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화 (51/60)

51화

“그런데 왜 아까 표정이 그랬어요?”

“음?”

한성의 팔을 베고 누워 있던 지찬이 몸을 틀어 마주 본 두 사람은 한참이나 눈을 마주치며 알 수 없는 감정을 나누고 있었다. 찬찬히 지찬의 눈을 바라보던 한성이 입술을 열었다.

“사실, 예지몽이라는 것은 미래를 보는 일이잖아.”

“네. 그렇죠.”

“우리 같은 사방의 신들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능력의 하나야.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진짜 신’의 영역인 거지.”

그 말에 벌떡 일어난 지찬이 누워 있는 한성을 복잡한 얼굴로 바라봤다.

“근데 왜 내가 그런 꿈을 꾼 걸까요?”

“글쎄.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나조차도 알 수가 없군.”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나요?”

“응, 내가 아는 한은 그래.”

“나는 이게 반려의 힘인 줄 알았어요.”

“혹시 다른 꿈은 없었어?”

“딱히 신경 쓰일 만한 게…… 아!”

순간 예전에 청룡과 그의 반려인 단이 나왔던 꿈이 생각났다.

“청룡과 반려가 나왔어요. 여전히 그 문제에 대해 지쳐 보였고, 청룡은 보듬고, 또…….”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고 꿈에 대해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어질러진 방 안, 껴안은 두 사람, 가슴을 아프게 했던 울음소리, 그리고 청룡…….

“더 큰 힘을 원한다고요. 조금만 기다리라고요. 이무기의 힘으로는 부족하다고.”

“그대가 보고, 알기엔 너무 벅찬 일들이 아닌가 싶어.”

안쓰러운 눈빛으로 지찬의 얼굴을 쓰다듬는 한성의 손길이 애틋했다.

“괜찮아요. 이제 미래를 본다는 걸 알게 된 거니까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됐어요.”

“후…….”

한성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들은 지찬이 몸을 틀어 입술에 쪽 키스했다.

“나한테도 당신을, 그리고 이곳을 지킬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요. 영생과 같은 삶을 살아가려면 나 혼자 뒤에 숨어 있을 순 없잖아요.”

“그대는 참 강해.”

“인간은 강하죠.”

“매번 절망하고, 쓰러지고, 좌절하고, 울고 넘어져도 늘 다시 일어났지.”

“짧은 인생 동안 우리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찾고, 갈구해요. 그게 우리의 힘이죠. 당신도 마찬가지였어요. 신이라고 다를 게 있나요? 당신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잖아요.”

“응, 그랬지.”

“당신도 강해요. 한성.”

한성은 싱긋 웃는 지찬의 얼굴이 너무 감미롭게 느껴졌다.

한없이 나약한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서 아주 짧은 생을 열정적이고 아름답게 살아 내는 인간, 그리고 그 아픔을 이겨 내고 제 곁에 온 지찬이란 한 사람은 ‘신’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들 두 번은 있을 수 없을 소중하고 귀한 이였다.

“그대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강해질 수 있었어. 그대 하나로 나는 한없이 나약해지기도, 한없이 강해지기도 하지.”

“지금은 강해져야 할 때인 것 같은데요.”

지찬은 손끝으로 한성의 입술을 건들고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살짝 까슬까슬한 턱과 톡 튀어나온 목울대를 지나서 가슴 사이를 배회했다.

꿀꺽하고 거칠게 움직이는 목울대를 바라보며 살짝 입술을 깨물고 웃자 한성이 아까와는 다른 한숨을 내비쳤다.

“그, 강해져야 할 때라는 게.”

“지금이라고요.”

* * *

“하아…….”

질척이는 소리가 아래에서 너무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유혹을 먼저 하긴 했지만, 매번 정신없이 당해 버리는 지찬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한성의 아래에서 헐떡이고 있었다.

“그만, 풀고…… 빨리요.”

창밖을 밝히는 달빛 아래, 지찬의 나신이 예쁘게 휘어졌다. 한성의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아래를 조금씩 넓혀 가는데 잔뜩 흥분한 지찬의 몸이 움찔거리며 파드득거렸다.

“하으, 이제, 된 것 같아요. 응?”

“더 안 풀면 아플 수도 있어.”

“빨리, 요. 당장 안고 싶어.”

다른 때와 달리 조급하게 재촉하는 지찬의 목소리에 한성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넘기고 잔뜩 부풀어 오른 페니스를 입구에 맞추기 시작했다.

작은 구멍이 오물거리며 제 것을 야무지게 삼키는 것을 본 한성의 한쪽 눈이 살짝 찡그려졌다. 언제 들어가도 빠듯하게 조여 오는 이 느낌은 매번 진땀을 빼게 했다.

천천히 밀어 넣자 안에 내벽이 요동치면서 잔뜩 조여 댔다. 안에서 느껴지는 지찬의 상태가 곧 오르가슴이라도 오려는 듯 쉴 새 없이 조이고 있었다.

전부 밀어 넣기도 전에 가 버릴 것 같아 입술을 꾹 깨물고 단번에 푹 박아 넣자 지찬의 고개가 잔뜩 치켜 올라갔다.

“하악, 하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흥분한 거야.”

“모르겠, 어요. 당신이…… 하아, 진짜 내 거라고 느껴져서 그런가?”

“말도 예쁘게 하고.”

한성은 거의 끝까지 빼낸 페니스를 다시 한번 크게 허릿짓을 하며 치댔다.

“하윽, 하흐!”

“소리도 예쁘고.”

지찬의 양 허벅지를 크게 벌리고 쿵쿵 추삽질을 이어 나갔다.

아까부터 잔뜩 발기하고 있던 지찬의 페니스가 한계를 느끼는지 파르르 떨리면서 하얀 액체를 뿜어냈다.

배에 뜨겁게 와 닿는 그 느낌마저도 흥분이 되는지 그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베갯잇을 부여잡은 채 입을 벌리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한성은 잠깐의 여운도 느끼지 못하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사정 때문에 안쪽의 내벽이 아까와는 달리 빠르게 수축하자 한성이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포인트를 찾아 쿡쿡 짓이기자 지찬의 허리가 저절로 들어 올려졌다.

“하악, 아앗! 하아흣!”

한성이 지찬의 띄워진 허리 아래 골반을 잡고선 더 깊게 삽입했다. 쳐올릴 때마다 흔들리는 몸짓이 선명하게 뇌리에 박혔다.

코끝이 빨갛게 변하고 눈가마저도 붉은빛이 돌았다. 눈물이 차오른 눈가가 너무 어여뻐서 핥고 싶었다.

몸을 숙여 지찬의 동그란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을 핥고선 관자놀이에 꾹 입술을 묻었다. 촉촉한 땀이 묻어났지만, 그마저도 생명수같이 달콤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한성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지찬은 부여잡고 있던 베개를 두고 목에 팔을 감아 왔다.

그리고, 허겁지겁 한성의 입술을 찾아오는 통통한 입술이 너무 귀여워서 한성은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무작정 부딪쳐 오는 입술과 말캉한 혀가 거침없이 한성의 입안으로 침범해 왔다. 마치 오아시스를 찾는 것처럼 핥고 있는 입술 사이에선 지찬이 입을 벌릴수록 자꾸만 신음이 삐져나왔다.

입술처럼 통통한 혀를 쭉 빨아 당기자 고개까지 살짝 들려 따라오는 지찬의 동그란 뒤통수를 잡고 깊게 입을 맞췄다. 한성이 꿇고 있던 다리를 뒤로 펴자 지찬이 엉덩이를 살짝 더 들어 올려 다리를 허리에 감았다.

페니스를 깊게 꾹 박아 넣고 엉덩이를 돌리며 비비자 지찬이 입을 맞추다 말고 자지러졌다.

“하윽, 하아아, 흐응, 하, 한서엉.”

크게 원을 그리며 돌릴 때마다 질척하고 음란한 소리가 방 전체를 가득 메웠다.

“깊게 박아 넣는 게 좋아? 아니면, 지금처럼 계속 비벼 줄까?”

코끝을 살짝 깨문 한성이 장난스럽게 묻자 지찬이 코를 찡긋했다.

“둘 다, 좋아요. 흐응!”

지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엉덩이를 한껏 치켜들어 푹 박아 넣고는 다시 크게 돌리며 깊숙하게 내벽을 비볐다.

“음, 그대 여기도 둘 다 좋다는 것 같네.”

“아, 진, 짜. 놀리지, 말아요. 아흑!”

“나도 곧 한계야.”

“흐읏, 나, 난 이미, 한계, 흣!”

끊임없이 자극받고 있는 몸이 힘겨운지 헐떡이는 숨소리가 더 거칠어졌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계속 페니스를 쥐어짜듯 조여 오는 내벽의 느낌 때문에 몇 번이나 갈 뻔한 것을 참느라 진땀이 나던 한성이 슬슬 움직임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거칠게 올려붙일 때마다 더 꽉 껴안는 팔을 느끼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지찬의 귓불을 입술로 물었다.

귓가에 바짝 다가와 숨을 몰아쉬는 한성의 느낌에 허리에 감고 있던 지찬의 다리에 힘이 바짝 가해졌다.

“하, 지찬아. 힘 그렇게 주면, 힘들어.”

가뜩이나 좁은 내벽이 제 페니스를 당장에라도 끊어 먹을 듯 사정없이 조여 오는데 힘까지 줘버리니 이젠 아예 안에서 터질 것 같았다.

“흐응, 미안, 해요. 하흐, 잘 안 돼.”

절정 위에 또다시 절정이 덧씌워졌다.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몸에 한계까지 느껴 버린 몸은 더 이상의 자극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힘이 잔뜩 들어가 버렸다.

더는 안 되겠는지 한성이 지찬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대로 일어섰다. 바닥에 선 한성이 지찬을 내려놓고는 침대에 걸치게끔 엎드리게 했다.

한성은 바닥에 무릎을 대고서 침대에 걸친 채 엎드린 지찬의 뒤에서 다시 페니스를 밀어 넣고 계속해서 추삽질을 이어 나갔다.

지찬의 어깨를 잡고서 거칠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등허리를 따라서 잔뜩 휘어지는 곡선을 보자 목울대가 크게 일렁였다.

하얗고 빛나는 각인은 매번 신비로운 모습이라 눈을 뗄 수 없었다. 제 몸에 새겨진 것과 다를 게 없는데도 지찬의 몸 위에 그려진 것은 다른 어느 것보다 더 신비롭고 기묘했다.

그리고, 자꾸만 이 흔들리는 빛무리를 더 거칠게 흔들고 싶었다.

하얀 나신 위에 새겨진 빛 그림을 어깨에서부터 천천히 쓰다듬었다. 뜨겁고 부드럽게 손끝에 닿는 느낌에 한성도 지찬도 서로 몸을 떨었다.

“하읏, 으흐응.”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다시 속도를 줄였다. 페니스를 천천히 귀두까지 빼냈다가 밀어 넣기 반복했다.

허리에 힘을 주며 깊숙하게 찔러 넣고 압박하듯 돌리자 지찬의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려 왔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려 지찬의 허리에 툭, 투둑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르고, 느릿하고 숨이 막힐 듯이 움직이던 한성이 다시 격렬하게 몰아붙였다.

지찬은 여러 번 느낀 오르가슴에 이미 넋이 나간 듯 매트리스만 움켜쥔 채 떨고 있었다.

“하읏, 하악, 아아아.”

목이 살짝 쉰 듯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지찬의 어깨를 꽉 부여잡고, 있는 힘껏 허리를 치대다 급격하게 몰려오는 사정감에 한성은 한숨 같은 신음을 뱉었다.

꾹, 꾹,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갈 것처럼 마지막 사정의 여운을 내보내고 지찬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하아, 하아…….”

한동안 들리는 건 한성의 거친 숨소리와 한 번씩 약하게 앓는 듯한 신음을 내는 지찬의 목소리뿐이었다.

격렬한 정사로 온통 힘이 빠진 지찬이 허리를 잘게 떠는데 한성이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작은 몸짓에도 자꾸만 아래에 힘이 들어가는 통에 천천히 페니스를 빼냈다. 그러고는 땀으로 범벅이 된 지찬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빛무리에 입을 맞췄다.

“흐, 자꾸 자극하면 나 또 가요.”

칭얼거리듯 말하는 지찬이 너무 예뻐서 한성의 얼굴에 웃음이 걸렸다. 마음 같아서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해서 안고 싶지만, 천천히 지찬의 체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한 한성이 엉덩이를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때렸다.

“아야…….”

맞은 엉덩이를 움찔하고 떨어 대자 페니스가 빠져나간 엉덩이 사이로 한성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한 번 더 할까?”

“무리요.”

단호하게 뱉는 지찬의 목소리에 한성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지만, 그는 조심스레 안에 뱉어 낸 하얀 정액을 살살 빼 주기 시작했다.

“씻는 건 아침에 씻어요. 잘 때 안 닦아줘도 괜찮아…….”

잠이 가득한 지찬의 목소리를 ‘응, 응’ 하고 대충 넘겨 버린 한성이 침대에 그를 눕히고 토닥토닥하며 고롱고롱 잠에 빠지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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