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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39화 (3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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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에도 이스마힐은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움베르트에게는 고문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

왜 달리 말씀이 없으신 걸까.

추가적으로 설명을 더 드려야 되는 것인가.

움베르트는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계속 말해 보아라. 정확한 말로 고하거라. 움베르트. 계시를 받았다 하지 않았느냐. 너의 말이나 생각을 보태지 말고 그대로 말을 하여라.”

“예, 폐하...”

움베르트는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움베르트는 황후의 진노가 여전히 가장 두려웠다.

“일레노이 황비 마마를 다시 탑에 가두고 처형을 하셔야 하옵니다. 폐하.”

움베르트가 말했다.

“그것이 신의 계시라는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폐하.”

“한치의 거짓이 없느냐.”

움베르트는 순간적으로 온몸에 오싹한 소름이 돋는 것 같았지만 이제 와서 물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점도 틀리지 않았사옵니다.”

“알았다. 돌아가거라. 너의 충심을 헤아려 용단을 내릴 것이니라.”

“황공하옵니다. 폐하.”

움베르트가 밖으로 나가자 카란이 이스마힐에게 다가왔다.

“사람을 시켜,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게 하겠나이다. 누구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도 전부 살피도록 하겠나이다.”

“그렇게 하여라.”

카란이 나가자 시종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황비 마마께서 들어 계시옵니다. 이미 한참이나 기다렸사옵니다.”

“어서 들라 이르라.”

이스마힐은 의자에서 일어나 친히 해민을 맞으러 나갔다.

그러나 그가 채 문에 닿기도 전에 해민이 들어왔다.

해민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이스마힐의 표정을 살폈다.

그 얼굴을 보자 이스마힐은 괜히 웃음이 났다.

해민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황후와 움베르트의 얼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표정이 해민의 얼굴에는 완연히 드러나 있었다.

아무 것도 계산하지 않고, 오직 이스마힐이 상처받지 않았기만을 바라는 얼굴이었다.

복잡한 계산으로 표정이 고단해져있지도 않았고 오로지 이스마힐만을 바라보고 이스마힐에 대해서만 궁금해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해민의 그런 얼굴을 보자 황후와 움베르트의 표정이 떠오르면서 그들의 표정이 얼마나 가식적이었는지를 더욱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폐하.”

해민이 다가와 이스마힐의 손을 잡았다.

“어찌 지냈느냐. 새 전각은 마음에 드느냐. 나도 가서 보아야 할 터인데.”

“그것은 차차 하셔도 되옵니다. 폐하. 하온데. 오늘은 어떤 하루였사옵니까.”

해민이 묻자 이스마힐이 웃음을 지었다.

“고단한 하루였을 텐데 고단하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다.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나를 속이려고 하는 자들을 대하였는데도 그들로 인해서 화가 치밀지 않았다.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옵니다. 폐하. 폐하의 성심이 상하실까 걱정 하였사옵니다.”

해민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들을 때까지는 걱정이 되어서 불안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던 것처럼.

“그대도 걱정하지 말거라. 나도 마음을 잘 지킬 테니 말이다.”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리하겠나이다. 폐하.”

“나에게 할 말이 있었더냐. 오래 기다렸느냐, 해민.”

해민은 우물쭈물하다가 책을 꺼냈다.

“나에게 맡기기로 마음을 정한 것이구나. 그래. 잘 하였다. 여기에 두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오라...”

해민은 책을 꺼내서 이스마힐에게 보여주었다.

이스마힐은 해민이 서두르는 것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보았다.

어제도 보았던 책이었다.

책의 낱장을 뜯어내 임시로 묶어놓은 것.

표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얇은 종이들을 이어 붙여 놓아서 조심스럽게 봐야 했던 책.

그러나 그것을 받아든 이스마힐의 눈이 커졌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해민.”

이스마힐은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빽빽하게 글씨가 박혀있던 책에 글씨가 사라진 것을 보고 난감해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면서 해민을 바라보았다.

“이게... 그 책이... 맞는 것이냐.”

“예, 폐하.”

“그래서. 이것을 보여주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냐.”

“예. 폐하.”

해민은 이스마힐이 그 답을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이스마힐은 그것을 가지고 책상으로 돌아가 앉았다.

책상 위에는 그것이 원래 붙어 있었어야 할 책이 흉물스런 모양을 하고 놓여 있었다.

“어찌된 것인지 모르겠사옵니다.”

해민이 책상에 손을 짚고 몸을 기울인 채, 이스마힐이 보는 책을 같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에 이스마힐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시옵니까, 폐하?”

“아무 것도 아니다.”

재미있었다.

황후와 움베르트는 자기들이 하는 말을 믿게 하려고 이런 저런 온갖 논리들을 가져다 대면서 힘들여 말을 했는데 해민은 책에서 글씨가 모두 사라져버렸다는 황당한 말을 하면서도 그 사실을 믿게 하려는 말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이스마힐이 알려주었으면 하는 얼굴로 이스마힐을 바라볼 뿐이었다.

“해민. 그대는 내가 그 말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였느냐.”

해민을 떠보듯, 이스마힐이 말하자 해민의 얼굴에 놀라운 표정이 깃들었다.

“폐...하... 믿기 어려울 거라는 것은 알고 있사오나... 사실이옵니다.”

해민의 얼굴이 금세 침울해지는 것을 보고 이스마힐이 웃음을 지었다.

“안다. 해민. 그대가 나를 속이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물은 것은 말 그대로이다. 그 말을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순전히 그것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해 준 것이 나는 참으로 고맙구나.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해주었다는 것이 말이다.”

“소인은... 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사옵니다. 소인도 당황하였지만 그래도, 믿으실 거라고...”

해민은 말을 하다가, 정말 자기가 왜 그렇게 안이하게 생각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소인은...”

“더 말 할 필요 없다. 해민. 그대를 놀려주려고 한 것이다.”

“놀려주려고 하시는 것은 나쁜 것이지요.”

“하지만 그러고 싶은 것을 어찌하란 말이냐.”

이스마힐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해민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배 고프다. 밥이나 먹자. 그대도 못 먹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예, 폐하. 그런데 왜 글씨가 사라진 것 같으시옵니까?”

“나도 도통 모르겠구나.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것이냐. 중요한 내용이 있었느냐.”

“저도 잘... 모르옵니다.”

해민의 말에 이스마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의 사이에 비밀을 두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하는 단 하나의 비밀.

해민은 그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언젠가는 그것에 대해서도 이스마힐에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시종장은 안으로 들라.”

이스마힐이 시종장을 불러 안으로 두 사람의 식사 준비를 하여 들이라고 하다가 말을 바꾸었다.

“아니다. 황비의 새 전각이 어떻게 갖추어졌는지도 볼 겸 거기에서 식사를 해야겠다. 거기로 들이거라.”

“예, 폐하.”

시종장은 전각의 준비가 완벽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 명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황제 폐하께서 바빠 전각 자랑을 못하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식사를 하시겠다고 하니 아랫사람들에게 명을 내리러 가는 시종장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해민은 그런 시종장을 보았다.

분명 황궁 안에서는 엄청난 일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스마힐은 빠르게 중심을 잡고 사태를 장악했다.

사람들은 긴장하고 있었지만 일이 어떻게 진행될 거라는 것에 대해서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쓸데없이 불안해하거나 동요하지 않았다.

헤르만 제국이 건재하는 것은 그런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는 이스마힐의 권위 때문이라고 해민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 대단한 남자가 지금 자신의 곁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위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흐뭇하고 자랑스러웠다.

“에르모나는 옷을 사 왔느냐.”

이스마힐이 물었다.

"폐하. 그것까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그거야말로 내가 즐거워하는 일이니라. 그대가 어떤 옷을 입을지 왜 궁금하지 않겠느냐."

이스마힐은 진지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내 사사로운 즐거움을 뺏으려고 하지 말거라. 해민. 내 말에 어서 대답이나 하거라."

“챙기지 못하였사옵니다. 하오나 맡은 일은 제가 다시 살피지 않아도 야무지게 하는 사람이니 다 해 두었을 것이옵니다.”

“그것도 한 번 보고 싶구나. 그리고 내 옷도. 다시 그림을 그려서 주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 몇 벌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제가 시간 날 때마다 그려드리겠사옵니다. 실력이 좋지 못하니 버려도 되는 것으로 주시옵소서.”

“그리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으로 줄 것이니 그대가 책임을 지거라.”

“폐하도 에르모나와 같으시옵니다.”

“뭐가 말이냐.”

“말을 안 듣는 면에서 그러하옵니다.”

이스마힐이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밖에서 지키는 자들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황제 폐하께서 저리 웃으시는 것을 도대체 자기들이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하면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일이 점점 늘었다.

황제 폐하의 웃음 소리를 듣다보면 자기들도 저절로 웃게 되었고 그렇게 웃음을 짓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주위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황비 마마가 황제 폐하께 저렇게 사글사글하게 굴다니.

아직 저의를 파악하지는 못하였으면서도 제발 그 마음이 변치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새 전각으로 향하는 길에는 제르반이 따랐다.

제르반은 이제 그림자처럼 해민을 따랐다.

아직까지는 이스마힐을 따르던 습관이 남아 있어서 이스마힐과 해민이 같이 갈 때 이스마힐의 뒤를 따르다가 자기 실수를 깨닫고 다시 해민을 따르곤 했다.

이스마힐은 수시로 제르반을 바라보았다.

제르반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이스마힐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스마힐의 지시를 기다렸고 그 때마다 이스마힐이 제르반에게 주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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