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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61화 (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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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베인은 문 밖에서 황비 마마가 드셨다는 말이 들리자 문 앞으로 조르르 달려나갔다.

    문이 열렸을 때 바로 문 앞에 서서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스베인을 보면서 해민은 자기가 스베인을 걱정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비 마마. 이제는 괜찮으신 것이옵니까?”

    스베인이 해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해민을 어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근심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래. 스베인. 나 때문에 걱정을 하였던 게로구나.”

    “정말로 괜찮으신 것이옵니까?”

    아예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스베인을 보고 해민은 스베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스베인은 해민이 저를 쓰다듬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요요를 가져다 주어서 고맙다. 스베인. 그 말을 하려고 왔다. 잠자리에 들지 않았을지 걱정했는데 아직 자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고맙다. 스베인.”

    “그것은 마마의 무기니까 가져다 드려야지요. 마마께서는 그것으로 황제 폐하를 지켜주실 거라 하지 않으셨사옵니까. 마마께 소중한 것인데 흘리셔서...”

    “그래. 나에게 소중한 것이다. 가져다 주어서 고맙구나.”

    스베인은 다시 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 그것을 미련없이 던져버리는 것을 보았을 때 제 심장이 내동댕이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을 스베인은 떠올렸다.

    그때의 황비 마마는 완전히 다른 분처럼 보였고, 그런 생각이 왜 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어느새 잊고 있던 옛 모습이 떠오르기까지 했다.

    그 무서웠던 일레노이 황비 마마가 다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스베인은 황제 폐하가 황비 마마를 해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일레노이라는 이름 대신 그 이름으로 부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는 황비 마마는 분명 예전의 황비 마마와 다른 분 같았다.

    스베인은 황비 마마의 손을 슬그머니 잡아 보았다.

    따뜻했다.

    이 황비 마마는 해민이라 불리는 황비 마마가 맞다는 생각에 스베인은 안심이 됐다.

    “스베인. 잠깐 얘기를 할 수 있을까?”

    황비 마마의 얼굴이 슬퍼 보여서 스베인은 걱정이 됐다.

    그래도 제 감정을 숨기고 슬픔을 꾹 참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황비 마마는 스베인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스베인의 얼굴 앞에 눈을 맞춰 주었다.

    “황비 마마가 지금부터 스베인에게 아주 중요한 부탁을 하려고 하는데.”

    “무엇이든 하명하시옵소서. 황비 마마.”

    “스베인. 황비 마마가. 황궁을 떠나있게 될 것 같다. 그래서. 황비 마마가 없는 동안. 스베인이 황제 폐하를 잘 보살펴 드리고 자주 찾아뵈어줄 수 있는지 묻고 싶어서 온 거란다.”

    “황비 마마...”

    스베인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그러면 저는 어찌하옵니까?

    저에게 화가 나 있는 분들이 저를 찾아오기라도 하면 저는 누구에게 달려가야 하옵니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스베인은 지금 자기가 그런 문제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비 마마. 황제 폐하께서는 아시고 계시옵니까?”

    스베인이 물었다.

    “아니. 아직 말씀드리지 못하였다.”

    “그럼... 나중에라도 말씀 올리실 것이옵니까?”

    “그래야겠지?”

    “어디로 가시는 것인지. 아니. 언제 돌아오시는 것인지. 아니. 그것도 아니고. 왜 가셔야만 하는지 여쭤보아도 되옵니까, 황비 마마?”

    목에 가득 울음이 찬 채로 스베인이 물었다.

    해민은 스베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연회가 끝나면 황궁을 떠나 있으려고 한단다. 스베인. 그 이유는. 내가. 황제 폐하의 곁에 있으면 황제 폐하께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러는 거란다.”

    해민이 말하자 스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라면 황비 마마를 놔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황비 마마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황비 마마. 소인이 폐하께 매일 문안 인사를 올릴 것이옵고 늘 폐하를 멀리서라도 볼 것이옵니다. 그리고 폐하께 폐하의 고양이도 돌려드릴 것이옵고 황비 마마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소인의 요요로 소인이 폐하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그래주겠느냐. 스베인.”

    “황비 마마. 꼭 돌아오셔야 하옵니다. 꼭. 꼭 돌아오셔야 하옵니다.”

    스베인은 마침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꼭 돌아올 것이다. 스베인. 그때는 황태자 전하가 되어 있겠구나.”

    해민은 스베인을 꼭 안아주었다.

    스베인을 먼저 찾아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스마힐에게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연습할 상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베인에게는 먼저 말을 해 줘야 할 것 같기도 했다.

    스베인의 별궁에서 쓰러진 이후.

    해민은 몇 번이나 정신을 잃었고 자기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눈을 떴다.

    왜 자기가 그곳에 있는지 전혀 기억을 할 수 없었고 점점 불안해졌다.

    주위 사람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해민에게도 느껴졌다.

    기억에서 사라진 시간 동안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게 되자 해민은 점점 더 걱정이 되고 움츠러 들었다.

    해민은 아르마리안에게 받아두었던 약재에 생각이 미쳤고 그것을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당장 버리려다가 황의에게 가져다 주었다.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의식을 잃은 동안에도 자신의 몸은 계속해서 활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생각하고 싶지 않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름 하나가 집요하게 떠올랐다.

    일레...노이?

    정신없이 고개를 젓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그렇다고 그 이름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 이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랬기에 해민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더 이상 이스마힐의 곁에 머물면 이스마힐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해민은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해민의 눈에 띈 것은 해민의 요요였다.

    그것을 보자 왠지 서글픈 웃음이 지어졌다.

    자기가 금도를 제대로 다룰 수 없었던 것은 이때를 위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기가 의식을 잃은 동안 일레노이가 자신의 몸을 지배하고 움직였다면.

    그리고 그러는 동안 자신의 가까이에 칼이라도 있었다면, 자신을 믿고 잠든 이스마힐에게 칼 끝이 겨누어질 수도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하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연회가 열리는 동안 이스마힐의 옆에서 같이 있어주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것 마저도 자신의 욕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 대해서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있는 지금.

    자기가 해야 할 것은 이스마힐을 떠나는 거라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스베인에게 다녀오고 나서 다시 한 번 정신을 잃은 후였다.

    ***

    “마마. 황비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들이 아니었다.

    “에르모나. 카란. 폐하...”

    해민은 고개를 들었다.

    여기가 어딘가 하고 생각하다가 자기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행히 옆에서 사람들이 부축을 해서 완전히 쓰러지는 것은 면한 듯했지만 두 무릎이 바닥에 닿아 있었다.

    해민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벽에 걸린 불빛이 계속해서 흔들렸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간수들...?

    여기는 탑인가

    해민은 그렇게 안이하게 생각하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어 급히 일어섰다.

    뭐라고 말을 할 틈도 없었다.

    해민의 앞에서 문이 열리고 있었다.

    해민은 그제야 자기가 어디에 와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무거운 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돌아섰다.

    ‘두란...트... 일레노이. 네 놈이 기어이 여기까지 온 것이구나!’

    에르모나와 호위도 모두 따돌려버리고.

    일레노이가 그들에게 어떤 거친 말을 퍼부었을지 해민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해민은 그대로 돌아서려 했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어도 그 소리가 안까지 미치지는 못했는지 두란트는 문이 열린 그 때에야 상황을 이해한 듯 했다.

    별다른 일이 생길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듯 무심하게 돌아본 두란트가 벌떡 일어섰다.

    “일레...노이... 왔구나. 드디어 온 것이냐!”

    두란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해민이 손을 들었다.

    “그대로 있거라. 더 이상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

    해민이 갑자기 하대를 하자 두란트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이 나라의 황비이니라. 한 번 더 하대를 하였다가는 너의 혀를 그 자리에서 잡아 뽑아버리게 하겠다.”

    두란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해민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이거라. 황비를 어찌 대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말이냐.”

    해민의 목소리가 더욱 거침없이 이어지가 두란트는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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