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아주 잠깐 떨어져 있었을 뿐이었는데도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피곤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들었고, 안면 근육까지 쉬고 싶다고 비명을 질러 대는 기분이었는데.
정말 이상했다. 지찬은 한성 품에 안긴 순간부터 마치 충전이 되는 것처럼 피로가 풀렸다. 얌전히 안겨서 2층으로 올라가는 내내 목 언저리 깊숙하게 코를 박고 그의 살 내음을 맡고 싶었다.
머릿속이 깨끗해지고 모든 피로가 풀리는 그런 느낌.
아니,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그랬다.
투박한 손길이었지만 조심스레 넥타이를 풀고 단추를 빼내어 헐거워지는 느낌. 그리고 하나씩 풀릴 때마다 서늘하게 와 닿는 공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선이 집요하게 따라붙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떨어져 있는 것보다 조금 더 붙어 있었으면 싶은 마음, 그리고 나를 온전히 완벽하게 안아줄 것 같은 그 만족스러운 기대감이 조금씩 생겨날 때쯤 한성이 후다닥 욕실에 뛰어가 물을 트는 소리가 들렸다.
‘호랑이 조련이라더니, 나야말로 조련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우스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한성이 욕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쩐지 허둥거리는 모양새로 꽤 제 눈치를 보는 모습에 또 웃음이 설핏 삐져나왔다.
“거기, 이미 섰는데?”
당황한 한성이 말도 못 하고 어버버거리는 동안, 제 주인과 달리 강력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아랫도리를 바라봤다.
‘나도 이젠 정말 모르겠다…….’
반려가 되고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자꾸만 기대게 되고 빠져드는 이 모양새가 낯설었지만, 거부할 수가 없었다.
“빨리, 씻겨 줘요.”
처음으로 투정 부리듯 안아 달라고 팔을 내밀자 망설임 없이 다가온 한성이 그대로 안아 올렸다.
‘이미 나도 당신도 서로에게 조련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 봐. 당황해서 내 속마음도 전혀 못 읽잖아.’
그렇게 느끼고 나자, 온몸을 이용해 긴장하고 있는 한성이 너무 좋아 팔을 둘러 꼭 끌어안았다.
“한성 향기 맡으니까, 나도 섰어.”
헉, 하고 한성이 숨을 들이켰다. 지찬은 또 그런 느낌에 기분이 좋아 목덜미에 얼굴을 비볐다.
“밥 조금 이따 먹어도 괜찮죠?”
응? 나른하게 눈꼬리를 늘어뜨리며 웃고, 고개를 돌려 한성을 바라봤다.
너무 티 나게 당황한 모양새가 우스워 쿡쿡 웃자 한성이 그제야 힘을 조금 풀고 함께 웃었다.
“정말, 내 반려 님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해.”
“내가 힘들게 했어요?”
“응, 겨우 참고 있는 것을 이리도 보채니 내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어.”
“알면, 빨리요.”
한쪽 팔을 풀어 한성의 고개를 살짝 돌려 입을 맞췄다. 서툴지만 달라붙는 입술의 감촉이 너무 좋아서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상태 그대로 따뜻한 물이 고여 있는 욕조에 앉혀지고 입술을 떼 한성이 옷을 벗는 걸 지켜봤다. 팔을 교차해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 바지 버클을 푸는 한성의 얼굴을 지찬이 다시 잡아챘다.
“내가 이러는 거 싫어요?”
가볍게 입술에 쪽 하고 입맞춤을 한 한성이 피식 웃었다.
“조금 무섭긴 하군.”
“무서워요?”
“그대 말고, 내가 말이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찬이 올려다보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한성이 욕조로 들어와 지찬에게 바짝 다가가 앉았다.
“저녁을 못 먹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아아…….”
그제야 한성의 말뜻을 이해한 지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는 조심스레 한성의 다리 위로 올라가 브리프를 벗어 욕조 바깥으로 툭 던졌다.
“안 돼요.”
“응?”
“오늘은 참아 봐요.”
“뭐?”
기껏 유혹해 놓고 참아 보라는 지찬의 말에 한성의 표정은 얼이 빠졌다.
“내가 다 할 거니까, 참아 봐요.”
그리고 한성의 목덜미를 따라 입을 맞췄다. 탄탄한 피부를 어루만지면서 살결을 빨아들이고 아프지 않게 이로 잘근잘근 씹었다.
조금 더 편안하게 하라는 듯 고개를 옆으로 젖혀 준 한성이 손을 들어 지찬의 머리카락을 살살 어루만졌다.
“이 정도는 괜찮은 게지?”
끄덕, 하고 긍정을 표시한 지찬이 어깨를 어루만지던 손을 조금 내려 한성의 유두를 톡 건드렸다. 큰 한숨을 쉬듯 가슴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다 내려가고, 뜨거운 숨결이 지찬의 귀를 간지럽혔다.
가슴 아래쯤에서 찰랑거리는 물이 조그마한 포물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입술을 내려 가슴을 한 입 베어 문 지찬이 한성이 제게 그랬던 것처럼 입안에서 혀를 굴리며 솟아오른 작은 유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춥, 츄릅 거리는 소리가 너무 선명해 마치 서로의 신음처럼 등줄기가 오싹하게 당겨 왔다.
“하아…….”
젖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두어 번 더 넘겨 주자 단정했던 머리가 물기에 젖은 채 뒤로 넘어가 지찬의 예쁜 얼굴을 모두 드러냈다.
하얗고, 발갛게 익은 얼굴이 눈을 지그시 감고 도톰한 입술로 제 가슴을 빠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끙’ 하고 앓는 소리가 절로 났다. 언뜻언뜻 비치는 입술보다 더 붉은 혀가 한성의 주먹을 꽉 틀어쥐게 했다.
“이거, 혹시 벌인가?”
“음, 맞아요.”
가슴에서 입을 떼지 않은 채 속살거리는 그 숨결과 작게 움직이는 입술에 간지럽혀지는 그 기분은.
‘아, 정말 지옥이 따로 없구나. 아니, 천국인가.’
턱을 움켜잡고 작고 붉은 혀를 집어삼키고 맛있는 과실을 베어 물듯 입술을 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한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욕조 난간만 꽉 붙들고 고개를 천장을 향해 젖힐 뿐이었다.
그때 고개를 들고 다가온 지찬이 제 페니스와 한성의 페니스를 함께 그러모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남자치고는 손이 작은 편이라 조금 버거운 느낌에 지찬이 한성을 향해 고개를 삐뚤게 틀어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이건, 한성이 해줄래요?”
뭐든 여부가 있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찬의 노예나 다름없었다. 터치를 허용해 준 것에 괜한 조바심이 나 한성은 재빨리 함께 움켜잡았다.
물 안에서도 확연하게 느껴지는 서로의 끝에 매달린 미끄러운 액체를 엄지로 어루만지고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찬이 귓가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채 더운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시선이 부딪히고 서로가 피하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한참을 바라봤다. 살짝 풀린 눈으로 조금씩 거칠어지는 숨을 쉬던 지찬이 열기가 득한 한성의 눈을 바라보면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한성의 눈매가 나른하면서도 매서워 그 압도적인 분위기에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눈빛만으로도 샅샅이 온몸을 핥고 있는 것 같은 그 야릇한 느낌에 한성의 어깨를 잡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아래에 몰리는 피와 열기가 점점 크기를 더해 갔다. 그런 한성을 바라보던 지찬이 한 손을 뒤로 돌려 제 엉덩이 사이로 가져갔다.
제 손으로 직접 풀어 본 적이 없어서 낯설고 두렵기도 했지만, 왠지 지금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입구를 찾아 살살 주변을 쓰다듬고 손가락 하나를 꾸욱 밀어 넣었다. 흠칫하고 저절로 몸이 떨렸지만, 더 깊이 밀어 넣었다. 한성이 직접 해줄 때와는 다르게 그냥 이물감이 느껴질 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야 있던데.
일단은 입구를 풀어 놓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에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렸다.
“하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한성의 목울대가 크게 요동쳤다. 아래를 잡고 흔드는 손길이 조금 더 빨라졌다. 슬슬 사정할 것 같은 느낌에 지찬이 움찔 떨며 한성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하아, 하읏, 나, 쌀 것 같아요. 하아.”
“나도 미칠 것 같아.”
한성이 이를 악물고 겨우 말을 꺼냈다. 난간을 잡고 있던 팔을 들어 지찬의 어깨를 쓰다듬자 하얀 빛무리가 일렁였다.
절정에 치달은 지찬이 허리를 튕기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어느 정도 아래가 풀어진 것을 확인한 지찬이 팔을 올려 한성을 꽉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헐떡이는 숨을 내뱉으면서 계속해서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한성의 손을 잡았다.
“나머지는 침대로, 가요.”
“하아, 반려 님…… 대체 이게.”
“풀면 안 돼요.”
한성은 아직 절정의 절, 까지도 못 간 채 지찬의 명령에 대충 씻은 채로 방 안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라는 대로 누운 것까지는 좋았는데.
바닥에 널려 있던 지찬의 넥타이로 손목을 묶는 순간부터 한성의 동공이 커졌다.
지찬도 어차피 한성이 힘 조금만 주면 금방 풀릴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쯤 한성이 제 맘대로 못 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일단 말로는 벌이라고 해놨으니 쉽게 어쩌지도 못할 게 뻔하기도 하고 말이다.
제 넥타이를 이런 식으로 쓰게 되는 날이 올 줄 전혀 몰랐지만,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손목이 묶인 채 올려다보던 한성의 당황한 표정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잠깐. 반려 님…….”
“쉿.”
한성의 위에 올라탄 채 탄탄한 가슴을 어루만지다 자꾸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지찬은 손가락을 들어 입가에 가져간 채 웃었다.
“힘들죠?”
엉덩이 뒤에서 꺼떡거리고 있는 한성의 묵직한 페니스는 이미 잔뜩 부풀어 올라 프리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같은 남성의 몸을 가졌기 때문에 저 상태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순간일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천천히 애를 태우고 있는 지찬은 속으로 그저 즐겁기만 했다.
한성의 힘에 비해 별것 아닐 넥타이의 얇은 끈을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당하고만 있는 모습에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한번 핥고 손을 뒤로해 한성의 페니스를 잡았다.
움찔하고 엉덩이가 튀어 올라 긴장하는 모양새에 지찬도 침을 한 번 삼키고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입구에 맞추어 서서히 커다란 물건을 욱여넣기 시작하자 여유로웠던 지찬의 얼굴이 조금씩 구겨졌다.
“이렇게 커다란 게 매번 어떻게 들어간 거예요. 흐읏.”
작은 신음을 삼키면서 조금씩 엉덩이를 내리자 한성도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
“하아, 날 죽이려고 작정한 게야.”
“지금은 내가 더 죽겠, 읏, 거든요.”
아주 천천히 삼켜 내고 있는 아래 때문에 그 느낌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좁은 입구를 밀고 들어와 아주 빠듯하게 들어찬 느낌은 마치 제 안에 주름 하나하나까지 판판하게 펴고 누르며 짓이기고 있었다.
“다, 들어간 거예요?”
헐떡이며 묻는 지찬의 목소리에 한성이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아…….”
엉덩이를 완전히 내리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하게 앉은 지찬을 바라보던 한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내가 도와줄까?”
살짝 허리를 띄워 페니스를 더 밀어 넣자 신음을 삼키며 몸을 웅크리는 지찬을 보고서 다시 허리를 내렸다가 더 세게 쿡 밀어 넣었다.
“하읏!”
한성은 묶인 손목을 올려다봤다.
‘진짜 풀고 싶다.’
힘을 조금만 줘도 쉽게 풀릴 게 분명한데도 지찬이 제게 내린 벌이라니 최대한 참아 보고는 싶었다. 하지만.
제 위에 올라와 작은 몸짓에도 파르르 떠는 저 모습을 보니 한성은 애가 탔다. 그러게 술은 왜 마시고, 주정은 왜 부려서 이 사달을 낸 건지 스스로가 한심할 뿐이었다.
아까의 반동에 끝까지 들어가 거친 숨을 내뱉던 지찬이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들썩이는 가슴과 허릿짓에 한성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으.”
고개를 젖히며 신음을 뱉자 가녀린 목선이 눈에 띄었다. 새하얗고 고운 선을 따라 목울대가 움직이고 다시 제자리를 찾은 얼굴이 한성을 찬찬히 쳐다봤다.
손을 들어 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그 모습에 더 흥분한 한성이 엉덩이를 휙 올려쳤다.
“하읏, 가만히, 좀…….”
“반려 님, 미안하지만…… 하아.”
그리고 묶인 손목에 힘을 주어 넥타이를 찢고선 자유로운 팔로 지찬의 허리를 움켜잡았다.
“벌은 이거 말고 다른 것으로 받을게.”
놀란 지찬이 ‘어어?’ 하는 순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주저앉히길 반복했다. 허리를 들어 같이 치대기 시작하자 제 허리를 잡은 손을 붙잡은 지찬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아앗, 하아, 하, 한성. 으읏!”
격렬한 몸짓에 흔들리던 지찬이 팔을 뻗어 한성의 가슴을 짚고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뒤집혀 한성 아래에 깔리자 커다랗게 뜬 눈으로 올려다봤다.
“묶는 걸 좋아했으면 진작 언질을 주었어야지요.”
한성은 지찬의 손목을 틀어잡고 조각난 넥타이를 집어 들었다. 한쪽을 길게 빼 묶었던 터라 기다랗게 끈처럼 남은 것을 지찬의 손목에 둘러 묶었다.
“뭐, 뭐 해요.”
“그대가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도와주는 게야.”
그리고 묶인 손목을 한 손에 그러모아 잡고선 허리를 세차게 움직였다.
지찬은 야하고, 선정적이었다. 제가 묶여 있을 땐 전혀 모르겠더니, 끈에 묶인 채 올려다보는 그 눈빛과 더운 숨결과 붉게 달아오른 얼굴 모두가 못 견디게 자극적이었다.
저를 마음껏 유린할 때도 어디서 저런 표정이 나왔는지 모르게끔 요사스러운 기운을 잔뜩 풍기더니, 아래에 깔려서도 그 기운은 어디 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진해졌다.
“으읏, 하앗, 하아, 흐응!”
계속해서 참았던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거칠게 허리를 놀렸다. 맞닿은 살과 욱여넣은 접합부에서 질퍽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요란했다.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방울을 혀로 핥고 빛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어깨로 얼굴을 파묻고 이로 물었다.
움찔하고 떨던 지찬은 낯선 고통이 흥분으로 변질되는 느낌에 전에 없던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한성은 이로 물었던 자국을 혀로 핥다 다시 깊게 빨아들여 붉은 자국을 만들기를 반복했다.
아래나 위나 사정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거칠게 먹어 치우는 한성의 행위에 지찬이 허리를 살짝 비틀자 혼이라도 내는 듯 거세게 엉덩이를 쳐올렸다.
“하으, 나, 갈 것, 한성, 같이, 같이 가요. 하윽!”
틀어잡은 손목을 놓자 그 팔을 내려 한성의 목을 휘감았다. 허리가 잔뜩 휘어지면서 자지러지는 소리에 허릿짓에 속도를 높였다.
하얗고 끈적이는 액이 지찬과 한성의 배에 흩뿌려지고, 살짝 기운이 빠지는 듯하던 지찬은 멈추지 않는 한성의 움직임에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 흐앗, 그, 그렇게 자꾸, 아흣!”
사정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계속 몰아치고, 지찬이 가장 선뜩하게 느끼는 곳을 일부러 계속해서 찌르고 짓이기자 사정없이 몸이 떨려 왔다. 신음을 지르지도 못한 채 입을 벌려 숨만 겨우 내쉬는 수준이었다.
쿵, 쿵 무섭게 내리박는 한성의 등을 잡아 뜯자 붉은 상처가 하나둘씩 늘어났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한성은 지찬을 오르가슴의 끝까지 몰아붙였다.
그리고 한성도 곧 절정에 다다르자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배 속에 퍼지는 느낌이 들고 나서야 그 움직임도 잔잔해졌다.
사정의 여운을 느끼는 듯 천천히 몇 번의 피스톤질을 하던 한성이 지찬의 귓가에 입맞춤하고서야 멈췄다.
“그대는 나를 너무 극한으로 몰고 가.”
거칠고 더운 숨을 내뱉던 한성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귓가를 지분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