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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47화 (47/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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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라도 좋으면 그나마 가르쳐드릴 수 있을만한 게 있을 텐데. 마마께서는 어깨 힘도 그다지 좋지 않으시고... 원래는 안 이러셨던 것 같은데...”

    "원래 이랬어. 원래!!"

    "예. 원래 이러셨을 것이옵니다. 뭔가 효과가 빠른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게. 전기충격기나...”

    “예?”

    “아니야.”

    해민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총이 있으면 되는데. 총이.

    그러면 이렇게 열등아 취급을 받지 않고도 한 방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폐하의 근심이 크옵니다. 마마. 하오나 문제를 꼭 그렇게 풀려고 할 것은 아니라고 보옵니다. 마마께서 스스로 지키실 수 있게 된다면 정말로 좋겠사오나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옵니다. 사람이 저마다 자기가 잘 하는 것을 하면 되지 않겠사옵니까. 제르반은 정말로 완벽하게 마마를 모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래. 알아. 그렇게 해야겠어. 그동안 나 가르치려고 애썼어.”

    한껏 시무룩해진 해민은 풀린 눈을 하고 화단에 앉아 무릎을 감쌌다.

    그러다가 이스마힐의 고양이가 바닥에서 자는 걸 발견했다.

    쟤는 왜 저기서 잔데? 하면서도 고양이가 파리 때문에 귀찮아하는 걸 보고 파리를 쫓아 주었다.

    팔을 휘휘 저으면 날아갈 줄 알았는데 근성의 파리가 이제는 그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시 날아와서 앉더니 해민이 팔을 저어 쫓아도 날아가질 않았다.

    앉은 채로 다리만 뻗어서 휘휘 흔들었더니 다시 날아가기는 했지만 이내 또 다시 날아왔다.

    해민은 주위에 있던 회초리같은 막대기를 주워 파리를 쫓았다.

    나중에는 열의가 다져졌다.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데 파리가 이스마힐의 고양이를 귀찮게 하고 있는데다 자기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서 감정 이입이 심하게 되었던 탓이었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가느다란 회초리를 휘둘렀는데 거기에 파리가 맞아서 떨어진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우연이란.

    그렇게 어이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러지 않는가.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우연이었다.

    그러나 카란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 황비님.

    무기가 문제였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카란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황비 마마. 방법을 알 것 같습니다.”

    “아니야. 카란. 아니야. 설마 내가 방금 파리 잡은 거 보고 그게 내 실력이라고 생각한 거면. 그건 잘못 생각한 거야.”

    “아닙니다. 마마. 뭔지 알 것 같사옵니다. 마마는 어깨랑 팔 힘이 저희하고 다르옵니다. 칼을 들고 있는 것도 힘들 거라는 말씀이옵니다. 그러니 그런 칼을 휘두르는 것은 더더욱 힘드셨을 것이옵니다. 제가 마마께 맞는 칼을 만들어 드릴 것이옵니다. 황비 마마를 공격하는 놈은 용서해 주실 필요가 없이 바로 숨통을 끊어버리시면 될 테니 아주 예리하고 날렵하게 만들어 드리겠사옵니다.”

    아니라고 그래도 그러네.

    해민은 어떻게든 카란을 진정시켜 보려고 했지만 하나에 꽂힌 카란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카란은 해민의 곁에서 떨어질 수 없었고, 그러면서도 칼은 꼭 만들어야했기에 이제는 할 수 없이 해민이 카란의 그림자가 되어야 했다.

    일하는 엄마를 따라 나간 아이처럼 해민은 꼼짝없이 카란의 옆에 붙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카란에게서 칼을 받았을 때, 해민은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했다.

    자기가 그동안 열등했던 것은 칼의 문제였던 것처럼, 칼만 해결되면 모든 게 다 잘 되는 그런 결과를 상상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카란은 크게 낙심하는 것 같았지만 해민은 이제 그런 문제로 일일이 우울해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후였다.

    기대하라고 한 적도 없고 장담한 적도 없었으니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너무 심하게 당당한 건가? 하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이제는 그런 일로 스트레스 받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해민은 당당하게 말했다.

    카란이건 제르반이건 자기를 잘 지켜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카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포기를 했다.

    그때 이스마힐의 고양이가 해민의 간식을 노렸고 해민은 정확히 그 녀석을 노려 손안에서 무언가를 날렸다.

    고양이는 폭신폭신한 공에 얻어맞고 깜짝 놀라서 도망쳤다.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에서 날아온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에 맞아서 놀란 것 같았다.

    카란은 놀란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마마. 지금 무엇을 하신 것이옵니까?”

    “응? 이거? 요요야. 카란이 칼 만들 때 옆에 있다가 내가 이것 좀 만들어 달라고 했어. 거기 있는 사람들 손 재주가 좋아보여서 만들 수 있을 것 같더라고.”

    “그게... 어떻게 작동을 하는 것이옵니까?”

    해민은 그게 뭐라고 그렇게 신기해하나 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마마. 이것을 얼마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사옵니까?”

    해민은 카란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조금 우쭐해지기는 했지만 그게 뭐가 그렇게까지 대단하다고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무기도 아니고 그냥 장난감인데.

    “카란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냥 이렇게 감아서 이렇게 던지듯이 놓는 거야.”

    그러면서 카란에게도 알려주려고 했지만 카란은 해민이 하는 것을 흉내도 내지 못했다.

    “어. 이걸 왜 못해?”

    어느새 카란은 자기가 황비 마마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듣고 있었다.

    그걸 왜 못하시옵니까, 황비 마마? 라고 했던 말이 제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해민은 자기가 그것을 특별하게 잘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몸으로 하는 것은 못 하는 것이 없던 카란이 그것을 못 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급격히 상승했다.

    “카란. 이게 안 돼? 응? 이것도 못 하는 거야?”

    해민은 요요를 가지고 신기를 부리듯이 온갖 재주를 펼쳤고 카란은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 바로 깨달았다.

    “마마. 제가 급소를 알려드릴 테니 그걸 맞추는 연습을 하시는 겁니다. 그러면 단번에 빡, 하고 적을 기절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응? 그런 것까지는...”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거기에서 가능성을 본 교관 때문에 혹독한 훈련이 시작될 거라는 것을 해민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카란은 당장 황비 마마를 모시고 황비 마마의 새 장난감을 만들러 갔다.

    그것은 장차 황비 마마의 무기로 거듭날 녀석이었고 고양이를 혼내주는 정도가 아니라 꽤나 묵직하고 단단한 요요가 만들어졌다.

    이스마힐의 앞에 나타나 당당한 웃음을 지은 해민에게는 그런 사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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