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비로 회귀했다 나 남잔데-27화 (27/103)
  • 00027  =========================

    해민이 이스마힐의 가슴에 손을 짚은 채 신음을 흘려대자 이스마힐이 해민에게 말했다.

    “입맞춰 주겠느냐.”

    해민은 기꺼이 허리를 구부렸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이스마힐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참고 싶지 않다. 해민.”

    “파정하여 주소서. 폐하. 채워 주옵소서.”

    해민의 말에 이스마힐은 허리를 더욱 짓쳐 올렸고 해민은 자신의 안이 이스마힐의 정액으로 차는 것을 느꼈다.

    이스마힐이 해민의 페니스를 잡고 흔들어주자 이내 해민의 페니스에서도 점성 진한 정액이 쏟아졌다.

    이스마힐이 음탕하게 웃음을 짓더니 해민의 정액을 손가락에 묻혀 혀에 찍었다.

    “폐하...”

    이스마힐이 혀를 내밀고 해민의 팔을 당겼다.

    꼼짝없이 제 정액을 맛보게 된 해민이 얼굴을 찌푸리자 이스마힐은 그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고 해민은 이스마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그의 혀를 빨았다.

    나중에는 이스마힐도 더 이상 웃을 수 없게 되었고 기나긴 절정의 끝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해민은 파정이 끝나고도 이스마힐의 것을 빼내지 않았다.

    이스마힐도 해민을 내려가지 못하게 하고 제 위에 품었다.

    힘이 빠져서 저절로 빠져버리면 그때는 어쩔 수 없더라도 지금은 해민의 안에 계속 머물고 싶었다.

    짐승의 새끼처럼 이스마힐에게 안긴 해민이 이스마힐을 바라보았다.

    “폐하. 폐하를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옵니다.”

    “너를 믿을 것이다. 해민.”

    “마음에 근심하지 마옵소서. 늘 마음을 평안히 하옵소서. 어떤 저주도 폐하께 내리지 못하게 할 것이옵니다.”

    “그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느냐. 신의 저주라고 한 말 말이다. 그러고보니 두란트의 일을 물을 때도 걱정을 그리 하더니.”

    “신은 폐하의 안녕만을 바라옵니다.”

    "오랜 기다림이 보상을 받는 것 같구나. 황비."

    이스마힐이 황비라 부르자 해민이 웃음을 지었다.

    해민의 웃음을 놓치지 않은 이스마힐이 해민을 바라보았다.

    "황비라 부르는 것보다 해민이라 부르는 것이 더 좋으냐."

    그러자 해민이 이스마힐을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어느새, 이스마힐이 부르는 황비라는 말도 듣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황비라는 말이 소름끼쳤지만 그의 황비인 것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하의 황비인 것이 좋사옵니다."

    "해민이라 불리는 것보다 더 좋으냐."

    해민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해민이라 불리는 것이 더 좋사옵니다."

    이스마힐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 알았다. 그리 불러주겠다. 해민."

    "가끔은 황비라고도 불러 주옵소서. 그리 불리는 것도 좋사옵니다."

    해민은 이제 스스럼없이 저의 바람을 드러냈다.

    주고받는 웃음에 군더더기도 탐욕도 없었다.

    이스마힐은 이런 순간이 자기에게 허락된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해민을 바라보았다.

    "짐에게 바라는 것이 있느냐."

    "늘 이리 계셔 주옵소서, 폐하."

    "그리할 것이다. 다른 것을 더 말해보거라. 너에게 주고 싶다."

    "폐하. 그리 마시라 하지 않았사옵니까."

    "작은 것이라도 좋다. 원하는 것이 없느냐, 해민."

    해민은 이스마힐이 정말로 뭔가를 주고 싶어하는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한 가지 원하는 것이 있기는 하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말해보거라."

    이스마힐이 궁금하다는 듯이 해민을 바라보았다.

    "별궁에서 폐하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 쓸쓸하옵니다. 폐하의 침궁으로 찾아갈 수 있는 것은 기쁘오나 그 시간만을 기다리는 것도 적적하옵니다."

    "그러면 어찌하고 싶으냐."

    이스마힐이 팔을 괴고 해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해민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하다는 듯 해민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장난스런 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폐하의 시종장이나 폐하의 호위무사들처럼 늘 폐하의 곁에 있고 싶사옵니다."

    해민이 말하자 이스마힐의 표정이 굳어졌다.

    해민은 이스마힐의 표정이 왜 그렇게 변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아니되옵니까, 폐하?"

    "권력을 원하는 것이냐."

    이스마힐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고 해민은 놀랐다.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그곳에서 저는 아무 힘도 없어도 되옵니다. 제가 그곳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폐하의 곁이라는 그 자리뿐이옵니다. 폐하의 그림자 속에 제가 존재하고 폐하께 내리쬐는 태양을 제 그림자로 조금이라도 가려드리고 싶은 것이 전부이옵니다."

    해민이 말하자 이스마힐이 해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억울해하는 해민을 보면서 해민의 진심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진심을 곡해하여 미안하구나, 해민."

    "아니옵니다. 제가 그간 그리 해와서 그런 것인데 어찌 폐하를 탓하겠사옵니까. 저를 믿겠다고 다짐하지 마옵소서. 제가 보여드릴 것이옵니다."

    해민이 웃음 짓는 것을 보고 이스마힐의 해민의 손을 쥐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다오. 해민."

    "폐하께서는 꿈을 꾸고 계시지 않사옵니다. 폐하. 폐하는 더 좋은 꿈을 꾸실 것이옵니다."

    "더 좋은 꿈이라. 그래. 그럴 것이다."

    이스마힐은 해민의 품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뒤늦게 자각하며 일어났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기려는 그의 표정이 안타까워 보일 지경이었다.

    "그대가 한 말. 생각해 봐야겠다. 듣고보니 그도 그럴듯하다. 그대를 여기에만 둘 필요도 없고 침궁에서만 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내가 그대에게 원하는 것이 그대의 몸이 전부가 아닌데 말이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이스마힐은 밖에 있던 시종을 불러 옷을 가져오도록 명했다.

    "그대의 솜씨를 보여다오. 기대가 되는구나. 그대가 이런 재주를 가지지 않았다면 나는 옷을 버렸다며 속상해 했겠지. 언제부턴가 그대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된 것 같다. 일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대가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구나. 걱정할 것이 없다고.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먹물이 튄 옷을 보며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감동한 해민이 이스마힐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리 생각하시옵니까, 폐하."

    "이상한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렇게 느끼는 순간이 많구나."

    해민은 달리 어떤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가슴이 벅차 오르고 웃음이 지어졌다.

    "원하시는 그림이 있사옵니까, 폐하. 원하시는 것을 전부 그릴 수는 없사오나 그래도."

    "무엇이라도 좋을 것 같구나. 산이어도 좋을 듯하고 맹수여도 좋을 듯하고. 꽃도 좋을 듯하다."

    우리 폐하도 선택장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웃으며 해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엄한 이스마힐의 옷에, 귀엽고 뚱뚱한 사자 캐릭터가 뒷짐을 지고 흠흠거리면서 서 있는 모습을 그려넣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 세계로 넘어와서 소송을 걸 수도 없을 테니 그런 그림을 그려서 왕창 돈이나 벌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시종이 옷을 가져왔고 이스마힐은 서둘러 옷을 입었다.

    "폐하. 늘 강건하옵소서. 소인이 늘 폐하의 곁에서 폐하를 응원할 것이옵니다."

    해민이 말하자 이스마힐이 해민을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말거라. 건강하게 네 곁에 머물 것이다. 지금은 걱정할 것이 아무 것도 없느니라. 사소한 것이야 있지만 그것은 네가 걱정할 것이 아니다, 해민.”

    이스마힐은 이제 그 이름이 입에 자연스럽게 붙은 듯했다.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폐하.”

    “별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조금 더 졸라보면 말을 해 줄 것도 같아서 해민이 이스마힐의 옆에 앉아 이스마힐을 바라보자 이스마힐이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더 쉬었다 가셔도 될 것 같사옵니다. 폐하. 걱정되는 일은 여기에 모두 털어 버리고 가시옵소서."

    그리고 기다란 소파의 끝에 먼저 앉아 기다리자 이스마힐이 해민에게 다가갔다.

    해민은 이스마힐에게 제 허벅지를 베고 눕게 하고 이스마힐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었다.

    꼭 말을 해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 상대가 필요하다면 당신 곁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어필을 하는 것처럼.

    이스마힐도 해민의 그런 속셈을 알았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알겠다. 말해주마. 그러나. 정말로 별 것이 아니다.”

    이스마힐은, 자기가 일레노이를 따라서 죽으려고 했던 계획을 털어놓았다.

    그때 자기가 얼마나 절망적이었고 대소신료와 헤르만 제국의 제국민들에게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었는지를 말하던 이스마힐은, 자기가 주변을 정리하면서 그 후의 일을 황후에게 맡기려 했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죽은 후에 황후에게 섭정을 하게 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황후가 섭정을 할 때 도움이 되도록 황후의 집안 사람들을 중신으로 기용했다.”

    이스마힐의 사후에 황후가 섭정을 하게 된다는 것은 책을 읽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이스마힐의 말을 들으면서 해민은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서부터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후회하시옵니까?”

    해민이 조심스럽게 묻자 이스마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나는 다시 내가 인정한 사람들로 그 자리를 채우고 싶다.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 동안 그들은 황후를 등에 업고 수탈을 자행했고 그 소리가 내 귀에 끊임없이 들어왔다.”

    “폐하...”

    해민은 이스마힐에게 뭐라고 위로할지를 알지 못했다.

    이스마힐이 황후에게 평소에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황후가 자신의 사후에 안전하고 윤택한 생활을 보장받기 바랐을 거라는 것도 이해했다.

    “나는 황후에게 그 일에 관해 얘기를 하였다. 황후는 언제나 나를 이해해주었고 내가 하는 말에는 토를 단 적도 없었다. 그것은 너도 알 것이다, 해민.”

    “그러하옵니다.”

    해민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스마힐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모든 것들을 바로 잡으려 한다.”

    “마땅히 그리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해민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스마힐이 무엇을 어려워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황후와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을 거라는 것.

    황후가 힘들어할만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을 거라는 것을 해민은 알았다.

    그러나 해민이 여러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스마힐은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힘이 들더라도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라고 해민도 생각했다.

    이스마힐에게는 언제나 가장 우선 순위가 되는 것이 헤르만 제국의 제국민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랬다.

    “너를 보는 황후의 시선이 좋지 않더라도 당분간은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해민.”

    “알겠사옵니다.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폐하.”

    “그래. 너를 믿을 것이니라. 그리고. 아무래도 아까 말한 그것은. 우선은 좀 더 두고 보았다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지금 황후의 심기가 불편할 텐데 너를 가까이 두었다가 괜한 불똥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된다.”

    이스마힐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황후 마마가 달라진 것 같다는 소문이 궁 안에 파다하게 번지고 있었다.

    해민은 황후에게 매일 문안인사를 올렸지만 저를 대하는 낯빛이 달라졌다는 것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랬기에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을 감출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