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화 (38/60)

38화

소름이 돋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지찬이 애써 굳은 머리를 굴렸다.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몸을 혹사하고 싶었던 것은 맞았지만, 어쩐지 오늘 안에 이 상황이 안 끝날 것 같은 불안감은 대체 어디서 몰려오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 음란한 반려 님께선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시는 건지.”

“하, 한성…….”

“네, 반려 님.”

어서 말해보라는 듯이 여전히 귓가를 핥고 입술로 잘근거리며 대답하는 목소리가 아까와는 사뭇 달랐다.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도 아주 미세하게 허리를 돌리며 내벽 깊숙한 곳을 비비고 있는 그 느낌에 지찬이 움찔움찔 떨었다.

묵직하게 가득 차 있는 느낌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성에 차지 않게 움직이는 한성을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두려운 것은 사실이긴 했지만, 자꾸만 제 허리까지 움찔거리는 게 아무래도 몸과 머리는 따로 노는 듯했다.

“하아…….”

바닥으로 가라앉았던 열기가 다시 몸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어서요. 반려 님.”

“한성…… 제발.”

조금 더 강하게 압박하며 틈도 없이 맞물린 곳을 꾹, 꾹 밀어 엉덩이를 크게 돌리자 지찬의 허리가 휘었다.

“하읏!”

신음이 터져 나오자 바로 멈춰 버리는 한성의 몸짓에 지찬은 자꾸만 애가 닳았다.

결국, 몸을 조금 앞으로 뺐다 뒤로 움직이는 걸 스스로 하고 있었다. 부족한 몸짓에 안달이 나기 시작하자 천천히 허리를 흔들며 움직였다.

“흐읏, 하아…….”

한성이 움직이는 것보다야 덜 느껴졌지만,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몸을 달래려면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머리보단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정확했다.

하지만, 그 작은 몸짓마저도 한성의 손에 의해 잡혀 멈춰졌다. 엉덩이를 찰싹 소리가 나게 때린 한성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무리 급해도 말씀을 해주셔야지요.”

맞은 엉덩이가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모르게 수치심이 몰려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망할 호랑이, 정말!

맞았다는 사실보단 맞는 순간 움찔거린 허릿짓에 더 느껴 버린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이 더 컸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넣어줘요’ 따위의 표현까지 했는데 기대했던 반응을 하지 않고 더 능구렁이가 되어 자신을 농락하고 있으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몸은 한껏 달아올라 한번 흔들기 시작한 허리는 멈출 수가 없고, 뒤에선 꼭 붙어 단단한 벽처럼 옴짝달싹도 안 하는 한성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분명 안을 가득 채운 그의 물건은 잔뜩 흥분했음을 알려 주고 있는데, 어째서 저렇게도 여유로운 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한성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는 지찬만 그렇게 느낄 뿐이었다.

한성이 뻐근한 목을 돌리자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뻐근한 게 제 목뿐만이 아니었다. 좁고 뜨거운 안에 들어간 제 물건도 어서 해소해 달라 아우성이었지만, 한번 놀려 먹기 시작한 지찬의 반응이 너무 색달라 쉽게 달려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야들야들하게 여린 것은 아니었지만, 제 기준에선 한참이나 마른 몸에 잔뜩 휘어지는 등과 허리의 곡선이 너무 유려해 처음으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깨를 타고 내려오는 백호의 각인까지 어우러지자 그야말로 예술적인 뒤태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렇게까지 괴롭힐 생각은 아니었지만, 바들거리면서도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나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원하는 지찬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터져 나갈 것 같은 심장의 고동 소리를 애써 무시한 채 자꾸 입만 놀리고 있던 터였다.

지찬이 듣는 것처럼 목소리엔 웃음기가 가득 했지만, 전혀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잔뜩 굳어진 얼굴은, 아마 지찬이 봤다면 화가 났다고 오해할 법했다.

주먹을 꽉 쥔 채로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어 허리를 움직이려는데 웅얼거리는 지찬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넣었으면, 하아…….”

힘이 빠지는 건지 그는 곧게 편 채로 지탱하던 팔을 내려 그 위로 얼굴을 묻어버렸다. 그 때문에 작은 목소리가 더 들리지 않자 가까이 다가갔다.

“뭐라고?”

“박았으면 움직이라고! 이 망할 자식아!”

발끈한 지찬의 욕과 함께 상스러운 단어가 튀어나왔다. 창피한지 팔에 이마를 댄 채로 아으, 거리며 고개를 도리질 치는 게 너무 낯설고 귀여운 느낌이라 한성의 입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안 그래도 못 참을 지경이었어.”

그 말에 윽, 하고 짧은 비명을 내지른 지찬이 곧바로 다른 의미의 비명을 질렀다.

참을 만큼 참았어. 라는 듯이 부딪쳐 오는 한성을 감당하기엔, 너무 갑작스러운 추삽질에 놀라 고개가 번쩍 들어 올려졌다.

‘망할 호랑이, 끝나기만 해봐라.’

그에게 깔려 하읏, 거리면서 생각할 말은 아니었지만, 한성은 그마저도 좋아 죽겠는지 등 뒤를 끌어안으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럼, 안 끝내면 되는 건가.”

“뭐……! 아흣, 아아!”

말도 더 꺼낼 수 없게 몰아붙이는 기세에 다시 방 안은 신음과 퍽퍽 부딪히는 은밀하고 야릇한 소리뿐이었다.

다시 격렬한 움직임을 멈추고, 끝에 닿을 때마다 내벽을 비비듯 엉덩이를 돌리는 행위에 지찬이 곁에 있는 베갯잇을 움켜잡았다. 그럴 때마다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 예쁜 허리도 함께 들썩이는 모습이 꽤 자극적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허리를 흔들고 있는 지찬의 모습에 가슴 뻐근할 정도로 만족감을 선사했다.

“으응, 하아…… 너무, 괴롭히지 마요. 으흥.”

허벅지가 파들거리며 떨리는 와중에 쿡, 찔러 오는 거대한 페니스가 깊숙한 안쪽을 사정없이 짓이겼다.

자꾸만 오므라드는 다리와 자칫하면 침대 매트리스까지 파고 들어갈 것 같은 지찬의 모습에 한쪽 다리를 번쩍 들어 팔 위로 잡았다.

그리고 한성도 다리 하나를 올려 지찬 쪽을 향하게 무릎을 뻗고는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게 자세를 맞췄다.

들어 올려지는 다리에 균형을 잃을 뻔한 지찬이 반사적으로 침대 헤드를 부여잡자 한성이 크게 빠졌다가 거칠게 박아 넣었다.

“날 부추긴 만큼 각오하랬잖아.”

“아, 아앗, 흐읏.”

허리를 잡고 있던 손으로 등에 새겨진 각인을 따라 쓰다듬었다. 척추를 따라 천천히 부드럽게 올라가는 손길에 지찬의 허리가 다시 잔뜩 휘어졌다.

잔뜩 힘을 주고 버티는 팔 덕에 날개뼈와 예쁘게 잡힌 어깨 근육이 드러났다. 그마저도 보기가 좋아 손으로 연신 쓸어 댔다. 여리고 여려 둥근 곡선보다 조금은 단단해 보이는 좁은 뼈대와 자잘하게 잡힌 근육들이 예뻤다. 그것이 더 어울렸다.

작은 터치에도 예민해진 지찬의 몸은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 발끝부터 모든 곳이 짜르르하게 울렸다.

“하아, 더…… 더요. 빨리.”

그 말에 빙글 돌리던 엉덩이를 찌걱, 소리가 날 정도로 더 크게 움직여 주자 자지러질 듯 신음을 내면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게 보였다.

“흐응, 아니이…….”

겨우 붙들고 있는 팔과 손등을 움찔 떨며 흥분을 감추질 못하면서도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했다.

지찬은 고개를 살짝 돌려 한성을 바라보면서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인 뒤 애원했다.

“막, 휘저어줘요. 정신 못 차리게…… 한성 마음껏…… 앗!”

불그스름한 눈가에 매달린 작은 눈물방울이 애처로워 보일 법도 했지만, 한성의 눈엔 세상에 다시 없을 요기 같았다. 저렇게 요사스러운 말과 표정은 어디서 배운 것인지, 순간 질투심이 복받쳐 올라왔지만 그럴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한성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의 첫 정사. 그리고 처음으로 원하는 저 입술, 음탕한 말을 내뱉는 목소리가 모두 자신에게 처음일 게 분명했다.

“하아…… 그대는 정말.”

그때부터는 서로에게 모든 이성이 날아갔다. 한성은 그 요사스러운 기운에 흥분과 뜨거운 열기가 넘쳐 지찬을 몰아세우기 바빴고, 밑에 깔린 지찬은 한성의 폭주하는 기세를 모두 받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앗, 핫, 하흣! 하, 한, 한성!”

질척이는 소리와 쿵쿵, 침대가 울리며 살끼리 부딪치는 음란하고 야한 소리가 뒤섞였다.

기세 좋게 푹, 찔러 대던 한성이 사정하면서도 지찬의 몸을 돌려 계속해서 박아 넣었다. 찌걱찌걱, 넘쳐흐르는 하얀 액이 페니스가 들어찬 입구 사이에서 삐져나오며 오일보다 더 좋은 윤활유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사정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한성은 다시 발기한 흉포한 성기로 내리찍으며 지찬의 양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걸쳐 메고 몸을 맞붙였다.

눈을 뜰 수조차 없게 가장 구석으로 몰린 지찬은 몸이 잔뜩 구겨진 채로 한성의 뜨거운 욕망을 받아 내기 급급했다.

“흐읏, 그, 그만, 아앗, 아아아!”

지찬은 한성의 덩치엔 한참 모자라는 몸을 덮은 채 혀로 귓바퀴를 유린하듯 집어삼켰다. 바로 귓가에서 질척이는 소리와 짐승과도 같은 목 울림에 반사적으로 목을 움켜잡아 매달렸다.

축축하고 뜨겁고 매끄러운 혀가 귓바퀴를 따라 핥고 구멍까지 혀를 집어넣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먹힐 것 같은 두려움과 오싹한 소름이 팔을 덮쳤다.

아래를 가득 채운 채 여전히 폭군처럼 내려치는 그것에도 이미 아픔은 온데간데없고 쿵쿵, 맥박이 요동치는 커다란 성감대 같은 느낌이었다.

“지찬, 지찬아…… 반려 님. 하아…….”

제 이름과 반려를 번갈아 부르며 거칠게 파고드는 한성의 뜨거운 온기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아서 목 뒤로 두른 팔에 힘을 더 주어 꽉 껴안았다.

한성은 예민하게 돋아난 유두를 쓸어내리다 손가락을 혀로 가져가 침을 잔뜩 묻힌 뒤 꼿꼿이 선 정점을 빙글 돌렸다. 마치 혓바닥이 제 유두를 핥는 것 같은 느낌에 지찬은 고개를 젖히며 팔을 내려 시트 자락을 움켜쥐었다.

“하응, 아아! 앗, 하앗!”

한성은 그런 지찬의 두 손목을 한 손으로 결박해 침대 헤드에 올리고, 나머지 한성의 손도 헤드를 움켜잡고서 다시 깊숙하고 강렬하게 추삽질을 했다.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지찬의 얼굴이 드러나자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다 핥고, 씹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욕망과 정복욕, 그리고 광기 같은 집착이 가장 깊은 속에서부터 꿈틀댔다.

아래에 깔려 목이 쉬도록 신음을 지르면서 어쩌다 한 번씩 겨우 뜨는 눈빛은 겨우 진정했던 마음을 다시 홀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안으면 안을수록 야해져 가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그렇게 느낄 뿐인 건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마음은 다시 벅차오르는 만족감으로 뒤바뀐다.

그리고 그 만족감은 안아도 안아도 해갈이 되지 않는 갈증으로도 변질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곁을 내주기를 바라는 작은 욕심.

지찬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지면서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곱아드는 몸이 절정이 눈앞에 있음을 알렸다.

고개를 숙여 앙다문 입술을 핥으며 키스를 했다. 착하게도 바로 벌려 주는 입안으로 매끄럽게 침입해 들어간 혀가 유려하게 휘저으며 치아를 문대고 지찬의 혀를 옭아매 빨아 당겼다.

그 순간, 동시에 절정을 맞이한 두 사람이 입을 떼고 이마를 맞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반려 님.”

“당신이, 하아…… 너무 좋아.”

떨리는 손으로 한성의 얼굴을 잡은 지찬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격한 정사와 그 후희로 고조된 감정이어도 좋았다. 정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이 감정과 복받치는 마음을 말해줘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지찬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눈두덩이 위로 뜨거운 게 투둑, 떨어졌다. 의아한 마음에 눈을 떠 바라보자 잔뜩 흔들리는 한성의 눈동자가 보였다.

처음으로 보는 그의 눈물이었다. 겨우 눈물 두세 방울이었지만, 동공이 커다래진 채로 발갛게 변한 눈가가 어쩐지 마음이 아팠다.

잡고 있던 손을 들어 엄지로 그 눈가를 조심스럽게 닦아 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다. 바람과 비, 거친 폭풍, 가끔은 따스한 햇볕도.

모두 한성과 자신에게 거쳐 가는 시련 중의 하나일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한성도 자신도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지 않고, 휘어지면 휘어지는 대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그렇게 곁을 지켜 주며 같이 피어나고 싶어졌다.

“그러마. 나의 가장 찬란한 반려야.”

지찬의 속마음을 읽은 한성은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뜨거운 감정에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한성은 지찬을 온돌 속의 화초처럼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다 느꼈다. 자신의 가장 찬란한 태양은 이렇게나 강하고 올곧은데 말이다.

한성은 고개를 숙여 지찬의 어깨에 이마를 올렸다. 그렇게 한참이나 몸을 맞댄 채로 서로의 고동 소리를 들으며 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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