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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71화 (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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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궁으로 가자시던 폐하는 침궁으로 가는 대신, 해민이 목욕하는 것을 보고 싶다 하셨다.

처음에는 같이 목욕을 하자고 하시더니 정작 폐하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셨다.

폐하는 해민의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아두고 싶은 듯, 해민을 바라보았다.

해민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한 순간 한 순간의 기억과 장면이 자기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말하면서.

“벗어보거라. 해민. 그렇다고 너무 빨리 벗지는 말거라.”

이스마힐의 말에 해민이 웃음을 지었다.

그때에야말로 해민은 오랫동안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억이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순간, 자기가 알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고 제르반이 왜 자기를 잡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자신의 의식이 돌아오는 바로 그 순간에 제르반이 자신의 몸에서 손을 뗀 것을 해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두 가지의 기억이 모두 해민에게 남아있었다.

해민이 일레노이라고 생각하며 힘주어 붙잡았던 손과, 해민이 돌아온 것을 알고 손에서 힘을 빼며 곧바로 예를 갖추던 제르반의 모습이.

제르반이 곧바로 이스마힐을 불러주고, 이스마힐이 자신을 바라보았을 때 해민은 이스마힐의 표정이 너무 차가워서 놀랐었다.

그러나 이스마힐의 표정이 곧 변하는 것을 보고 이스마힐이 일레노이가 아닌 자신을 알아본 거라는 것을 알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너무도 고마웠고 감격스러웠다.

이제 그들이 자기에게 속지 않고 자신을 먼저 알아봐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좋았다.

일레노이가 자기처럼 굴어도 알아볼 수 있냐고 이스마힐에게 묻자 이스마힐은 자랑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일레노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신을 바라보는 해민의 눈빛을 흉내낼 수는 없을 거라고 하며 이스마힐은 해민의 뺨을 감쌌고 사람들이 보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해민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었다.

지금도 그것을 생각하자면 얼굴이 붉어졌다.

이스마힐에게, 헤르만 제국의 지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벅찼고 뿌듯해졌다.

옷이 한 겹씩 떨어질 때마다 이스마힐은 자세를 바꿨다.

손가락으로 코를 문지르기도 했고 턱을 감싸기도 했고 앉은 자세에서 다리 모양을 바꾸기도 했다.

어느때는 바라보니 천천히 자신의 앞섶을 문지르다가 해민이 보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손을 치우기도 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어서 해민은 더욱 교태롭게 옷을 벗었다.

일부러 돌아서서 맨 어깨와 등이 드러나 보이기도 했다.

옷을 천천히 벗어 허리에서 멈추자 이스마힐의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해민이 고개만 돌려서 이스마힐을 바라보자 이스마힐의 붉은 입술이 반쯤 벌어져 있었다.

이스마힐의 숨소리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그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해민의 입가가 올라갔다.

이스마힐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이제 해민에게 일상적인 습관이 되었다.

그가 통증을 숨기려고 참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려면 그의 숨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빨랐다.

요즘의 이스마힐은 호흡을 감추지 않았다.

목구멍을 조여 숨을 참지 않고, 그대로 자연스러운 숨을 토해냈다.

아르마리안이 말했던 그 시기는 다행히 잘 지나간 듯 했다.

그 시기를 자기가 같이 해 주지 못했다는 자책도 들었지만, 이스마힐이 다시 또 그 계절을 잘 버텨주었다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해민은 아슬아슬하게 옷을 내렸다.

기다리던 나신이 드러나자 이스마힐의 앞섶이 불룩해졌다.

그러면서도 아직 여유가 있는 듯 표정을 관리하는 이스마힐이 마냥 사랑스러워보이기만 했다.

해민은 이스마힐을 좀 더 애가 타게 만들어줄 요량으로 옷을 다시 끌어 올렸다.

“왜...”

이스마힐의 몸이 조금 앞으로 튕겨나온 듯 했고 팔이 허공으로 들렸다.

허공을 딱 짚은 손가락.

“예?”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해민이 말하자 이스마힐 역시 흠흠 거리고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끝까지 참으면서 해민을 감상하기로 작정을 한 것 같았다.

해민은 안이 하늘하늘 다 들여다보이 것 같은 얇은 천 하나를 기어이 입은 채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나무 욕조 안에 담긴 물은 조금 뜨끈했지만 오히려 그 느낌이 안온하게 해민을 감싸안았다.

안으로 들어가 몸을 담갔을 때는 자기가 지금 이스마힐을 유혹중이라는 것도 잠시 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긴 머리카락이 물 위에서 퍼지다가 부드럽게 모아졌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모아 앞으로 늘어 뜨리자 이스마힐이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걸음이 이어졌다.

해민은 여전히 모르는 척,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림자가 어른거렸을 때에야 해민은 이스마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옷이 벗겨졌고 물에 젖은 바닥에 옷이 함부로 떨구어졌다.

해민은 제 눈 앞에서 황홀하게 드러나는 그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무엇을 그리 보는 게냐.”

부드러운 음성이 해민의 귀를 파고들었다.

“폐하. 폐하께서도 참으로 많이 달라지셨사옵니다.”

해민이 나른한 표정으로 이스마힐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하냐. 어떤 의미로 그런 것이냐. 그대에게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고 싶은데 말이다.”

“폐하. 좋은 의미로 그런 것이옵니다. 처음에는 안타까웠고 슬퍼보였고 동정하고 싶었고 위로하고 싶었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지금은. 폐하를 볼 때마다 제 호흡이 위험해지는 것을 느끼옵니다. 폐하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지옵니다. 폐하가 없는 세상을 제가 그동안 어찌 살아왔는지. 그간의 생은 어찌나 무의미했는지. 그리고 소인은.”

해민은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적당한 말을 찾았다.

“그거야말로 무서운 일인 것 같사옵니다. 제가 무엇을 잃었는지 모른 채로 그 많은 생을 살았다는 것이 아니옵니까.”

이스마힐이 해민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욕조 안으로 들어와 해민을 향해 한 팔을 벌렸다.

해민이 그의 품으로 들어갔다.

“나를 위해 참아주었던 모든 시간, 모든 것들. 참으로 고맙다. 그대. 내가 그대를 알지 못했는데도 그리해준 것. 그거야말로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다. 나야말로 그리 생각한다. 해민. 무서운 일이 아니냐. 그대로 모른 채로 내 생이 끝날 수도 있었다는 것 말이다.”

해민은 이스마힐의 가슴에 기댄 채 조용히 그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스마힐의 쇄골에 입을 맞추었다.

“이제 평온한 것이냐, 해민.”

“그러하옵니다.”

“그래. 그리 마음을 놓으면 되는 것이니라. 내가 그대를 지켜준다 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정작 나를 지켜준 것은 그대였지. 나도 알고 있느니라. 해민.”

해민은 이스마힐의 어깨에 깊이 팔을 파묻었다.

“폐하...”

“해민. 이스마힐이라 불러주겠느냐.”

이스마힐이었다.

“하오나...”

해민은 그래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스마힐은 고개를 저었다.

어떤 대답도 의미를 지니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이 나라의 지존이라서인가. 그대는 나에게 무엇이냐. 해민. 나는 그대의 것이 아니냐. 모든 이가 나를 폐하라 부른다. 그대에게는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구나. 해민. 그대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니 그대에게는 특별하게 불리고 싶은 것이다.”

“...이스마힐.”

“해민.”

이스마힐은 이름을 불린 것이 감격스러웠던 듯 해민을 안았다.

해민은 이스마힐이 갑자기 끌어당기자 이스마힐에게 넘어지듯 하게 됐고 균형을 잡느라 애를 썼다.

자리는 좁았고 이스마힐은 해민을 놔주려 하지 않았다.

해민은 결국 이스마힐의 위에서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스마힐의 위로 올라가 그의 허리를 감은 채 천천히 내려앉자 이스마힐이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해민을 바라보았다.

이스마힐은 그것이 그리도 좋았는지 연신 해민의 입술이며 볼에, 그리고 뺨과 귀와 목덜미와 쇄골에 입술을 맞추었다.

“이스마힐.”

그 말은 마법의 주문과도 같아서 이스마힐은 그 말이 저에게 들려올 때마다 벅찬 행복감을 느꼈다.

“폐하의 것... 이스마힐의 것... 빨고 싶습니다...”

그것을 말로 하자 말로 한 사람의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그리고 해민의 얼굴에 번진 홍조가 이스마힐의 얼굴에까지 퍼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 나가야겠구나. 해민.”

이스마힐의 가운데는 이미 몸을 부풀리며 단단해지고 있었다.

해민이 먼저 일어서자 이스마힐의 눈 앞에 해민의 아름다운 몸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이스마힐의 해민을 안았다.

황제의 얼굴에 자신의 것이 닿고 급기야 단단해지기까지 하자 해민은 대단한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같다며 서둘러 허리를 뒤로 뺐다.

그러나 이스마힐은 해민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것을 빨고 싶다고 말한 것인데 어느새 이스마힐의 입술이 해민의 것으로 다가왔다.

“폐하...”

“이스마힐이라고 하래도.”

“이스마힐... 이리 하시는 것은...”

“된다.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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