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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이스마힐!”
해민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그렇다고 그게 좋은 것이 아니었는데, 또, 그렇다고 좋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그런 복합적인 상황이었다.
“이스마힐...”
이스마힐이 움직이는 동안 나는 소리가 왠지 심상치가 않았다.
지걱거리는 소리가 음탕하게 퍼지는 것이 왠지 이것은, 이미 애널에 정액이 한 번 분출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스마힐... 한 것이옵니까?”
“그대가 너무 조이는 바람에 어찌 하다보니 그리 되었다...”
뒤에 바짝 붙어 있어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얼굴이 붉어져 있을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이스마힐이 해민의 어깨를 붙잡고 좀 더 빠르고 강하게 허리를 움직이다가 팟팟 찧어댔고 짧은 경고를 한 후에 다시 한 번 정액을 쏟아냈다.
나른한 만족감이 느껴질 뿐, 자기도 사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지만 해민의 애널에 이스마힐이 손가락이 들어와 그곳을 휘저어 정액을 빼냈다.
그리고 정액으로 질펀하게 젖은 손으로 해민의 페니스를 천천히 훑어주기 시작했다.
“소신은 별로 하고 싶지 않사옵니다. 이스마힐.”
“많이 피곤한데 내가 단잠을 방해하였구나.”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왠지 흐뭇하고 크게 만족스러운 것 같은 얼굴이라 해민은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느냐. 해민.”
“이스마힐의 그 얼굴이 좋아서 그렇사옵니다.”
이스마힐이 해민의 허리를 안고 깊이 키스를 해 오자 해민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지며 갑자기 흥분이 감돌기 시작했다.
기승전결도 없이 갑자기 몸이 흥분되는 바람에 자신마저도 당황했지만 이스마힐은 해민의 변화를 알아차린 듯 해민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한 손으로는 다시 애널을 자극해 주었다.
제 페니스를 훑던 해민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다가 마침내 진한 정액이 폭발하듯 튀었다.
해민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자 이스마힐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이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어서 자자, 해민. 서두르면 조금 더 잘 수 있을 것이니라.”
그렇게 태평하게 말하는 이스마힐을 보며 어느덧 동조되어 해민도 근심없이 이스마힐에게 안겼다.
깊은 밤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그들의 잠을 지켜주려는 듯 태양을 피해 달아나는 듯했다.
***
아침 일찍 해민은 황후전으로 향할 채비를 했다.
황후가 오라고 한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황후가 뭐라고 말을 할지 알지 못해 초조했다.
그러는 동안 스베인이 별궁으로 해민을 찾아왔다.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스베인은 이미 해민이 황후와 두란트 공을 찾아다니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스베인은 그 일에 대해 아는 척 하지 않았지만 별궁을 떠나면서 해민에게 말했다.
“황비 마마. 소인은 그런 아비가 될 것이고 그런 어미가 될 것이옵니다. 헤르만 제국의 국민에게 황비 마마께서 저에게 되어주셨던 아비와 어미가 될 것이옵니다.”
작은 입술을 움직여 하는 말이 어찌나 신실해보이는지 해민은 스베인을 꼭 끌어안아 주었다.
“그리하거라. 스베인. 그러면 나도 다른 것을 바랄 것이 없느니.”
스베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스베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해민은 자신의 마음이 다시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황후전으로 가는 걸음은 전날에 비해 훨씬 가벼웠다.
해민이 카란과 함께 황후전에 당도하자 황후전의 시녀들도 전날과는 다른 태도로 해민을 맞았다.
괜히 되지도 않는 힘겨루기를 해 봐야 자기들만 손해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황비 마마가 오셨음을 안에 고하기 전에 시녀장이 해민에게 말했다.
“황비 마마. 한 가지 미리 아뢸 것이 있사옵니다.”
해민은 시녀장이 자기한테 할 말이 뭐가 있다는 건가 하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말을 해 보라고 하였다.
“황비 마마께서 오시기 전에 토비어스 공이 먼저 다녀가셨사옵니다.”
“어찌 왔다는 것이냐.”
황후전은 여전히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기에 해민이 물었다.
“황후 마마께서 부르셨사옵니다."
"그렇다고 해도 황명으로 엄격히 금지된 것이거늘. 병사들이 토비어스 공을 들여보내 주었다는 것이냐."
"황명을 어긴 것이 아니옵니다. 폐하께서 허락하신 일이옵니다."
"무어라."
"길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황후 마마께서 말을 전하라 하셨사옵니다. 혹시 폐하께서 허락하시거든 토비어스 공을 볼 수 있겠냐 하셨고 토비어스 공을 부르시는 것이 황비 마마의 부탁 때문이라 하셨사옵니다.”
“그랬더니. 폐하께서 허락을 하셨더냐.”
“그렇사옵니다.”
“토비어스 공과 무슨 말을 나누셨는지 아느냐.”
“들어가시거든 그 말씀을 황후 마마께서 하실 것이옵니다.”
시녀장이 말했다.
“그 말을 내게 먼저 고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황후 마마께서 그리 하라 하셨사옵니다.”
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쓸데없는 것까지 자기가 설명하게 하지 않도록 시녀장에게 먼저 말을 전하도록 해 놓은 듯하였다.
“고하여라.”
해민이 말하자 시녀장이 안에 고했고 안으로 들라는 말에 따라 문이 열렸다.
해민이 카란과 함께 들어가자 황후가 해민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둘이서만 얘기를 나눌 수 없겠느냐.”
그러나 해민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는 아니될 것 같사옵니다. 소인이 나가라고 해도 제 호위 무사는 나가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것이 황제 폐하의 명이라서 더 우선되기 때문이옵니다. 어떤 경우에도 소인을 혼자 두지 말라는 황명이 있었사옵니다.”
해민이 당당하게 말했다.
황후는 괜한 것을 물었다가 또 패배감을 느끼고 말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내가 황비에게 검이라도 겨누겠느냐. 아니면 활이라도 쏘겠느냐. 여자의 몸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그리도 경계를 풀지 않는 것이냐.”
“황후 마마. 전갈은 쏘는 것이 그것의 본성이라 하였사옵니다. 전갈에게 착한 일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였고 말이옵니다.”
“건방지구나. 감히 나를 전갈에 비한다는 것이냐!”
황후가 노여워하며 얼굴에 핏대를 세웠지만 해민은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뭐라고 말씀을 하셔도 그 말씀은 들어드릴 수가 없사옵니다. 오늘 이후에 소인이 이곳에 다시 오는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이곳에 오래 머물 일도 없을 것이옵니다. 어제 드린 말씀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지. 그것만 말씀하여 주시면 되옵니다.”
황후는 부들부들 떨었다.
자기가 어쩌다가 그런 대우를 받는 신세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분하고 억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지만 황후는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이런 자에게 제대로 복수를 하는 방법은 이런 자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거라고 황후는 생각했다.
“아버지를 뵈었다.”
“들었사옵니다.”
“풀려나기는 하셨지만 고초를 많이 당하셨더구나.”
“이유없이 고초를 당한 것은 아니니 크게 노여워하실 것은 없사옵니다. 감히 폐하의 옥체에 위해를 가하려고 하다가 당한 일이니, 죽는다고 하여도 동정할 것은 없을 것이옵니다. 황후 마마께서도 동정을 하실 수는 없을 것이옵니다.”
“그것은 너의 주장이 아니냐. 그리고 폐하께서는 네가 하는 말만 믿으셨다 하지.”
“정말로 그리 생각하신다면 그런 말씀을 저에게 하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안 그렇사옵니까, 황후 마마.”
해민이 말하자 황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토비어스가 얼마나 탐욕스럽고 잔인한지 황후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터였다.
“이제 허튼 생각은 하시지 않을 것이다.”
황후는, 괜한 말로 해민에게 트집 잡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듯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찌하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사옵니까.”
“스베인에게 집착하지 마시라 하였다.”
“토비어스 공이 그 말을 들을 거라 생각하시옵니까.”
해민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실망스러웠다.
황후라면 무언가 제대로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던 자신이 바보같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황후의 얼굴은 자신만만했다.
그런 황후를 보면서 해민은 황후가 아직 패를 전부 보이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옵니까, 황후 마마.”
해민이 물었다.
“스베인은 아버지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대단한 아이가 아니니 가문의 수치를 당하지 않으시려거든 이제 적당히 물러나시라고 하였다.”
“그것이... 무슨 말씀이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