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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40화 (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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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어느 때에도 황비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아... 예, 폐하. 송구하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폐하. 소인이 어린 애도 아니고 소인도 제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사옵니다.”

    해민이 나섰지만 그것은 아니 한 만 못 할 말이 되었다.

    “제르반. 그대는 어찌 생각하느냐. 황비가 스스로 제 몸을 지킬 수 있겠느냐.”

    제르반은 좋은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황제 폐하가 바라는 말은 정확한 평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르반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질문을 듣지 못한 척 어물쩡 넘어가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놓칠 리 없는 이스마힐이 재차 물었다.

    제르반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될 것이옵니다.”

    이스마힐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고 해민은 억울하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고 제르반을 바라보았다.

    “내 실력을 모르지 않느냐.”

    “몸으로 붙어 보아야 아는 것이 아니옵니다. 황비 마마.”

    “하!”

    “무엄하고나. 이놈. 감히 황비 마마께 몸으로 붙어본다니.”

    이스마힐의 느닷없는 말에 제르반은 깜짝 놀랐고 이스마힐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동안 해민은 시름시름 걱정이 늘어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헬스도 좀 해 놓고 운동도 열심히 해 놓을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틈틈이 우리 황비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거라. 필살기 같은 것이 있을 것 아니냐. 내가 보아도 해민은 운동 신경이 둔하다. 그러니 복잡한 것을 많이 가르쳐 주려고 하지 말고 딱 한 가지만 가르쳐 주도록 하여라. 황비는 한 가지를 깨우치는데도 오래 걸릴지 모른다. 알겠느냐?”

    이스마힐이 재미있다는 듯이 제르반에게 말하자 제르반은 도움을 요청하는 얼굴로 카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카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비 마마께서 단기간에 힘을 키우시는 것은 무리일 것이옵니다. 그러나 무기를 사용하실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옵니다. 소인이 제르반에게 비법을 전수해 주겠사옵니다. 그럼 제르반이 그걸 황비 마마께 알려드리면 될 것입니다.”

    카란이 말하자 이스마힐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해민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카란은 암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카란이 가르쳐주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그대의 몸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당하면 당황하고 물러서지. 카란은 여러 가지 암기들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암기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대만의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폐하께서 지켜주시면 되지 않사옵니까.”

    몸 쓰는 것을 지독히 싫어했던 것을 생각하면 하루아침에 그런 것들을 잘 습득할 수도 없을 것 같아 걱정이 쌓였다.

    “황비. 그대가 잘 배워서 그대가 나를 지켜주어도 좋지 않겠느냐.”

    그건 그런데...

    시름시름, 앓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해민의 얼굴이 펴지지 않아서 이스마힐이 배우지 말라고 확실하게 말을 해줬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듯했다.

    “해민. 정말로 제르반을 믿어도 된다.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황비를 걱정하게 했구나.”

    “제가 제르반 같으면 정말 제가 폐하를 지켜드릴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옵니다.”

    “허나 그 몸으로는 무리이니라. 나를 지킬 생각은 하지 말고 그대의 몸이나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나,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그대의 걱정이 깊어지는 것도 싫구나.”

    “예, 폐하.”

    그래도 여전히 시무룩한 해민을 보고 이스마힐이 일어서서 해민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대만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왜 그대가 할 수 없는 것만 생각하면서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이냐. 내가 잘못하였다. 그러니 용서해다오.”

    “폐하. 어서 드시옵소서. 드시고 기운을 차리셔야지요.”

    “그대의 얼굴에 힘이 하나도 없으니 먹을 맛이 안 난다.”

    “폐하. 얼굴을 밝힐 것이니 드십시오.”

    “그대가 먹여주면 먹겠다.”

    “예에?”

    해민은 이스마힐이 이번에도 자기를 놀리는 것이 아닌가 했지만 이스마힐은 진지한 얼굴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해민을 바라보더니 손짓으로 해민을 불렀다.

    해민이 이스마힐에게 다가가자 이스마힐이 자신의 허벅지를 툭툭 두드렸다.

    “앉거라.”

    “저 무겁습니다.”

    “알았으니 앉거라.”

    왜 그러는 건지 자꾸 씰룩씰룩 웃음이 났다.

    “왜 웃느냐.”

    “웃는 것 아니옵니다.”

    “이제 대놓고 기망하는 것이냐.”

    “기망하는 것 아니옵니다.”

    “그래. 다 아니라고 하여라.”

    그러면서 이스마힐은 기분이 좋은 듯 해민을 안았다.

    “배가 고프다.”

    “무엇을 드시겠사옵니까?”

    “그대가 주는 것은 무엇이든 좋을 것 같구나.”

    해민은 또 입술을 씰룩거리면서 웃었다.

    “그대의 입으로 주는 것만 먹을 것이다.”

    “예에?”

    “그러니 잘 주어야 한다.”

    “폐하. 이러실 시간이 없지 않사옵니까?”

    “급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왜 그러느냐. 그대에게 급한 일이라도 있느냐.”

    “제게 급한 일이, 흡!”

    해민의 허벅지를 만지던 손길이 너무 깊이 훅 들어오는 바람에 해민이 숨을 급히 들이쉬었다.

    “그대를 맛보고 싶다. 그대로 배부르고 싶다.”

    “저를 먹으시려고요?”

    “그럴 것이다. 아니 되느냐.”

    “그럼 제가 죽지 않사옵니까.”

    어떤 의미도 없는 말을 주고 받는데도 이렇게 흐뭇할 수 있을까 하면서 해민은 생선살을 발라 제 입에 넣고 이로 물어 이스마힐에게 주었다.

    이스마힐은 생선살을 받아먹고 능청스럽게 해민의 혀를 빨았다.

    “아직 주지 않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없사옵니다. 다 드렸사옵니다.”

    “숨겨놓은 것이 아니냐.”

    “없사옵니다.”

    “내가 찾아보아야겠다.”

    그러고는 혀끝으로 입천장이며 치열을 다 고르고 다니는데 해민은 다리 사이로 깊이 들어오는 손길과 어우러져 금방이라도 흐느낄 것처럼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대의 말이 맞구나. 다시 줘 보거라.”

    해민이 활짝 웃고는 잘 구워진 쇠고기를 입에 물었다.

    해민은 이제 자기가 더 편한 자세를 찾아 몸을 움직였고 이스마힐의 아래에 은밀히 밀착되도록 자세를 잡았다.

    이스마힐이 그런 해민을 바라보았다.

    이스마힐의 표정에서도 이제 점점 여유가 사라졌다.

    해민의 것이 단단해지며 자신의 것을 밀자 이스마힐의 입에서도 신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그대는 참으로 위험하고. 유해한 존재이다.”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리고 사랑스런 존재지요.”

    “큽. 그러하다. 그대의 말이 맞다.”

    해민이 입에 물었던 것을 주려하자 이스마힐이 고개를 저었다.

    “과일을 먹을 것이다.”

    해민이 이름도 아직 서툰 과일을 잡아 과즙이 입가에 흐르도록 베어물자 이스마힐이 그런 해민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해민이 이스마힐의 고개를 젖히고 그의 입 안에 과즙과 과일을 흘려넣어 주었다.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두 사람의 얼굴에서 웃음은 사라졌고 조금씩 호흡이 가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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