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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84화 (8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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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비어스 공이 어찌할 것 같으냐.”

    해민이 물었다.

    “황후 마마의 말씀이 맞을 것 같사옵니다. 황후 마마가 실언을 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그리하겠지요. 토비어스 공에게는 황후 마마의 명예보다는 개인의 영달이 중요하니 말이옵니다.”

    “그래. 그럴 것이다.”

    해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두란트 대공을 보러 가실 것이옵니까.”

    “그래야겠지.”

    “두란트 대공이라고 해서 딱히 방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그리고 두란트 대공이 황후 마마처럼 마음을 돌릴 거라고 기대하기도 어렵고 말이옵니다.”

    카란은 아무래도 황비 마마가 두란트 대공과 만나는 것이 그다지 좋은 생각 같지 않아 나오는 말들이 모두 부정적이었다.

    탑으로 향하다가 그 아래에 이르자 해민은 왠지 많은 생각이 들어 탑을 올려다 보았다.

    “마마. 미령하시옵니까.”

    카란이 물었다.

    “아니다.”

    “무슨 생각을 하시옵니까.”

    “아니다. 카란.”

    해민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

    탑은 늘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처음 이곳에서 눈을 뜨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많은 것이 변했다.

    순식간에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일레노이.

    이스마힐.

    그리고 여러 사람의 이름이 해민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두란트와의 악연은 끊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아마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그를 볼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카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안다. 허나 지금은. 그냥 나를 믿어다오."

    "...마마. 송구하옵니다. 늘 마마를 믿사옵니다."

    "그래. 안다. 카란. 질책하는 것이 아니다."

    해민이 웃자 카란의 얼굴이 붉어졌다.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서 자기가 너무 결례를 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러나 해민은 카란이 더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어깨를 두드려 주고 앞장을 섰다.

    두 사람이 올라갔을 때 두란트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해민에게 예를 갖추었다.

    “토비어스 경이 다녀갔습니까.”

    해민이 물었다.

    “예, 황비 마마.”

    “설득이 되던가요.”

    “설득하지 못했사옵니다.”

    두란트의 말에서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득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을 한 것 같지도 않았다.

    “토비어스 경이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까.”

    황후에게서 들었던 말이 있어 해민이 물었지만 두란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해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럼 더 이상 들을 말은 없겠습니다.”

    해민이 돌아서려 하자 갑자기 다급해진 두란트가 말했다.

    “청이 있습니다.”

    해민은 그 말을 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듯 걸음을 늦추지 않았지만 두란트가 해민을 따라왔다.

    카란이 그런 두란트를 막아서며, 칼을 빼지 않은 채 검집으로 두란트의 가슴을 밀치자 두란트가 카란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해민이 그대로 나가려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스베인을...!”

    해민의 걸음이 멈추었다.

    “스베인을 보게 해 줄 수 있사옵니까.”

    “스베인을 볼 이유가 뭐가 있다는 말입니까.”

    해민은 저도 모르게 방어 본능이 생겨나서 거친 소리로 말했다.

    두란트가 스베인을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불안해졌던 것이다.

    “가까이에서 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지나가는 것을 멀리에서 볼 수 있어도 되옵니다.”

    두란트가 말했다.

    “그러다가 도망칠 기회를 엿보려고 그러는 것입니까. 내가 왜 그런 번잡스런 일을 허락하겠습니까.”

    해민이 말했지만 두란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부탁드리옵니다. 황비 마마.”

    두란트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 생각을 바꿀 이유는 없었다.

    “마마...”

    두란트가 다시 해민을 쫓아 나오려다가 다시 한 번 카란에게 가로막혔다.

    “한 번이면 족하옵니다. 멀리에서 한 번만 볼 수 있도록 해 주옵소서. 황비 마마.”

    “언제부터 스베인이 대공에게 그리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입니까.”

    그때도 두란트가 다시 말을 했다면 해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을 거였다.

    그러나 말이 없어진 두란트가 그대로 포기를 한 것처럼 천천히 돌아서는 것을 보면서 해민은 자기가 스베인을 가로막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이 서로 말을 나눌 수 없다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멀리에서 보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러면 스베인에게 영향을 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민이 카란을 바라보았지만 카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란은 해민이 괜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싫을 뿐이었고 두란트 대공이 또 무슨 사특한 계책을 꾸민 것인지 알 수 없어 그것이 신경이 쓰일 뿐이었다.

    해민은 한동안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그러다가 두란트를 바라보고 말했다.

    “폐하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주저함이 없이 그곳을 나섰다.

    두란트는 해민이 떠난 곳을 바라보며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해민이 나가자 곧 문이 닫혔다.

    그런데도 두란트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이 그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하염없이, 해민이 떠난 자리만을 보고 서 있었다.

    ***

    이스마힐의 표정은 금세 굳었다.

    해민이 전한 말을 듣고서 이스마힐도 두란트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한 채 생각에 잠겼다.

    “어찌 하면 좋을 것 같으냐, 해민.”

    “창이 난 방으로 두란트 대공을 옮기고 스베인을 데리고 탑 앞을 지나가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옵니다.”

    이스마힐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나누게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멀리서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한 것인데 그것이 그리 들어주기 어려운 청은 아닌 것 같았다.

    두란트가 왜 해민의 방문을 받은 후에 갑자기 그 이야기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토비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두란트가 토비어스를 설득하려고 했다가 실패했다는 것은 이스마힐도 알고 있었다.

    토비어스는 자기가 지어낸 거짓말에 점점 빠져들다가 나중에는 그것을 완전히 사실로 믿어버린 것 같았다.

    그 자리를 지켰던 제르반의 말에 의하면 토비어스는 두란트를 만난 자리에서 황비와 황태자 저하가 자기를 파멸시키기 위해서 공모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두란트 대공 앞에서는 언제나 고개를 숙이던 토비어스였지만 그때는 그럴 정신마저 다 잃어버린 것 같았다고 했다.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두란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무엇이 두란트로 하여금 스베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이스마힐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스베인을 보게 하자. 해민.”

    이스마힐은 한참의 고민을 끝내고 말했다.

    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민 역시 그래야 한다는 마음이 점점 강하게 들고 있던 차였다.

    해민은 스베인을 데리러 스베인의 전각으로 향했다.

    스베인은 연무장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쉬고 있다가 황비 마마께서 오셨다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나왔다.

    더운 날씨에도 얼굴이 익도록 훈련을 한 것을 보고 해민이 웃음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제가 속한 작가연합 '러브젤'에서 씬모음집을 야심차게 시작했습니다.

    바로 바로

    [러브젤 : BL 씬 여기 다 있다]

    두둥

    조아라 노블에 있습니다.

    제가 2빠로 출격했는데요.

    와서 응원 좀 해주세엽.

    저 때문에 망할까봐 무소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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