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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79화 (7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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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민도, 이스마힐도 황후전을 찾지 않았고 이제 황후전에 대해서는 무서운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가 찾지 않으시는 것을 비관한 황후 마마가 황후전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런 말이 나돌지 못하도록 입단속을 아무리 해도 소문은 발 없이 잘도 퍼져나갔다.

해민과 카란이 다다르자, 황후전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놀라며 당장 그들에게 길을 내주었다.

해민과 카란은 황후전으로 향했다.

멀리에서 전각이 보였다.

황후전은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곳처럼 보였다.

“카란.”

“예, 황비 마마.”

“그대는 나를 이해하느냐.”

“그러하옵니다. 마마.”

“내가 이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느냐.”

“저라면 그리 하지 않을 것이오나 황비 마마라면. 그리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아니.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실 것 같사옵니다.”

“말리고 싶으냐.”

“말리고 싶사옵니다. 마마. 소신은 황비 마마의 호위 무사이기 때문이옵니다. 마마께서 황후 마마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황태자 저하를 위해 부탁하시는 것이 소신은 싫사옵니다.”

“그렇구나. 카란.”

해민이 웃음을 지었다.

“하오나. 그렇기에 마마를 마음으로 깊이 존경하고 믿고 따르는 것이옵니다. 마마의 생각은 소신의 생각과 같지 않으니... 마마께서는 항상 그 마음으로 헤르만을 다스려주실 거라고 생각하니 마마를 지키는 소신의 자리가 한없이 영광스러울 뿐이옵니다.”

“고맙다. 카란. 나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나 그대가 하는 말이 힘이 되기는 하는구나. 들어가자. 카란.”

카란은 해민의 옆을 그림자처럼 지켰다.

전각에서 시녀가 나와 있다가 해민을 발견하고 쏜살처럼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안에서 몇 사람의 시녀들이 나왔다.

그들은 적의를 숨기지 않은 채 무슨 볼 일로 황비가 그곳까지 온 것인지 알아보려 했다.

“머리를 조아리거라. 황비 마마께 예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면, 황비 마마는 온화한 성품으로 너희의 허물을 덮고 지나가시려 할지 모르나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카란이 말하자 해민이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않다. 카란. 어느 안전인지 모르고 예를 갖출 줄도 모르는 자들에게 내가 왜 관용을 베풀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해민이 말하자 황후의 시녀들은 놀란 얼굴로 해민을 바라보았다.

자기들이 알지 못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황비의 형형한 눈빛을 보면서 그들은 곧 고개를 돌렸다.

일레노이였던 황비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후에는 분명히 변했던 것 같은데 거기에서 다시 또 변해버린 것인가 하면서 그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다시 말해야 하겠느냐. 제대로 예를 갖추거라. 너희가 나에게 벌을 받는 것을 보면 황후 마마도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으실 터. 너희들이 돕지 않아도 황후 마마가 겪을 고통은 충분히 크지 않겠느냐.”

해민이 말하자 시녀들은 마지못해 허리를 숙였다.

“다시 너희들을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으니 가르치는 것은 이쯤 하겠다. 고하거라.”

해민의 기세에 눌려 더 이상 다른 소리를 하는 시녀가 없었다.

“마마. 황비 마마가 드셨사옵니다.”

시녀장이 안에 대고 말했지만 안에서는 한동안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마마...”

시녀장 역시 그럴 거라는 것을 예상한 듯 했고, 그럼에도 황비를 감당할 재간이 없어서 도움을 청하는 중이었다.

“마마...”

“들라 하라.”

드디어 황후의 목소리가 들리자 문 앞에 서 있던 시녀들이 양 옆에서 문을 열어 주었다.

해민이 들어가자 카란이 뒤를 따랐다.

그러자 시녀장이 카란을 제지했다.

“그대는 여기에 있으시오.”

그러나 카란은 그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실추된 황후의 권한 때문에 시녀장도 더 이상 강하게 말을 하지 못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햇빛도 제대로 쬐지 못한 것처럼 창백해진 황후가 보였다.

건강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특유의 표정과 안광은 그대로였다.

“여기까지 오다니. 제정신은 아닌 게로구나.”

황후가 말했다.

해민은 웃음을 지었다.

자기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조금도 없을 거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보고 달려들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슨 일이냐. 피차 오래 얼굴 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할 이야기가 있거든 빨리 하고 돌아가거라.”

황후가 말했다.

그리 말을 하면서도 해민의 눈치를 살폈다.

고립되다시피 한 채 누구의 방문도 받지 못하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채로 보낸 시간동안 황후는 피가 마르는 것 같은 불안을 느꼈다.

황후는 자신을 찾아온 황비에게서 조금이라도 바깥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소망을 품었다.

해민은 황후를 바라보았다.

황후를 만나고 싶다고 이스마힐에게 말했을 때 이스마힐은 해민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대가 황후를 만나서 할 말이 무엇인가, 라고 했을 때 해민은 분명하게 얘기를 하지 못했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 될지 미지수였기에 확실해진 후에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카란은 해민의 뜻을 대충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해민이 무슨 생각으로 황후전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인지 알려준 사람은 라플리였다.

라플리는 황비 마마께서 황후전이나 탑을 찾아가려고 하실지도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카란은 라플리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 라플리는, 황비 마마께서는 황후와 두란트 대공을 설득하고 싶으실 거라고 말했다.

스베인 저하가 겪는 고통과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황비 마마라면 그들이 나서서 토비어스 공을 설득해주기를 바랄 거라고 했다.

카란은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황후와 두란트 대공에게 일부러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그들을 설득하려고까지 하실까 싶었다.

아무리 황비 마마께서 황태자 저하를 아끼신다고는 하지만 두란트 대공은 아직도 황비 마마에게 지워지지 않은 흉터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을 때 그 의심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황비 마마가 이리 황후전에 오시는 것을 보자 라플리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페하께서는... 강녕하신가.”

황후가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해민은 황후가 알고 싶어할만한 것들을 말해주었다.

황후는 해민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관심 없는 척 하고 있었지만 귀를 잔뜩 기울이고 있었다.

해민은 황후가 묻지 않은 것에 대해서까지 얘기를 해 주었다.

황후는 해민이 빠뜨리는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를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해민이 일부러 그런 것들을 듬성듬성 비워둔 채 얘기를 했기에 결국 자기가 먼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후가 질문을 하면 해민은 친절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황후는 추억에 잠기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해민은, 황후가 듣고 싶어하지 않을만한 이야기도 가감없이 해 주었다.

움베르트 대제사장이 신전에서 제사장들과 시종들을 죽이고 도망쳐 사람들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황후는 놀라움에 빠졌다.

아무리 그가 미친 자이기로소니 그런 짓까지 할 리는 없을 거라고 말을 하면서 그게 정말이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해민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황후는, 황비가 그 자리에서 자기에게 거짓을 고한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진위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할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해민이 자기에게 자비를 베풀어서, 자기를 불쌍히 여기고 사실을 사실 그대로 말해주기를 원할 뿐이었다.

해민은 황후가 황제 폐하의 안위를 묻고 난 후에 두란트 대공에 대해서 묻는 것을 흥미롭게 여겼다.

황후에게는 스베인이나 토비어스에 대한 궁금증보다 두란트 대공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던 것이다.

“대공은 어찌 지내고 있느냐.”

그 말에 해민이 해 줄 말은 별로 없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대공을... 만나보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뜻밖이로구나.”

황후는 해민의 속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폐하 때문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네 뜻으로 걸음을 멈추었다는 말이냐."

"그러합니다. 더이상 폐하께 괴로움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리한 것이다..."

황후는 그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해민을 바라보았지만 그렇게 본다고 해서 황후가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일레노이가 아닙니다 라는 말을 해 줄 수 있다면 편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해민은 황후를 안타까워했다.

“폐하께서 대공을 어찌하실 것 같으냐.”

황후의 말에 해민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저도 모르옵니다. 지금처럼 숨 죽이고 몸을 낮추고 있는다면 살아남을 것입니다. 폐하께서 신의 빛에게 손을 대실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 대공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일 것입니다. 대공은 지금 잘 하고 있습니다.”

황후는 해민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그리고 꾹 누르고 있던 분노르 폭발시켰다.

“감히 네가 그리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냐. 대공의 개였던 네가. 대공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네가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분의 은혜를 잊은 것이냐! 이제는 나도 내 자리를 제대로 지키고 있지 못하는 것 같으니 이 기회를 노려서 황실의 안주인 노릇을 해 보겠다고 생각한 것이냐!”

황후가 말하자 해민이 웃음을 지었다.

"그 자리가 무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는 것이옵니까. 황실의 안주인이셨던 동안 행복하기는 하셨사옵니까, 황후 마마."

조금도 지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해민을 보면서 황후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더욱 분이 치밀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싹을 잘라버렸어야 하는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그리 마음을 먹었다면 기회는 몇 번 정도 찾을 수 있었을 거였다.

황후가 노기 띤 얼굴로 해민을 노려보자 해민이 고개를 숙였다.

괜히 황후를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이곳에 온 것이, 황후에게서 얻을 것이 있어서 온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적당히 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곳에 두란트 대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무슨 말을 할 것이 남아있다는 말이냐.”

황후가 물었다.

“황태자 저하에 대해서 말을 하려고 온 것입니다.”

“황태자...라면...”

황후의 눈에 광채가 일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황후에게 소망이 생겨난 것 같았다.

황후는 스베인이 황태자에 책봉된 것도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역시... 폐하께서 나를 버리지 않으신 거구나.”

황후의 입가에 기괴한 웃음마저 감돌았다.

“스베인이구나. 그런 것이 아니냐. 폐하께서 스베인을 황태자에 책봉하셨구나. 나하고 하신 약조를 지키신 것이구나. 폐하께서는 나를 잊지 않으신 것이다. 나를 버릴 생각이 없으신 것이야. 그렇지 않으냐. 나에게 하셨던 약조를 지키시다니.”

황후가 말했다.

“스베인이 황태자가 된 것은 황후 마마와는 전혀 상관이 없사옵니다. 스베인은 황후 마마의 소생임에도 불구하고 황태자가 된 것입니다. 황후 마마의 소생이어서 황태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해민의 냉랭한 말에 황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고 발끈해서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심상치않게 저를 쏘아보는 해민 때문에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여기에 온 것은.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이옵니다.”

해민이 말했다.

“그럴 것이라 생각하였다. 청이 있는 게 아니라면 갑자기 나를 찾아올 이유가 없겠지.”

황후가 사나운 눈으로 해민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해민이 웃음을 지었다.

“제가 청을 드리면 들어주실 수 있기는 하옵니까.”

황후는 굴욕감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자기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여기까지 온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황후는 매서운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해민의 말을 기다렸다.

“황후 마마께서 토비어스 공을 막아주기를 부탁하려고 온 것입니다.”

해민이 말하자, 내내 그 곁을 지키고 있던 카란은 역시 자기가 생각했던 것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은 잊어버린 후였다.

황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해민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아버지가 무엇을 하셨기에 막아 달라고 하는 것이냐.”

해민은 그동안 토비어스가 저질러 왔던 일들에 대해서 말했다.

연회가 열렸을 때 토비어스가 트루젠 상단을 통해 중독성이 강한 약재를 유통시켜 이익을 취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도 말을 했고 스베인에게 계속해서 황후와 두란트 대공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학대를 한다고도 말했다.

황후는 잠자코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자기 아버지라면 그런 짓들을 하고도 남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회를 베풀고 사신단을 초대했다는 말을 듣고는 꽤 재미있는 짓을 꾸민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황후는 해민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하자 손을 들었다.

“그래서. 황실의 재정은 어찌 되었느냐.”

마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였다.

“토비어스 공이 원한대로 되었느냐고 묻는 것이라면.”

해민이 황후를 바라보았다.

황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토비어스 공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어찌 그랬다는 것이냐. 달리 방법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 돈을 달리 충당을 하여서 그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토비어스 공에게서 다시 받아냈습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이 파신 함정에 빠진 것이구나.”

그렇게 말하며 웃는 황후는 진심으로 유쾌해 보였다.

“그런 짓을 하다니. 그것도 네가 한 짓이냐.”

황후는 자기가 황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그때에야말로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 같았다.

“마마. 토비어스 공을 만나주옵소서. 그리고 스베인을 더 이상 압박하지 못하도록 해 주옵소서.”

해민이 말했다.

그동안의 표정과는 사뭇 다르게 진지해보였다.

황후는 왠지, 그날 들어 가장 큰 모욕을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붉어지기까지 했다.

이 자가 무어라고 황제 폐하의 옆에서 자기 자리를 꽤차고 앉아 이 나라의 안주인 노릇을 하면서, 그것으로도 모자라 제 배로 낳은 아들까지 챙긴다는 것인가 하여 화가 났다.

그러나 가장 황후를 절망스럽게 만든 것은, 자기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스베인을 향해 그런 마음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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