궁에 들어온 적이 없었기에 그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으로 그칠 것 같기는 했지만 토비어스가 거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약에 취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 말을 전한 사람은 아르마리안 후작 부인이었는데 아르마리안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냐고 하면서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는, 뭔가 남들이 모르는 내막을 알고 있는 것 같은 깊이가 담긴 것처럼 보였다.

중독이 치료될 것 같지도 않지만 설사 치료가 된다고 하더라도 거동이 불편해질 거라는 말에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아 해민이 몇 번 떠보았지만 아르마리안은 빙그레 웃기만 하면서 자세한 대답은 하지 않았다.

늘 당하고 뒤쫓아가는 역만 맡는 것은 너무 시시하지 않사옵니까. 가끔은 먼저 때리고 도망치는 역을 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사옵니다.

해민의 추궁이 계속되자 결국 그 정도로 털어놓았고 해민의 눈이 커지자 그냥 그런 생각을 해 본 것 뿐이라면서 큰 소리로 웃던 아르마리안이었다.

그런 아르마리안을 보면서 해민은 매번 큰 고비마다 아르마리안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규칙적으로 달그락거리는 마차 안에서 몸이 흔들리는 걸 느끼다가 이스마힐이 설핏 잠이 들었을 때, 해민은 이스마힐의 페니스가 튕겨 올라 길을 잃을지 걱정이 되는 것처럼 다소곳이 그 위에 손을 올려두었다.

몰랑몰랑한 페니스를 손바닥 아래에 두고 굴리는 동안 페니스는 얌전했다.

잠든 이스마힐의 페니스를 가지고 노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이스마힐이 일어나서 놀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스마힐의 목에 조금 거칠게 입을 맞췄지만 이스마힐은 많이 곤했는지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지을 뿐 곧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해민도 더 이상은 이스마힐을 귀찮게 하지 못하고 창 밖으로 고개를 내놓고 바깥을 구경했다.

햇살은 더할 수 없이 따사로웠고 미풍은 친절했다.

손을 밖으로 뻗자 카란이 다가왔다.

“아니. 부른 거 아니야.”

해민이 말하자 카란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해민은 카란이 타는 말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자기도 말을 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마힐이 잠에서 깨면 그 말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스마힐을 기다렸지만, 이스마힐이 너무 오랫동안 자는 바람에 살짝 심술이 나서 이스마힐의 손을 잡고 흔들어 보았다.

이스마힐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웃었다.

“우리 황비가 들뜬 것인가.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것이냐.”

“햇살이 너무 좋사옵니다. 이스마힐.”

이스마힐은 처음에 해민이 말하는 바를 알아듣지 못하다가 눈을 떴다.

“말을 타고 싶으냐, 해민.”

“예, 이스마힐. 우리도 말 타고 가면 안 되옵니까?”

그러자 이스마힐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그대는 말을 타거라. 나는 말을 타지 못한다.”

“왜... 그렇사옵니까?”

“이 다리에 힘을 줄 수 없으니 그러지 않겠느냐.”

이스마힐이 웃었다.

말잔등에 올라탈 수는 있어도 다리로 말을 바짝 조일 수 없으니 그 상태로 말에 탔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하지 못한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이스마힐... 송구하옵니다.”

“네가 송구할 것이 뭐가 있느냐. 원하거든 그리 하여라, 해민. 나도 그대가 말을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싶구나.”

“아니옵니다.”

해민과 이스마힐은 서로 괜찮다, 나도 괜찮다 하면서 양보를 했다.

그러다가 해민의 눈이 빛났다.

“폐하. 제가 태워드리겠사옵니다.”

“괜찮다. 해민. 진지하게 사양하겠다.”

“폐하. 말 타는 것은 이제 잘 하옵니다.”

“해민. 그대는 일레노이가 아니지 않느냐. 일레노이도 말을 썩 잘 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레노이가 그대보다는 잘 탔을 것이다. 괜한 일에 의욕을 부리지 말거라, 해민.”

이스마힐은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말했다.

그러나 해민이 일단 뭔가에 꽂히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스마힐이 몰라준다면 또 누가 알아주겠는가 싶기도 했다.

이스마힐은 저를 계속 빤히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리는 해민을 보면서, 자기가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스마힐이 바깥으로 손을 내밀자 제르반이 달려왔다.

“잠시 마차를 멈추거라. 말을 탈 것이다.”

“하오나 폐하...”

폐하의 다리 상태로 지금 말에 오르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 말하려는 제르반을 이스마힐이 막았다.

“괜찮다. 황비가 태워줄 것이다.”

“황비...마마께서... 말씀이옵니까?”

그거야말로 더 걱정거리인 것 아니냐는 듯이 해민을 바라보자 해민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대열이 멈추었고 이스마힐은 재미있다는 듯이 말에 올랐다.

만에 하나 해민이 실수를 한다면 그때는 자기가 수습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주기적인 악화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만일의 경우에 말을 다루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폐하. 저만 믿으시면 되옵니다.”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해민을 보고 이스마힐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정작 말은 그렇게 해놓고 해민이 긴장을 하는 것이 느껴진 탓이었다.

“무서우냐. 해민.”

“아니옵니다. 폐하. 저만 믿으시옵소서.”

해민의 말에 이스마힐의 웃음 소리는 더욱 커졌다.

청량한 웃음소리가 대기를 가르자 해민은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

이스마힐이 갑자기 말에서 내리자 해민이 멀뚱히 이스마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스마힐이 해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해민의 뒤에 다시 탔다.

“아무래도 우리 황비가 못미더워서 안 되겠다.”

“아니옵니다. 폐하. 저만 믿으시옵소서.”

점점 겁을 먹고서 말만은 자신있게 하는 해민을 보고 카란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황태자 저하도 꼭 그리하시옵니다. 마마.”

“황비의 아들이니 스베인이 황비를 닮은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이스마힐이 웃으며 대꾸하자 주위의 모두가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폐하. 이리 하실 것이면 그냥 마차에 타는 것이 낫지 않겠사옵니까?”

“괜찮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이 녀석은 잘 훈련되었고 그대를 당황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해민은 이스마힐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폐하. 황비 마마를 믿으셔도 되옵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하셨사옵니다.”

카란이 말했지만 저렇게 말해주는 것이 과연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는 그냥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러나 처음의 긴장감은, 별 탈 없이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누그러졌다.

정말 자기가 말을 아주 잘 타는 것 같기도 하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가장 좋은 것은 느긋하게 해민의 허리를 감고 있는 이스마힐의 손길이었다.

“폐하. 불편하지는 않으시옵니까?”

해민이 고개를 돌려 물어볼 때마다 이스마힐은 아프지 않고 즐겁다고 말했다.

바로 뒤에 바짝 붙어 앉은 이스마힐을 볼만큼 고개가 다 돌려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스마힐이 아픔을 참으면서 하는 말인지 정말 즐거워하면서 하는 말인지는 해민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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