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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51화 (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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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 마마는 고양이를 보여주었다.

고양이는 심술 궂게 생겼고 게을러 보였다.

그래도 편해보여서 부러웠다.

“스베인. 이걸 가지고 놀고 있으렴.”

드디어 황비 마마가 장난감을 주었다.

그것은 스베인이 손에 쥐기에는 조금 컸지만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웠다.

“나도 비슷한 게 있다. 이건 요요라는 거고, 이렇게 하는 거란다.”

황비 마마는 먼저 시범을 보여주었다.

“우와아아아!”

스베인은 요요가 또르르르 굴러가듯이 가다가 황비 마마의 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고 흥분했다.

“너도 해볼래, 스베인?”

“네!”

황비 마마가 할 때는 쉽게 되는데 스베인에게는 어려웠다.

“연습해봐. 할 수 있을 거야.”

스베인에게 그렇게 말하고 황비 마마는 황제 폐하와 조용한 곳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정원을 산책하는 것을 스베인은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 굉장히 친해보였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웃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스베인은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자주 보았지만 두 사람의 웃는 모습을 보면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자기를 보고도 황제 폐하와 황비 마마가 그렇게 웃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금세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렸고 고양이를 쫓아다니면서 놀았다.

“스베인을 어찌 생각하느냐. 해민.”

이스마힐이 물었다.

“폐하께서는 어찌 하고 싶으신지요.”

해민은 자기가 먼저 대답을 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느꼈다.

“스베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았다. 황후와 두란트는 절대로 용서하고 싶지 않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베인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렇사옵니다, 폐하.”

해민이 말하자 이스마힐이 해민을 바라보았다.

“나는. 스베인을 황태자로 책봉할 생각이다.”

“저도 그것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하옵니다.”

오래 생각한 바였다.

그러나 자기가 먼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스마힐이 먼저 이야기를 한다면 그 말에 동조를 할 수는 있지만 자기가 먼저 주장하고 이스마힐을 설득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정도의 확신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대가 내 아이를 낳아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내가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 바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일이 아니냐.”

이스마힐이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해민을 바라보았다.

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헤르만 제국은 제국의 빛이 황위를 이어가게 되어 있다. 나는 두란트를 죽이지 않겠지만 절대로 두란트가 황위에 오르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스베인은 두란트의 혈통을 이은 아이다. 황위를 이을 자격을 가진 아이지. 해민. 그대가 스베인을 가르친다면 스베인은 좋은 황제가 되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였다.”

“저는 부족한 것이 많사옵니다.”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대가 나에게 하는 것처럼 스베인에게 해 주면 좋겠구나. 그대가 나에게 해민으로 다가오고 나는 달라졌다. 건강해졌고 행복해졌다. 매순간이 기쁘고 기대에 차고 희망을 본다. 그대가 나를 변하게 해 준 것이다. 나는 스베인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그런 것이라면... 폐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 그리 할 것이옵니다, 폐하.”

해민이 말했다.

그가 저에게 품어준 기대와 믿음이 감격스러웠다.

“스베인을 잘 키워서 스베인에게 황위를 물려준다면 헤르만 제국은 오랫동안 강성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대와 함께 그 일을 이루어내고 싶다, 해민.”

“그리할 것이옵니다. 폐하. 폐하의 곁에서 폐하께서 그 일을 이루어가시는 것을 볼 것이옵니다.”

“고맙구나. 그대가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찌 그리 생각하셨사옵니까.”

그러자 이스마힐이 해민을 바라보았다.

“그대는... 스베인을 싫어하였지 않느냐.”

“아...”

그랬을 것이다.

그랬을 것 같았다.

일레노이라면 스베인을 분명히 싫어했을 것 같았다.

일레노이도 스베인이 황후와 두란트가 낳은 아이라는 것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알았다고 한다면 자기가 평생을 흠모하던 두란트의 아이인 스베인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연적이 낳은 아이가 아닌가.

스베인은 매순간 일레노이에게 패배감을 안겨주었을 것 같았다.

“저도 이제는 폐하의 생각과 같사옵니다. 스베인을 잘 가르칠 수 있으면 헤르만 제국은 견고해질 것이옵니다.”

“그대가 이리도 잘 이해를 해 주니 정말로 고맙구나.”

“폐하. 폐하의 행복이 저의 행복이옵니다. 입에 달린 소리라고 생각하지 마옵소서. 이것은 제 진심이옵니다. 폐하가 근심없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는 저절로 행복해지옵니다.”

“그대를 만나 나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그대가 처음부터 이랬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리 된 것도 좋은 것 같다. 얼마나 소중한 행복인지 알게 되니 말이다.”

이스마힐이 웃었다.

해민도 따라 웃었다.

스베인은 이스마힐의 고양이와 요요를 가지고 놀고 있었지만 어린 아이가 노는 것치고는 너무 많은 것을 조심하고 걱정하는 것 같았다.

몸을 사리느라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스베인을 보면서 이스마힐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동생 두란트에게 뺏겼던 자리.

동생에게 황위를 주려고 자신을 황성 밖으로 내쫓았던 아버지.

그리고 자기를 모르던 사람들과 어울려지내던 시절.

스베인을 보니 차라리 자신의 삶이 더 나았던 거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해민이 이스마힐에게 다가와 이스마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저도 폐하의 아이를 낳을 수 있었으면 더할 수 없이 좋았을 것이옵니다. 그래도 스베인이 공허한 기분을 채워줄 수도 있을 것 같사옵니다.”

“해민.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그런 것 까지 바라는 것은 우리의 탐욕일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더 이상 어떤 것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를 가졌으면서 그대에게서 더 많은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충분하지 않다고 하셔도 해 드릴 수 없사옵니다.”

해민이 해맑게 웃었다.

혹시라도 그 일로 해민의 기분이 침잠할까 근심했던 이스마힐은 안심하며 웃음을 지었다.

“스베인은 앞으로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폐하? 스베인이 라비엔을 보는 표정을 보셨사옵니까?”

“보았다.”

“스베인을 토비어스 공의 저택으로 다시 돌려보내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황후 마마가 갇혀있다시피 한 지금, 토비어스 공은 스베인을 볼모로 잡으려 할 수 있사옵니다. 폐하의 성심이 스베인에게 향한 것을 알면 더욱 그리할 것이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그대의 생각을 알고 싶었던 것이니라. 이제 그대가 그리 말을 해 주었으니 나도 걱정을 한결 덜었구나. 스베인이 지낼 별궁을 마련하라 이를 것이니라. 그리고 그곳에 시녀와 시종들을 내릴 것이다.”

“그러면...”

황태자 책봉을 하실 것인지 물으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이스마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그리하고 싶다.”

“폐하. 제가 왜 싫어하겠사옵니까. 그리하옵소서. 황실을 견고히 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일이옵니다. 지금은 외부적으로 불안해 보이나, 곪은 것을 도려내는 과정일 뿐이옵니다. 그 빈 자리는 건강하고 새로운 것으로 채워가면서 견고히 하셔야지요.”

“해민.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이것은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이리 하면 되는 것인가, 하고 불안해 할 때마다 그대가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구나.”

이스마힐은 그때에야말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이스마힐은 시종장을 불러오게 하고 스베인이 지낼 곳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스마힐의 심중을 오랫동안 헤아려왔던 시종장은 또다시 칭찬 받을 일이 생기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사라졌다.

해민은 스베인에게 다가가 스베인에게 앞으로 일어날 변화들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스베인은 그것이 사실인가 하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갑작스런 변화가 걱정이 되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에서 새롭게 적응을 하는 것이 스베인에게 두려운 일일 거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스베인. 이 고양이는 너에게 주겠다. 황궁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스마힐이 말하자 스베인은 감격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항상 어렵고 지엄해 보이기만 하던 황제 폐하께서 저에게 친히 이렇게 말을 걸어주시는 것만 해도 어쩔 줄을 모를 정도였는데 고양이까지 주신다고 하고...

“너는 존귀한 아이이니라. 그러니 다른 누가 너를 겁박하더라도 겁을 내서는 안 된다. 감히 너를 겁박하는 자가 있다면 나에게 와서 고하여야 할 것이니라. 이것은 황명이다. 알겠느냐, 스베인.”

이스마힐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을 하자 스베인의 얼굴이 굳었다.

스베인의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외할아버지가 가장 무서웠다.

이스마힐은 스베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이의 성품은 좋아보여서 안심이 되었다.

하는 행동들을 보면 영민해 보이기도 했다.

가장 빛나는 것은 아이의 외모였는데 긴장을 풀고 있을 때 저를 돌아보는 스베인을 볼 때마다 마치 어린 시절의 두란트가 저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소름이 끼칠 때가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두란트의 눈빛에 담겼던 경멸과 조소의 감정 대신 스베인의 눈에는 이스마힐을 향한 존경과 두려움이 가득했다는 점이었다.

이스마힐은 스베인의 눈에 담긴 감정이 사랑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폐하. 스베인에게는 폐하가 영웅인 것 같사옵니다.”

해민이 말했을 때 이스마힐은 그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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